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담다 - 멈추지 않은 도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김원경.김수진.이담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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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담다』 책의 표지에 있던 ‘멈추지 않는 도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매일경제TV <이야기 담다>에 출연한 핫피플들의 얼굴로 가득했던 이 책은,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보는 시선과 지혜, 미래를 여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안볼 수가 없었던 책!


이 책은 15명의 핫피플들과 나눈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배우, 작가, 가수, 시인, 활동가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버텨온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이지만, 이 책 안에서만큼은 유명인보다는 일반인의 모습에 더 가깝다. 어떤 말은 따뜻하게 다가오고, 어떤 말은 오래 기억에 남기도 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인물은 시인 나태주였다. ‘풀꽃’이라는 시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던 시인이다. 그런데 그의 시가 전하려던 마음은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아프지 않은 사랑은 가짜다”라고 말했다. 사랑이란 결국 상처를 감내하며 품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시보다 더 시 같기도 했다. 술술 시를 써내려 갈 것 같은 그도, 시를 쓰면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담아내기 위해 단어 하나를 찾기 위해 며칠이고 끙끙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김수진 아나운서는 나태주 시인에게 “세상을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보시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이 아름다우면 뭐하러 아름답다고 써요. 아름답지 않으니까, 아름답게 보라고 쓰는 거지요.” 그 말 자체에 여운이 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아름다움이란,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그렇게 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윤하의 삶과 음악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윤하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명의 가수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음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과학적 감성’의 아티스트다. 대중가요의 평균 길이를 훌쩍 넘는 5분 1초짜리 노래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 신화를 쓴 그녀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넘어선다.

그녀는 노래를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닌 자신의 가치관을 기록하는 창구로 여긴다. 데뷔부터 일본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고군분투했고,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음악과 삶을 병행하며 성장해왔다. 특히 개복치에 감정이입해 만든 곡 <태양물고기>는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심해 800미터까지도 스스로 헤엄치는 강인한 존재. 윤하 자신이 바로 그 ‘성체가 된 태양물고기’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윤하는 음악을 만들 때 자연, 과학, 철학적인 개념들까지 자신의 감정과 엮어 풀어낸다. 블랙홀의 경계 ‘사건의 지평선’을 이별로 치환하고, 태양물고기와 맹그로브 나무에서 공감과 생존의 메시지를 끌어낸다. 이처럼 그녀의 음악은 가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시적이고 과학적인 상상력이 살아 숨쉰다.

무엇보다 그녀의 메시지는 ‘감사함’이다. 오로라를 보고도 “지구에 있는 우리가 방사선 맞지 않게 자기장이 감싸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 그런 감정을 음악에 담아 사람들에게 위로와 빛을 전하는 사람이다. 윤하는 그렇게 자신만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라는 방식으로 그 시선을 나누고 있다.


책 속의 다른 사람들 역시 저마다의 언어로 삶을 이야기한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들, 실패와 불안, 소소한 기쁨과 작지만 단단한 희망들. 그 이야기들은 묘하게 닮아 있어서, 읽는 내내 자꾸만 내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 안심이 되고, 그렇게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다.

프롤로그에 적힌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나의 삶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그 말처럼,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요즘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이야기를 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모두가 결국 같은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평범한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이름이 알려진 이들도 저마다의 고민과 흔들림 속에서 하루를 살아낸다는 사실은, 때로는 깊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다시 나아갈 힘이 되어준다. 이 책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진실하고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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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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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묘하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지나치게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게 흘러가지도 않는다.

눈물을 쏟게 만들진 않지만, 읽고 나면 가슴 한쪽에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장현희 작가의 『축제의 날들』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깊게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다.

이 책은 모두 9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반려견과의 마지막 밤, 불길 속에서 고양이를 끌어안고 탈출을 시도한 한 남자, 존엄하게 죽음을 선택한 여성, 어린 시절 고양이와의 이별, 지금이라는 시간에 온전히 존재하려는 연습까지.

각각의 이야기에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어둡거나 우울한 쪽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끝에서 되묻는다.

우리는 ‘지금’을 얼마나 진심으로 살고 있냐고.

가장 인상 깊었던 첫 번째 이야기는 반려견 셰바와 함께한 마지막 밤에 관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추지 못하고 빙빙 돌기 시작한 셰바(강아지).

