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선의 한국사 테라피 -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200년 근현대사 이야기
전범선 지음, SPNS TV 기획 / 자크드앙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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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왜 이 나라는 이 모습일까? 그리고 나는 왜 하필 이곳에서 태어났을까?

『한국사 테라피』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는 책이다.

저자 전범선은 자신을 어느 한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 바라본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아왔지만, 사고의 절반은 대서양 너머의 문법에 길들여진 이방인에 가까웠다. 유교적 엄숙함과 로큰롤의 야성이 한 몸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던 삶.

그렇게 어느 쪽에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던 그는 마침내 ‘내가 태어난 이 나라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 질문을 붙잡고 파고들다 보니, 결국 역사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배워온 방식으로 역사를 설명하거나,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의미를 외우게 만들지 않고 사람을 따라가게 만든다.

한 인물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동안, 그 사람이 통과한 시대 전체가 함께 드러난다.

그래서 읽는 내내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살았을까’를 따라가게 된다.

이 책이 다른 역사서와 가장 크게 다른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답을 주기보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일본을 이렇게 싫어해야 할까?”

“왜 같은 사실을 두고 서로 전혀 다른 말을 할까?”

어쩌면 무지해 보일 수도 있는 질문들이지만, 오히려 그 질문들이 가장 본질에 가깝다.

우리는 너무 오래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정작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익숙함에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개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시작을 단순히 건국이나 해방이 아니라, 3.1운동이라는 거대한 민중의 움직임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뿌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학, 그리고 최제우라는 인물에 닿는다.

책 속 최제우는 단순한 동학의 창시자로 머무르지 않는다. 경주 최씨 집안 출신이지만 서자로 태어나 양반 사회의 안과 밖을 동시에 살아야 했던 그는, 조선의 모순을 남의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의 막막함으로 겪어낸 경계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루한 한자를 버리고, 당시 절대다수의 민중과 아녀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한글로 가사를 써 노래하기 시작했다. 양반들끼리 주고받는 언어가 아니라 백성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로 사람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더 인상 깊은 것은 그가 시천주, 곧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하늘님이 깃들어 있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네 안에 하늘님이 있다”는 이 말은 당시의 신분 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급진적인 평등의 언어였다. 이 책은 동학을 단순한 종교 운동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민중이 스스로의 존엄을 깨닫고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며, 그 에너지가 훗날 동학농민혁명과 3.1운동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3.1운동은 몇몇 독립투사만의 결단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가장 먼저 거사를 기획하고 설계한 세력은 천도교였고, 여기에 기독교가 호응하고 불교가 협력하면서 거대한 민족·종교 통합의 결실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당시 인구 2천만 명 가운데 약 1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대목까지 따라가고 나면, 3.1운동은 더 이상 교과서 속 기념일이 아니라 이름 없는 민초들이 목숨을 걸고 일으킨 거대한 혁명처럼 다가온다. 몇몇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의 주체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역사 서사의 중심을 분명하게 뒤집어 놓는다.

이 흐름은 서재필을 통해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조선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필립 제이슨’으로 살아갔던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개화와 독립, 그리고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가 말하는 미국의 핵심은 단순한 강대국이 아니라 ‘독립 정신’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태도다. 그 시선으로 다시 한국사를 바라보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호머 헐버트를 다룬 부분도 오래 남는다.

