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돼지 피브 우리 아이 인성교육 21
K-파이 스틸 지음, 류수빈 옮김 / 불광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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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두 머릿속으로 평범한 돼지를 한 마리 떠올려보세요. 

어떤 돼지를 떠올렸나요? 털이 핑크색인 돼지? 아니면 털이 회색인 돼지? 다리가 긴 돼지? 다리가 짧은 돼지? 뚱뚱한 돼지? 날씬한 돼지? 코가 길쭉한 돼지? 코가 짧은 돼지? 콧구멍이 하트인 돼지? 콧구멍이 둥근 돼지? 아마 많은 분이 떠올린 돼지는 저마다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할거에요. 그렇다면 어떤 돼지가 평범한 돼지일까요?

 

 

『아주 평범한 돼지 피브』에는 아주 평범한 돼지 피브가 등장합니다. 평범하게 줄넘기도 하고 그네도 타며 친구들과 노는 평범한 꼬마 돼지. 가족들과 요리도 하고 나중에 무엇이 될지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학 온 친구가 말합니다. “피브! 너 도대체 뭘 먹고 있는 거야?” 피브는 언제나처럼 먹던 도시락을 먹었을 뿐인데, 필요 이상의 주목을 받습니다. 미술 시간도, 체육 시간에도- 다른 돼지들과 자신의 다른 점을 “지적”당한 피브는 울음을 머금은 채 엄마에게 말합니다. “우리도 평범한 음식을 먹을 수 없나요?”

 

아마 돼지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지, 엄마들은 알 거예요. 내 아이의 울먹이는 얼굴이라니. 하지만 우리의 엄마 돼지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피브를 데리고 도시로 나들이를 하러 갑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돼지를, 각기 다른 모습의 돼지를, 모두 다른 음식을 먹는 돼지들을 잔뜩 만나죠. 이때 전학 온 친구가 한 말을, 피브도 똑같이 해버립니다. “너는 희한한 음식을 먹는구나?”라고. 하지만 울먹이던 피브와는 달리 “너에게는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아니야. 난 이 음식이 가장 좋아”라고 대답하는 친구를 보며 피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다음날, 『아주 평범한 돼지 피브』는 “너한테는 이상할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난 내 점심 도시락이 정말 좋아. 너희들도 한번 먹어볼래?” 하고 대답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다른 친구들도 새로운 음식을 먹어볼 기회가 생겼고, 피브 역시 다른 친구들의 “평범한” 도시락을 맛볼 수 있게 되었죠. 피브는 깨달았습니다. 다른 모습의 친구들이 함께 노는 모습이야 말고 정말 평범하다고. 

 

일러스트를 보며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사실 『아주 평범한 돼지 피브』는 세상의 잣대로는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핑크색도 회색도 아닌 땡땡이 돼지일 뿐 아니라 '미쿡스타일' 도시락이 아닌 시금치 반찬과 “밥”으로 추정되는 도시락, 김을 먹고 있거든요. 대부분 백인인 시골 마을에서 다른 인종 아이로 살았던 k-파이 스틸 작가의 경험이 담긴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것을 '이상하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고정관념,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함으로 인해 그렇다고 느껴버리는 대중심리, 상대방의 특별함을 특이함으로 만들어버리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우월감. 익살넘치는 일러스트와 귀여운 돼지들로 무겁지 않게 풀어냈지만, 편견을 속 시원히 깨버린 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평범한 돼지 피브』를 덮으면 우리의 피브가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평범하다는 건 누가 정하는 걸까요?” 하고 말입니다. 자, 당신은 피브에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친구들과 달라서 슬퍼하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아이들은 성장하며 수없이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될 겁니다. 전학생 돼지처럼 짓궂은 아이들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겠죠. 하지만 “나”라는 기준을 세운 아이들이라면 타인의 말에 상처받지 않습니다. 받더라도 금방 떨쳐낼 수 있고요. 그래서 오늘 『아주 평범한 돼지 피브』가 주는 교훈은 결코 쉬이 잊히지 않습니다. 사람이 나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나다움은 얼마나 “특별한 평범함”인지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을 세상의 모든 꼬마가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특별한 평범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자신만의 '땡땡이무늬'를 가리거나, 억지로 '평범한 음식'을 찾는 대신에 “나의 뜻대로”, “나의 취향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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