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 기후위기를 외면하며 우리가 내뱉는 수많은 변명에 관하여
토마스 브루더만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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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기후변화가 걱정입니다. 

하지만 아니요, 기후변화가 우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닙니다.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건 실업, 범죄, 가난같은 것 들이죠

(p.87, 환경문제가 아니라도 걱정할 게 많아 중)

 

제목부터 모순처럼 느껴지는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선량하다'와 '기후파괴자'가 같은 선상에 올 수 있는 게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 책을 펼쳤다. 나도 그렇고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를 접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이 딱 인용문 같지 않을까? 분명 지구온난화도 걱정되고, 북극곰이 빙하가 없어 고립된다는 것도 걱정일 것이다. 

 

나 역시 우리 아이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에 26℃이하로 에어컨을 틀지 않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하지만 늘 근본적 문제의 고민이 생긴다. 나 하나 그렇게 한다고 정말, 기후가 달라져? 맞다. 기후는 사회적 문제이기에 모두 함께 고민해야만 나아질 수 있고 (물론 한 두명의 노력도 완전히 쓸모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걸 다 고려해가며 살 수가 없다. 일단 수많은 이들이 먹고사는 '생존문제'에는 탄소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해, 발전적 삶을 살기 위해 기후를 파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어쩌면 최근 읽은 환경 관련 책 중에 가장 솔직하고, 가장 '친서민'적이며, 가장 현실적이다. 그런 점이 오히려 마음에 더 깊이 닿더라. 내 능력 밖의 문제들, 내가 실천할 수 없는 방안들을 줄줄이 달아놓은 책보다 기후가 나에게 무슨 영향을 주는지, 삶과 기후가 가지는 모순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면서 그런 것들을 고려하며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대체로 환경 친화적으로 산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크게 닿았다. 나 역시 어쩌면 환경친화적인 생각구조였지, 기후친화적이지는 않았던 점들을 배우게 되기도 했고, 나의 주관적 범위에 큰 오차가 있을 수 있음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를 읽으며 크게는 두가지 마음이 들었다. 먼저 진지하지만 무겁지는 않은 말투 위에 슬쩍 얹어둔 25가지 주제는, 내 마음이 편하자고 기후에게 내뱉던 변경같았다. '어쩔 수 없이' 안에 담긴 내 진짜 마음은 '그렇게 해도 될만한 이유'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헤 보게 되었다. 

 

두번째로는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이 세상을 향한 블랙코메디처럼 느껴졌다. 스스로 친환경적이라 생각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우리가 기후를 어떻게 파괴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환경운동가인 작가가 방어기제나 인지편향 등 심리학에 기후문제를 얹어 풀어준 까닭인지, 한층 발가벗은 기분이 되기도 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기후 정책의 약점을 배우기도 하며 기후에 대해, 기후친화적인 삶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했다. 

 

“다 어쩔 수 없잖아?”라는 말은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한 이해”를 바라는 변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는 그렇게 고민과 반성을 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기후친화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기도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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