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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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수평선 너머』일까?

처음엔 그저 바다 끝에 닿아 있는 먼 풍경을 말하는 걸까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제목이 점점 다르게 다가왔다.

수평선은 눈앞에 분명히 보이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다.

가까이 가는 것 같아도 계속 멀어지고,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은 자꾸 그쪽을 바라보게 된다.

지금 내가 사는 삶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나에게도 다른 길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기대 때문일 것이다.

로버트에게도 수평선은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정해진 운명처럼 보이는 삶 너머에, 아직 가보지 못한 다른 삶이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벤자민 마이어스의 『수평선 너머』는 열여섯 살 소년 로버트가 어느 여름,

바닷가 오두막에 사는 노부인 덜시를 만나며 삶의 방향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이야기다.

로버트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그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광부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아이다.

그것이 싫다거나 좋다기보다, 그냥 그렇게 정해진 삶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길을 나서고, 그 우연한 걸음 끝에서 덜시를 만난다.

이 만남은 거창한 사건처럼 시작되지는 않지만, 로버트의 삶을 아주 천천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소설의 배경은 1946년 영국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시대다.

책을 읽다 보면 전쟁이 단순히 역사책 속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총성이 멈추었다고 해서 사람들의 기억까지 조용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덜시는 로버트에게 독일인을 무조건 미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전쟁은 소수가 시작하고 다수가 싸우며 결국 모두가 패배하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조용한 삶과 좋은 식사, 약간의 사랑과 늦은 밤 산책을 원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참 오래 남았다. 전쟁을 겪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면서도,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상처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회복이란 상처가 아예 없던 사람처럼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다시 밥을 먹고, 다시 웃고, 다시 살아갈 마음을 조금씩 되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덜시는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그녀는 친절하지만 얌전하지 않고, 지혜롭지만 고상한 척하지 않는다.

종교와 권위, 관습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유머도 있고, 말도 꽤 거침없다.

로버트가 알고 있던 어른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로버트도 처음에는 당황하고 놀란다. 하지만 덜시의 자유로움에는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따뜻함이 있다.

그녀는 로버트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책을 건네고, 자연을 보게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곁을 내어준다.

특히 “네가 후회할 일에 대해서만 미안해하면 돼”라는 말이 좋았다.

로버트는 자꾸 미안해하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다. 그런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누군가의 호의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밥 한 끼를 얻어먹어도 갚아야 할 것 같고,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면 고맙기보다 먼저 미안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덜시는 좋은 식사는 무엇의 대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말한다.

그 장면에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사람은 꼭 쓸모를 증명해야만 사랑받고 환대받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니까.

좋은 어른이란 누군가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 삶을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조용히 옆자리를 내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덜시의 다정함은 로버트를 억지로 바꾸지 않으면서도, 결국 그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세계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음식에 대한 묘사도 좋았다. 덜시가 요리하는 동안 로버트가 와인을 처음 마시는 장면이나 바닷가재를 맛보는 장면은 너무 생생해서 읽는 동안 나도 그 식탁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닷가재의 살을 발라내고, 가장 맛있는 부위를 알려주고, 간과 알까지 설명하는 장면은 정말 눈앞에서 요리를 보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가재 살이 떠올라 한입 먹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단순한 식사 장면인데도 그 안에는 삶의 풍미가 가득했다. 덜시가 말한 것처럼 풍미 없는 삶은 죽음과 다름없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자연 묘사도 오래 남는다. 밤이 단단한 어둠이 아니라 여러 겹의 색과 소리로 이루어진 세계로 변하는 장면,

나방과 박쥐와 올빼미가 움직이는 장면, 새벽이 오자 새와 곤충과 양과 노루가 하루를 여는 장면은 거의 음악처럼 느껴졌다.

작가는 자연을 그냥 배경으로만 두지 않는다. 자연은 로버트의 감각을 깨우고, 그가 자신을 더 넓은 세계의 일부로 느끼게 만든다.

