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 서른에 다시 읽는 어린 왕자
김진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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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다룬 책은 이미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도 익숙한 문장들을 다시 꺼내 위로하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은 『어린 왕자』를 감성적으로만 읽지 않고, 프랑스어 원문의 뉘앙스와 삽화, 생텍쥐페리의 삶과 시대적 배경까지 함께 살피며 작품을 다시 읽어준다.

그래서 예전에 읽었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이 관계, 고독, 책임, 상처,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어린 왕자』를 무조건 아름다운 동화로만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린 왕자의 순수함을 말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외로움과 불안, 사랑의 미숙함까지 함께 짚어준다.

그래서 읽는 동안 ‘어린 왕자’라는 익숙한 이름 뒤에 이렇게 많은 질문이 숨어 있었구나 싶었다.

책의 초반에서 저자는 『어린 왕자』의 헌사를 깊게 들여다본다.

생텍쥐페리는 왜 어린이 책을 한 어른, 레옹 베르트에게 바쳤을까.

저자는 이 헌사를 단순한 우정의 표현으로 보지 않고,

전쟁 중 굶주림과 추위 속에 있던 친구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동시에 한 때는 어린이였던 모든 어른에게 건네는 말로 읽어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른과 어린이가 서로 끊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지만, 어른이 되는 동안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는 문장이 다르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그냥 좋은 문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문장이 작품 전체를 여는 문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린 시절을 지워버리는 일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계속 기억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아뱀 그림 이야기도 다시 보게 됐다. 어릴 때는 단순히 어른들이 상상력이 없다는 이야기처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 장면은 어린이가 어른에게 이해받지 못한 순간에 더 가까웠다.

이해받지 못한 아이는 자기 안의 상상력을 접고, 점점 어른들이 알아듣는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다. 나도 살면서 그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설명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삼켜버렸던 말들과 괜히 유치해 보일까 봐 접어둔 생각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은 장미 이야기도 그냥 사랑의 상징으로만 풀지 않는다.

어린 왕자가 장미를 사랑하면서도 상처받고, 떠나고, 다시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꽤 현실적인 관계의 모습처럼 다가왔다. 가까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예쁘고 다정한 감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상대의 까다로움과 연약함까지 바라보고, 그 관계에 시간을 들이고, 책임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가 말하는 “길들인다”는 말도 다시 읽게 됐다. 예전에는 그저 유명한 문장으로만 기억했는데, 이 책을 따라 읽다 보니 그 말은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가까웠다.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건 갑자기 특별해지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관계에는 기다림이 필요하고, 반복이 필요하고, 책임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왕자가 장미를 다시 떠올리는 장면은 사랑을 새롭게 배워가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중반부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독’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막의 꽃은 자신이 뿌리내린 자리를 세상의 전부처럼 여기지만, 저자는 그 삶이 오히려 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안정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제한된 경험만으로 세상을 판단하면 삶은 쉽게 좁아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내가 아는 만큼만 세상을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의 의미도 깊이 짚어준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고독에만 머무르면 결국 고립이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닫아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그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힘으로 상상력을 이야기한다.

상상력은 단순히 엉뚱한 생각이나 공상이 아니라, 삶을 견디게 하는 힘에 가깝다.

현실이 힘들 때 사람은 미래를 상상하거나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속에 작은 공간을 만든다.

꿈도 추억도 없는 삶은 얼마나 메마른 삶일까.

이 문장을 읽으면서 요즘 나는 얼마나 상상하며 살고 있는지,

또 얼마나 기억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어린 왕자』의 유명한 장면들을 억지로 감동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차분하게 다시 읽어주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장들이 더 조용히 다가왔다. 장미와 여우, 사막과 우물, 별과 뱀의 이야기가 하나씩 따로 떨어진 장면이 아니라, 결국 사랑하고 고독해지고 책임지고 이별하는 한 사람의 성장 과정처럼 이어졌다.

나는 『어린 왕자』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몇몇 문장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그 기억의 빈틈을 천천히 채워준다. 그리고 다시 묻게 만든다.

