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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
도몬 후유지 지음, 이정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5월
평점 :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통제하면 오다 노부나가 님 같은 결과를 맞게 돼. 역시 여러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집단 지도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어.'
'때로는 자신이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비정하게 전체를 정리할 수 있는 근성이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p.226~227)
어떤 위기에 빠지더라도 신뢰를 잃는 일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다이묘에게는 급여를 적게 주었고, 반대로 급여를 많이 받는 자에게는 요직을 주지 않았다.
무공을 세우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주군에게 진언하는 일이다. (p.23~28 중 발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종종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읽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심리학이나 취미생활 등에 관련된 서적이 주를 이루었다. 가장 피한 일본 도서는 일본의 '위인'에 관련한 책이었는데, 그 이유는 굳이 적지 않아도 나를 알아 온 많은 분이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그런 연유로 '책 좀 읽는다'라는 사람들이 다 읽었다는 '대망'도 안 읽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일본 관점에서 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망을 읽지 않은 것은 후회한 적 없으나 전쟁 자체도 반대하였을뿐더러 전쟁에 대한 반성의 태도까지 보였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것은 궁금한 마음이 들 때도 있기는 했다.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를 다루는 소설로 주 등장인물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러던 찰나 우연히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이라는 책을 선물 받게 되었다. 물론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그가 왜 일본 CEO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계자 유형 1위인지, 왜 그의 신뢰도를 그리 높이들 평가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조직경영에 초점을 둔 책으로 신뢰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집요함과 집중력으로 기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파악하고, 후계자를 선택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기록한다. 다소 신격화되어있는 인물이었기의 모든 기록이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신의를 가장 중점에 두고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점이나 권력과 부를 동시에 쥐여주는 우두머리가 아니었던 점, 자신의 욕심이나 애호도 보다는 공공의 이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후계자를 선택한 점 등이 매우 인상 깊게 느껴졌다. 현대의 정치를 보더라도 야망을 가진 사람이 이성적이기 쉽지 않은데 그는 드물게 그 두 가지를 손에 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조금 웃겼던 부분은 일본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자신의 경영 모토나, 희망하는 후계자 유형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위를 차지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 까닭이 그의 출신성분 때문인지 사실은 그가 이룬 것들을 자신들도 떳떳해 하지 못함인지 알 수 없지만 결국 후대에 남는 것은 올바른 정신과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사전정보가 많지 않아도 단락이 매우 짧게 나누어져 있고 문장의 호흡도 짧은 편이라 이해에 어려움이 없었고, 작가의 영향인지 역자의 영향인지 알 수 없지만 거의 모든 단락이 주제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좋은 책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경영서가 많지만, “권력을 가진 이는 급여가 적고, 급여가 많으면 요직에 두지 않았다”라는 말은 책을 덮고 나서도 잊히지 않았다. 현대에도 저런 기준으로 누군가를 '임명'하고 선출한다면 부정부패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