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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 벼랑 끝의 닌텐도를 부활시킨 파괴적 혁신
레지널드 피서메이 지음, 서종기 옮김 / 이콘 / 2024년 10월
평점 :
“당신이 내는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해요. 그렇지만 항상 당신 생각이 맞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다른 사람들의 관점이 어떨지도 꼭 헤아려주길 바랍니다. 물론 그건 나한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나는 닌텐도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미야모토 씨와 다른 임원들께서는 아주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근무해오셨습니다만, 나는 우리의 새로운 여정에 그분들이 반드시 함께하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우리가 상사와 부하직원 혹은 멘토와 제자의 관계에서 친구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나는 이와타 씨의 폭넓은 시각을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반영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닌텐도에서만이 아니라 이후의 삶까지도. (p.241)
나는 참으로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여전히 종이책을 사랑할 뿐 아니라, 책은 몇 시간도 꼼짝하지 않고 보지만, 영상은 1시간 이상 집중할 수 없는 눈을 가졌다. 그런 우리 집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로 바뀐 전자기기는 “닌텐도”다. 어린 시절 슈퍼컴보이로 즐기던 슈퍼마리오를 잊지 못해 닌텐도 Ds를 들인 후 Ds 라이트까지. 현재는 닌텐도 스위치와 함께하고 있다. 분명 디지털 게임인데, 묘하게 아날로그 냄새를 풍기는 게임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 닌텐도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러다 닌텐도 Ds가 표지에 그려진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닌텐도 타이틀 중 최애인 “슈퍼마리오”와 “동물의 숲”의 아버지 이와타 사토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파트너 레지널드 피서메이의 책이라니! 왕성한 호기심으로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로 빠져들었다.
이와타의 죽음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레지의 어린시절, 타 브랜드의 근무, 자신이 마주쳤던 실수 등을 차례로 다루고 있다. 2장에서부터는 닌텐도에서의 경험이 기록된다. 닌텐도의 기업문화에 부딪히고, 합의하고, 지향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스스로의 사례에서 혁신이나 개선의 창구를 찾아낸 점. 타인의 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는 책은 많이 봤지만, 스스로의 과거에서 개선점이나 변화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방식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완벽히 자기객관화를 거친 사람이라는 확신을 줄 만큼 명확하고 분명하게 포인트를 짚고 있음이 놀랍기도 했다. 실제 그가 기록해놓은 핵심들은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무척 많았는데,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면 그때는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p.146).”나, 현명한 팀원 구성, 업무에 대한 책임감 등에 대한 문장들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또 “훌륭한 리더들은 조직이 그들 없이도 계속 잘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으면 이내 그 자리를 떠난다. 이는 후대에 길이 전해질 유산을 창조하는 최후의 단계라 하겠다. (p.284)”는 말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를 읽은 것은 변화를 위해서 그룹이 어떤 결심을 단행해야 하는지, 그런 혁신들이 개인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였던 것 같다.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리뷰 마무리는 레지의 5가지 인생 원칙으로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 다섯 문장만큼, 이 책을 완벽히 표현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상황이 다르고, 모든 기업의 요구조건이 다르겠지만 분명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모두에게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조언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내게 일어나는 일은 나 자신에게 달렸다.
인생이란 절대 만만치 않으니 전력을 다하라.
다른 대안에 마음을 열어라.
두려움을 받아들여라.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일상에서 재미를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