나는 정말 어른이 되었는지, 아니면 어른처럼 보이는 법만 익히고 있었던 건지.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린 시절을 완전히 버리는 일이 아니라,

그 시절의 마음을 잊지 않은 채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고독을 겪고, 사랑을 배우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느끼고,

그러면서도 내 안의 작은 아이를 완전히 외면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어린 왕자』를 좋아했던 사람에게도 좋지만,

오히려 『어린 왕자』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낯설게 읽게 해주고, 그 낯선 느낌 속에서 지금의 나를 다시 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ㅡ

'21세기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인간에게 고독은 사랑의 신비만큼이나 깊이 숨겨진 보물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그 누구와도 소통되지 않는 미답의 산이 있다. 메마르고 날카롭고 삭막하지만, 인간은 그 정신의 지대를 배후에 둠으로써만 세상을 향해 애정의 눈길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오로지 미답의 산에 머무르기만 하는 사람들, 사막의 한 송이 꽃이나 메아리처럼 독백만 하는 사람들은 참된 삶을 살지 못한다. 고독에 머무는 고독은 단순히 고립일 뿐이다. 진정한 고독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세워 힘을 낸 뒤 상대를 존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상상력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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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세계사 - 고대 이집트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상하게 빠져드는 역사 속 23가지 명장면
지식지상주의 지음, 염명훈 감수 / 북라이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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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세계사』는 제목 그대로 “이게 정말 역사라고?” 싶은 장면들로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결국 사람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일본의 전국시대 전투 체험 행사에서 이름 없는 잡병 ‘아시가루’ 역할을 맡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책의 방향을 열어 간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짧게 달렸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짚신은 찢어지고, 발바닥은 진흙과 물집으로 엉망이 되었다는 고백이 인상 깊었다. 그 경험을 통해 저자는 역사가 위대한 영웅과 장군의 기록만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맞고 버티고 살아남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현실과 생생한 삶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 책이 단순한 세계사 상식책과 다른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대 이집트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역사 속 23가지 장면을 다루지만, 연표식으로 사건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몸, 욕망, 취향, 중독, 스펙처럼 지금 우리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로 과거를 다시 들여다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고대 그리스의 몸 관리 문화였다.

저자는 오늘날 헬스장에서 자주 들리는 “3대 몇 치세요?”라는 농담에서 출발해,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는 단련된 신체가 시민의 자격처럼 여겨졌다고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의 ‘칼로카가티아’는 아름다운 육체와 훌륭한 정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인간관을 담고 있었고, 짐나시온과 팔레스트라는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라 시민 교육과 철학 토론, 전쟁 훈련이 함께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오늘날 우리가 SNS에 보디 프로필을 올리며 자기관리를 증명하듯, 고대 그리스인들도 몸을 통해 교양과 절제, 시민성을 보여주려 했던 셈이다.

19세기 유럽의 결투 문화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 상류층 사회에서는 얼굴의 결투 흉터가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용기와 명예를 증명하는 ‘스펙’처럼 여겨졌다. 독일 대학가의 ‘멘주어’는 승패보다 공포와 고통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증명하는 통과의례에 가까웠고, 일부러 흉터를 크게 남기거나 가짜 흉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칼자국이 이력서가 되던 시대와, 스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지금의 사회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십자군 전쟁과 향수의 역사도 이 책다운 시선이 돋보이는 장이다.

중세 사람들은 나쁜 냄새와 오염된 공기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었고,

박하와 허브, 향낭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방어 수단이었다.

십자군 병사들이 중동에 도착해 오히려 자신들이 ‘냄새나는 이교도’로 여겨졌다는 이야기는,

문명과 야만의 기준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보여준다.

커피의 역사 역시 단순한 음료 이야기가 아니었다.

예멘의 수피교도들이 수행을 위해 마시던 각성의 음료, 오스만제국의 커피하우스 문화,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커피를 이교도들만 마시기엔 아깝다고 했다는 전설, 남북전쟁에서 커피가 군인들의 사기와 멘탈을 지탱하는 물품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시험 전, 야근 전, 피곤한 아침마다 커피를 찾는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말도 안 돼 세계사』는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다.

