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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하늘 - 빌딩 사이로 보이는 별빛을 찾아서
김성환 지음 / 오르트 / 2023년 1월
평점 :

꼭 마음먹고 한적한 곳으로 별을 보러 가거나 천문대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도시에 있을 때도 우주는 변함없이 우리 머리 위에 있으니까요. 어디든 고개만 들면 우리는 우주를 볼 수 있어요. (p.229)
새벽별을 보며 출근해 한밤중의 별을 보며 퇴근한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 번쯤은 뱉어본 말일 터다. 하지만 이 말은 노동이 길다는 의미일 뿐 정말 별을 봤다는 것은 아닌데, 진짜 별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다수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도시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가로등이나 건물 불빛 등으로 도시에서 별을 보기가 쉽지 않아, 시골에 가면 별이 '많다'라고 느껴지기까지 하니까. 그런데 정말 시골에 별이 더 많을까?
당연하게도 이는 틀린 말이다. 이 말이 맞으려면 저 먼 우주의 별님들이 지구를 내려다보며 “야, 여기는 도시야. 애들이 우리를 못 보니까 시골로 옮기자. 자, 이쯤이면 되겠지?” 하며 옮겨 다녀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 뿐, 별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빌딩 사이로 별빛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도시의 밤하늘>을 만나면 도시나 시골이나 다 '우주'가 된다.
서정적인 에세이가 담겨있을 것 같은 표지의 <도시의 밤하늘>은 밤하늘 가이드북이다. 별이 하늘에 그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어떤 에세이보다 서정적인 책. 우리가 수많은 천문학 도서에서 만났던 별자리 대부분은 우리의 하늘에서 만나기 어렵다. 그 모양을 유추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빌딩 등에 가려 온전한 모양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 책이 유달리 반가웠던 것은 이 책에 소개된 별자리는 실제 우리나라의 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의 모양, 우리의 계절에 맞춰진 별자리를 이야기해준다는 것.
이 책을 만나고 나면 아이가 “엄마 저건 무슨 별자리야?” 물을 때 '정답'을 말해줄 수 있다. 여친의 질문에도 “네 눈이 더 반짝거려서 별이 안 보이네” 등의 개(!)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한결같은 북극성을 가리키며 “나는 북극곰처럼 늘 한결같이 네 옆에 있어” 등의 사랑 고백도 가능해진다.
이 책이 단순히 별자리의 위치만 알려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계절별 별자리를 공부하고 나면 그 별자리를 바탕으로 찾을 수 있는 성단과 성운, 은하 등에서도 알려준다. 물론 천체망원경이 없이는 쉬이 관찰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우리는 하늘을 보며 저 어딘가에 처녀자리의 은하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지구의 형제들, 달의 변화, 별똥별이나 유성우에 대해서도 다양한 상식을 무척이나 쉽게 설명해주니 '한국형 별자리'에 대해 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덮고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껏 봐온 수많은 천문학책에서처럼 선명한 별자리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성운이나 성단을 볼 수도 없었지만 내 머리 위 어딘가에 별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별을 다 찾지 못해도 좋다. 지친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한결같이 그 자리에 이어주는 북극성 하나로도 우리는 큰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도시의 밤하늘도, 시골의 밤하늘처럼 별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