병원에서는 뇌 이상일 가능성을 말하지만, 저자는 그 어지러운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며 함께했던 수많은 일상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새벽녘 침대맡에 앉아 있던 셰바의 숨결, 살짝만 움직여도 눈을 비비며 다가오던 그 작은 존재. 그렇게 반복되던 평범한 하루가 이제는 눈물 나도록 소중한 기억이 된다

셰바는 마지막 순간까지 말없이 곁을 지켜주었고, 저자는 그 침묵 속에서 더 깊이 살아 있음의 의미를 되새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나눈 눈빛, 숨결, 발소리 같은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결국 끝까지 붙잡게 되는 전부임을 말한다. 이 이야기는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귀한 선물이며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욱 빛나는 시간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뉴욕의 낡은 아파트에 살던 남자 워너다.

어느 날 밤 자기가 살고 있는 건물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비명과 연기 속에서 잠에서 깬 그는 막상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코 앞까지 무섭게 번지는 퍼지는 연기와 산소가 부족해지는 상황에 처하자 본능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창문은 쉽게 열리지 않고, 방 안은 짙은 연기로 가득 찬 상황에서, 그는 기억을 더듬어 과거에 고정해둔 창 장치를 떠올리고, 간신히 창문을 열어 찬 공기를 들이 마시게 된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모든 공포를 잊고 삶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듯한 평온함을 느낀다.

그러나 현실은 곧 그를 다시 집어삼킨다. 워너는 자신의 고양이 ‘투’를 품에 안고, 벌거벗은 몸에 가운만 두른채로 불길을 피해 반대편 건물로 뛰어 내린다. 피가 범벅이 된 상태로 병원에 실려간 상태로 또 다른 수치의 공간과 마주한다. 간호사의 무표정한 손길, 설명 없는 의료 절차 속에서 그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무너지는 순간을 겪는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화재 현장을 생각하다 이렇게 말을 한다.

“텔레비전 따위를 구하려 하다니, 정신 나간 놈들. 그는 자기 고양이조차 구하지 못했는데.”

이 짧은 혼잣말에는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존재를 잃은 죄책감, 그리고 생명의 위기 앞에서도 사물에 집착하는 이들에 대한 허탈함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무너지는 순간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외에도 유방암 투병 끝에 존엄사를 선택한 ‘셰리’의 마지막 여정, 어린 시절 고양이 필그림과의 이별을 담은 ‘레슬링의 무덤’, 현실과 상상이 겹치는 이야기 ‘아마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일’,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작은 축제로 그려낸 ‘축제의 날들’까지. 책 속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해 흐른다.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죽음을 마주한다.”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우울하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거나 감정을 지하 바닥까지 내려갈 정도로 소모시키지도 않는다. 작가는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 조용히 서서 그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듯 하다.

다들 ‘지금‘을 잘 살아가고 있느냐고!

작가의 그 질문이 오랜 사유를 하게 만든다.

그 질문들이 오늘을 조금 더 보람있고 따뜻하게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

『축제의 날들』은 죽음을 두려움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끝자락에서 삶의 본질을 조용히 비춘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평범한 하루,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그 안에 모든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삶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늘 곁에 있어주던 존재들로 완성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 소중한 진실을 조용히 건네고 있다.

소설책이자 에세이 책인 ‘축제의 날들‘은 우리 인생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일깨워 주는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추~~~천 하고 싶은 책!


'클레이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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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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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들은 마치 기어다니는 거대한 곤충의 집게발을 움직이는 존재들 같았고, 두껍고 울퉁불퉁한 케이블은 근육질 팔 같았고, 도르래는 기다란 말 얼굴 같았고, 한데 묶여 있는 철 기둥은 불쏘시개 더미 같았고, 콘크리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철근은 거대한 곱슬머리처럼 굽이쳤다. 외로움과 황홀경에 젖은 워너는 그 모든 것을 그림에 담았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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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로봇 - AI 시대의 문학
노대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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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의문을 품고 읽게 된 책이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지?”

노대원의 『소설 쓰는 로봇』은 그 물음에서 시작된 긴 사유의 여정이다.

얼핏 보면 이 책은 SF 비평서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 책은 AI, 포스트휴먼, 인류세, 사변적 소설, 디지털 시대의 창작 문제까지…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이 꽤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을수록 점점 ‘인간’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예술은 느낌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논리와 해석의 영역이기도 하지 않은가.”

