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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 일본 원자력 발전의 수상한 역사와 후쿠시마 대재앙
앤드류 레더바로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1월
평점 :

나카소네는 '평화를 위한 원자력'아 놓쳐서는 안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알았다. 요동치는 환율의 변덕이 없다면, 그리고 공장과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수백만 톤의 석탄과 석유를 수입하는 막대한 비용도 없다면, 일본은 빠르게 회복하고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말년에 “아이젠하워가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일본은 뒤처질 수 없다. 원자력이 다음 시대를 정의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p.59)
근 1년 사이, 후쿠시마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읽은 것 같다. 같은 내용을 여러 권 읽으면 지겹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기는 하지만, 같은 주제로 모두 다른 각도의 이야기를 하여(역사서를 읽는 이유 중 하나다. 같은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만나며 내 생각을 정리하게 된달까) 오히려 다채롭다는 느낌이었다. 후쿠시마 폭발 자체를 상세히 기록한 책, 후쿠시마를 둘러싼 세계적 정황에 관해 기록한 책을 읽은 후 만난 이번 '후쿠시마'는 일본 내부의 성장과 상황들을 매우 자세히 기록한다. 원자폭탄 피폭국에서 원자력발전을 통한 에너지자립을 꿈꾸는 일본의 역사와 현재를 매우 체계적으로 기록한 '후쿠시마'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이 책의 저자 앤드류 레더바로우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건의 최고 전문가로 불린다. 나 역시 저자가 기록한 '체르노빌'에 대해 읽었기에 이 책이 더욱 궁금했다. 체르노빌을 참혹할 만큼 생생하게 담아낸 이의 눈에서 바라본 후쿠시마를 읽으며 나는 또 한 번 인간의 탐욕을 발견하고 암담한 심정이 되었다. 감정이 배제되었으나, 오히려 덤덤해서 더 격앙되게 만드는 그의 문체를 통해 지진과 쓰나미라는 그늘에 가려진 후쿠시마, 사건은 있었으나 책임은 없던 후쿠시마의 민낯은, 어쩌면 전 세계인 모두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거리임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메이지 유신으로 시작하여 도쿄전력, 노벨상을 받은 니시나 요시오 등 일본의 전력에 대한 욕구와 방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계적 변화를 주시하던 일본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원자력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후쿠시마에 들어선 도쿄전력 자력 1호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고 발전하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기록된다. 이 과정에서 기록된 방사선 피폭 환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고생은 무겁게 마음을 짓누른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이후에도 일본의 대다수 여론은 '원자력 포기'가 아닌 '원자력의 안전한 발전'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 놀라웠고, 이로 인해 일본의 원자력이 안전과 발전을 유지하며, 일본의 자긍심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점 역시 어쩌면 당연한 인과관계를 이루었던 듯하다.
이야기가 절정으로 향하며 표면적으로는 쓰나미와 지진, 그러나 사실은 인간의 욕망이 일본과 후쿠시마를 뒤덮는다. 증거조작을 위해 피폭 노동자들에게 한 장기 적출이나 빗자루로 만들어진 '가짜 뼈' 등은 그들의 '잔혹성'은 우리 민족을 핍박한 '야만인' 시절에 머물러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고, 그들이 가지는 특유의 '민족 자긍심'은 대체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지 분노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시절 지난 분노는 아무런 역할을 갖지 못하는 법. 책의 후반부터 기록되는 재난의 복합성, 안전에 대한 인식, 피난민들의 모습과 현실, 정치와 법적 결과 등에 대해서 우리는 더욱 자세히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고, 다른 희생자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견해가 더욱 궁금했으나, 400페이지에 달하는 촘촘히 사건 전개에 간단한 작가의 생각 정리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러나 어쩌면 작가의 생각이나 감정이 배제된 덕분에 사건이 더 객관적으로 진행되고, 독자는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을 가장 잘 소화하는 방법은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직도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등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후쿠시마 사건을 포함한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인재'에서 비롯됨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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