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
문영숙 지음, 박지연 그림 / 현암주니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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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먹지 말고 죽어라.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웃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영화 “영웅”에서 “조마리아”여사의 대사입니다. “조마리아의 편지”로 영화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심금을 울린 내용이지요. 이 내용이 각색되었다거나, 미화되었다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만 엄마가 되고보니 죽지 않은 자식의 수의를 미리 만드는 자체가 얼마나 큰 결심이었을지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런 묵직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아이가 읽어도 될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나처럼 힘겨워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여러번 반복해서 “조마리아”여사에 대한 책을 찾아달라고 했고, 도서관에서도 여러번 검색을 했습니다. 그러다 현암주니어의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선물받았지요. 기다렸던 책이기에 아이는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글밥이 꽤 많은 편인데도 두번 세번 번갈아 읽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번쯤 읽었을 때야 “아들이 손가락을 잘랐던 곳을 찾아간 마음은 어떨까?”하고 말을 합니다. 사실 가슴이 쿵 내려 앉는 것 같았어요. 아이의 손톱을 깍아주다 생살 조금만 생채기를 내도 가슴이 아픈데,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아들의 목적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니. 나도 이해하기 힘든 마음을 아이가 어느정도 이해한다는 것에 놀라움과 묘한 무거움이 겹쳤습니다. 

 

한밤중에야 아이가 내려놓은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펼쳤습니다. 하얼빈 의거 직후의 모습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조마리아여사가 변호사를 찾아가는 과정과 안중근 의사의 재판과정, 조마리아여사가 왜 항소를 포기하는 지 등이 무척이나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림책이지만 담담한 어조로 사실을 전달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 덤덤함에서 아이들조차 슬픔과 책임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무척 상세한 내용과 풍부한 일러스트를 담고 있습니다. 글밥은 많은 편이지만, 문장의 호흡이 짧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어휘도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아이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일러스트 역시 무척 정갈하고 풍부하여,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때때로 몇몇 일러스트에서는 감정이 느껴지는 듯 하여 울컥,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굳은 의지와 신념 등을 분명히 배울 수 있는 책이기에, 안중근 의사나 독립운동 등에 아이가 관심을 가진다면,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도 꼭한번 읽게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덤조차 찾을 수 없는 조마리아여사. 본인 역시 독립운동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지만 늘 “안중근의 어머니”로 불려온 분. 하지만 그조차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덕분에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읽고, 오늘만큼은 “독립운동가 조성녀”라고 남겨봅니다. 또 단단한 부모에게서 단단한 아이가 자라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깊이 곱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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