덜시가 침묵에는 시가 깃들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이어진다.

사람들은 계속 말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자기 마음과 세상의 소리를 더 잘 듣게 되는 순간이 있다.

로버트와 덜시의 관계가 아름다운 이유는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덜시는 로버트를 불쌍히 여기며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고, 로버트도 덜시에게 일방적으로 배우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두 사람은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침묵하고, 서로의 슬픔을 조금씩 알아간다.

덜시에게는 로미라는 인물과 얽힌 오래된 상처가 있고, 로버트는 그 흔적을 통해 덜시의 삶에도 깊은 그리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로버트의 성장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덜시가 오래 품고 있던 마음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덜시가 로버트의 구금 연주를 칭찬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로버트의 연주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분명 서툴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덜시는 그 안에서 가능성을 본다.

누군가의 서툰 시작을 비웃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태도는 한 사람의 자존감을 조용히 일으켜 세운다.

완벽해야만 칭찬받는 세상에서, 덜시의 칭찬은 로버트에게 “너는 시도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희망을 전하고 싶은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대단한 확신이 생겨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의 서툰 시작을 믿어주었을 때 조금 더 멀리 나아갈 힘을 얻는다.

한 사람을 살리는 말은 거창한 성공의 조언이 아니라 “괜찮다, 계속해도 된다”는 조용한 인정일 때가 많다.

이 소설에서 문학은 삶을 바꾸는 힘으로 등장한다.

로버트는 덜시가 건넨 책을 읽으며 자신이 알던 세계 바깥에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말과 문장, 시와 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이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어쩌면 로버트가 진짜로 발견한 것은 책이 아니라, 책을 통해 열리는 자기 자신의 가능성이었는지도 모른다.

『수평선 너머』는 천천히 걷고, 오래 바라보고, 깊이 듣게 만드는 소설이다.

큰 사건이 계속 터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읽고 나서 마음에 오래 남는다.

전쟁 이후의 상처, 굶주린 소년, 자유로운 노부인, 바닷가재와 와인, 밤의 소리, 시와 책, 그리고 수평선이 한데 어우러져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덜시의 오두막과 바닷가의 바람, 새벽의 소리들이 한동안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삶은 꼭 거창한 계기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우연히 떠난 길, 우연히 만난 사람, 우연히 읽은 한 권의 책이 어느 날 우리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삶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준다.

아직 닿지 못한 곳이 있고,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고, 아직 읽지 못한 문장들이 남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한 번쯤은 고개를 들어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아도 좋겠다.

삶은 어쩌면 바로 그 시선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키다 서평단 @ekida_library'을 통해,

'다산책방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삶이라는 축복을 받은 자들에게 현재란 경험으로 채워지길 기다리는 빈그릇과도 같았다. 시간은 이제 더욱 귀중해졌다. 우리에게 풍족하게 주어진 유일한 것이 바로 시간이었다. 전쟁은 그마저도 한정된 자원이며 시간을 현명하게 쓰지 못하거나 낭비하는 것은 엄청난 죄악임을 가르쳐주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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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대신 샌드백을 때리기로 했습니다
윤리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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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특별히 나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문득 걸음을 멈추게 되는 날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하게 달리고만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특히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좋아하는데,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내가 애매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 대신 샌드백을 때리기로 했습니다』를 읽기 전에는 제목만 보고 스트레스를 복싱으로 풀어내는 가벼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 책은 복싱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라,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오래 흔들렸던 한 사람이 자기 자신과 화해해 가는 기록에 더 가까웠다.

미대를 졸업한 예술가이자 크리에이터, 마케터, 작가로 살아가는 저자는 스스로를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다양한 색을 가진 팔레트 같다고 느끼는 날도 있었지만, 때로는 왜 송곳처럼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지 못하는지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사람은 하나의 색으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흩어져 보였던 경험과 고민, 실패와 방황의 시간들이 사실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겹겹이 쌓여가는 붓질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책의 초반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의 학창 시절 이야기였다.

