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와 함께한 산책
벤 섀턱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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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속에 행운이 있지요” 나는 동의했다. 

불행 안에, 행운이 있다. 

이렇게 말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겨울을 노래하자. 또 어떤 노래를 불러야 우리 목소리가 이 계절과 조화로울 수 있을 것인가?” (P.189) 

 

 

이미 여러 리뷰에서 이야기한 것 같지만, 나는 「월든」을 세번 읽었다. 그러나 앞의 두 번은 '글씨를' 읽었고, 세번째에서야 제대로 읽었다. 이것은 정여울 작가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를 읽고 난 후의 일이었다. 정여울 작가가 소로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토닥였다면,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은 소로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사람, 자연, 관계 등을 치밀하고 섬세히 기록한 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관찰기 같기도 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을 읽는데, 우리가 지나는 이 시간의 소중함,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자연의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로와 함께 한 산책』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의 작가 역시 지친 마음으로 소로와의 산책에 발을 내디뎠다. 소란스러운 꿈에 잠을 설친 후 충동적으로 그 길을 따라 걷기로 한 것.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가 걸리든 삼 일이 걸리는 상관없었다(P.15)”라는 그는 헨리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제 나쁜 꿈을 꾸면 마음한테 그곳에 데려가 달라고 하세요(P.58)”라고 말할 수 있는 레아를 만난 덕분인지, 그의 여정이 박차를 가했기 때문인지 그의 마음이 더 차분해지고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나도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산책을 온전히 뒤따랐다. (사실 「월든」을 읽으며 느낀 '거리감'을 그 역시 종종 표현하기도 해 더욱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은 작가의 산책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여행 에세이이자 성장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방식이 변했어도, 과거의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것도 있고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그의 깨달음에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쉬이 나아지지 않는 마음의 병을 끌어안고 다시 헨리의 여정을 따라 걷는 그의 모습에서 분명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느끼기도 했다. 마음의 병을 고치고, 사랑을 시작한 후에도 헨리의 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야말로 인간에게 깨달음이 무엇인지, 그 걸음이 그에게 주었던 가르침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성장에세이라고 말하고 싶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의 걸음은 분명 그를 키웠고, 그를 치유했고,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가 걷는 곳이 어디든, 우리가 향하는 곳이 어디든 우리는 스스로의 이름으로 곧게 설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자연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늦은 팔월의 밤 강에서 소용돌이치는 반딧불이는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낮은 땅에 서 있을 때도, 고도는 높아진다. (P.286) 

이 리뷰는 그의 문장으로 마치기로 한다. 이 문장만큼 완벽히 이 책을 드러내는 말은 없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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