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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유령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36
윤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평점 :
요새는 집 주변에 고양이, 강아지가 홀로 많이 돌아다닌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강아지는 무서워하고 고양이에는 열광한다. 고양이를 잡아와서 키우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들 키우는 것도 벅차다 느끼므로 가끔 먹이를 주고 있다. 집 앞에서 햇볕을 쬐고 가기도 하고 식빵 자세로 잠도 자기도 하고 살벌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다. 또 주변 농막에 숨어들어 새끼를 셋이나 낳고 먹이를 찾아서 들락거리는 엄마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들은 오늘도 사람 곁에서 새끼들을 낳으며 잘 살아가고 있다. 부담스럽지만 기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빵 유령 그림책을 아이들과 읽어보았다. 처음에 유령이 나오자 무섭지만 호기심이 강한 우리 집 첫째 아이, 공룡은 바로 집중모드, 둘째 아이, 고양이는 싫다 해서 달래며 끝까지 읽어줬다. 또 읽어달래서 또 읽어주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읽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첫째 공룡은 고양이 밥을 직접 챙겨서 가져다주기도 하고, 우리 집 둘째 고양이는 고양이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식빵 유령은 웅진주니어에서 출판했지만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생각된다. 고양이를 직접 기르고 있는 작가의 디테일이 잘 드러나 있고, 자칫 어두운 소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따뜻하게 풀어나가고 있어서 읽는 어른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어준다. 힐링이 된다고나 할까? 추운 겨울을 생각할 때 겨울 스포츠나 눈, 크리스마스를 생각한다면 참 밝고 활기찬 사람이다. 젊은 시절을 지나고 보니 겨울 하면 제일 먼저 춥기만 하다. 식빵 유령 책을 읽어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생각나고 내 맘도 따듯해지는 듯하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어른에게도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라서 배경지식이 없는 아이들은 식빵 유령과 고양이의 관계, 공동의 적을 물리치는 카타르시스에만 열광하는 듯하다. 재미로만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의 시각이 순수하고 지켜주고 싶다. 고양이를 보면 키우고 싶다고 잡으러 다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고양이들. 오늘도 우리 집에서는 고양이와 아이들의 술래잡기는 계속되고 상상력을 키우는 엄마의 책 읽어주기도 계속된다.
책 배경지식 없이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오는 이야기들을 통해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으로 모든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좀 더 따듯한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