중학교 시절의 저자는 스스로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라고 표현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예술고등학교나 명문 미대는 자신과는 거리가 먼 세계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어느 날 짝꿍이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꾼다.

“이번 시험에서 평균 80점 넘으면 내가 햄버거 사줄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사소한 말이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처음으로 ‘나도 하면 되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예고 원서 마감 3시간 전에 무모한 도전을 하고, 결국 합격까지 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을 바꾸는 계기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대단한 기회가 와야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짧은 격려 한마디가 인생 전체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예고에 진학한 뒤에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실기 꼴등, 성적 꼴등에서 시작했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분야에서 끊임없이 부딪혔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조소를 만나게 된다.

처음 흙을 만졌을 때의 감각을 설명하는 부분이 유독 생생하게 다가왔다.

맞지 않는 길을 억지로 걷는 것보다 늦더라도 심장이 뛰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 것이 결국 더 빠른 길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앙대학교 미대에 입학한 뒤 저자는 또 다른 벽과 마주한다.

전국에서 모인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은 점점 작아지고, 한때 즐거웠던 작업은 부담이 된다.

작품 하나에도 완벽을 요구했고, 조금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스스로를 심하게 몰아붙였다.

특히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이 아니라, 나를 짓누르는 쇠사슬이었다”는 고백이 오래 남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고,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저자 역시 오랫동안 그런 삶을 살았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야만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는 상실을 경험한다.

살아 있지만 살아가는 것 같지 않은 시간들. 작업도, 인간관계도, 미래도 모두 의미를 잃어버린 시기였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은 의외로 단순한 말이었다.

“엄마 아빠는 네가 무엇이 되든, 어떤 길을 가든 다 좋아. 네가 건강하기만 하면 돼.”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더 좋은 결과를 내야 하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며,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하지만 정작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다치지 않았는지, 너무 지쳐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걱정한다. 저자의 부모님이 건넨 이 말은 성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세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성공보다 건강과 행복을 먼저 바라봐 주는 마음이기에 더욱 깊은 위로가 되었다.

저자는 결국 휴학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실패가 아닌 회복의 시간으로 만들어간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흙을 만지기 시작한다.

특히 폐공장에서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곳에는 평가도, 점수도, 비교도 없었다. 오직 흙과 사람, 그리고 창작의 즐거움만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미술의 ‘펜티멘토’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그림 위에 새로운 색을 덧칠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아래의 붓질이 다시 비쳐 보이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실수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림의 깊이가 된다.

살면서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돌아온 길, 멈춰 있던 시간들, 의미 없어 보였던 경험들 역시 결국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깊이가 된다. 저자는 그것을 실패가 아니라 두께라고 표현했다.

복싱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부분도 좋았다.

저자는 운동 경력이 없는 평범한 여성으로 복싱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해도 될까?”라는 의심이 컸지만 SNS에 자신의 운동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뜻밖의 댓글들이 달린다.

“윤리님 보고 용기 내서 복싱 시작했어요.”

“복싱이 이렇게 멋진 운동인 줄 몰랐어요.”

“선수 생활을 접었는데 다시 해보고 싶어졌어요.”

이 장면을 통해 사람들은 꼭 대단한 사람을 보며 용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서툴더라도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얻기도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라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해도 시작했기 때문에 조금씩 자신만의 모습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복싱을 통해 배우게 된 삶의 태도들이 등장한다.

특히 ‘고속도로 아니고 저속도로’라는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복싱장 매니저로 일하며 사람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어떤 사람은 글러브 끈을 묶는 데 일주일이 걸리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금세 익힌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늘 남보다 빨리 가야 한다고 배운다. 빨리 성공해야 하고, 빨리 자리 잡아야 하고, 빨리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일지도 모른다.

