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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Trust - 신뢰는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벤저민 호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7월
평점 :

신뢰성을 보여줄 기회가 없으면 신뢰도 싹틀 수 없다. (p.294)
우리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며 취향이 비슷하면 다른 면에서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p.321)
이 책을 어느 분류에 넣는 것이 좋을까? 출판사는 이 책을 경제경영 분야의 마케팅 트렌드 서적으로 분류했으나 나는 그 폭이 다소 좁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 범위를 넘어 '신뢰'라는 것이 우리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부터 신뢰가 경제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각을 선사한다. '신뢰'. 우리는 이 단어를 무척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하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알던 신뢰가 얼마나 좁은 범위였는지 생각했다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신뢰'라는 단어가 그저 누군가를 믿고, 누군가와 마음을 교류하는 선을 벗어나 대부분의 것에 적용될 수 있는 이 단어를 깊이 이해보고자 노력하다 보니 나의 시각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또 작가의 문장력에 풍덩 빠져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제, 경영 용어도 익히게 되었다는 것도 분명하고. 이 책은 쉬운 내용만을 다룬 것은 아니나 책의 표지만큼이나 깔끔한 문장으로 술술 읽을 수 있고, 무겁지 않게 읽으면서도 꽤 묵직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책이다.
좋든 나쁘든 SNS는 우리가 보는 뉴스와 정보를 바꿔놓았다. 그 선택이 잘못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 어떤 정보가 틀렸다는 판단이 들더라도 다른 사람 두세 명이 그것을 지지하는 걸 보면 자신도 그 정보를 퍼트린다.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는 것이다. (p.119)
개인적으로 '사과와 비난'이라는 영역이 마음에 남기는 내용이 많았다. 의료사고 등에서 진심 어린 사과는 아무런 결과도 도출될 수 없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은 사과가 수반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던 내게 신선한 시각이기도 했는데, 사과가 진정한 신뢰를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그것도 경제적인 기반이나 경영적 운영이 포함될 수 있음이 낯설고도 놀라웠다. “신뢰 행위에는 협력의 기회와 위험의 감수가 수반된다. (p.242)”는 작가의 말처럼 신뢰가 미치는 영역이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경제경영서라면서 신뢰? 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내가 신뢰라는 개념을 얼마나 좁게 가지고 있었는지, 현대의 경제에 얼마나 많은 '신뢰'가 숨어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무너지면 그 관계가 유지될 수 없듯 직장이나 브랜드, 투자, 결제 등에서도 신뢰가 무너지면 관계가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신뢰가 수반되지 않은 지출은, 지출을 상응할 수 있는 신뢰 관계 (더 큰 값을 가지는 신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낯선 시각의 시작이었으나, 결론적으로는 내 마음 안에 있던 큰 전구를 켠 책, 그러면서도 새로운 개념을 내게 심어준 놀라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