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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5학년 - 2024 문학나눔 선정도서
김담이 지음, 이주미 그림 / 오늘책 / 2023년 12월
평점 :

“지난번 남자 50미터 달리기 5학년 표준은 7초 05였다. 이번엔 표준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표준이 미치지 못하는 학생은 어떻게 되는지 알지?” (p.69)
다겸은 이름을 얻었지만, 올해의 5학년,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간도 아닌 주제”에 해당하는 아이로 추락했다. 소년 11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p.78)
아이에게 주는 책은 꼭 내가 먼저 보려고 노력한다. 아이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도 맞지만, 아이가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아이에게 주어도 되는가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물론 그럴 겨를도 없이 빼앗기는 책도 있다) 『올해의 5학년』 역시 내가 먼저 만났는데, 책을 읽은 후 한동안 멍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올해의 5학년』은 눈높이아동문학상에서 동화부분 대상을 받은 책으로, 아이들이 뇌를 국가가 관리하는 한편 복제 인간을 양성하는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서 만나게 되는 다겸이 역시 복제 인간으로, “올해의 소년·소녀”로 선발되어 '5학년의 대표'가 된다. 혹시 따온 문장에서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맞다. '학년 대표'는 무엇인가를 잘하거나 모범이 되는 아이가 아닌, 그 학년의 기준점이 되는 학생으로, 다른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사실 이 부분에서부터 나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이게 상상에 기반한 이야기지만, 이미 우리 현실에서 수없이 만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옆집 아이보다”, “누구 집 아이보다”라는 수많은 잣대가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기에 『올해의 5학년』 같은 책이 쓰였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펐다.
무엇보다 슬펐던 것은, 아이들이 다겸이에 대충하기를 종용한다는 것. 표준이 내려가면 다른 아이들의 기준점이 내려간다는 말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도 늘 경쟁 선상에서 마음을 쓰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웠다. 또 나와 다른 친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도 복잡한 감정이 들게 했다.
하지만 어두운 감정만 있다고 말하기엔 『올해의 5학년』은 꽤 희망차다. 『올해의 5학년』에서 '우수한 아이'로 선발된 학년 대표들은 다음 해가 되면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러나 다겸이는 여느 복제 인간과 다르다. 햇살의 감촉을 즐기기도 하고, 우정을 쌓아가기도 하며, 시험을 망치기도 한다. 결국, 그런 '인간다움' 덕분에 다겸이는 대표의 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처하기도, 다른 복제 인간들처럼 사라질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결국은 '뇌 바이러스'를 이겨낸 아이임이 밝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열쇠가 된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에게 『올해의 5학년』을 읽게 해도 괜찮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이 책은 반드시 아이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를 점수로 줄을 세우지만, 아이들이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기준을 판단할 수 있다면 더 지혜롭게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나와 다른 기준을 가진 친구라고 해서 배제하는 것이 아닌 그 친구의 선택으로 인정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의 5학년』을 꼭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 주변에 소년 11호가 있다면 따뜻하게 손을 내밀 수 있길 바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