웃기고 이상한 장면으로 독자를 끌어들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인정 욕구, 생존 본능, 자기관리 욕망, 취향과 중독의 역사가 촘촘히 들어 있다.

책을 읽고 나면 거대한 연표보다 이름 없는 누군가의 숨소리가 남는다.

역사 속 사람들도 우리처럼 인정받고 싶었고, 멋있어 보이고 싶었고, 냄새를 두려워했고, 잠을 쫓기 위해 무언가에 기대었다. 그래서 이 책은 과거를 멀리 있는 지식으로 두지 않고, 지금 내 삶 가까이로 끌어온다. 세계사가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교과서 밖의 인간적인 장면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ㅡ

'북라이프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고대 그리스 남성들은 어디에서 몸을 단련했을까요? 대표적인 전용 훈련 시설로 ‘짐나시온(gymnasion)’과 ‘팔레스트라(palaestra)’가 있었습니다.
짐나시온은 오늘날 헬스장을 의미하는 ‘짐gym’의 어원이기도 하죠.
이 공간은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운동 시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민 교육이 이루어졌고 철학자들이 토론을 벌였으며, 젊은이들은 전쟁에 대비한 훈련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의 특징은 완전히 벗은 상태로 운동을 했다는 점이빈다. ‘짐나시온’이라는 명칭 자체가 ‘벌거벗은’을 뜻하는 그리스어 ‘짐노스gymnos’에서 유래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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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사랑은 오해다 ㅣ 세계척학전집 4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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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아는 순간 완성된다.”

『세계척학전집: 사랑은 오해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사랑을 잘하고 싶어서라기보다, 내가 왜 사랑 앞에서 자꾸 비슷한 모습이 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사랑은 늘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상처받는 방식은 비슷했다.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도 불안해지는 순간은 닮아 있었고, 마음이 무너지는 장면도 어딘가 반복됐다.

그래서 이 책의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메커니즘”이라는 관점이 처음부터 마음에 걸렸다.

사랑을 더 낭만적으로 믿게 해주는 책이 아니라, 내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것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 같았다.

『세계척학전집: 사랑은 오해다』는 유튜브 채널 <이클립스>를 운영하는 지식 크리에이터 이클립스의 책이다.

철학, 심리, 경제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사랑을 다룬다.

그런데 사랑을 감성적으로 위로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을 하나의 공식처럼, 구조처럼, 반복되는 패턴처럼 바라본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인정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먼저 연락하면 지는 것 같고, 좋아한다고 말하면 약자가 되는 것 같고,

답장이 늦으면 신경 쓰이면서도 괜찮은 척한다.

읽었는데 답이 없는 메시지를 계속 확인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로 쉽게 정리되어 버리는 상황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사랑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왜 우리는 사랑 앞에서 유독 속수무책이 되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에서 찾는다.

사랑을 많이 겪는다고 저절로 사랑을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인상 깊었다.

패턴을 보지 못하면, 겪을수록 같은 자리를 맴돈다는 문장이 이상하게 아프게 남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도로시 테노브의 ‘리머런스’였다.

책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감정의 상당 부분이 실제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내 안의 이미지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자 몇 줄, 스쳐 지나간 표정, 우연히 들은 말 한마디를 모아 머릿속에서 한 사람을 완성하고, 그 빈칸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채운다는 설명이 현실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 사람을 많이 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 남기면 생각보다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조각들을 붙들고 한 사람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내가 만든 이미지에 매달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랑이 아니라 기대를 사랑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헬렌 피셔의 사랑의 뇌과학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책은 사랑을 하나의 감정으로 묶지 않고 성욕, 끌림, 애착이라는 세 개의 시스템으로 나눈다.

좋아하는데 설레지 않을 때가 있고, 설레는데 함께 있고 싶지는 않을 때가 있으며,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붙잡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같은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이 끌림인지, 애착인지, 욕망인지 구별해보라고 말한다.

특히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내 뇌 안에서 스위치 하나가 켜진 것”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관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상대가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해지는 경험.

연락이 없을수록 더 신경 쓰이고 도망치는 사람에게 더 끌리는 마음.