느리게 걷는 사람은 자신의 호흡이 어디서 가빠지는지 알 수 있고, 그래서 더 오래 걸어갈 수도 있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습관은 66일이면 만들어진다고들 말한다.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믿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1년 동안 매일 5km를 뛰고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습관이 되면 쉬워진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라고.

1년이 지나도 여전히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은 귀찮고 힘들었다고 한다.

다만 달라진 것은 지루함을 견디는 힘이었다.

그리고 가장 지루한 구간에서 오히려 가장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뇌는 쉬지 못하고 계속 과열된다.

그런데 달리기처럼 단순한 반복은 과열된 머리를 식혀주고, 생각이 정리될 공간을 만들어준다.

저자는 달리기를 ‘뇌의 냉각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에 정말 공감이 갔다.

감사일기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매일 감사한 일을 기록하다 보니 부정적인 일이 생겨도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마음속에 두툼한 쿠션이 생긴 것처럼 충격을 흡수해주는 공간이 생겼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감사일기의 핵심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다.

저자가 설명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는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정보를 더 많이 찾아낸다.

불안에 집중하면 불안이 늘어나고, 감사에 집중하면 감사할 이유가 더 많이 보인다.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자신을 헤비급이 아니라 경량급이라고 표현한다.

한 방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재능은 없지만, 대신 부지런히 움직이며 수많은 잽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비유가 참 좋았다. 우리는 자꾸 남의 체급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남의 무기를 부러워하기보다 내 체급에 맞는 강점을 키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비교는 발전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순간부터는 자기파괴가 된다.

결국 『세상 대신 샌드백을 때리기로 했습니다』는 복싱 에세이가 아니다.

이 책은 불안과 비교, 완벽주의에 지친 사람이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펜을 쥐고, 글러브를 끼고, 운동화 끈을 묶고, 감사한 일을 적는 사소한 반복들이 어떻게 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 보여준다.

삶이 자꾸 늦어지는 것 같을 때, 남들과 비교하느라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을 때, 지금의 내가 너무 애매하고 부족하게 느껴질 때 읽어보면 좋겠다.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그려지고 있는 그림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방황과 실패, 망설임 역시 언젠가는 삶의 깊이가 되어줄 붓질일 수 있다. 그러니 오늘 조금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사실이니까.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하지만 그 서로 다른 속도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 오히려 나를 깊이 안심시켰다. 출발선도, 보폭도 모두 달랐지만 결국 각자가 가야 할 방향을 향해 조금씩, 하지만 분명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느리게 걷는다고 해서 목적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걷는 사람이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을 발견하듯, 자신의 호흡이 어디서 가빠지는지를 정확히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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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종료합니다 - 나를 괴롭히는 108번뇌 탈출 필사
필로소피랩 지음 / 각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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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각보다 현재를 살지 못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마음이 붙잡혀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기도 하고,

밤이 되면 몇 년 전 실수가 갑자기 떠올라 이불을 걷어차기도 한다.

『번뇌를 종료합니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도 그것이었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너무 많은 창을 띄워 놓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를 바탕으로 우리가 왜 괴롭고, 왜 불안하며, 왜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려운 불교 용어나 교리를 앞세우기보다 지금 우리 삶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들을 통해 번뇌를 이해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가리는 다섯 가지 방해물인 오개(五蓋)를 소개한다.

끊임없이 더 갖고 싶어 하는, 탐욕개

화내고 원망하는, 진에개

무기력과 나태함의, 수면개

후회와 불안의, 도회개

의심과 망설임의, 의개

이름은 낯설지만 내용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SNS를 보며 남과 비교하는 마음은 탐욕개이고,

상처 준 사람을 떠올리며 분노하는 것은 진에개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은 수면개이고,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은 도회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며 계속 망설이는 마음은 의개에 가깝다.

결국 번뇌는 특별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기본 설정 같은 것이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부분은 ‘점점 억울함이 쌓인다’는 장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으면 우리는 종종 그 장면을 반복 재생한다.