감정이 없지만 감정을 흉내 낼 수 있는 AI, 논리를 넘어선 상상력을 시뮬레이션하는 기계들.

이런 시대에 작가란 어떤 존재여야 할까?

더 이상 ‘창조의 권위자’로 남을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쓰기라는 행위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까?


김초엽 작가는 ‘러버덕 디버깅’ 이야기를 통해 ChatGPT가 글쓰기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러버덕 디버깅(Rubber Duck Debugging)’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고무 오리 인형에게 문제 상황을 설명하다가 스스로 해결책을 깨닫는 방식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처럼 ChatGPT 같은 AI에게 생각을 말로 풀어내다 보면, 막연했던 아이디어가 점점 또렷해지고, 내가 왜 이걸 쓰려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결국 글쓰기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기 전에, 나 자신과의 대화다. 겉보기엔 혼자 하는 일 같지만, 그 안에서 더 깊은 사유가 자라난다.

테드 창은 AI가 만든 글을 “웹상의 흐릿한 JPG 이미지”에 비유한다. 그럴듯하지만 영혼이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반문한다. “모든 사람이 테드 창처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AI는 어떤 사람에게는 오히려 창작의 근육을 키워주는 ‘헬스 머신’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과연 불행한 일일까?

책 후반으로 갈수록 사유는 점점 더 깊어진다. 예컨대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라는 소설 속 세계는 AI가 문자, 목소리, 그림, 소설까지 모두 대신 만들어주는 시대를 그린다. 감정조차 자동화되고, 콘텐츠는 사용자의 취향에 딱 맞게 생성된다. 처음엔 흥미롭다가도 곧 소름이 돋는다. 진짜 내 감정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인간의 감정이 ‘희귀 자원’이 되는 시대, 우리는 진짜 마음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장강명의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미디어가 나에게 보고 싶은 세상만 보여주면, 나는 타인의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차단’ 버튼 하나로 누군가의 현실을 없애버릴 수 있다면, 나의 현실은 점점 작고 단단한 벽에 갇히는 건 아닐까? 이 책은 그 벽을 어떻게 깨야 하는지, 문학이 어떤 다리가 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SF는 더 이상 허황된 공상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장르다. SNS, 메타버스, 챗봇… 우리의 일상 대부분은 이미 한때의 SF였다. 김보영 작가는 “공상이 가짜가 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SF는 우리에게 미래를 상상하라고 요구하는 문학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문제를 다르게 보라고 말해주는 문학일지도 모른다.

『소설 쓰는 로봇』은 철학서이자 에세이고, 한 편의 사변적 소설처럼 읽힌다. 무인 드론, 기후위기, 인류세, 포스트휴먼 대학… 문학이 다루기엔 너무 낯선 주제 같지만, 책은 말한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쓰는 이유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 AI 시대의 작가 역할이 궁금한 사람

- SF가 단지 장르가 아닌,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

- 문학과 기술, 예술과 윤리를 동시에 사유하고 싶은 독자

- ‘왜 쓰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자꾸만 멈칫하는 모든 창작자


문학은 기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모사하더라도 상처받고 흔들리고 사랑하고 외로워하는 마음까지는 흉내 낼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여전히 이야기를 써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가 아직 인간이기 때문이다.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첨단 기술이 출현하고 있다. 세상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예지력을 바란다. SF는 ‘변화의 장르’로, 현재의 변화 추세를 통해 미래를 상상한다. 이것이 외삽이라고 부르는 SF 장르 특유의 문학 기법이다. 그러니 우리는 SF를 통해 세상에는 없는 상상의 과학기술을, 하지만 어쩌면 곧 출현할지도 모르는 그런 기술을 미리 엿볼 수 있다. 한국에서 SF가 변방의 소외된 장르에서 매력적인 문학 장르가 된 것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SF 작가 프레드릭 폴Frederick Pohl은 "좋은 과학소설 이야기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교통 체증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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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 일기 쓰기 - 관찰하고 기록하며 자연과 친해지는 법
클레어 워커 레슬리 지음, 신소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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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온갖 소박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빛과 색의 향현, 공중에 맴도는 향기, 살갗과 근육에 와 닿는 태양의 온기, 꿈틀거리는 생명의 맥동이 느껴집니다. 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하지만 인위적 자극과 쾌락이 도처에 널린 이 시대에 주의를 기울일 힘이나 의지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그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삶의 속도를 씨앗과 바위의 시간에 맞추고, 번잡한 자아를 가라앉히고, 계획과 조바심은 제쳐놓고, 그저 내 몸속에 존재하며 자아를 자연에 내어주겠다고 선택해야 합니다.