그것을 단순히 운명이나 미련으로만 보지 않고,

불확실성과 도파민의 작동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사랑을 너무 정확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내가 운명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사실은 새로움에 대한 반응일 수 있고,

내가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던 끌림이 상대가 아니라 장애물에 반응한 뇌의 작동일 수도 있다.

사랑을 냉소적으로 부정하는 책이 아니라 사랑을 덜 오해하기 위해 차분히 들여다보는 책처럼 느껴졌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지만, 지금 내 마음에 걸리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게 구성되어 있다.

“왜 그 사람에게 끌렸는지 알고 싶을 때”,

“관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고 싶을 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 꺼내 읽을 수 있는 사랑의 공식 같은 책이다.

각 챕터에 있는 Insight 박스도 좋았다.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관계에 적용해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바로 사랑이 쉽게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여전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만, 왜 어려운지 조금은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반복해서 보지 못한 구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계척학전집: 사랑은 오해다』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숨어 있던 기대와 결핍, 끌림과 불안, 애착의 구조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내 지난 관계들을 떠올리게 했다.

사랑 때문에 자주 흔들렸던 사람, 비슷한 사람에게 반복해서 끌리는 사람, 내가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헷갈렸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사랑을 더 멋지게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덜 속이기 위해서.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또다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은 꽤 필요한 질문을 건네준다.


ㅡ

'책읽는쥬리'님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Part 1. 사랑의 정체 — 내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꺼내라.
Part 2. 끌림의 구조 — 왜 그 사람에게 끌렸는지 이해하고 싶을 때 꺼내라.
Part 3. 파국의 공식 — 관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고 싶을 때 꺼내라.
Part 4. 사랑의 기술 —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 꺼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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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장미 에디션) - 시인의 그림에 색을 입히다, 나태주 그림 컬러링북
나태주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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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그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컬러링북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예쁜 꽃 그림에 색을 입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색칠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마음이 지친 날 조용히 펼쳐 두고 오래 바라보는 책에 더 가까웠다.

나태주 시인은 이 책에서 자신을 화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시를 쓰는 사람이고, 그림은 그저 삽화 정도의 단순한 그림이라고 고백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이 책의 매력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 준다.

완벽하게 그린 그림이 아니라서 더 다정하고,

꾸미지 않은 선이라서 더 오래 시선이 머문다.

꽃잎 하나, 잎사귀 하나, 줄기 하나가 정교한 작품이라기보다

시인의 마음에서 막 건져 올린 작은 숨처럼 느껴진다.

책에는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린 식물과 꽃 그림들이 담겨 있다.

어떤 페이지는 이미 색이 입혀져 있고,

어떤 페이지는 독자가 직접 색을 채울 수 있도록 비워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단순히 눈으로 문장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시를 읽고, 그림을 보고, 색을 고르고, 손으로 천천히 칠하는 과정까지 모두 독서가 된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갑니다”라는 고백이었다.

좋아한다는 것, 몰아의 경지를 맛본다는 것,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것.

우리는 자주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잃어버린다.

예쁘게 칠해야 할 것 같고, 틀리면 안 될 것 같고, 남들이 보기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쉽게 손을 멈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살짝 내려놓게 한다.

색이 조금 삐져나가도 괜찮고, 원래 꽃과 다른 색을 입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한 번 한 말 여러 번 되풀이해도 괜찮아 / 걱정하지 마 / 그래서 네가 더 예뻐.”라는 시구도 오래 남았다.

이 문장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지치지 않은 척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꽃은 바람에 한 번만 흔들리지 않는다. 여러 번 흔들리고도 여전히 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시와 그림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조용히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그림을 설명하지 않고, 그림은 시를 장식하지 않는다.

둘은 함께 한 페이지에 머물며 독자가 자기만의 감정을 천천히 발견하도록 기다린다.

그래서 이 책은 빨리 읽는 책이 아니다.

한 번에 끝까지 읽기보다, 하루에 한 장씩 펼쳐 놓고 싶은 책이다.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색연필을 꺼내 들거나,

마음이 복잡한 밤에 아무 말 없이 꽃잎 하나를 칠해 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위로와 휴식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시와 함께하는 컬러링북이기에,

부모님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실제로 책을 넘겨 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글씨가 크고 그림이 복잡하지 않아 어른들에게도 부담이 적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컬러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오래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닮았다.