상대방은 이미 그 일을 잊고 살아가는데 정작 나는 몇 달, 몇 년 동안 그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 원망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이 아니라 그 기억을 붙들고 놓지 못하는 내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상대에게 두 번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수십 번 같은 상처를 꺼내 보며 다시 아파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책이 말하는 “억울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는 일”이라는 문장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실수를 곱씹으며 괴로워한다’는 장도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반성과 자책을 혼동한다.

실수하면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런데 책은 이미 끝난 실수에 괴로움을 계속 덧붙이는 것은 한 번의 상처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실수는 교훈으로 남겨야 하는데 우리는 종종 벌로 만들어 버린다.

이 문장을 읽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잘못된 선택 하나 때문에 몇 달씩 스스로를 괴롭혔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실수 자체보다 그 이후의 자책이 더 큰 상처를 남겼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는 내용이었다.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알고 있다. 운동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밀린 일도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 이런 상태가 되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몰아세우기 쉽다.

하지만 책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특히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늘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춘다고 해서 게으른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애플을 창업하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

오랫동안 선불교를 공부했던 사람.

그런데 죽음을 앞둔 스티브 잡스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고, 죽음 이후의 세계를 궁금해했으며,

삶이 끝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종종 성공하면 불안이 사라지고, 돈이 많아지면 고민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가조차 죽음 앞에서는 한 명의 인간이었다.

결국 번뇌는 성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

특히 마지막 순간 남겼다는 “Oh wow, Oh wow, Oh wow.“라는 말은 오래 여운이 남았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장면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죽음 이후의 세계보다 지금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더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죽음은 언젠가 찾아오지만 번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필사 페이지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나는 억울함의 늪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워진다.”

“잠시 멈춘다고 해서 게으른 것이 아니다.”

“불안함은 잘못된 신호가 아니라 지혜로 이어지는 시작이다.”

이런 문장들을 직접 손으로 따라 쓰다 보면 단순히 읽을 때보다 훨씬 깊게 마음속에 스며든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번뇌를 없애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번뇌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조금씩 내려놓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기에 번뇌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는 있다.

『번뇌를 종료합니다』는 마음이 복잡한 날, 자꾸 과거를 후회하는 날,

이유 없이 불안한 날 곁에 두고 한 장씩 펼쳐 보기 좋은 책이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불교의 지혜가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인간의 마음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해서 번뇌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번뇌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조금은 가벼워진 것이 아닐까?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이 책에서는 복잡한 번뇌들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일상을 자주 흔드는 5가지 핵심 방해물인 오개(五蓋)를 중심으로 마음을 점검하고, 번뇌를 종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여기서 ‘개(蓋)’는 마음의 평온을 덮어버리는 덮개를 뜻한다.

① 탐욕개(貪欲蓋) ― 끊임없이 원하는 마음
② 진에개(瞋恚蓋) ― 화내고 원망하는 마음
③ 수면개(睡眠蓋) ― 멍하고 무기력한 마음
④ 도회개(掉悔蓋) ― 들뜨고 후회하는 마음
⑤ 의개(疑蓋) ― 의심하고 주저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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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줄 인생 명언 필사책 - 내 삶에 힘이 되는 좋은 습관
유태진 엮음 / 다른상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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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은 이상하게 오래 살아남는다.

유행처럼 소비되는 말들은 금세 잊히지만,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인용되는 문장들이 있다. 『하루 한 줄 인생 명언 필사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도 바로 그것이었다.

왜 어떤 문장들은 오랜 세월 동안 사라지지 않고 계속 전해질까.

책의 프롤로그는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우리가 지금 만나는 명언들은 누군가의 성공담이나 순간적인 영감이 아니라 실패와 고통, 치열한 고민과 삶의 경험 끝에서 탄생한 말들이다. 그래서 짧은 문장임에도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을 하루에 하나씩 읽고 직접 따라 쓰며 자신의 삶 속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구성된 필사책이다. 단순히 명언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주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말이 필사를 통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며 자기 무지를 깨닫는 순간이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어떤 결과나 상태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행동 속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니체는 타인의 기준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갈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런 문장들은 워낙 유명해서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막상 손으로 한 글자씩 따라 쓰다 보면 단순히 ‘아는 말’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말’로 바뀐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문장이었다.