조선의 양반들조차 외면하던 한글의 가치를 한 미국인이 먼저 알아봤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글을 통해 지식이 모두에게 열릴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낮춰 보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미 그 가치를 알아보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 시선이 이 책이 말하는 테라피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최제우, 서재필, 헐버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훨씬 더 넓은 인물 지도를 펼쳐 보인다. 백남준을 통해서는 한류의 뿌리와 한국 문화의 에너지를, 이완용을 통해서는 그를 단순한 매국노로만 소비하는 대신 서자 출신이라는 한계와 유년기의 상처 속에서 기득권 집착에 매달린 기회주의적 출세가의 얼굴을 드러낸다. 또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최시형·손병희·전봉준, 이광수·최남선·홍명희, 이승만·김구·여운형 같은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립, 변절, 평화, 분단, 이념 갈등 같은 한국사의 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김지하까지 불러오며, 이 책은 결국 과거 인물들의 삶을 통해 지금 우리가 어떤 역사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결국 『한국사 테라피』는 우리가 왜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나뉘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 책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사건의 정리가 아니라 질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단순하게 과거를 이해해왔는가.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쉽게 서로를 판단하고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을 피하지 않게 만든다.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자크드앙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제가 이 시리즈에서 던진 질문들은 한국의 독자들이 보시기에 정말 ‘무식하고 개념 없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일본과 친구가 될 수 없을까?" 같은, 어떻게 보면 용서가 안 되는 질문들이 가득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무지함에서 새로운 생각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던지는 질문이 오히려 더 본질적인 성찰을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역사 테라피의 기획은 바로 이런 기대에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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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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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특권은 악인을 정죄하는 데 있다고 믿는 판사들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권한다.”

판사의 특권은 믿을 수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그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p6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고 살아가잖아요.

누가 잘못했다 하면 이유를 듣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려버리고,

그게 당연히 맞는 거라고 생각해버립니다.

그런데 『연민에 관하여』는 그 익숙한 태도를 조용히 멈추게 하는 책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게 만듭니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랭크 카프리오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오랜 시간 판사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법정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를 ‘가장 따뜻한 판사’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그가 특별했던 이유는 법을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사건이 하나 있어요.

아흔이 훌쩍 넘은 노인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속도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요.

자신은 빠르게 달리지 않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운전한다고요.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암에 걸린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주던 길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카프리오가 한 선택은 단순히 봐준 것이 아니에요.

그는 그 상황을 끝까지 듣고, 그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을 기각하죠.

이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남는 이유는,

법이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순간을

우리가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거예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어요.

판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주차 위반 벌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던 여성이 있었어요.

그녀는 다소 거칠게 말했고 카프리오는 법대로 판단을 내립니다.

그런데 그날, 방청석에 있던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은 무례한 게 아니라, 두렵고 지쳐 있었을 거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카프리오는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사람의 태도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요.

이 경험은 그에게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의 판결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됩니다.

이 책에는 이민자, 군인, 싱글맘처럼 각자의 사정을 안고,

법정에 서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때문에 벌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

가족을 돌보다가 규정을 어기게 된 사람, 삶의 벼랑 끝에서 선택을 잘못한 사람들.

카프리오는 그들에게서 잘못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끝까지 들어보려고 했죠.

그의 이런 태도는 그가 자라온 환경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가족이 법정에 서게 된 일을 겪습니다.

그때 한 판사가 그의 가족을 단순히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황을 이해하려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그의 기억에 오래 남았고,

결국 “나는 어떤 판사가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연민’은 단순히 착한 마음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멈추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는 분명하게 말해요.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배워가는 것이라고요.


요즘은 이런 이야기도 많죠.

차라리 AI가 판결하는 게 더 공정하지 않겠냐는 말 말이예요.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은 조금 다른 방향을 이야기합니다.

정의가 완벽하게 공정해지는 순간,

오히려 사람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니에요.

대신 아주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사정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고,

그 순간 우리는 조금 덜 차갑게, 조금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기울게 됩니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 싶은 건 거창한 정의가 아니라 아주 작고 단순한 태도 하나예요.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한 번 더 노력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나는 자신과 타인을 연민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일에서도 삶에서도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공감과 연민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고, 연민은 우리가 타인을 돕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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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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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 15권은 193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개인의 선택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1929년 원산총파업, 1931년 만주사변, 1932년 윤봉길 의거, 1937년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까지 이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이 사건들은 인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번 권에서는 1930년대 일제에 의한 억압과 혼란이 여러 인물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소식은 사람들에게 잠시 희망을 품게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모두가 같은 뜻을 품은 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생계와 현실이 앞에 놓인다.

