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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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사람의 책장을 봐도 그래. 책장에는 그 사람의 갈망이 담겨있어.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그걸 보면 알아.” (p.353) 

 

“사람은 닮을수록 복잡한 감정을 품는 법입니다.” (p.292)

 

나는 커피를 만들며 물었다. 나는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카페 사람에게 어떻게 만드는지 배웠다. 이모가 “맛있다, 맛있어”하고 칭찬해서 커피 내리는 일은 내가 이 집에서 하는 유일한 일이 되었다. (p.326) 

 

한적한 도서관. 우리가 아는 열람실 운영시간과는 달리,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여는 특별한 도서관. 이 자체로도 이상한데 이게 시작이다.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을 말하자면 이 도서관에는 오직, 죽은 작가의 작품만 존재한다. 살아있는 작가의 책은 진열될 수 없다. 그뿐인가. 이곳에서는 밤 10시가 되면 야식을 먹는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야식은 책 속의 요리들이다. 앤과 다이애나의 버터오이샌드위치, 모리 요코의 통조림 등의 요리라니. 어쩐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른 따라 만들고 싶다. 자, 이쯤 되니 이 책이 뭔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낮술』, 『할머니와 나의 3천엔』 등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하라다 히카의 신간, 『도서관의 야식』은 100만 독자가 기다렸던 힐링소설. 그저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에 위안과 잔잔한 감동을 얻을 수 있으니 여름휴가 철에 읽기 너무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도서관의 야식』가 더욱 마음에 닿는 이유는 등장인물 각각의 특성이 참 우리의 모습 같다. 현실과 괴리에 슬퍼하고, 좋아하던 것을 예전처럼 좋아할 수 없어 의기소침해지고,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가면을 쓰기도 한다. 각자의 마음에 비밀을 품고 서로에게 거리감을 두기도 하지만, 그것이 답답하고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우리의 모습 같아서 왠지 슬퍼지고,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의 성장과 변화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 감동을 얻기도 한다. 그뿐인가. 특정 작가의 책을 쫓는 사람, 책을 모두 처분하고자 하는 작가의 가족들, 서점의 녹록지 않은 현실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어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그 때문인지 『도서관의야식』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때때로는 찡한 감정이 들기도 했고, 때때로는 알 수 없는 속상함이 들기도 했다. 

 

“뭐라도 터놓고 싶은 하루의 끝, 당신에게도 허기진 밤이 있나요?”라는 책소개처럼, 소곤소곤 이야기를 터놓는 소설책. 마치 오래된 친구와 수다라도 떨듯, 잔잔하게 속을 전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도서관의야식』. 

 

힐링소설이 세상에 많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팍팍하다는 소리이기도 하기에 속상한 마음도 들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수고한 당신에게 이번 여름휴가 엔 『도서관의야식』을 권하고 싶다. 당신의 마음도 터놓으라고, 허기진 마음에 위로를 가득, 채워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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