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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엠보싱 - 무기력한 나날들 속에서
김민훈 지음 / 하모니북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판단하기엔 아직 일러.
조금만 기다려봐.
곧 답을 알게 될 거야! (p.13)

“이따금 찾아오는 이유 없는, 아니 이유가 물론 있겠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의문의 무력함은 어떻게 떨쳐낼 도리가 없다. (p.221)” 어떤 책인지를 둘러보려 휘릭 넘겨본 책의 한 페이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참 가만히 머물러 그 페이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 나에게도 이런 무력함이 있어. 나도 지금 이런 무기력함을 지나는 중이야 하고. 그러나 나 역시도 저자처럼, 슬픔이 나를 집어삼킬 만큼 대단히 힘든 상태까지는 아니기에 그저 담담히 이 책을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감정에 동요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사실 개인적으로는 여행에세이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에세이 류를 좋아하지만 굳이 여행에세이를 즐기지 않는 것은 그의 편견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라고 해두자. 하지만 이 책은 분명 다르다. 그냥 여행에세이가 아니라, 분명 무엇인가 강력한 무엇인가가 있는 글이다. 묵직하고 진한 글이다. 오히려 책머리에 그가 기록해둔 말처럼, 그의 기록이라는 말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었고, 감사하게도 큰 선물을 받았다.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은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나를 드디어 발견한 기분. (p.20)
- 여행은 이 삶의 도피처였을까? 응. 우연히 서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심지어 다행이라고, 도피처라도 찾은 게 어디냐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경험, 저 사람의 느낌들을 보다 보니 내 좁은 방에서 좌절하고 있기엔 단순히 도피처로 삼기엔 세상엔 매력적인 곳이 너무나 많았다. (p.53)
- 나는 나를 위해 살기로 다짐했다. 어쨌거나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기은 과거 내가 선택한 갈림길의 총체다. 이제부턴 내가 대장이야 꼬붕들아. (p.168)

사실 나는 요즘의 내가 참 싫었다. 힘이 든다는 이유로 주변사람들까지 힘겹게 만들고, 술에 의지하고,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것도 모르고, 선의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흔들고, 휘청거리고. 정말 내가 봐도 꼴사나운 모습으로 산다. 사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스스로 알면서도 나는 그랬다. 뒤늦은 사춘기를 정말 징그럽게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못난 나를 보는 것 같았고, 내 이야기를, 혹은 나를 보는 타인의, 또 아니라면 나처럼 휘둘리는 어떤 영혼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힘들고 속상하고 아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서히 일어서는 그를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맞다, 그는 일어섰다! 하는 마음이 되어 그를 응원하고 나를 응원했다.
사실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정말 우리의 삶에 엠보싱이 무엇인지, 그런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그러나 한가지 명확해진 생각은 분명 나만이 힘들어하고 나만이 휘둘리면서 살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휘둘린다고 하여 모두가 나처럼 마구 흔들리며 모든 것을 내려놓지도 않는다는 것도.
내일의 나는 또 아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만 힘들 것 같은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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