장사를 해야 하고, 가족을 돌봐야 하고, 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일이 먼저가 된다.

그래서 처음의 뜨거움이 조금씩 식어가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람은 큰 뜻만으로만 살아갈 수 없고, 결국 오늘을 견뎌야 내일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권에서는 아주 담담하게 드러난다. 특히 대중의 마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가도 서서히 식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오래 남는다.


출소한 길상은 이번 권에서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립운동과 깊이 연결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윤국의 시선도 달라진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서희의 아들 환국 역시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송관수의 이야기는 시대의 불안이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군자금 사건 이후 만주로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모습과, 가족 문제를 정리해가는 과정에서 시대의 혼란이 곧 삶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의 아들 영광이 떠도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까지 함께 놓고 보면, 같은 시대를 살아도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인실은 이번 권에서 특히 복잡하게 다가오는 인물이다. 오가타와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보기 어렵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그 감정을 끝까지 붙들고 갈 수 없는 시대와 현실이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다.

특히 인실이 오가타의 아이를 임신한 뒤 아이를 버리려는 장면은 이 인물의 내면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찬하는 세상을 등지고 두 사람만의 삶을 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지만,

인실은 그런 길로 가지 않는다. 개인의 감정보다 민족과 조국을 더 앞세우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인실은 단순히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눌러야 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랑보다 더 큰 것을 택한 인물로 보이지만, 그 선택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기보다 더 외롭고 쓸쓸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 장면은 민족과 국가 같은 큰 가치가 과연 개인의 삶과 감정 위에 언제나 우선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남긴다.


개인적으로 이번 권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조용하의 죽음이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함 없이 살아온 사람인데, 결국 삶의 끝에 이르는 모습이 허무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 장면이 더 서늘하게 남는 이유는 그 죽음 이후의 분위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놀라고, 누군가는 반응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간다.

그 당연한 흐름이 오히려 더 냉정하게 느껴졌다.

한 사람에게는 끝이었지만, 세상은 그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삶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장면을 읽을 때는 유난히 허무했다.


작품 속에는 1929년 원산총파업, 1931년 만주사변, 1932년 윤봉길 의거, 1937년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 같은 사건들이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은 사건 자체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사건들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은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바꾸고 관계를 흔드는 현실로 다가온다. 또한 만보산 사건이나 식민지 조선의 불안한 분위기까지 함께 겹치면서, 개인의 삶과 역사적 상황이 점점 더 촘촘하게 맞물린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당시 사회의 모습이다. 농촌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도시로 떠돌며 살아가는 모습, 안정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누군가는 신념을 지키고, 누군가는 현실을 선택한다. 그 어느 쪽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 깊게 만든다.


이 책 속 인물들이 툭 던지는 말들도 오래 남는다.

청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재물은 생각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며,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잘못한 일들만 짐처럼 남는다는 말들은 소설 속 대사인데도 이상하게 더 기억에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또 삶이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될수록 이런 문장들은 더 깊게 와닿는다.

이 책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큰 목소리로 어떤 진리를 말하기보다

이런 생활의 언어로 사람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에 닿게 된다. 사람은 이상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더 큰 뜻을 말하고 먼 곳을 바라보지만, 결국은 눈앞의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먼저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이 초라하거나 잘못되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지』 15권은 희망만을 말하는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으로만 끝나는 소설도 아니다.

이 책은 무너지는 사람, 버티는 사람, 그리고 끝내 살아가는 사람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서로 다른 삶들이 모두 같은 시대 안에서 함께 흘러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오래 남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나 역사적 장면보다도 사람들의 삶이다.

누군가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누군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사라지지만,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삶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토지』 15권을 읽고 나면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것도 사람이고,

그 시대를 견뎌내는 것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 남는 사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자기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 평범한 사람들의 삶 역시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오히려 그런 평범한 버팀이 더 깊고 오래 마음에 남았다.


