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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임이랑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8월
평점 :

불안에 싸여 살아내는 일상을 마치 아이를 데리고 함께 다녀야 하는 일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불안을 데리고 있어야 하니 음악을 들을 수 없어. 불안을 안심시켜야 하니 커피를 그만 마시는 게 좋겠어. 불안과 함께 하는 중이니 공포영화는 다음에 봐야겠어. 불안을 재워야 할 시간이니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겠어.
(...)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와 내 불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p.14~15)
처음에는 책 제목에 의아했다.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그러나 곱씹으니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라는 말인가 싶어졌다. 우리는 꽤 많이 불안해하고, 불안을 만들어내고, 불안과 더불어 살아간다. 때로는 불안해서 불안한지, 불안하지 않아서 불안한지 헷갈릴 만큼. 그런데 그 불안을 차라리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하루는 꽤 달라질까.
20페이지도 채 넘기기 전에 궁금증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나의 물음처럼, 저자는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음에 받아들이고 한층 편안하게 느꼈다는 것. 문득, 정말 불안을 아이처럼 데리고 다니며 보살피면 정말 덜 불안해지지 않을까 싶어졌다. 아는 아픔은 예상할 수 있으니 덜 슬픈 것처럼 말이다. 그 해답을 찾고자 그의 문장에 빠져들어 단숨에 한 권을 다 읽도록 엉덩이를 떼지 못했다. 작가의 책은 두 번째인데 한층 풍요롭다는 느낌이 가득했고, 공감하며 더불어 나도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라는 문장에서 힘이 났다. 나는 괜찮은데도 남들이 괜찮냐는 물음에 안 괜찮은 척해야 하는지, 더 괜찮은 척 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스스로 '그때도 지금도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라고 당당하고 온전히 '나 스스로'가 돼보자고 나를 응원해주었다. 내 마음 어딘가를 둥둥 떠다니던 마음들을, 작가가 가지런히 정리해준 기분이 이걸까. 작가의 문장에서 평안을, 안도를 얻었다.
이 책은 나처럼 까만 밤에 홀로 앉아 읽는 것도 너무 좋지만, 가방에 넣어 다니며 라디오 사연을 듣듯 한두 구절씩 아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잠 못 든 어느 밤에는 있는 힘껏 닿아주는 사람으로, 어떤 날에는 자신의 허술함을 들어 당신의 허술함을 덮어주는 사람으로, 어떤 날에는 멋들어진 사인에 기뻐하는 아이 같은 사람으로, 어떤 날에는 '그런데도' 귀한 사람으로 당신을 만나러 와줄 테니 말이다.
'자주 외롭고 가끔은 울지만 그래도 힘을 내려는 당신. 퇴근길의 지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당신. 나는 매일의 당신을 상상하며 늘 당신에게 감사한다.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