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피케틀] 늘상 그랬던 것처럼 책을 선택한 후 기다리는 과정은 참 그다지 참을성 없는 내게서 잔잔히 파도를 치게 만들어 주곤 한다. 이내 그 파도는 거센 폭풍우로 내게 들려들기도 하며 때때로 겉잡을 수 없으리만큼의 큰 소용돌이가 되어 돌아와 나의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 또한 지니고 있음이다. 작가인 로버트 잉펜의 책을 앞서 읽은 독자라면 족히 알 것이다. 꿈지기아저씨에서도 그래왔듯이 '포피케틀'역시나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표제의 덧칠을 해댄 유화그림의 조화를 이루는 일러스트를 보고 반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실상 그림책의 일러스트들이 요근래에 들어와 많은 발전을 꾀하고 거듭하고 있음을 느끼는 독자로서 바라보는 관점은 과히 높이 살 만한 일이 아닐 수 없기에. 그림책이 아동에게만 읽혀진다는 지극히 국한된 사고를 버리고 어른들의 시선 또한 사로잡을 수 있는 혜안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작가의 미학이 담긴 이야기다. 아주 먼 옛날,'털복숭이 페루인'의 등장과 함께 그들이 살아오던 자신들의 땅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쳐들어오면서 의지할 곳 없는 그들은 그렇게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과정 속의 벌어지는 일종의 항해일지다. 페루하면 일단은 그들이 찬란한 잉카문명을 꽃을 피웠으나 얼마되지 않아 스페인의 식민통치아래 많은 잉카 문명의 문화재들이 파괴 되었음을 익히 알고 있다. 그에 따른 일부가 그림책에도 묘사가 되어있다.작가의 면밀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서 사원에 있는 우물 난간 위에 이 책의 실마리인 '포피케틀' 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흙으로 빚은 주전자이며 이상한 동물 모양을 하고 있으며 양귀비차를 끓일 때 쓰는 물건이라고 한다. 대체 이 주전자가 무엇을 어찌한단 말인가? 참 의아함과 작가의 상상력에 또 한번 놀라지 아니할 수 없다. 허나 나의 걱정과 달리 '포피케틀'은 털복숭이 페루인 7명의 환호속에서 실버라도의 도움으로 해변까지 옮기어지면서 페루인들의 항해준비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1순위였으며 새로운 터전으로 가는 길에 유일한 수단이였음을. 페루의 모습들도 적잖이 가미되어 그려지는 동시에 은물고기,엘니뇨 신,용처럼 보이는 이구아나,갑작스레 바닷속에서 솟아 오르는 할머니의 얼굴등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상상하지 못했던 요소들로 가득찬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음이다. 물론 페루인들은 넓디넓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항해하면서 수없는 위험 속에서 난항을 겪지만 결국에는 그들의 터전이 될 낯선 육지에 도착하게 된다. 바다로 나온 지 4년만에 그들의 새로운 터전을 찾은 것이다. 그 곳은 오스트레일리아라 불리워 지는 곳이다. '포피케틀'을 통해 기나긴 항해 속에서 등장하는 것들과의 멋진 상상력을 교감할 수 있는 멋진 책이 아닌가 싶다. 내용이 허구성을 띈 것도 아니면서 그림책의 분량에 맞게 상상력을 가미하여 실어 놓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중간중간 멋드러진 그림에 심취할 수 있도록 글밥 없는 장치를 한 것도 독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참치 노래를 불러라] 웃음부터 터져 나왔다,이유인즉 고만고만한 내 아이의 또래가 제법 그럴싸한 폼으로 자신있게 무언가를 털어 놓을 기세다. 물론 제목부터가 기이하다 못해 흥이 저절로 난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큼은 충분히 그러했다. 참치 노래를 재잘재잘 새처럼 연신 부를 것 같은 상상도 해 보았고 그렇지 않으면 참치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가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엉뚱한 발상까지 동원된 책이기도 하다. 앞서 소개에서 아동용 회고록임을 알고 있어서인지 거기에 무언가 더 나만의 색을 입히고팠는지 모르겠다. 고만고만한 아이는 바로 어른이 되어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에스메이 라지 코델의 책은 현실과 그 이상의 것의 궤도를 달리는 것 같다. '참치노래를 불러라'는 초등학교 시절의 잡다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물론 실제 생활이 바탕이 되어 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반면 마법학교는 기존에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을 그만의 색깔있는 필력으로 이끌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덕분에 내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때 전학을 한 학년때 연거푸 3번을 한 적이 있었다. 워낙 작은 마음인 나로서는 새로운 환경,친구들,선생님,공간마저도 설레임이라는 멋진 포장보단 두려움이 더 앞선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그 시간들 속에 새로운 것들과의 낯섦은 이내 친숙하게 지금껏 이어질 수 있는 내게 있어 잃고 싶지 않은 순수 꿈 덩어리들의 황금같은 시간이 아니였나 싶다. 실상 작가의 말처럼 어렸을 적 기억은 모두 다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간혹 나도 모르게 삭제하고픈 기억도 있으리라. 내가 그 순간 아니였더라면 혹은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에서 밀려오는 것들에서만은 적어도 남들 모르게 그렇게 조용히 마우스를 힘없이 누름 깨끗하게 삭제 되듯이 말이다. 그래도 살아가면서 그 숱한 기억들로 인해 우리는 도태하지 아니하고 거듭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작가가 어린 시절 소중한 기억을 통해 우리가 훗 날 쓸모 있는 것들로 전환하거나 작가의 실생활에서의 모습을 놓치지 아니하고 그 기억들을 잘 간수한 것에 대해 본받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그의 또 다른 작은 세상을 소리소문 없이 빠져 나오고 싶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이미 나 역시도 내 소중한 기억들을 그 언제일지 모를 그 날을 대비하여 요목조목 머릿 속 다락방에 가슴 속 꿈 덩어리에 살을 보태기 시작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