#채손독 을 통해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chae_seongmo

@dasanbooks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잔인성이란 용기 있는 자보다 용기 없는 자의 속성인데, 변혁이 없었고 가두어진 상태에서 칼로 길들여졌고
거역과 선택이 없는 용기란 오로지 복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런 틀 속에 있다가 틀이 빠져버리면 가둬 길렀던 새가 새장 밖에 나가도 날지 못하는 것처럼 갈팡질팡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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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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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 다시 길을 떠날까. 설렘 때문이 아니라 도저히 잊히지 않는 감정 때문일 때가 있다.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는 그런 감정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두 번째 순례’라는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여행 자체보다도,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 이를테면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끝내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다시 꺼내 들고 걷는 기록에 가깝다.

그래서 화려하거나 낭만적인 장면보다 버티고 견디는 순간들이 훨씬 길게 남는다.

프롤로그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상태는 솔직히 말해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나이 64세, 과거의 골절과 인대 파열, 아킬레스건염, 심한 위장 질환까지.

“혈변이 나오면 즉시 귀국해야 한다”는 경고를 듣고도 길을 나선다.

이쯤 되면 왜 가는지가 아니라, 왜 굳이 이 길이어야 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이 한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첫 번째 순례가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는 대목은 특히 오래 남는다. 엄마를 떠나보낸 뒤 죄스러움과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걷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다리가 부러질 만큼 걸으며 나를 벌주고 싶었다는 고백은 이 여행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막상 길 위에서 얻은 것은 고통 속 깨달음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진맥진한 상태로 열흘이 넘어서야 겨우 기도를 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가족, 친구, 스쳐 지나간 인연들까지 한 사람씩 떠올리며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전하지 못한 감정을 마음속으로 건네는 시간. 그 과정에서 비로소 마음 한가운데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한다. “잡동사니로 가득 찬 창고 한가운데 텅 빈 공간” 같았다는 표현은 이 책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결국 순례란 길을 걷는 일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비워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다시 떠난 두 번째 길. 몸은 더 약해졌고 상황은 더 나빠졌지만, 오히려 이번 여정은 더 담담하게 읽힌다.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문장은 묘하게 오래 남는다. 첫 번째 순례가 죄책감에서 시작된 길이었다면, 두 번째는 그리움에서 시작된 길이고, 그 끝에는 조금씩 받아들이는 마음이 놓여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순례길 6일차에 등장하는 ‘리나‘와의 만남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길에서는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스틱 고무 패킹이 닳아 바닥에 닿을 때마다 쇳소리가 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한동안 스틱을 짚지 않고 걷는 리나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안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장면을 읽으며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결국 좋은 관계란 거창한 조건보다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데서 오는 것 아닐까. 그렇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순례길에서의 인연이 스쳐 지나가는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삶의 끝까지 이어지는 관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감정만 남는 에세이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도 있다.

며칠 차에 어떤 코스를 걸었는지, 어디서 묵었는지, 숙소 비용은 얼마였는지, 식비와 교통비는 어느 정도 들었는지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어 실제로 순례길을 꿈꾸는 사람에게 꽤 유용하다. 하루하루의 동선과 이동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막연한 동경보다 훨씬 현실적인 감각으로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에 ‘쉬어가기’ 코너를 통해 길에서 마주한 건물이나 장소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주니, 단순히 걷는 기록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이 품고 있는 시간과 풍경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책 사이사이에 실린 여행지 사진들도 그래서 반갑다. 글로만 따라가던 길의 공기와 색감을 사진이 한 번 더 붙잡아 주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여행의 설렘이나 즐거움만을 앞세우는 책은 아니다.