- 로레인 앤더슨 <지구의 자매> / p53, 본문 내용 중

클레어 워커 레슬리의 『자연 관찰 일기 쓰기』는 자연을 바라본 시선과

그때의 마음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일기이자, 잊고 지낸 삶의 감각을 천천히 되찾게 해주는 책이다.

자연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온몸으로 바라보고 손으로 기록하는 과정은 단순한 예술이나 과학을 넘어선 삶의 연습이 된다.

일기를 쓰는 것은 일종의 여행이다.

바깥세상의 계절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계절을 통과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어떤 감정이 스쳤고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일기는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기록은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읽을 때, 잊었던 순간을 생생하게 되살려 주는 놀라운 힘을 지닌다.

요즘 필사가 유행이다. 필사는 집중력을 높이고 문장력과 어휘력을 길러주는 동시에 글쓴이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고 마음을 차분히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 관찰 일기 역시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바라본 풍경을 단순히 사진으로 남기는 대신, 손으로 그려보면 그 장면은 훨씬 더 풍성하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길가에서 다람쥐나 달팽이를 보고 “귀엽다”고 지나치는 대신, 그 자리에 잠시 머물러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느낌과 감정을 함께 그림과 글로 남긴다면, 그 순간은 오롯이 나의 것이 된다. 이후 다시 그 기록을 꺼내 보게 된다면, 과거의 감정과 풍경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클레어 워커 레슬리는 1978년 2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페이지를 마주하며 시작했다. “무엇을 그려야 할까?”라는 막막함 속에서 출발한 그녀는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살아왔다. 이 책은 그 오랜 시간의 축적이며, 관찰자의 눈과 손으로 세상과 소통해온 기록이다. 그녀가 쓴 55권의 일기장에는 아메리카개미핥기 둥지, 토끼의 배설물, 나뭇가지의 이빨 자국 같은 소소한 단서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녀는 그 흔적들을 통해 자연의 패턴과 생명의 흐름을 읽었고, 그 순간들을 다시 들춰볼 때마다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연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연 관찰 일기를 예쁜 그림책쯤으로 여겨선 안 된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은 ‘잘 보려는 의지’이며,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다. 도심 보도 틈새에 핀 잡초, 하늘을 떠가는 구름 한 조각, 나뭇가지 끝의 미세한 변화까지 모두 관찰의 대상이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봤는가’보다 ‘왜 그것을 보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기록하는 태도다.

초판 서문에서 하버드 대학의 곤충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자연 관찰과 드로잉을 인간의 본성과 연결된 행위라고 말한다. 그는 자연 일러스트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창조의 과정이며, 사진이나 그래프가 담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감각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즉, 관찰자의 시선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무엇이 가치 있는가’를 드러내는 창의적인 표현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예술적 감각이나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도심에 살든, 병상에 누워 있든, 나이와 배경, 건강과 무관하게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이곳의 자연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만으로도 관찰은 시작된다. 구름을 바라보고,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름 모를 풀 한 포기를 그려보는 것. 그 모든 것이 일기이고, 하나의 예술이 된다.

자연 관찰 일기는 삶의 감각을 되살리는 통로다. 프레더릭 프랭크는 “무언가를 똑바로 보려면 그것을 그려야 하며, 보는 것과 그리는 것은 결국 하나”라고 말했다. 이는 존 버스티의 말과도 닿아 있다. 그는 “예술가의 눈은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기계와 달리, 생각하고 집중하는 방향에 따라 초점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자연 관찰 일기는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보며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추는 연습인 셈이다.

