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의로움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이 세상의 모든 책은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대에게 은밀히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그곳에는 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다.
태양도, 별도, 달도, 그대고 요구했던 빛은 그대 자신 안에 머무니까.
그대가 오랫동안 책 안에서 찾은 지혜는 이제 페이지마다 빛난다.
그것은 이제 그대의 것이므로.`
『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밑에서』 등의 작품을 남긴 세계적 거장 헤르만 헤세. 사실 그의 글은 한번도 내게 쉬이 닿은 적이 없었다. 빠르면 두 번, 어떤 것은 네 번까지. 읽고 다시 읽고 곱씹어야만 비로소 그의 문장이 내게 닿곤 하더라. (『유리알 유희』는 내게 『에밀』과 더불어 죽기 전에 꼭 한번 깨부술 책 리스트에 올라있다) 그래서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역시 읽고 싶은 마음 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으로 첫 장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처음으로 헤르만 헤세가 왜 그렇게 좋은지, 수많은 이들이 무엇에 그렇게 감탄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헤르만 헤세가 노년에 남긴 산문집으로, 자신의 고향이나 자연, 언어와 계절 등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빠지었던 원고를 포함하고 현대식 문장으로 바꿔 재출간되었다고 하기에 읽게 되었는데, 한 문장 한 문장 묵직하게 마음에 닿았다. 행복과 지혜를 누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자연을 경탄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순수히 받아들이지 못해 행복하지 못하고, 지혜로워지지 못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고.
삶에 대한 자세,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을 선사하는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에는 '훔치고 싶은 명문'이 가득 숨어있었다. '들꽃들이 탐욕스러운 듯이 생명을 이어가면서 뽐내고 있었다.'(p.81)든지 '그대들의 터전 밖에서 얼마나 다양한 원동력을 지닌 삶이 얼마나 예측할 수도 없이 날마다 꽃피우고 향기가 넘쳐흐르는지를'(p.258) 등의 문장은 읽으며 감탄하고, 곱씹으며 질투가 났다. 아니, 선망했다. 감히 내가 그를 질투할 수는 없고, 나는 언제쯤 이렇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 한숨이 났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만큼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안에는 아름다운 문장이 가득했고, 그가 세상을 얼마나 선한 눈으로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를 읽으며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요즘의 나는 내게 매일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 또한 그들을 불평하고 불편해하는 어리석은 모습으로 살았다. 그런 게 싫다고 하면서도 중독된 사람처럼 불평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를 읽으며 내가 바라보기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고, 나의 마음에 따라 나의 언어와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했다. 결국, 그 모든 것은 내 안에 있는데, 나는 행복이나 평온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내게 반성과 깨달음을 동시에 선물했다.
부디, 나도 그처럼 기쁨에 넘치는 세계가 잠시나마 내게 그늘지거나 절망적인 모습으로 보일 때면, 나는 그런 것들을 쉽게 떠날 수 있기를, 그래서 다시 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나의 일상을 더 경이로운 존재로 만들어준 헤르만 헤세에게 감사를 전해본다. 오늘의 당신이 행복하지 않았다면, 사소한 것에 감사할 수 없이 마음이 버거웠다면 부디,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를 만나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