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김준홍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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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얼굴의 역사를 제대로 추적하는 책”


얼굴은 모든 동물에게 존재하는 것일까?

얼굴은 언제, 어떤 동물에서 처음 생겨났을까?

그리고 왜 인간만이 이토록 다양한 얼굴과 정교한 표정을 갖게 되었을까?

애덤 윌킨스의 『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The Evolutionary Origins of the Human Face)』은 이러한 질문들에 진화생물학과 발달과학, 그리고 사회생물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 얼굴이 단지 생물학적 구조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 진화,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 맥락까지 얽힌 복합적 산물임을 10개의 장에 걸쳐 치밀하게 추적한다.

1장 ‘인간의 얼굴은 진화의 산물이다’에서는 인간 얼굴의 독특함이 어떻게 진화적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조망한다. 침팬지나 고릴라와 비교했을 때, 인간의 얼굴은 훨씬 덜 돌출되어 있고, 근육이 더 섬세하며, 표정 표현에 특화되어 있다. 윌킨스는 얼굴이 단순한 기능적 구조가 아닌, 소통을 위한 장치로 발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얼굴이 곧 인간의 ‘사회적 기관’임을 제시한다.

2장 ‘얼굴의 발달 과정: 배아부터 청소년까지’는 인간 얼굴이 어떻게 태아기부터 성장하면서 형태를 갖춰가는지를 다룬다. 배아의 초기 단계에서는 모든 척추동물의 얼굴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종마다 다른 얼굴 특징이 나타난다. 특히 사춘기 동안 얼굴에 나타나는 변화는 성적 성숙과 관련이 깊으며, 이는 인간 사회에서 얼굴이 어떻게 성별이나 나이, 매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기능하는지를 설명한다.

3장과 4장, ‘얼굴을 형성하는 유전적 기반’과 ‘다양한 얼굴을 만드는 유전자’는 얼굴의 유전적 설계도를 탐구한다. 얼굴은 수천 개의 유전자의 조합으로 구성되며, 각 유전자가 뼈, 근육, 피부의 발달에 관여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유전자 하나하나가 얼굴의 특정 부위—예를 들어 콧등이나 턱선—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윌킨스는 쌍둥이 연구와 유전체 분석 사례를 통해, 얼굴 유전자가 개체 간 다양성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5장과 6장에서는 ‘얼굴의 역사’를 다루는 장으로, 먼저 5장 ‘최초의 척추동물부터 최초의 영장류까지’에서는 얼굴의 초기 진화를 조망한다. 얼굴의 원형은 물고기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며, 코와 눈, 입이 점차 분화되며 지금의 구조에 이르렀다. 6장 ‘초기 영장류부터 현대 인류까지’에서는 직립보행이 얼굴 구조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는데, 두개골의 위치가 변화하면서 턱은 짧아지고, 이마가 발달하며, 더 많은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얼굴은 생존 도구에서 점차 소통과 인식의 장으로 전환된다.

7장 ‘두뇌와 얼굴의 공진화’는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로, 인간의 두뇌가 얼굴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과 동시에 얼굴이 그에 맞춰 더 복잡한 표현을 발달시킨 과정을 조명한다. 특히 ‘표정 짓기’는 뇌와 얼굴 근육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윌킨스는 이 부분을 신경과학과 진화론을 접목해 설명한다. 우리는 얼굴을 보자마자 상대의 감정 상태를 읽고, 그 정보에 따라 반응하는데, 이는 수백만 년의 진화가 만들어낸 생존 전략이다.

8장 ‘종분화 이후: 진화하는 현대 인간의 얼굴’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다룬다. 현대 인류의 얼굴은 좀 더 작고 덜 거칠며, 더 많은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이 장에서는 최근의 고인류학 연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얼굴이 단순히 외형이 아니라 사회적 협력과 종의 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입증한다.

9장 ‘얼굴 의식하기와 얼굴의 미래’는 우리가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해석하는지를 논한다. 현대 인간은 얼굴을 보자마자 감정, 성격, 의도 등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사회적 진화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얼굴에 대한 집착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만들기도 한다. 윌킨스는 현대 사회에서 얼굴이 정체성의 중심이자 심리적 무기가 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마지막 10장 ‘인간의 얼굴 형성에서 사회선택의 역할’은 얼굴의 진화에 있어 ‘사회적 선택’—즉,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생존과 번식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얼굴은 단순히 자연선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식과 반응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얼굴이 아름다움이나 신뢰, 위엄 등의 사회적 평가 요소가 되었고, 이는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작용해 왔다.

