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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82
장프랑수아 세네샬 지음, 오카다 치아키 그림, 박재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지금 우리 집에는 아이가 미처 끝까지 읽지 못한 그림책이 하나 있다. ‘아니, 책쟁이 꼬마가 그림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싶겠지만 분량이 많아서도 아니고, 재미가 없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 아이 말에 의하면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파서” 끝까지 읽지 못했다. (엄마 혼자 읽어보니 끝가지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 조만간 같이 다시 읽어볼 예정이다.) 이 그림책은 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로 출간된 장프랑수아 세네샬의 그림책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다.
엄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아이가 5개월이 되었을 무렵 회사에 복직했던 까닭에 아이는 할머니와 유달리 정이 깊다. 그래서 할머니의 죽음, 할머니와의 이별을 그린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를 읽으며,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는 아이의 말이 코가 시큰하다. 하지만 이 그림책이 주는 감동과 메시지는 무척 진하기에,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는 표지에서부터 섬세하게 감정이 표현된 책임을 느낄 수 있다. 바위 위에 앉은 어린 여우의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한지 가서 안아주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를 만나신다면, 아마 일러스트에 풍덩 빠지게 되시리라 생각한다. 여우의 표정이나 물건에서도 할머니를 향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일러스트의 분위기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따뜻함이 뚝뚝 묻어나오고, 할머니를 잃은 부분에서는 눈물이 묻어나올 것 같다.
일러스트가 주는 감상이 이미 풍성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의 내용 역시 섬세한 감정의 변화와 깊은 사랑, 진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어른보다 세계가 좁은 아이들은 상실의 슬픔을 더욱 크게 받아들인다고 하기에 무척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인데,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에서는 이렇듯 감정적인 부분을 섬세히 다루고 있어 여우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하며 그 감정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듯하다. 만약 최근 상실을 겪은 아이가 이 책을 만난다면 분명 깊은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이 책은 꼭 한번 만나보길 추천하고 싶다. 우리 아이처럼 아직 이별을 겪지 않은 아이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까닭은, 영원하지 못할 순간들을 더 알차게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의 이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퍼하는 아이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을 마저 읽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이것. 지금 이 순간 더 뜨겁게 사랑해야 함을, 더 깊이 감사해야 함을 배웠으면 하기 때문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에는 그런 깊은 사랑이 있다. 그런 깊은 감동이 들어있다. 오늘을 더 사랑하게 하는 마법같은 책,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