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헬리 액튼 지음, 신승미 옮김 / 모모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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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는 눈으로 유리창 너머 자신을 다시 바라봤다. 바로 그 순간에 프랭키는 아주 행복해 보였다.물론 프랭키를 짓누르는 문제가 잔뜩 있었다. 또다시 실패한 데이트, 또다시 친구들의 SNS를 친구삼아 침대에서 홀로 보내는 밤. 하지만 프랭키 앞에 펼쳐진 삶이 있기도 했다.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을 바꿀 기회. 프랭키는 그 모든 것을 잃기 직전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p.382) 

 

 

만약에 그때, 00 했더라면. 그때 A가 아닌 B를 했더라면. 

우리는 이런 가정을 종종 하곤 한다. 물론 그때 A가 아닌 B를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풀렸을지는 알 수 없다. 그야말로 그곳은 가보지 않은 길이 아닌가.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속에 그런 순간 하나를 품고 산다. 가보지 않은 길, 해보지 않은 것의 미련으로. 

 

그런데, 나의 “만약에”를 볼 수 있다면? 내가 그토록 아쉬워했던 순간들의 다른 선택지들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취업준비생이던 시절 C가 아닌 D 회사에 갔더라면? E랑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F 땅을 그때 샀더라면? G 주식을 그때 팔았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상상들에서 시작된 따뜻하고 유쾌한 소설, 『비긴 어게인』을 소개한다. 

 

『비긴 어게인』, 즉 다시 시작한다는 말처럼, 이 소설은 프랭크의 “다시 시작하는 순간들”을 담고 있다. 자신의 생일날 케밥이나 먹다 사망하게 된 안쓰러운 프랭키. 신도 그를 안쓰럽게 보았기 때문일까. '자유', '편안함', '재산', '명성', '과거와 같은 삶'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24시간씩 “만약에” 속의 시간을 살게 된다. 이렇게 살아본 삶 중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삶을 선택하여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마 책 좀 읽었다는 독자들은 프랭키가 어떤 삶을 선택하지 이미 알고 있다. 아니, 눈치가 좀 빠른 사람이라면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에서 그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봐왔으니까.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프랭키가 어떤 삶을 선택했는지가 아니다. 우리가 결말을 이미 예측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그 선택지를 선택하기까지 어떤 것을 보고 들으며, 무엇을 느꼈는지,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우리는 프랭키처럼 케밥을 먹다 죽어서도 안 되고, 다섯 가지 스테이션을 다시 살아보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더 행복해야 하고, 더 뜻깊어야 한다. 그래서 “프랭키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만약에'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알게 된 덕분에 전보다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프랭키는 엄마와 다시 연락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우정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 이룬 이 삶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P.474)라는 문장이 그저 책 속 한 줄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음도 아마 그 때문이리라. 

 

『비긴 어게인』을 추천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비긴 어게인』을 읽으며 우리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지 깨닫게 되니까. 그래서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욱 값지게 사용하게 만드니까. 물론 『비긴 어게인』을 그저 재미있는 소설로 읽고 닫아도 괜찮다. 그러라고 쓰인 책이니까. 하지만 분명 『비긴 어게인』을 읽고 나면, 우리의 오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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