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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김준홍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평점 :

“인간 얼굴의 역사를 제대로 추적하는 책”
얼굴은 모든 동물에게 존재하는 것일까?
얼굴은 언제, 어떤 동물에서 처음 생겨났을까?
그리고 왜 인간만이 이토록 다양한 얼굴과 정교한 표정을 갖게 되었을까?
애덤 윌킨스의 『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The Evolutionary Origins of the Human Face)』은 이러한 질문들에 진화생물학과 발달과학, 그리고 사회생물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 얼굴이 단지 생물학적 구조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 진화,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 맥락까지 얽힌 복합적 산물임을 10개의 장에 걸쳐 치밀하게 추적한다.
1장 ‘인간의 얼굴은 진화의 산물이다’에서는 인간 얼굴의 독특함이 어떻게 진화적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조망한다. 침팬지나 고릴라와 비교했을 때, 인간의 얼굴은 훨씬 덜 돌출되어 있고, 근육이 더 섬세하며, 표정 표현에 특화되어 있다. 윌킨스는 얼굴이 단순한 기능적 구조가 아닌, 소통을 위한 장치로 발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얼굴이 곧 인간의 ‘사회적 기관’임을 제시한다.
2장 ‘얼굴의 발달 과정: 배아부터 청소년까지’는 인간 얼굴이 어떻게 태아기부터 성장하면서 형태를 갖춰가는지를 다룬다. 배아의 초기 단계에서는 모든 척추동물의 얼굴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종마다 다른 얼굴 특징이 나타난다. 특히 사춘기 동안 얼굴에 나타나는 변화는 성적 성숙과 관련이 깊으며, 이는 인간 사회에서 얼굴이 어떻게 성별이나 나이, 매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기능하는지를 설명한다.
3장과 4장, ‘얼굴을 형성하는 유전적 기반’과 ‘다양한 얼굴을 만드는 유전자’는 얼굴의 유전적 설계도를 탐구한다. 얼굴은 수천 개의 유전자의 조합으로 구성되며, 각 유전자가 뼈, 근육, 피부의 발달에 관여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유전자 하나하나가 얼굴의 특정 부위—예를 들어 콧등이나 턱선—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윌킨스는 쌍둥이 연구와 유전체 분석 사례를 통해, 얼굴 유전자가 개체 간 다양성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5장과 6장에서는 ‘얼굴의 역사’를 다루는 장으로, 먼저 5장 ‘최초의 척추동물부터 최초의 영장류까지’에서는 얼굴의 초기 진화를 조망한다. 얼굴의 원형은 물고기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며, 코와 눈, 입이 점차 분화되며 지금의 구조에 이르렀다. 6장 ‘초기 영장류부터 현대 인류까지’에서는 직립보행이 얼굴 구조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는데, 두개골의 위치가 변화하면서 턱은 짧아지고, 이마가 발달하며, 더 많은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얼굴은 생존 도구에서 점차 소통과 인식의 장으로 전환된다.
7장 ‘두뇌와 얼굴의 공진화’는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로, 인간의 두뇌가 얼굴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과 동시에 얼굴이 그에 맞춰 더 복잡한 표현을 발달시킨 과정을 조명한다. 특히 ‘표정 짓기’는 뇌와 얼굴 근육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윌킨스는 이 부분을 신경과학과 진화론을 접목해 설명한다. 우리는 얼굴을 보자마자 상대의 감정 상태를 읽고, 그 정보에 따라 반응하는데, 이는 수백만 년의 진화가 만들어낸 생존 전략이다.
8장 ‘종분화 이후: 진화하는 현대 인간의 얼굴’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다룬다. 현대 인류의 얼굴은 좀 더 작고 덜 거칠며, 더 많은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이 장에서는 최근의 고인류학 연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얼굴이 단순히 외형이 아니라 사회적 협력과 종의 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입증한다.
9장 ‘얼굴 의식하기와 얼굴의 미래’는 우리가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해석하는지를 논한다. 현대 인간은 얼굴을 보자마자 감정, 성격, 의도 등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사회적 진화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얼굴에 대한 집착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만들기도 한다. 윌킨스는 현대 사회에서 얼굴이 정체성의 중심이자 심리적 무기가 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마지막 10장 ‘인간의 얼굴 형성에서 사회선택의 역할’은 얼굴의 진화에 있어 ‘사회적 선택’—즉,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생존과 번식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얼굴은 단순히 자연선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식과 반응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얼굴이 아름다움이나 신뢰, 위엄 등의 사회적 평가 요소가 되었고, 이는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작용해 왔다.
이 책의 추천사 중 윤신영(동아사이언스 전문 기자 ’인류의 기원’ 저자)가 쓴 추천사 글이 이 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공유해본다.
<얼굴이 왜 있지? 왜 모두 다르지? 인류의 얼굴은 동물과 심지어 유인원과 비교해 무슨 특징이 있지? 좋은 이론은 많은 경우 명쾌한 법인데, 이 질문들을 꿰어 설명할 좋은 이론을 우리는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갖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때의 다음 전략은 가능한 한 다각도로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 그렇다. 이 책은 얼굴의 진화와 관련해 가장 최신의 소식을 가장 충실하게, 또 통찰력을 갖고 다룬 책일 것이다. 기원을 추적하기 좋아하는 과학 기자로서, 얼굴의 진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품었던 호기심과 갖가지 의문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
또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인 의문을 조금 해소하기도 했다. 얼굴이 인간에게만 유독 중요한 특질일 가능성, 그러니까 얼굴에 대해 강조하고 집착하는 행위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행위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얼굴의 진화를 장구한 동물 진화의 맥락에서 함께 바라본 이 책의 여러 논의를 읽으며 안도했다. 적어도 얼굴의 진화와 척추 동물과는 관련이 있다니까. 그래도 여전히 지구생명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고 그 존재가 얼굴을 지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인간 얼굴』은 얼굴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생물학, 유전학, 고인류학, 심리학, 신경과학을 가로지르며 통합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얼굴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인간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게 됐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특히 각 장마다 역사적 흐름과 과학적 연구, 흥미로운 사례들을 조화롭게 엮어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거울 속 내 얼굴이 단지 유전자의 산물이 아니라 수백만 년의 진화와 수많은 사회적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얼굴은 단순히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살아남기 위해 쌓아온 복잡한 생명의 언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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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대부분 인생의 시작과 끝에서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모습은 중요한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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