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
육월식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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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책이 전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이 책을 다시 읽지 않았더라면 나의 독서감상문은 무척 다른 내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덮어버리기에는 일러스트의 색감이 자꾸만 마음을 끌어서, 아이가 잠든 밤- 나는 『검은 돌』을 다시 펼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선인장 같은 사랑을. 그리고 그것은 비단, 어느 '특별한'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노래방에 가면 부르는 노래가,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다. 그런데 그 대상이 조금 덜 만날 수도 없고, 조금 덜 기대할 수도 없는 사이라면, 그 관계는 얼마나 아플까. 이 『검은 돌』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인가 한 친구가 엄마에게 사랑을 받는 법을 몰라서, 자신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거 같다고 울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검은 돌』의 화자 '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연'을 본다. 연에게서 모든 것을 배우고, 연의 모든 감정을 알아차리며 “내가 연이고, 연이 나”인 관계가 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막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그렇게 '인'은 '길'을 따라 '새'를 타고 '연'을 떠난다. 하지만 '연'을 떠나도, '연'과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닮은 '숨'을 낳아 기르며 비로소 스스로의 진짜 두려움, 진짜 공포를 깨닫고 『검은 돌』을 던지고 훌훌 떠난다. 

 

없던 다리를 만들어 화분을 탈출하는 '연'의 모습은,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묵직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를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막연히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참는 엄마의 모습은 대물림하지 말아야지 생각해본 일이 있었다. 모든 딸에게는 정도가 다를 뿐 그런 '대물림'들이 있을 것이기에, 우리의 가슴에는 우리도 모르는 『검은 돌』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 역시 나의 딸에게 그런 『검은 돌』을 쥐여주고 칭칭 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검은 돌』을 읽기 전에는, 부모와 자식이 가지는 과도한 애착 관계가 특정적인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나를 힘들게 한 일이 없다고, 좋은 관계라고만. (더불어 나도 꽤 괜찮은 엄마라는 착각도) 그러나 『검은 돌』을 읽으며 그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는 모두 어느 면에서는 자녀를 '독립'과 반대되게 하는 부모님을 가지고 있고, 그런 부모가 된다. 그래서 『검은 돌』을 읽으며 나와 부모님을, 나와 아이를 온전히 분리해서 생각해보려고 애썼다. 

 

그림책 『검은 돌』이 모두에게 온전한 '나'를 생각해보게 하면 좋겠다. 또 온전한 '엄마 자신'을, 온전한 '내 자녀'도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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