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사의 코로나
임야비 지음 / 고유명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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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도? 신앙이란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건가? 머리를 턴다. 불순한 생각을 하면 된다.

엄마 머리맡에 놓인 작은 십자가 앞에서 서투른 기도를 올렸다. (p.137)

 

 

나는 원래 작가의 말이나 책 설명은 가장 마지막에 보는 편이다. 선입견을 품지 않기 위해서다. 일부러 수집하는 작가님들의 책을 제외하고는, 작가명도 일부러 보지 않고 시작한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아 역시 이 작가님!” 하는 경우도 있고, 깜짝 놀라는 예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책을 읽다 말고 중간에 책 설명을 찾아봤다. 소설인가, 하여. 그러나 이 책은 분명한 실화. 작가의 감정이 다소 포함되기는 했으나, 작가가 겪은 코로나 팩에 먹여 담긴 기록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의사의 코로나』는 의사였던 작가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포함한 코로나 환자들을 직접 경험한 기록들이다. 의사로서의 입장과 가족으로서의 입장,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한 사람으로의 입장이 켜켜이 쌓이는데, 그 문장들이 참으로 아팠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 '마스크 자율화' 시대에서 살아남은(?) 자들조차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세상. 『그 의사의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은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더 입체적인 느낌이었고, 더 감정적으로 읽게 되더라. 

 

『그 의사의 코로나』 작가는 코로나 펜데믹 속에 부모를 잃었다. 그 후 넣어두었던 의사 면허증을 다시 꺼내 코로나 의료봉사를 하며 부모를 잃은 피폐함을 치유해갔다고 했다. 물론 그는 중증환자들을 돌보았기에 그의 환자 중에는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도 있고, 일상으로 돌아간 분들도 있지만, 이 책 속에서는 그들 모두가 살아있다. 분량도 많은 편이고 감정의 고조가 크지 않은 문장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온 마음이 동요했다. 문장 속에 절제된 감정이 많이 들어있었고, 방호복 안의 전투를 벌인 강렬함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문장의 흐름은 소설처럼 쉬이 읽히지만, 책에 기록된 내용이 허구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에는 코로나 현장의 사투를 고스란히 느낄만한 부분이 꽤 많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실 분들께 감히 말씀드리자면, 되도록 감정을 섞지 마시길. 감정을 섞으면 코로나에 대한 대처상황이나 처치 등에 분노가 일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라 여러 번 분노하고, 눈물도 흘렸다. 

 

코로나 팬더믹 속 두세 달 차이로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를 잃은 사람, 누군가 홀로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사투하고 있단 말에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사람, 그리고 격리된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지독한 탁상행정과 싸워야 했던 사람. 이 세 문장이 같은 사람을 가리키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세 문장의 교집합에 놓인 사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덮고 나니, 어쩌면 이보다 더 어려운 조건문의 교집합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팬더믹은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었으니. 

 

얼마 전 읽었던 한 책에서 코로나는 인간의 오만에서 온 바이러스라고 했다. 물론 그 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것을 타산지석 삼아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행정도 안되고. 『그 의사의 코로나』에 그가 남긴 기록은 코로나의 최전선이자 가족의 애잔한 편지고, 3년간의 우리다. 정말 우리가 벗어던져야 할 것은 마스크뿐인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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