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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품은 세계 - 삶의 품격을 올리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
황선엽 지음 / 빛의서가 / 2024년 11월
평점 :

사람들은 무언가에 이름을 붙일 때 가능한 의미 있는 이름을 붙이고자 합니다. 아무렇게나 갖다 붙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앞뒤 맥락없이 갑자기 생성되지 않지요. 사람들이 삶을 살며 의미를 붙이고 생활 속에서 익히 아는 것들 가운데 차용하여 단어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므로 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세상을 공부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움직임과 세끼 먹는 식사와 걷는 모습 등 일상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듯 느껴질 거예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단어가 왜 이렇게 생겨났는지 아는 일은 시대상에 따라 변화하는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자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 세상과 더 가까워지는 일일 것입니다. (p.240)
단어가 가진 힘을 믿는다. 긍정의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결국 긍정에 이르게 되고, 부정적인 사람 역시 그런 결과에 닿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의식하여 긍정적인 단어를, 힘이 나는 말을 사용하려 노력한다. 『단어가 품은 세계』라는 제목의 책이,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학의 교수님이 쓰신 책임을 알았을 때- 마음이 조금 두근거렸던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였다. 우리 삶을 담아내는 단어, 시간을 기록한 단어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단어가 품은 세계』는 수많은 단어에 담긴 세상을 무척이나 섬세하게 그려낸다. 익숙하게 쓰는 단어부터, 그 어원조차 헷갈릴만큼 낯선 단어까지. 또 그 단어가 품은 세상과 의미, 세월이 흐르며 함께 변화해온 단어의 의미까지를 다루고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단어는 세상과 함께 변화하는데, 놓쳐버리기 쉬운 그 순간순간을 어찌나 재미있게 표현해주셨는지 읽는 내내 거북목이 되는 것도 잊은 채 책에 풍덩 빠져들었다. 삽입된 사진들도 너무 멋져서, 눈도 호강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또 국어수업을 듣듯 단어가 품은 의미, 모르고 살던 단어를 배우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로가 없이는 빛날 수 없는 단어들을 배우며 사람이 사는 모습을 생각했고, 고착되어진 단어들을 바꾸어과는 과정에 대해 배우면서, 무엇인가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했다.
한편으론 『단어가 품은 세계』를 읽는 내내, 죄스러움에 빠지기도 했다.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인지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 영어나 한자를 제하고 말하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을 때에도 '대체어'들을 사용하지 않았나. 『단어가 품은 세계』를 읽으며 우리의 고운 단어들이 쉬이 사라지지 않고, 다시 수천년의 세월을 살아가려면 우리 모두가 더 보듬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가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쓰였는지를 아는 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을 이해하는 일 일것입니다. (p.230)”를 읽으며 어쩌면 사람과 단어는 태양과 지구같은 관계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사용하는 단어로 그 사람의 인성이나 생활상을 유추하듯, 우리의 모슴을 톻해 시간의 지난 날을 비추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