“외부의 사건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판단하는 방식이 문제다.”

살면서 우리는 종종 상황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다시 일어선다. 그 차이는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는 것을 이 짧은 문장이 일깨워 준다. 내면에는 언제든 다시 솟아날 수 있는 선의 근원이 있다는 말 역시 결국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삶을 바라보는 힘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다 보니 흥미로운 점도 발견하게 되었다.

시대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전혀 다른 사람들인데, 그들이 남긴 말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마리 퀴리는 두려움은 이해가 부족할 때 생긴다고 말했고, 파스퇴르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이야기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선택하는 존재라고 말했고, 니체는 시련이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마이클 조던은 실패보다 시도하지 않는 것을 경계했고, 무함마드 알리는 불가능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윈스턴 처칠은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링컨은 느리게 갈 수는 있어도 뒤로 물러서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이 모든 문장은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된다.

삶은 완벽한 사람만이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실패하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은 것은 이 문장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책과 말들이 사라졌지만, 이 문장들은 세대를 넘어 계속 읽힌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닿았고,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한 문장이 내일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런 문장들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고, 태도가 달라지고, 결국 삶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하루 한 줄 인생 명언 필사책』은 단순히 글씨를 따라 쓰는 필사책이 아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점검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에 가깝다. 좋은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 필사를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지친 마음을 다잡을 작은 계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다른상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014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우연은 준비된 마음에 온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게 쌓인다
어느 순간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직 준비된 사람만이
그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

파스퇴르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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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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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문득 그런 순간이 있다.

분명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겪으며 살아왔는데, 정작 그것들이 내 안에서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는 잘 모를 때가 있다. 읽은 책도 많고 지나온 시간도 적지 않은데, 그것들을 내 언어로 꺼내 설명하려 하면 이상하게 말문이 막히는 순간 말이다. 『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은 그렇게 지나온 기억과 경험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그것들을 자기만의 지식으로 연결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작가는 자신을 ‘뒤로 걷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시선은 지나온 곳들을 향하고 있는 사람.

처음에는 조금 쓸쓸한 표현처럼 느껴졌지만 곱씹을수록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인간은 누구나 뒤를 돌아보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나온 기억과 경험을 몸 안에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기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경험들을 서로 이어 보며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교양 상식집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역사와 문학, 예술과 신화,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하나의 질문으로 엮어낸다.

“심청은 왜 연꽃을 타고 왔을까?”, “도깨비의 정체는 무엇일까?”,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줬을까?”, “천고마비는 정말 좋은 뜻일까?” 같은 질문들은 가볍게 시작되지만 읽다 보면 결국 인간의 삶과 마음으로 이어진다.

특히 심청과 연꽃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심청이 연꽃을 타고 돌아온 장면은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다. 연꽃은 물 위에 피면서도 물에 젖지 않고, 더러운 진흙에서 자라면서도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는 꽃이다. 그래서 죽음을 지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심청에게 연꽃은 가장 알맞은 상징이 아니었나 싶다.

심청은 연꽃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눈뿐 아니라 잔치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까지 뜨게 하는 장면은, 고난을 통과한 사람이 누군가를 다시 살리는 존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연꽃의 씨앗 이야기도 오래 남았다. 천 년이 지나도 다시 싹을 틔울 수 있는 생명력, 그리고 그 단단한 씨앗이 상처를 입어야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의 삶과도 닮아 있었다.

상처는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때로는 그 상처 때문에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도 한다.

진흙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상처를 통해 다시 피어나는 연꽃처럼 사람도 아픔을 지나며 조금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고난이 꼭 삶을 망가뜨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픔은 시간이 지나 결국 한 사람만의 향기가 되기도 하니까.

