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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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후 후일담도 들려왔다. 바퀴벌레 전시를 본 후 '집에서 바퀴벌레를 뭉개버렸는데 아이가 울더라'라는 에피소드였다. 바퀴벌레가 가여워서 울었다는 얘기, 키우려고 했는데 죽어서 울었다는 얘기, 바퀴벌레를 한 마리의 생명으로 여겨준 그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이 전시를 기획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P.111)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라니! 그것도 부족해서 애완용 바퀴벌레 이야기라니! 세상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생명체 중 쥐와 용호상박을 이루는 것이 바퀴벌레 아닌가. 바퀴벌레는커녕 개미도 무서워하는 곤충기피자로서는 솔직히 제목만으로도 '끔찍한' 책이었다. 읽을지 말지를 백번 정도 고민했지만 '알고 나면 끔찍한 느낌이 싹 사라진다'라는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래, 알고 나면 덜 무섭겠지, 덜 끔찍하겠지. 읽다가 징그러우면 덮어버리자. 이게 이 책을 향한 내 마음이었다.

 

10장 정도 읽었을 때, 나도 생각했다. 난 왜 바퀴벌레가 유독 더 싫은가. 물론 나는 곤충 자체를 무척이나 무서워하는데, 왜 유독 바퀴벌레는 더 싫은가? 더러운 곳에 살아서?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는 해충이라서? 한 마리만 보여도 수백만 마리가 숨어있어서? 그런데 그것이 정말 입증된 사실일까? 지구 멸망 시에 바퀴가 살아있는 것은 누가 증명할 수 있지? 

 

이 책을 읽다 보니 지구가 멸망에도 바퀴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들이 '분해자'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낙엽이나 과일, 동물의 배설물 등을 먹기에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에 의하면 바퀴벌레 같은 분해자가 없다면 지구가 썩은 나무 등으로 넘쳐나고 결국 새싹을 틀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지구가 살아갈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나의 편견 하나가 무너지게 된다. 바퀴벌레는 정말 완벽하게 해충인가. 그리고 책에 의하면 바퀴벌레는 습하고 더러운 곳이 아니라 곤충이 살기 좋은 곳에 산다고 하니 더러운 곳에 산다는 나의 편견도 무너졌다. 그리고 바퀴벌레를 둘러싼 수많은 괴담도 작가는 '모두 그렇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해충 방역업체가 소문냈을지도 모를 '바퀴벌레는 한 마리가 보여도 수백 마리가 숨어있다'라는 말은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집의 생태환경에 따라 다른 것일 뿐, 바퀴벌레는 무리 지어 알을 생산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내가 가졌던 편견들은 이 책을 반도 읽지 않을 무렵 깨져버렸다. 

 

물론 책을 다 읽을 동안에도 작가처럼 바퀴벌레가 귀여워 보인다거나 사육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완전히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바퀴벌레에게 꽤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어쩌면 바퀴벌레와 닮은 수많은 다른 벌레까지 혐오하고 싫어해 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바퀴벌레 하나에 꽂혀서 바퀴벌레 연구, 바퀴벌레 전시, 결국 신종바퀴벌레까지 발견한 과학자가 된 작가의 엉뚱함과 끈기에 놀라움이 느껴졌다. 사람이 뭐 하나에 성공하려면 이 정도의 끈기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작가의 의도처럼 내가 바퀴벌레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편견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집단의 미움이 얼마나 많은 소문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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