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0
다니엘 살미에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북극곰의 도서를 참 좋아한다. 

2018년에 출간된 26권의 그림책 중에서 14권을 샀고..

총 20권의 책을 읽었다. (도서관독서 포함)

 

우리아이도 북극곰의 책이 마음에 드는지

표지의 곰돌이 뒷통수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엄마 곰돌이 책 가지고 왔어요" 하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곰돌이책을 수십번 읽고, 또 읽었다.

특히 날씨가 추워진 후로는 더욱.

 

 

 

요즘은 그림책에도 기승전결이 있기도 하고

강약강약이 있는 책들도 종종 출간되기는 하나,

이 책은 그렇지는 않다.

 

이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약약약의 느낌이다.

그렇다고해서 재미없다거나 특징이 없단 말이 아니라,

잔잔하게 흐르는 느낌이다.

햇빛이 반짝반짝거리는 호숫가에서

한참이나 그대로 앉아 반짝이는 물빛을 보는 느낌이랄까.

 

 

각각 산책을 나온 아기곰과 늑대가 만난다.

우연히 만났고, 우연히 함께 걷는다.

 

 

둘은 기약없이 걸었다.

그저 조용히 온 몸의 감각만을 가득 채우며.

 

 

함께 호수에 다다랐을 때- 둘은 집으로 돌아가야한다고

기약없는 헤어짐을 한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며.

 

 

각자 원래 살던 곳에서 원래의 삶을 산다.

그렇게 겨울이 끝나고,

그들은 다시 초록의 숲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처음 만나던 날처럼

둘은 우연히 숲에서 서로를 다시 본다.

 

그리고 또다시 기약없이, 그저 이 순간을 오로지 즐기며

둘만의 산책을 한다.

온 몸의 감각을- 털에 닿는 공기의 감촉을

코에 느껴지는 자연의 향을 온전히 음미하며.

 

 

 

아이의 그림책치고는 강약이 너무 없다싶은가?

약간 그런 느낌이 있긴 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이에게 무엇을 설명할지 잠시 망설였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을 설명해야할까,

다시 봄이오는 자연의 섭리를 설명해야할까.

 

하지만 나는 끝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아무것도 대화하지않은

유일한 동화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무런 독후활동을 하지않은 책.

 

그러나, 시간이 지나 이 책은 저절로 독후활동이 되었다.

아이 스스로 이 책을 다시 가져온 어느날

"사랑하면 다시 만나요" 라고 말하는 걸 보면.

 

 

 

 

누군가를 꼭 한번만 다시 보고싶다고..

간절히 기다렸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약속하게도 기다림으로만 끝났고

내 아이의 말에서 난 갑자기 모든 걸 깨달았다.

다시 만나야한다는 강렬함이 내겐 없었다고,

다시 만날만큼 남은 것이 없었다는 걸.

 

그런 추억이 있다.

그 시간을 함께 한 사람보다는

그날의 날씨가, 그날 내 피부에 닿던 공기의 감촉이,

주변을 지나치던 소음이, 공기가 더 기억에 남는 추억.

 

내게도 그런 추억이 있다.

어쩌면 나는 그 날을 평생 기억할지도 모른다.

날씨로, 빗방울로, 노란 우산으로.

 

이 책은 딱 그런 책이다.

누군가의 가슴속에.. 그렇게 그리움으로 자리한 아득한 어느날같은.

 

 

 

책의 단점 : 기승전결이 없다.

                큰 교훈이나 학습주제가 있는 책은 아니다.

책의 장점 : 내내 잔잔하다.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도, 읽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하다.

                아득한 어느날 같은 추억을 선물해준다.

책의 활용 : 사실 우리집은 둑후활동을 하지않은 책이라 크게 기록할 말이 없으나

                곰과 늑대가 만난 배경,

                기분이 어땠을지 등을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조금 큰 아이들이라면

                눈이 오던 날 만났을 때와,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의 감정을

                비교하여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