이 책의 추천사 중 윤신영(동아사이언스 전문 기자 ’인류의 기원’ 저자)가 쓴 추천사 글이 이 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공유해본다.

<얼굴이 왜 있지? 왜 모두 다르지? 인류의 얼굴은 동물과 심지어 유인원과 비교해 무슨 특징이 있지? 좋은 이론은 많은 경우 명쾌한 법인데, 이 질문들을 꿰어 설명할 좋은 이론을 우리는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갖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때의 다음 전략은 가능한 한 다각도로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 그렇다. 이 책은 얼굴의 진화와 관련해 가장 최신의 소식을 가장 충실하게, 또 통찰력을 갖고 다룬 책일 것이다. 기원을 추적하기 좋아하는 과학 기자로서, 얼굴의 진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품었던 호기심과 갖가지 의문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

또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인 의문을 조금 해소하기도 했다. 얼굴이 인간에게만 유독 중요한 특질일 가능성, 그러니까 얼굴에 대해 강조하고 집착하는 행위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행위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얼굴의 진화를 장구한 동물 진화의 맥락에서 함께 바라본 이 책의 여러 논의를 읽으며 안도했다. 적어도 얼굴의 진화와 척추 동물과는 관련이 있다니까. 그래도 여전히 지구생명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고 그 존재가 얼굴을 지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인간 얼굴』은 얼굴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생물학, 유전학, 고인류학, 심리학, 신경과학을 가로지르며 통합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얼굴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인간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게 됐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특히 각 장마다 역사적 흐름과 과학적 연구, 흥미로운 사례들을 조화롭게 엮어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거울 속 내 얼굴이 단지 유전자의 산물이 아니라 수백만 년의 진화와 수많은 사회적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얼굴은 단순히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살아남기 위해 쌓아온 복잡한 생명의 언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책이다.

'을유문화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대부분 인생의 시작과 끝에서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모습은 중요한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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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한다는 것 - 소통의 시대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
피에르 쌍소 지음, 이진희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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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대화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성공적인 대화를 방해하는 장애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대화를 완벽하고 충만하게 할까?

피에르 쌍소의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심코 해왔던 ‘말하기’와 ‘듣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진정한 대화란 무엇일까?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며 서로 통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드물고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진짜 대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차분히 들려준다.


