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몬스테라 지음 / 샘터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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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은 본래 프랑스어로 'mon cher'이다. 'mon'은 '나의', 'cher'는 '친애하는, 사랑하는 소중한 이'라는 뜻이다. 나는 단순히 피고인 누구가 아니라 1970년 이 세상에 온 사람에게 몰쉘의 마음으로 몽쉘을 주었다. 그저 과자이지만, 과자를 전해 받은 그가 세상에 어떤 한 사람은 자신의 앞날에 좋은 일이 많기를 간절히 소망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기를 바랐다. (p.186)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법은 정말 모두에게 공평한 것인지. 그렇다고 말하기엔 당장 뉴스만을 켜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는 소재가 넘쳐난다. 근래에는 '법의 테두리'에 벗어난 이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아서, 혹은 법을 '잘' 써먹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뉴스도 덜 보게 된다. 사실 『국선 변호인이 만난 사람들』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어쩜 세상에는 이렇게 힘든 사람이 많은지, 왜 이렇게 가난한 사람은 많은지, 왜 이렇게 자신의 권익조차 말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지 속이 상했다. 아마 꽤 많은 이들이 나처럼 속상한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선 변호인이 만난 사람들』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것은, 이 책이 도화선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닿아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몽쉘'이 될 수 있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몽쉘로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도, 기꺼이 내 자리에서 몽쉘이 되고 싶다.) 

 

『국선 변호인이 만난 사람들』은 '몬스테라'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익명의 국선변호사가 출간한 책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국선변호사들의 짠내나는 스토리들이, 그렇게 속상한 사건들이 다 과장된 일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연에 서글픈 마음이 든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서글픔만은 아니다. 한 명 한 명에게 전하는 몬스테라 변호사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래도 살만하구나, 희망이 전혀 없는 세상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된다. ( 아무래도 개인의 일신과 관계된 일을 하시다 보니 익명을 택하셨겠지만, 책에 등장하는 각각의 '주인공'들 만큼은 변호사님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지 않았을까.)

 

슬픈 이야기지만 오늘도 분명 누군가는 알지만 제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겠지만, 누군가는 몰라서 범죄를 저지르고, 혹은 먹고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몰랐다는 것이, 살고자 할 수 없이 했다는 것이 범죄를 옹호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몰라서 필요 이상의 벌을 받아서는 안되지 않나. 몰라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되지 않나. 그리고 그들에게도 한 명쯤은 '믿어주는 사람'도 있어도 괜찮지 않나, 하는 많은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이미 유명해진 책이라 꽤 늦은 리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고구마 같은 뉴스가 많은 세상에도 사이다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벅찬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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