대신 왜 우리는 어떤 길을 오래 잊지 못하는지, 그리고 그 길이 우리 안에서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읽다 보면 나에게도 그런 길이 있었는지, 혹은 지금이라도 다시 떠올려 보고 싶은 길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결국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지난 삶의 인연들을 다시 떠올리며 길 위에서 자기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본 기록이다. 힘겨운 몸으로도 끝내 걸어낸 그 시간이 오히려 삶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래 남는다. 감정의 깊이와 실제 순례 정보가 함께 담겨 있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언젠가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길의 안내서가 되어주는 책이다.

'푸른향기 서포터즈13기' 활동을 통해

‘푸른향기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엄마! 엄마!
잠이 깼다. 내가 우는 소리에 깬 것이다. 꿈이었다니.
조금 전까지 옆에 있던 엄마가 사라져 버렸다.
억울해서 일어나 앉아 또 울었다.
꿈에서 엄마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산티아고를 다시 가야겠다.
더 늙어서 못 걷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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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 - 단번에 매출을 200% 올리는 설득의 심리학 무조건 팔리는 마케팅 기술 시리즈 1
사카이 도시오 지음, 최지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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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은 물건을 파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할 때, 상대를 설득해야 할 때, 내 말과 글에 조금 더 힘을 싣고 싶을 때 무엇이 사람의 관심을 끌고 행동하게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단번에 매출을 200% 올리는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는 다소 강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과장된 성공담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관찰과

현장형 사례가 중심이라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으로 읽혀진다.


첫 시작글부터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롤로그에 담긴 ‘소개글 A’와 ‘소개글 B’의 대비였다.

같은 사람을 소개하면서도 “오늘은 정말 대단한 강사님을 모셨습니다”, “1년에 100회 이상의 강연”, “아마존 마케팅 부문 1위”, “유명 잡지와 방송 소개” 같은 표현을 앞세운 A는 청중의 기대감을 먼저 끌어올리고, 건조한 정보 전달에 그치는 B보다 훨씬 더 강하게 기억에 남게 했다.

이 대목은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을 단번에 보여주고 있다. 상품이든 사람이든 설득은 설명보다 먼저 관심을 끄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 사람은 이성으로 구매 이유를 정리하기 전에, 먼저 마음으로 사고 싶다는 감정을 만든다. 그래서 초두 효과, 숫자 효과, 권위 효과, 유사성 같은 장치들이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의 출발점이 된다.


상품이든 서비스든 결국 상대는 사람이고, 사람은 마음으로 살지 말지를 먼저 결정한 뒤 그 이유를 나중에 정리한다는 설명은 너무나 익숙해서 자주 놓치게 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심리 마케팅을 설명한다.

강연 장소가 좁으면 “아담한 곳이라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겠네요”라고 말하고, 넓으면 “활기차게 소통할 수 있겠군요”라고 표현하는 화법, 참석자와 공통점을 찾고 강연 전 강단에 미리 올라가 보며 단순 노출 효과를 활용하는 방식, 웃는 아기 사진을 띄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까지 모두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소통 방식으로 이어진다. 읽다 보면 잘 파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먼저 읽는 사람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얻는 이득보다 잃게 되는 손해를 강조하라” 부분이었다.

“당신도 당첨자가 될 수 있다”보다 “당신은 이미 당첨자일 수도 있다”라는 문장이 더 큰 반응을 만든다는 사례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사람은 누구나 이익을 원하지만 실제 행동은 손해를 피하려는 마음에서 더 강하게 나온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매달 100만 원을 아끼게 됩니다”보다 “이 시스템을 쓰지 않으면 매달 평균 100만 원을 잃게 됩니다”가 더 큰 효과를 낸다는 예시는, 표현 하나가 행동을 바꾼다는 사실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케팅 문구뿐 아니라 일상적인 제안이나 대화에서도 어떤 식으로 말을 건네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음으로 사은품 전략도 흥미롭다. 홈쇼핑에서 상품 설명 뒤에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하며 혜택을 하나씩 더 붙이는 장면은 익숙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판매 멘트가 아니라 심리학적 설계라는 점을 쉽게 설명한다. 상품 자체의 특징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울 때 사은품이나 추가 혜택이 제품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 다만 사은품의 질이 너무 떨어지면 오히려 제품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점까지 함께 짚어주는 부분이 좋았다. 무조건 많이 얹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인상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혜택이어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무료 전략 역시 실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것들인데 이곳에도 심리 마케팅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은 유료에는 망설이면서도 무료에는 쉽게 반응한다. 그 이유는 “유료는 생각과 선택의 단계를 거치지만 무료는 일단 한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무료 샘플, 무료 체험, 무료 강의처럼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 폭넓은 잠재고객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메이크업 강습은 무료, 화장품은 유료 / 입장료는 무료, 놀이기구 사용은 유료처럼 무료와 유료를 한 세트로 묶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업종에 적용할 수 있어 특히 실용적으로 느껴졌다.