이 책은 자연을 좋아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그림을 잘 못 그려 망설이는 사람, 단조로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사람, 자녀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부모에게도 좋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자연 관찰 일기 쓰기』는 말한다. 자연은 멀리 있지 않다. 거창한 지식이나 도구도 필요 없다. 하루 20분, 창밖을 보며 귀 기울이고 펜을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가 진짜 돌아가야 할 현실은 스크린 너머가 아니라, 풀 한 포기, 나뭇잎 하나가 속삭이는 바로 이 순간의 자연임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

자연은 온갖 소박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빛과 색의 향현, 공중에 맴도는 향기, 살갗과 근육에 와 닿는 태양의 온기, 꿈틀거리는 생명의 맥동이 느껴집니다. 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하지만 인위적 자극과 쾌락이 도처에 널린 이 시대에 주의를 기울일 힘이나 의지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그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삶의 속도를 씨앗과 바위의 시간에 맞추고, 번잡한 자아를 가라앉히고, 계획과 조바심은 제쳐놓고, 그저 내 몸속에 존재하며 자아를 자연에 내어주겠다고 선택해야 합니다.
- 로레인 앤더슨 <지구의 자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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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일상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Notion - 생각 정리부터 업무 생산성, 협업 관리 도구를 노션 하나로!, 개정3판
전시진 지음 / 제이펍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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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보면 정리되지 않은 내용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은 계속 쌓이고, 메신저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리고 회의는 겹치고,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는 어디 적어둘 틈이 없어 금세 잊혀진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일정 관리 앱이 아니라 이 모든 정보와 흐름을 정리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 책 『업무와 일상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개정 3판)』은 그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전시진은 노션 공식 컨설턴트로 오랜 시간 개인과 조직을 대상으로 노션을 활용한 업무 설계와 생산성 향상에 대해 안내해왔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단순히 “이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알려주는 설명서가 아니다. 왜 이 기능을 쓰는지, 어떤 상황에서 유용한지를 이야기하며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방식을 찾게 되는 구조다.


이번 개정 3판은 이전 판보다 더 탄탄해졌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기초부터 짚어주고, 데이터베이스, 뷰 설정, 필터링 같은 중급 이상의 활용도 차근차근 익혀갈 수 있다. 특히 이번 판의 핵심은 ‘노션 AI’의 전면적인 도입이다. 회의록도 자동으로 써주고, 글도 요약해주고, 번역과 문장 다듬기까지 해주는 스마트 비서로 노션이 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직접 사용해보면 느끼게 된다. 가장 단순한 할 일 목록부터 업무 프로젝트 관리, 독서 기록, 개인 콘텐츠 아카이브, 팀 위키까지, 노션은 경계가 없는 도구다. 그만큼 처음엔 막막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막막함을 해소해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데이터베이스 기능 설명이다. 그냥 ‘테이블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연결하고 뷰를 바꿔서 내 작업 흐름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지를 실제 예시와 함께 설명해준다. 초보자도 따라만 하면 어느새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좋은 점은 노션의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제공해준 점이다. 노션은 워낙 빠르게 기능이 추가되고, 때로는 기존 인터페이스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를 통해서 업데이트 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기존 사용자도 최신 기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혼란 없이 따라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노션을 접한다면,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특히 유용함을 느낄 것이다.

- 머릿속에만 맴도는 할 일과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싶을 때

- 여러 프로젝트를 한눈에 관리하고 싶을 때

- 팀원들과 파일, 일정, 기록을 한 공간에서 공유하고 싶을 때

- 자주 쓰는 문서를 템플릿으로 만들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을 때

- 정돈된 일상과 업무 루틴을 만들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를 때

무엇보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멋을 부리거나 화려한 예제를 보여주기보다 기본기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실습 중심의 구성이어서, 읽기만 해도 뭔가를 배우는 기분이 들고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시스템이 하나씩 만들어지게 된다.


『업무와 일상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개정 3판)』은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노션을 처음 써보려는 사람

- 쌓여가는 일정을 한눈에 관리하고 싶은 직장인

- 개인 공부나 콘텐츠 정리를 체계화하고 싶은 사람

- 팀 협업을 위한 통합 시스템을 찾고 있는 관리자

- 노션을 쓰고 있지만 기본기부터 다시 잡고 싶은 사람

정리하면, 이 책은 단지 노션이라는 도구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방식을 제안한다. 노션은 도구이고, 그 도구를 어떻게 나에게 맞춰 활용할지는 책을 통해 천천히 길을 찾으면 된다. 일과 삶을 정돈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훌륭한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단단함맘 @gbb_mom'님을 통해 '제이펍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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