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일리아스 - 트로이의 노래 한빛비즈 교양툰 22
동사원형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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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시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 헥토르를 돌려주겠소.

아킬레우스는 그렇게 안식을 되찾았다. 살육이 아닌 용서로. 

 

우리는 대체 왜 일리아스를 읽어야 할까. 

옛것을 모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옛것으로부터 어떻게 변화왔고 우리 안의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는가를 지표삼아 지금의 혼란한 현실을 더 잘 헤쳐 나가자는 뜻이다. (p.363~379 발췌)

 

 

한빛비즈의 교양툰으로 만난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는 내가 읽은 여섯 번째 일리아스다. 세로쓰기로 한자가 섞인 일리아스부터 벽돌보다 더 두꺼운 일리아스까지 여러 버전의 일리아스를 읽었는데, 가장 쉽고 재미있는 일리아스를 고르라면 고민도 없이 이 책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만화로 구성되다 보니 벽돌 착안에 들어있는 내용이 모두 다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있어야 할 유익한 내용은 다 있고, 거기에 재미까지 더해두었으니 말이다. 

 

<만화로 읽는 일리아스> 표지에는 '일리아스를 처음 읽는다면 이 책!'이라고 적혀있지만, 여기에 한마디를 더하자면 '일리아스를 마지막으로 읽을 때도 이 책!'이라고 적고 싶다. 고전 읽기가 좋아서, 일리아스가 너무 재미있어서, 신이나 인물들의 성격이나 특징이 흥미로워서 계속 읽어오던 일리아스를 이제 그만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책보다 재미있는 일리아스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리스로마 신화가 이토록 오랜 세월 우리에게 읽힌 까닭이 인간이 가진 욕망과 분노 등을 가진 신들의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사람이 가지고 싶은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모습이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그래서 신들의 마음을 엿보고, 신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만날 때마다 웃음이 나기도 했고,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만화로 표현되다 보니 분노도 재미도 더욱 크게 표현되고,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더 큰 공감과 몰입을 느낄 수 있는 것.

 

그림체도 몹시나 훌륭하다. <로마의 딸>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대 벽화나 의상 등을 감상하는 자체가 큰 재미일뿐더러, 각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뛰어나다. 이 한 권의 책에 명랑만화에서 만날 수 있는 익살스러움과 예술 그 자체의 일러스트를 동시에 담아내어 독자들은 빠른 장면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눈 호강을 하기도 하는 것. 나 역시 어떤 장면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듯 빠르게, 어떤 장면은 한참이나 멍하게 바라보며, 책을 제대로 즐겼다. 

 

작가님 자체도 <고대 서양사>에 한 우물을 파는 분이기도 하고, 감수한 강대진 교수님 역시 소위 '그리스신화 덕후'이기에 이 책의 완성도는 더욱 높다. 상단에 인용한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만화책에서 이런 감동을 해도 되나 싶을 만큼 찡했고. 내용이면 내용, 그림이면 그림. 무엇하나 빠짐이 없어 '역시 교양툰!'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일리아스를 더이상은 읽지 않아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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