이어지는 풋 인 더 도어 전략도 무척 인상 깊었다. 처음부터 큰 부탁을 하면 거절당하기 쉽지만, 사소한 부탁부터 시작해 점점 더 큰 제안으로 나아가면 상대가 거절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은 방문 판매나 매장 운영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전반에도 적용하기 좋은 부분이다.

저렴한 체험 쿠폰, 매장 앞 할인 상품, 공개 강연처럼 가볍게 발을 들이게 하는 장치들이 결국 더 큰 구매나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례는 심리 마케팅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비싼 상품의 매출을 높이고 싶다면 선택지를 3개로 구성하라는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다.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판매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심리 마케팅 방식을 한 번쯤은 활용해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선택지가 2개일 때는 더 저렴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쉽지만, 3개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운데 옵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8,000원, 1만 원, 1만 5,000원으로 구성된 세트 예시는 일상에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이 설명을 통해 왜 그런 구성이 자주 쓰이는지 다시 한번 이해하게 됐다. 결국 가격을 정하는 일 역시 단순한 숫자 결정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세심하게 반영한 설계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한 번 내 것이 되면 애착이 생긴다”는 보유 효과 역시 기억에 남는다.

TV를 일정 기간 무료로 대여해준 뒤 높은 구매율로 이어졌다는 사례나, 재봉틀을 먼저 집에서 사용하게 한 뒤 구매로 연결했다는 예시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심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번 써보고, 입어보고, 내 공간 안에 들여놓는 순간 물건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내 것 같은 것’이 되며, 그때부터 가치는 달라진다. 그래서 체험 마케팅이 지금도 계속 유효하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개인적으로는 각 마케팅 기술 마지막에 POINT를 통해 ‘심리기술’과 ‘꼭 기억하기’를 따로 정리해주는 구성이 특히 좋았다. 한 장을 읽고 나서 핵심을 짧게 다시 확인할 수 있어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고,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다시 찾아보기에도 좋았다. 읽는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실무 포인트를 분명히 남겨주는 방식이라 실용서로서의 장점이 잘 살아 있었다. 무엇보다 책에서 다루는 심리 마케팅이실생활과 업무에서 직접 활용하기 좋은 내용들이라 더 유익하게 느껴졌다.


결국 『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은 단순히 물건을 잘 파는 법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사람은 무엇에 끌리고, 무엇을 망설이며, 어떤 표현과 어떤 순서 앞에서 마음을 열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판매와 마케팅 분야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 제안을 해야 하는 사람,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읽고 나면 광고 문구, 메뉴판, 이벤트 구성, 서비스 안내 문장까지 전보다 다르게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기술보다도 표현 하나, 순서 하나, 구성 하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쉽고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동양북스 서포터즈2기' 활동을 통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면, 상품이 주는 이득보다는 해당 상품이 없을 때의 단점,
즉 ‘잃게 되는 것’을 어필해야 훨씬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매달 100만 원을 아끼게 됩니다"보다 "이 시스템을 쓰지 않을 경우, 귀사는 매달 평균 100만 원을 잃게 될 것입니다"라는 표현이 더 큰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준다.
아니면, 손해와 이득을 모두 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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