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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앵무새 로봇 - 2023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5 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 ㅣ 어린이책봄 3
신원미 지음, 양정아 그림 / 봄개울 / 2023년 2월
평점 :

여기는 오솔길 마을 12번지. 앵무새 로봇 대원의 알림으로 할머니 구조 완료! (p.60)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아이는 증조할머니를 만났다. 세월이 좋아져 증조할머니가 있는 아이들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는 99세의 아빠의 외할머니 연세를 늘 신기해했다. (내년에 받으시게 될 대통령의 지팡이를 구경시켜달라는 예약도 잊지 않았음)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 아이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한 것은 할머니의 연세가 아닌 '119도움벨'이었다. 벽에 119 마크와 붙어있는 하얀 버튼을 누르면 119안전센터와 연결이 되고, 응답이 없으면 119 요원들이 출동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라워하면서도 다행이라고 몇 번이나 안내문을 읽더라.
봄개울의 신간 동화 <내 동생의 앵무새 로봇>은 이 119 안전벨처럼 독거노인을 지켜주는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로봇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까망이라는 강아지도 함께 등장하여 사람과 반려동물, 그리고 반려로 로봇(혹은 안전벨)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반려견 까망이가 새로 등장한 반려동물(로 착각한 로봇) 까꿍이를 괴롭히고 미워하지만, 결국에는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짜 가족이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동시에 선물한다. 물론 가족들이 다 함께 사는 모습이 가장 행복한 모습이겠지만, 현실이 반영된 실질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우리 아이뿐 아니라 많은 아이가 혼자 사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계실 터이기에 이런 동화가 아이들이 실제 '앵무새 로봇'을 발명할 상상력을 키울 수 있게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혼자 사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많아지셨는지, 그런 분들이 건강을 유지하며 사실 수 있는 제도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고, 어떤 시스템이 개발되면 더욱 안전하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을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나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반려동물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이 책이 그저 단순한 동화를 넘어 현실을 반영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에 감탄했다.
<내 동생은 앵무새 로봇>을 읽으며 몇 년쯤 지나면 119도움벨이 아닌 앵무새 로봇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지켜드릴 수 있는지, 왕 할머니 집에도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되는지 몇 번이나 묻는 아이를 보며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여전히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자라고 있구나 싶어 안도가 되었다. 반려동물이나 반려 로봇 등 미래에는 우리 가족이 될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미래의 가족 형태에 대해서도 상상해볼 수 있는 감동적이고도 학습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