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5
김소울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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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음으로써 생각의 깊이를 쌓고 타인이 흘려보낼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저자의 생각과 자기 생각을 비교하며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아주 좁은 공간에서도 빛과 눈만 있다면 생각을 무한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책 읽기의 힘이다. (P.193) 


“쉼과 휴식은 우리 삶에 우선순위가 될 수 없습니다. 너무 많은 일이 먼저 처리해달라고 줄을 서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쉼은 억지로 해야 합니다. 굳이 시간을 내서 해야 해요. 핸드폰 배터리 충전기를 의식으로 꽂는 것처럼, 굳이 시간을 내서 센강을 방문한 파리 시민들처럼 우리에게 휴식시간을 선사해야 합니다.” (P.94) 


결국,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하고 내면의 자유를 찾는 것, 쾌락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P.147) 



솔직히 요즘 연달아 몇 권의 미술책을 읽고 있는 터라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을 광고로 만났을 때, 반짝이는 마음보다는 “또 미술책”이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단순히 미술책이라고 분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분명 제목부터 그림과 미술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커피고 코코아며, 담요고, 벽난로다. 이쯤 되면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 맞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나”다. 겨울밤, 로망 속의 한 장면처럼- 벽난로 앞의 푹신한 소파, 그 위의 아무렇게나 구겨진 담요, 커피 혹은 코코아가 채워진 큰 머그잔에 온기를 얻으며 읽는 책 한 권.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은 “마음이 지친 이들을 위한 미술 처방전”이라는 주제로 엮어진 책으로,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림들을 소개한다. 주제 역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정리하는 법', '나를 단단하게 하는 법', '내면의 힘을 키우는 법'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은 미술서라기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심리학책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심리학책보다는 그림이라는 매개로 사람을 토닥여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책쟁이 아니랄까 봐, 책이 등장하는 그림들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때때로 어떤 그림은 도대체 무슨 책을 읽기에 저토록 집중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데, 그중 하나가 르누아르가 책 읽는 모네를 그린 “클로드 모네”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 그림과 더불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책을 읽으며 의미를 공유하는 기쁨을 다루는데, 그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괜히 찡한 기분이 들었다. 한쪽이라도 책을 읽는 것을 '충전'처럼 생각해왔기에, 작가의 그 말은 내게 큰 지지처럼 느껴졌다. 또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 읽는 저녁을 몹시 사랑하는 내게, 이 문장으로 인해 르누아르의 그림이 더 깊이 다가온 것도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은 내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그림을 '공감'과 '응원'의 대상으로 바꾸어준 놀라운 힘을 지녔다. 


그뿐인가. 평소 무척 좋아해 우리 집 부엌에서 오래도록 함께해온 그림 프레데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에 대한 작가의 감상도 내게는 큰 공감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 그림을 원래도 좋아했지만, 6월에 엄마가 되고 난 후 제목 때문에(어느 리뷰에서 언급했듯, 나는 '제목(=언어)'의 힘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한층 더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데, 작가가 남긴 “사랑하는 사람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연민과 감사다. 고된 시간을 보내고 지쳐 잠들어있는 그의 하루가 떠오르고 또 이렇게 내 곁에 숨 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P.153)”라는 문장이 무척 마음에 닿았던 것. 이처럼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의 문장들은 마치 나의 마음처럼 닿아 온기를 선사했다.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은 타인에게는 어떤 문장이 닿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다른 이는 작가의 어떤 문장이 가슴을 울렸는지 물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마음을 돌보기 위해 미술관에 간다는 말은, 내가 도서관에서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나의 케렌시아를 떠오르게 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 당신이 바쁜 일상으로 케렌시아를 잊고 살아왔다면- 부디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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