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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사랑’과 ‘마음’이 짝을 이루니 그 딸이 ‘기쁨’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다. (p.122)

그리스로마신화. 아마 책을 조금이라도 읽는 이들 중에는, 한번도 안 읽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읽은 사람도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매우 자주, 꽤 많이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었는데 이번처럼 깊게, 진지하게 읽은 것은 드문 일 같이 느껴진다.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풍덩 빠져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로마신화의 매력인가, 이윤기 소설가의 문장력 때문인가. 아무튼 이렇게 묵직한 책을 낑낑거리면서도, 팔목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내려놓지 못하고 매우 집중하여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전자든 후자든 분명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 미궁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도 그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신화와 미궁과 같다. (p.15)
- 자신을 알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을 향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p.31)
- 지금 신화라는 이름의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라. 일단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기 바란다. (p.17)

5권의 그리스로마신화를 묶어놓은 그리스로마신화. 한번에 이 모든 이야기를 하기에는 지면이 너무나 부족할 것 같기에 각 권으로 나누어 리뷰를 해보려 한다. 각 권은 또 어찌나 매력적으로 묶었는지, 1권을 읽어내는 데 순식간에 시간이 흐른 기분이었다. 군데군데 들어간 삽화도 매력적이라 지루할 틈도 없이 읽었다.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저자 이윤기가 쥐어준 열쇠를 들고, 그가 밀어주는 자전거에 앉아 신화를 향한 미궁에 빠져본다. 아 나의 상상력이여. 나를 저 즐겁고 깊은 곳으로 보내다오.
이치를 헤아리는 테미스 여신. 사실 다른 책에는 그녀를 이렇게 상세히 거론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렇게 이치를 헤아리고, 명명백백히 현상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았다. 어떤 책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성적인 부분만을 내세워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보다는 신화의 본질적인 것들을 거론하여 책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내 마음속의 신전을 찾는 일”이라는 그의 말처럼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신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것을 경험하고, 꿈꾸며 많은 세상을 만났다. 이 리뷰를 쓰는 지금, 사실은 이미 제 2권을 읽고 있다. 마지막 장을 읽는 동안 내 손목과 허리는 매우 아프겠지만, 나는 이 책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