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한국사 - 동아시아를 뒤흔든 냉전과 열전의 순간들
안정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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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를 늘리고 농업 생산량을 늘리려면 많은 농민이 필요했다. 오랜 전쟁으로 이미 많은 주민이 죽거나 고향을 떠나버린 농경지에 새로운 사람을 들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p.93) /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했던가. (...) 혹자는 박쥐 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할지 모르나, 누군가는 '생존'이라는 궁금의 꿈을 이뤄낸 대단한 망명객이라 평가하지 않을까. (p.98)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이런 남자랑 맥주 한 잔 먹으며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고. 의미 없는 생각을 고이 접어두며 꽤 의미 없는 생각으로 전환했다. 내가 더 열심히 역사 공부를 해서,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해줘야지. 맞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주 재미있다”다. 내가 역사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진짜 역사서를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다고 할 거다. 자신 있게 “강력추천도서”라고 써놓고 나의 독서감상문을 시작해본다.

 

 

한국사회의 역사 인식과 교육은 '다문화사회'라는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지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사 교육체계는 폐쇄적 혈연 의식과 인종적 편견을 지양하는 국경 없는 교육을 실행하고 있을까. (p.144) 

 

이 책은 문장 자체가 매끄럽고 조리 있어 술술 읽히는 것도 장점이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읽어낸다. 단순히 승자와 패자를 벗어나 상황을 보여주고, 살짝 비켜낸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한다. 그래서 마치 이야기를 한 편 듣는 것 같다. 유튜브 등에서 맛있게 역사를 이야기하는 이야기꾼 영상을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다. 매우 다양한 사료들이 녹아있어 쉽게 읽었는데 남는 것은 꽤 묵직하다. 이런 책이야말로 시리즈로 계속 출간되어, 아이들의 실질적인 “재미있는 역사 공부 책”으로 사용되면 좋겠다. 

 

풍덩 빠져 책을 읽다가 종종 날카로운 문장들을 만나곤 했는데 그 문장들을 통해 현재의 순간들을 떠올려보기도 했고, 과거의 역사를 학습하고 그것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도 많이 생각했다. 그러한 시각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내가 그래도 처음 역사서를 펼치던 때보다는 성장해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평생의 노력을 통해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p.174) 

 

요즈음의 동아시아 정세를 놓고 보면 마치 예전의 그것과 같다는 느낌은 지나친 억측일까. “왜”가 중요한 나라로 인식되지 않았던 과거처럼 일본은 다소 비중이 줄어들고 중국과 러시아가 각종 이슈를 몰고 다니는 느낌. 그래서 요즈음의 나는 뉴스를 보며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는 것에 퍽 관심이 많다. 나의 편협한 시선은 모두 틀린 것일지는 모르나 적어도 과거의 역사가 “그저 지나간 것을 학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오늘을 잘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냉정하게 되짚어보면서 현재 동아시아 각국 정상들의 웃음 뒤에 숨겨진 치열한 이해타산과 그 밑바닥의 욕망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안목이 더해지면 그만 (p.39)”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조금 더 너른 눈을 가지도록 더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우리가 부지런히 읽고 알아야, 큰 분들이 공든 탑을 쉬이 무너트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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