피에르 쌍소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회학자로, 일상 속 평범한 것들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도 그는 철학적인 생각과 현실적인 시선으로 ‘대화’라는 익숙한 행동을 새롭게 바라본다. 우리가 평소에 주고받는 말들이 정말 마음을 담은 대화였는지, 무심코 던진 말들이 어떤 오해를 불러왔는지, 또 말없이 흐르는 침묵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낸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그는 ‘대화란 단순한 말의 주고받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화는 듣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며, 듣는 태도 자체가 대화의 질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대화하면서도 사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릿속에선 다음에 할 말을 준비하고 있고, 상대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저자는 이런 식의 말은 대화가 아니라 그저 소음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화를 ‘살아 있는 만남’이라 표현한다. 대화란 내 생각이 상대와 부딪히며 자극받고, 또 확장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진짜 대화를 나누고 나면, 어떤 깨달음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던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대화는 결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들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저자는 ‘침묵’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침묵을 어색해하고 뭔가 말을 채워야 한다고 느끼지만, 사실 침묵은 대화의 일부다. 때론 아무 말 없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하기도 한다. 말과 말 사이의 빈 공간, 그 침묵이야말로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그가 직접 겪은 일상 속 대화의 순간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간 낯선 이와의 짧은 대화, 친구와의 오랜 침묵 끝에 다시 이어진 이야기, 가족과의 갈등 속에서 다시 마주한 진심. 이런 구체적인 사례들은 각자의 대화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말하는 나의 태도, 듣는 나의 자세, 관계 안에서의 나의 위치를 스스로 돌아보게 게 만든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보다 너무 익숙해서 놓쳤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조금 더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고 부모님의 말에 한 번 더 귀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조금씩 달라지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을 통해 그동안의 나의 마음 상태를 돌아보게 만든다. 말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그 마음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심에서 출발한다는 걸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재미 있었던 파트는 수다쟁이 관련 내용이었다. 저자가 수다쟁이를 만났을 때 즐겨하는 ‘치즈 플래터 시험’이 있다고 했다. 저자는 자신의 집에 여러명의 친구들을 초대한 어느 날, 수다쟁이에게 여러 종류의 치즈 접시를 건네고 그의 반응을 관찰하였다. 수다쟁이는 치즈를 먹은 뒤 접시를 옆으로 넘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가며 접시를 독차지 했다. 다른 친구들은 치즈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한 명이 용기내어 접시를 달라고 말을 했는데, 수다쟁이는 자신의 발언권을 뺏긴 사람인양 굴며 대화에 대한 욕구를 식탐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접시의 치즈를 모두 먹어 치웠다. 이 일화를 통해 수다쟁이가 단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넘어 발언권을 독점하고, 나눔이나 소통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피에르 쌍소의 ‘대화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던 말 한마디,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침묵의 순간들 속에 얼마나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는 ‘진짜 대화’는 결국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때, 그 짧지만 깊은 연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드림셀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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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강물에 뛰어드는 영웅적인 인물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수다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찬양하고 싶다. 대화를 지루해지고 시들해지면 불편함이 커진다. 우리 중 누군가가 어색함을 풀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거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르고 거북한 분위기가 해소되고 나면 ‘어휴, 말도 많지’라고 속으로 말한다. 나 역시 이러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광대가 되어 과장된 몸짓을 하며 횡설수설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내던지며 그런 공연을 펼칠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사람들을 다시 대화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리라.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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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마법 - 헤르만 헤세의 그림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은주 옮김 / 국민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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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우리가 사랑하는 문학가이다. 그의 유명한 저서 『데미안』이나 『싯다르타』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작품으로, 삶과 존재를 묻는 철학적인 문장들이 담겨 있다. 비록 얼마 전까지 헤르만 헤세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 책에서 헤세가 그린 그림 몇 점을 볼 수 있었지만 많은 그림을 접하지는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 책 『헤르만 헤세의 그림여행 색채의 마법』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그림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림 뿐만 아니라 그의 솔직한 에세이 글과 자작한 시까지 모두 아우르며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헤세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헤세의 그림이 단순히 취미 활동의 결과물이 아닌, 그가 삶을 바라보는 모습, 삶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는 헤세가 남긴 다양한 수채화들이 담겨 있다. 알프스의 작은 마을, 햇살이 부서지는 골목, 붉게 물든 가을 산책길… 그의 수채화는 정교하지 않지만 그것이 오히려 마음을 더 깊숙이 파고든다. 그의 그림에는 밝은 색채가 돋보이는데, 그가 머물던 풍경이 아름다웠기 때문이 아닐까? 혹은 자연의 경이롭고 평온한 풍경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 책은 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풍경을 그의 색채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그림과 나란히 놓여 있어 더욱 특별하다. 문장마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 삶의 고단함 속에서 찾은 한 줌의 위안이 스며들어 있다. 그는 이 글들 속에서 화려한 수사 없이, 그저 솔직한 어조로 자신이 왜 그림을 그리고, 왜 자연으로 향했는지를 말한다. 그 고백은 때로는 시 같고, 때로는 친구와의 짧은 편지처럼 다정하다. 덕분에 우리는 한 사람의 마음 안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헤세가 그림을 그리러 나설 때마다 항상 간이 의자를 챙겼다는 사실이다. 그 의자는 그에게 단순한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그의 휴식처이자,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 작은 의자 위에서 몇 시간이고 말없이 자연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고, 붓을 통해 장면을 옮겼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책이나 세상의 일, 철학적 사유마저 잠시 내려놓고 색채가 주는 온기에 자신을 온전히 맡긴 시간이었을 테다. 간이 의자는 그에게 ‘멈춤’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나가는 계절과 무심코 흘려 보내는 감정들. 헤세는 그 작은 의자 위에서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고, 감정을 붙잡앗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림으로 기록했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잘 그렸다’는 말보다 ‘잘 머물렀다’는 말이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색과 선 하나에도 시간과 그의 침묵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의 그림여행 색채의 마법』은 그림이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가 고요한 시간 속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누구의 방해도 없는 시간으로, 잠시 동안 말을 멈추고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바람을 느끼고, 빛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가 숨통 조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유일한 힐링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쉼표의 시간을 선물한다. 일상에 지친 마음이 잠시 머물다 가기에 좋은 시간을 선사한다. 헤르만 헤세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종종 작은 시간을 내서라도 자연 속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삶을 힘들고 거창하게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고요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헤르만 헤세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느껴봤으면 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국민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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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고 느지막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렇게 햇살이 비치는 날의 한낮 시간을 누려야지요. 이 시간은 우리의 것입니다. 이때는 햇살이 우리를 따사롭게 품어주기 때문에, 풀밭이나 낙엽 위에 누워서 겨울 숲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까운 산들에 눈 쌓인 새하얀 길들이 아래로 뻗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히스(Heidekraut, 황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목류다.)나 시든 밤나무잎 사이에서 몇몇 생명체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겨울잠을 자는 작은 뱀이나 고슴도치 같은 것들이죠. 여기저기 나무 밑에는 마지막으로 떨어진 밤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사람들이 주워다가 저녁에 난롯불에 구워 먹기도 합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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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변화의 힘 - 하루에 1%만 성장해도 1년 후 37배 다른 내가 된다
대런 하디 지음, 유정식 옮김 / 부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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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변화는 작고 사소한 습관의 반복에서 시작된다.”

