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고 이야기 - 공교육의 비밀 병기
임혜림 외 지음 / 포르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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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직도 여러분은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순간순간 속에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만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후배 여러분도 주저하지 말고 다양한 기회에 도전하면서 본인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임음, 앞으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음을 꼭 체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쌓은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p.59) 

 

남들이 정해놓은 '당연한' 길을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내가 정말로 걷고 싶은 길에 뛰어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p.161)

 

 

처음 『한민고 이야기』를 만났을 때, 사실은 '나와는 큰 관계없는 어떤 고등학교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이동이 잦고 전방에서 근무하는 직업 특성상 아이들이 안정된 학업을 할 수 없는 '군인 자녀'들을 위한 학교라니, 나와는 무관하게 느껴졌던 것.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한민고등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은 어쩌면 우리 공교육이 함께 바라보아야 할 방향은 아닌지 말이다. 물론 모든 아이에게 한민고의 교육 방향이 적합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도 본인이 더 대단한 사람임을 깨닫기를 바란다는 졸업생의 수기는, 한민고를 전혀 몰랐던 나의 마음에 파도를 일렁이게 했다. 

 

지금의 나는 거의 매일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행복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그런데 아마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훗날의 너를 위해서”라는 걱정과 협박이 섞인 말로 성적향상을 요구한다. 딱 3년만 참으라고, 딱 3년만 창의력 말고 실력을 갖추라고.

 

『한민고 이야기』를 읽는 내내 '딱 3년간' 덮어놓은 잠재력들은 대학교에 가도, 어른이 되어도 자라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을 지나며 매일 꿈꾸고, 기획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품었던 많은 것들은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래서일까 한민고의 교육철학이 쉬이 넘겨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다는 부분은 감동적이었고, 스스로 과제들을 찾아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또 『한민고 이야기』에 실린 수기들이 다양한 직업군, 학군으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에서 '모두 다른 아이들'을 '대한민국 입시'라는 틀에 욱여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보기도 했다. 

 

솔직히,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 나도 아이를 입시지옥에 구겨 넣는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약속은 못 하겠다.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겠다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의 보편적 공교육이, 입시가 달라지지 않는 한, 나라고 별수 있으려나. 

 

그래서 한민고의 10년을 바탕으로, 우리 공교육이 세계가 원하는 인재상에 발맞춰 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 줄로 서서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면 딱 1명이 1등이지만, 모두 각자 뛰고 싶은 방향을 향해 달리면 모두가 1등이라는 말이 있다. 단 한 명의 1등만을 만들지, 수백 수천 명의 1등을 만들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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