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분이 어때?
제이닌 샌더스 지음, 셰리 저메이징 그림, 최은하 옮김 / 갈락시아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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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감정 : 오늘 기분이 어때

 

혹시 그런 경험 없으세요? 내 기분을 나조차 잘 모르는 날. 아니면 나도 잘 모르는 내 감정을 내 주변 사람이 정확히 표현해주는 날. 또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오늘 네 기분이 지나가던 모르는 차에 물벼락을 맞고 너무 슬퍼서 고개 숙였다가 5만 원짜리 지폐 줍게 된 기분이구나.”라는 둥 '본인도 모르는 보인 마음'을 표현해주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른인 우리보다 아이들은 이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기일 때에는 그저 배부르고, 엉덩이가 보송하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 등에서 일차원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자랄수록 배는 부르지만, 입이 심심한 기분, 엉덩이는 보송하나 내 기분은 보송하지 않은 기분 등으로 확장해가는 감정을 배워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표현력은 아이들이 감정을 느끼는 것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아서, 고집을 부리거나 말도 안 되는 “행패”을 부리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그 시기를 '미운 4살', 혹은 '미운 7살'이라고 부르고요. 

 

갈락시아스에서 나온 책들은 대체로 아이들의 감정에 귀를 기울인 책이라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지만 역시 최고는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변하는 것을 직접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함으로써 감성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부정적이나 폭력적으로 이를 표출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조차도 못하면 마음에 병에 걸리고 말죠. 이 책이야말로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내보일 수 있는 책이라 고마운 마음조차 듭니다.

 

먼저 일러스트를 소개할게요.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표정이 등장합니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보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유추해볼 수 있어요. “이 사람의 기분은 어떤 것 같아”라는 문장은 매우 쉬운 말이지만, 사실은 이 문장은 표정도 읽고, 타인의 감정을 떠올려보기도 해 공감 능력향상에도 좋고, 감정을 단어로 끄집어 내야 하기 때문에 표현력에도 매우 도움을 줍니다. 또 이 그림책의 일러스트에는 날씨나 환경, 상황에 따른 감정도 유추해볼 수 있어 아이들이 막연하던 경험을 감정으로 연결 지어 볼 수 있습니다. “비가 와서 놀이터에 가지 못하는 기분”이 섭섭하고 우울한, 또는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내용 면에서도 참 좋습니다. 정말 다양한 감정을 아주 여러 가지로 표현해줘요. 기분이 오래 지속하기도 하고, 금방 사그라들기도 함을 표현해주기도 하고, 색깔로 기분을 나타내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그림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 이게 이런 감정이구나- 하고 느끼고 나면 직접 언어로 표현하게 돕습니다. 오늘의 기분이 어떤 색인지, 얼마나 큰 감정인지, 어떤 촉감일지 말로 표현하게 도와줍니다. 우리 집에서는 거의 매일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매우 섬세한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여러 아이의 표정 변화를 그린 페이지입니다. 이 페이지의 아이를 따라 표정을 지어보기도 하고, 아이의 감정을 이야기해보기도 하죠. 책에 제시된 단어와 같아도 좋고 같지 않아도 좋습니다. 우리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매우 섬세히 표현할 수 있다는 자체가 매우 멋진 일이니까요. 

 

저처럼 아이와 늘 수다를 떠는 엄마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각각의 페이지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활용지침이 포함되어 있기에, 아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부모님도 얼마든 아이의 마음에 들어줄 수 있답니다.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아이가 아플 일이 사라집니다. 아이가 투정을 부릴 일이 사라집니다. 아이가 슬프거나 좌절하는 순간이 짧아집니다. 오늘, 아이에게 물어봐 주세요.

“오늘, 기분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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