제목처럼 꽃에게 오래 그렇게 있어 달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사랑에게,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힘든 날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운 날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지친 날 조용히 색을 입힐 꽃 한 송이가 있다는 것.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는 그런 작고 부드러운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시를 읊조리고, 꽃을 바라보고, 내 손으로 색을 채우는 동안 마음도 조금씩 편안해진다.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 누군가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네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진다.

오늘도 흔들렸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너는 아직 꽃으로 서 있다고.

오래 그렇게 있어도 된다고.

ㅡ

'드림셀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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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 - 여행 크리에이터의 꿈과 현실 사이, 그 진짜 이야기
강은빈(써니앤쎄이)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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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를 읽기 전에는 여행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조금은 낭만적으로만 생각했다.
예쁜 여행지를 다니고, 멋진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삶이라니 부럽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 직업은 그저 부러운 삶이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노동과 고민이 쌓여 만들어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은빈 작가, 그러니까 써니앤쎄이의 ‘쎄이’는 여행을 좋아해서 돈이 모이면 떠났고,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와 유럽 배낭여행, 제주살이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지나오며 삶 자체가 여행이었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여행하면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벌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 닿게 된다.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해, 부부 여행 크리에이터 써니앤쎄이가 어떻게 여행을 콘텐츠로 만들고 수익으로 연결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여행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행지의 풍경과 정보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고, 사람들이 가고 싶게 만들고, 당장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새로운 스팟을 찾아내며, 팔로워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사람이었다.

그 과정에서 특히 인스타그램을 ‘작은 블로그’처럼 운영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짧고 정확하게 정보를 요약하고, 예쁜 사진과 함께 꾸준히 올리면서 팔로워가 늘고 협찬이 들어오고, 결국 원고료를 받는 단계까지 성장한 과정이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월 1,000만 원’이라는 결과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수입이 늘어난 만큼 부담도 커졌고, 좋아하던 여행이 싫어지기도 했으며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괴롭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하면 성공합니다!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길은 이런 모습입니다!라고 보여주는 책처럼 느껴졌다.

릴스나 숏폼을 만들 때 배경음악을 미리 구상해두면 편집 속도가 빨라진다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사실 나는 촬영 후에 편집하는 단계에서 음악을 고르는 줄 알았는데 촬영 장소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어울릴 노래를 미리 생각한다는 점에서 콘텐츠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촬영 전부터 기획되는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AI 활용, 협업 연락 대처, 원고료, 콘텐츠 2차 활용 문제, 내 몸값을 올리는 방법까지 현실적인 이야기도 많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남은 건 번아웃 이야기였다. 일이 끊길까 봐 들어오는 일을 계속 받고, 밤을 새워서라도 해내다 보니 결국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는 고백이 오래 남았다.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상태를 그냥 바라보세요.”
상담 선생님이 해준 이 말은 나에게도 필요한 문장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더 해야 나아지는 게 아니라, 가끔은 지금의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 먼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중 쉐어하우스 주인 아주머니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이야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행은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뜻밖의 방식으로 연결되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풍경보다 오래 남는 건 사람이고, 여행의 순간들보다 더 깊이 남는 건 그곳에서 나눈 마음인 것 같다.

이 책은 여행 크리에이터의 화려한 겉모습보다 그 안쪽의 진짜 삶을 보여주는 책이다.
예쁜 여행 사진 뒤에는 고된 촬영과 보정, 정보 정리, 알고리즘 분석, 브랜드 협업, 원고료 협상, 소통, 불안과 책임감 등 많은 노력과 감정이 존재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SNS를 키워보고 싶은 사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써니앤쎄이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여행 크리에이터라는 꿈과 현실 사이의 온도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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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서포터즈 13기' 활용을 통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어떤 정보를 주느냐보다 ‘누가’ 그 정보를 주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아무리 유익한 정보라도 콘텐츠 속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 팔로워 전환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
결국 사람들은 정보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구독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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