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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누구야? ㅣ 팜파스 그림책 9
김연주 지음 / 팜파스 / 2022년 5월
평점 :

오늘 소개할 책은 익살 넘치는 표지 덕분에, 책을 만나기도 전부터 궁금했던 “쟤는 누구야?”입니다. 제목처럼 두더지일까, 여우일까- 예상조차 할 수 없던 이 책을 실물로 만나니 역시나, 표지부터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꽃 아우라에 부끄러운 듯 서 있는 “정체불명의 동물”은 심지어 부끄러워하기까지 합니다. 나무에 숨은 다른 동물들처럼 나도 같이 “쟤는 누구야?” 하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습니다. (실제 주인공 바바는 카피바라라는 종이라고 합니다. 카피바라 :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설치류)
맙소사! 이 책은 그림책이야, 애니메이션이야? 페이지를 꽉 채우는 귀여움 가득한 일러스트에는 저마다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동물들이 가득합니다. 각 페이지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집, 학교, 이불이나 채소 등의 모양이 어찌나 귀여운지 그대로 똑똑 때다 집을 장식하고 싶을 정도. 더욱 놀라운 것은 손톱만 하게 그려진 동물들의 얼굴도 저마다 모두 다르고, 각기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행동을 취하고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 집 꼬마는 이 책을 펼쳐 들고 3시간이 넘게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표정을 관찰하고,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하고 노는지 살피며 즐거워했으니 얼마나 귀여운 책인지 예상이 될까요? (엄마, 이거 봐. 어머 고슴도치가 커피를 마셔~ 엄마 돼지는 교실에서도 뭘 계속 먹어~ 엄마 누구는 어쩌고 엄마 얘는 저쩌고~)
신기하게도 문장 대신 전부 대사로만 이루어진 이 책은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모두 담은 듯합니다. 아이가 보고 싶은 페이지는 계속 머물러 볼 수 있으면서도, 대사가 가득하다 보니 생동감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각 동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관찰하여 다양한 기분이나 감정을 예상할 수 있고, 말주머니와 생각주머니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우리 꼬마는 “표정 밖에도 표정이 있어요” 라며 동물들 주변에 그려진 놀라는 번개, 물음표, 땀방울, 음표 등을 매우 세세히 관찰하고 재미있어 했답니다. (당연히 자신의 그림에 반영하기도 했죠.) 영유아기 그림책에서 이제 학습만화나 문고로 옮겨가야 할 아이들에게는 다리 같은 역할로, 더 어린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의 그림책으로 더없이 좋은 페이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익살스러운 일러스트가 전부냐. 그랬다면 소개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내용 면도 너무 좋아요. 특히 낯선 곳에 새로 적응해야 하는 신학기나, 전학 등의 상황에 노출해주면 너무 좋을 듯하고, 반대로 낯선 상황에 처한 친구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너무 좋아서, 이런 책은 교실에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 바바(쟤)의 감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다가 이내 어색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변하고, 원래 살던 곳과 원래의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엄마·아빠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한 친구가 토끼가 내밀어 준 덕분에 새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자신이 살던 곳에 관해 이야기하며 서서히 친구들과 가까워지죠. 그렇게 바바는 원래 그곳에 살던 아이처럼 친구들과 더없이 친한 사이가 되고, 새로 전학 온 친구 코알라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까지 할 정도로 마을에 적응하게 됩니다.
친구들 감정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른들의 수군거림에 동조하고, 수줍어하는 바바를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살짝 거리를 두기도 하죠. 그러나 이내 스스럼없이 바바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다가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죠. 이 부분을 살피면서는 어른들이 얼마나 입조심을 해야 하는지 살짝 생각해보았답니다 ^^:
'적응'은 아이도 어른도 너무 힘든 일입니다. 아마 좁은 인간관계와 세상을 유지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그 스트레스가 더 클 테고요. 이사나 전학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어쩌면 매 순간이 적응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위트 가득한 책으로 아이와 즐겁게 수다를 떨고 나면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아이들처럼 “귀염뽀작”이라는 단어를 절로 떠올리게 한 그림책, “쟤는 누구야?”였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그림마다 동물들이나 배경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보아요.
2. 생각 주머니만 있는 동물은 말 주머니를, 말 주머니만 있는 동물은 생각주머니를 만들어보아요.
3. 낯선 곳에 대한 적응, 신학기나 전학 온 친구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