“컴파운드 효과(복리효과, The Compound Effect)”

“꾸준함의 힘”

“성공만큼 큰 실패는 없다”

성공에 있어서 마법의 해결책이나 비법, 즉효약 따위는 없다.

사람들 중에는 간혹 노력 없이 손 쉽게 이득을 취하려고 하고 성공하길 바란다.

저자는 인생에 그러한 방법은 없으며 아래 제시한 사항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이야기 한다.

- 하루에 두 시간만 일하면서 1년에 20만 달러를 번다.

-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일주일 만에 14킬로그램을 감량한다.

- 얼굴에 한두 번만 발라도 20년은 젊어진다.

- 알약 하나로 성생활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 “이렇게만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솔깃한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성공을 이뤄 내려 한다.

이러한 무분별한 메시지들은 본 궤도에 있는 사람들을 탈선시킨다. 저자는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걷어 내고 정말로 중요한 핵심 원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인생을 이끌어 가는 운영 시스템, ‘컴파운드 이펙트Compound Effect(복리 효과)’의 힘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시스템은 삶의 밑바닥부터 혁신할 수 있다.

컴파운드 이펙트가 궁극적인 성공의 유일한 프로세스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할까?

첫째, 이 원리들은 저자가 직접 삶에 적용해 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사업으로 이미 상당한 성공을 거뒀는데 책에 제시하는 원리에 따라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많은 아이디어, 자료와 철학을 테스트하는 데만 수십만 달러의 돈을 썼다. 무엇을 배우든, 어떤 전략과 전술을 택하든,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성공은 컴파운드 이펙트라는 운영 시스템의 결과’라는 점을 몸소 입증했다.

둘째, 지난 25년간 자기계발 분야의 리더로 활동하며 깨우친 바이기 때문이다. 명망이 높고 선도적인 사상가, 연사, 저자들과 함께 일했다. 강사이자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기업가들을 훈련시켰다. 또한 다양한 비즈니스 리더, 기업 임원, 인재들을 멘토링하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사례들을 연구하면서 무엇이 유용하고 무엇이 쓸모없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석세스>의 발행인으로 수없이 많은 원고와 책을 샅샅이 살피며 잡지에 올릴 전문가를 선정해 왔기 때문이다. 매월 성공에 관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대여섯 명의 최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가진 최고의 아이디어를 파고들었다. 또 매일 자기계발이라는 바다를 이리저리 항해하며 정보를 습득하고 선별했다.

이 책은 불필요한 소음들을 제거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서술한다. 이 책은 목표를 이루게 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해주는 여섯 가지 핵심 성공 원리를 알려준다.

