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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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아둔 것들은 결국에는 다 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밤의 지하철에서 마주 보고 앉은 너를 기억한다. 바깥 풍경을 보는 척, 역시 한강은 어두워졌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헛소리를 하면서. 수면 위에 비친 가로등이 만든 가짜 윤슬이 쉽게 잊히지 않는 것이다. (p.60)

책 제목이 이토록 알 것 같은 이유는 뭘까. 문법적으로는 분명 틀린 말일 텐데,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이해했다.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이런 시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마 모두 그런 순간들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기에 이 제목이 이렇게 절절한 마음이 드는 것이겠지. 

 

단락 작가의 감상적인 글들을 모은 이 책은, 어떤 부분은 굉장히 감상적이고 어떤 부분은 말장난 같은 이야기들이 모여있다. 종종 글을 읽으며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의아한 부분이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를 찾아보고서 더욱 의아해졌다. 이토록 젊은, 한창 세상이 즐겁고 좋을 나이의 작가는 왜 벌써 이렇게 사는 게 고단해진 것일까 하고. '가슴 뛰는 일'이라는 대목을 읽으며 나는 작가가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어디에도 가지 않는 지금의 내가. 주어진 일만 어물어물 해내는 나는 누구도 가두지 않았지만 가두어져 있었다. (p.27)”는 작가가 이제 20대 초반의 아가씨였다니. 상실감이 나이를 보고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청춘들이 이렇게 상실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얼른 작가에게도 혼자여도 괜찮은,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응원했다.

 

사실 나는 작가가 누구인지 모른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내가 배우들의 얼굴을 잘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다. 언제인가 유명배우의 얼굴이 커다랗게 표지에 자리한 '잘생긴' 책을 읽고 '단편적 순간들을 만나고 마치 전부인 듯 기록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후 나도 모르게 얼굴이 알려진 이들의 글이 선입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선입견이 전혀 없이, 그저 그녀의 글만으로 그녀를 유추해보자면 감정의 결이 섬세하여 분명 연기도 그렇게 섬세하게 하는 배우가 아닐까, 상상해보게 되었다. 

 

돌아보면 나도 참 휘청이던 시간이 있었다. 지인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도, 겪을 때는 폭풍이고 태풍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책이었다. 그러나 분명, 그녀가 이런 말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지나왔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자신처럼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겠지. 그녀가 한글자 적은 위로를 나도 전해 받았다. 마음이 휘청이는,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 같은 누군가에게 이 책이 닿아 위로되어주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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