도깨비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던 뿔 달린 괴물 같은 모습은 사실 일본의 ‘오니‘ 이미지에 가깝고,

한국의 도깨비는 오래된 물건이나 자연물에 혼이 깃든 존재라는 설명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사회에서 버려지거나 소외된 존재들을 도깨비로 해석하는 부분에서는 전래동화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외로움과 현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모없다고 밀려난 존재들이 오히려 괴력을 가진 존재가 되어 약한 사람 편에 선다는 설정이 묘하게 뭉클했다.

백석과 윤동주 이야기에서는 오래 마음이 먹먹해졌다.

같은 시대,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었지만 끝내 교류하지 못한 두 사람. 백석은 이미 이름난 시인이었고,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손수 필사본을 만들어 읽을 만큼 그를 좋아했다. 그런 두 사람이 모두 프랑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묘하게 애틋했다. 외롭고 가난한 존재들, 하늘과 바람과 별과 꽃과 당나귀를 함께 좋아했을 두 사람이 만났더라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싶었다.

특히 릴케에게 로댕이 건넸다는 “힘내라고!”라는 말이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거창한 조언이 아니라 짧은 한마디였지만, 정말 힘든 시기를 지나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젊은 날의 자신에게 필요했던 말을 다른 젊은 예술가에게 건네는 마음. 이 이야기를 읽으며 좋은 문장과 좋은 사람은 누군가를 조용히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설공주 이야기를 외로움의 관점으로 해석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백설공주가 자꾸 문을 열어준 것은 단순히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외로웠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난쟁이들이 아무리 잘해주어도, 친밀한 경험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는 일상은 충분히 외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건네는 레이스와 빗, 사과 같은 작은 관심에도 마음이 흔들렸을지 모른다.

이 해석은 지금 시대에도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외로울 때 우리는 종종 마음의 빈자리를 소비나 낯선 관계로 급하게 채우려 한다. 하지만 외로울수록 아무거나 사지 말고, 아무거나 먹지 말고, 아무나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외로움은 부끄러운 실패가 아니라 지금 내 마음과 관계를 다시 살펴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빈자리를 아무것으로나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나 자신과 진실한 관계를 맺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신 이야기에서는 모욕을 견디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과하지욕, 일반천금, 사면초가 같은 고사성어가 모두 한신의 삶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지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굴욕을 삶의 동력으로 바꾸어낸 태도였다.

한신은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을 잊지 않았지만, 단순한 분풀이로 복수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살다 보면 억울하고 자존심 상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견디고 어디로 끌고 가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은 신흠의 시였다.

“매화는 일생을 추워도 그 향을 팔지 않는다.”

곱씹을수록 참 멋진 문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향은 단순한 꽃향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끝까지 지키고 싶은 품격과 자존심처럼 느껴졌다. 춥고 외로운 시간을 지나면서도 쉽게 아부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을 함부로 꺾지 않는 마음. 그래서 이 문장에는 고고함을 넘어선 단단한 기개가 담겨 있었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지에서 수선화를 보며 부활과 같은 생명력을 떠올렸던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뽑히고 또 뽑혀도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사람 역시 꺾이는 순간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힘을 품고 있다. 결국 좋은 삶이란 늘 화려하게 피어 있는 삶이 아니라, 추운 시간을 견디면서도 자기 향을 잃지 않는 삶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교양을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질문들을 통해 역사와 문학,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연결해낸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을 더 알게 되었다는 만족감도 있지만,

내가 지나온 시간들 역시 언젠가는 나만의 지식과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삶을 조금 더 깊고 단단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은 바로 그런 질문의 힘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앤의서재 @annes.library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오동나무로 만든 악기는 천 년을 묵어도 자기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추워도 그 향을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치 않으며
버드나무 가지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돌아난다
* 《야언》, 문정공 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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