책의 초반에 ‘컴파운드 효과(The Compound Effect)’라는 개념을 전개된다. 작은 선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커다란 결과를 낳는다는 원리다. 복리 이자의 마법처럼 우리가 매일 무심코 반복하는 행동들이 나중에는 인생 전체를 바꿔 놓는다는 뜻이다. 다이어트를 예로 들면, 매일 저녁 치킨을 시켜 먹는 습관은 당장엔 별 차이를 못 느끼지만, 몇 달이 지나면 체중계 숫자에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반대로, 매일 10분 걷기나 설탕 음료를 물로 대체하는 작은 습관이 장기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인 대런 하디는 독자가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추적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자신의 습관과 행동을 수치로 기록하는 과정을 말한다.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 하루 중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꼼꼼히 기록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변화는 의식에서 출발하고 의식은 기록에서 시작된다는 논리는 실용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또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도, 주변 환경이 그것을 방해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 마치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이 매일 흡연자들과 어울리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말이다. 좋은 습관을 유지하려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은 외로운 싸움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성공을 지지해주는 관계와 환경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성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사실 ‘이미’ 알고 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울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실천에 필요한 새로운 ‘계획’이다. 이제 성공으로 이끄는 새로운 행동과 습관을 창조할 때가 온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도구들은 그간 듣고 보고 공부하고 시도했던 모든 것들 중 최고만을 모은 결과물이다. 매달 <석세스>를 통해 소개해 온 내용들을 이 작은 책에 집약해 놓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컴파운드 이펙트’의 힘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부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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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작은 변화만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일으키는, 예상과 의도를 넘어서는 ‘물결 효과ripple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컴파운드 이펙트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인생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물결 효과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브래드의 나쁜 습관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도록 하자.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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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뇌 - 일상에서 발견하는 좌우 편향의 뇌과학
로린 J. 엘리아스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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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생각이 늘 옳다고 생각하는가?

로린 J. 엘리아스의 ‘기울어진 뇌’는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믿으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지를 하나하나 짚어준다. 이 책은 그동안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살아온 우리에게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경고를 던진다.

책의 초반에서 엘리아스는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꺼내든다. 전 세계 인구의 약 90%가 오른손잡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손을 쓰는 방식이 다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손은 단지 습관이나 유전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작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편향의 상징’이다. 놀라운 건, 이처럼 압도적인 비율로 한쪽에 치우친 행동 양상은 우리가 가진 다른 신체적 특성이나 기능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오른손잡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인간 뇌의 ‘비대칭성’이 얼마나 뚜렷한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얼마나 오른손을 주로 쓰는지 보면, 뇌가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물리적 편향은 단지 손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정보를 신뢰하며, 어떤 방향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하는지까지 이어진다. 다시 말해, 오른손잡이라는 생물학적 습성은 뇌가 편향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구조적 습관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울어진 뇌는 우리 뇌가 얼마나 쉽게 편향되고, 얼마나 자주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같은 사실을 놓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는 건 익숙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 책은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중요한 건 이런 차이가 단순한 개인차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우리 뇌 자체의 작동 방식 때문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자주 빠지는 대표적인 생각의 함정 중 하나는 ‘확증 편향’이다. 이건 쉽게 말해, 내가 이미 믿고 있는 것만 믿고, 내 생각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뇌의 습관이다. 책에서는 이 편향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면서 놀랍게도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런 편향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논리를 더 잘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정의 역할도 강조한다. 우리는 흔히 이성과 논리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결정은 감정이 먼저 작동한 후 이성이 그 뒤를 따르는 구조다. 기분이 좋을 때 세상이 더 밝아 보이고, 불안할 때는 작은 문제도 크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뇌는 감정을 기반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지금까지 확신했던 것들이 과연 진짜일까?“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저자는 뇌과학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어떤 편향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내가 얼마나 기울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무겁거나 어려운 과학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뉴스, SNS, 직장 생활, 인간관계, 심지어 연애까지—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이 ‘기울어진 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서로 다른 의견이 갈등을 만드는 시대에는, 이 책이 더더욱 필요한 이유가 분명하다.

‘기울어진 뇌’는 우리에게 완벽한 판단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인정하고, 그 사실을 기반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확신’보다 ‘의심’을 갖고, 나와 다른 사람의 관점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짜로 생각하는 시작점 이라는 걸 알려준다.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일반일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조사에서도 약 80퍼센트가 오른발을 주로 쓴다고 추정됐다. 주로 사용하는 손에 관한 데이터와의 공통점은 왼박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이 나이가 어릴수록 높다는 것이다. 60세 이상이 되면 오른발을 주로 쓰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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