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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서정환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6월
평점 :

책의 첫 문장, 첫 질문이 마음속에 훅 다가왔다.
“나는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 건가?”
짧지만 강렬한 물음이었다. 그동안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면서 정작 내 마음에 구체적으로 묻는 일은 거의 없었다. 늘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을 돌아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래서 이 질문은 마치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단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누군가 대신 입 밖으로 내어준 듯한 울림을 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몰입해보고자 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단 한 번은 올인해 보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 오래 해온 것,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도전하고 싶은 것. 그것이 무엇이든 찾아내어 단 1년이라도 온전히 내 꿈을 위해 달려보라는 제안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라는 권유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안정’을 선택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곤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은 삶의 진짜 의미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용기 있는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삶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구절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말했듯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격언 이상의 울림이 있었다. 자신과의 화해 없이는 세상과도 화해할 수 없다. 허무를 위해 살 수도 없고 단순히 고통을 버티는 데에만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다. 스스로 만든 적에게 시달리기보다 내 인생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자꾸 잊고 있던 진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이 책에는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담겨 있다. 삶의 선택은 언제나 과거에 묶이거나 미래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된다. 저자는 더 이상 과거를 붙잡지 않고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겠다고 말한다. 흐름을 억지로 거스를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노를 저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닿을 곳에 닿게 된다는 믿음. 이 단순하면서도 단단한 확신은 무겁게 누르던 짐을 덜어내듯 마음을 가볍게 했다.
또한 “뭐가 되긴, 그냥 크는 거지”라는 말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압축하고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삶은 반드시 대단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인생은 도화지 위에 색을 덧입히는 것과 같다. 예상치 못한 색과 무늬가 덧입혀지더라도 그것이 모여 결국 나만의 그림을 완성한다. 그 그림이 곧 내 삶이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저자가 고백한 독서의 힘에 대한 이야기도 깊은 공감을 주었다. 소설이 그에게 삶의 지침서였다는 고백은 곧 나의 경험이기도 했다.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 변명 대신 책임을 지는 태도,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런 것들은 책을 통해 배운 삶의 태도였다. “만약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라는 고백에서 큰 울림을 느꼈다. 나 역시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책을 통해 고정된 사고의 틀을 깨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확장해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책을 읽지 않을 때보다 읽을 때 비로소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까지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시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었다. 그는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만의 언어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시인은 언어를 창조하는 사람, 그래서 시의 언어는 낯설고 때로는 어렵다. 하지만 그 낯섦이야말로 우리 안에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나는 늘 시를 어렵게만 여겼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서야 시의 매력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것이 시인만의 언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언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느껴지는 감동은 배가 된다. 시는 결국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시가 가진 힘이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고통과 고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생에는 어떤 위로도 닿지 않는 시간,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저자는 그 시간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opus’ 한 곡으로 견뎠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을 읽으며, 나 역시 힘겨운 시기를 음악이나 책 한 권으로 버텨낸 경험들이 떠올랐다. 결국 중요한 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 시간을 스스로 견뎌내는 힘이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또한, 저자는 친절의 힘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이게 도움이 될까?”를 먼저 고민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바꿀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내가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어떤 날은 내가 그 친절을 받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버티게 해주는 방식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상실과 절망의 어둠을 통과하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처칠이 말했듯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계속 걸어가라.” 삶의 여정은 때때로 어둠 속을 걷는 것과 같다. 불확실성과 상실, 절망이 가득한 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걸어야 한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결국 빛을 찾기 위해 걷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깊이 있는 존재로 자라난다. 어둠을 지나며 끝내 빛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책의 후반부에는 잃어버린 온기와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도 등장한다. 저자는 오래전 밥집에서 느꼈던 따뜻한 순간들을 회상하며,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때의 숨결과 온기였음을 깨닫는다. 편의점 음식은 편리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손길, 서로를 배려하는 순간이 없다. 우리가 삶에서 갈망하는 건 결국 그런 따뜻한 온기다. 또한 아름다움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이미 아름다움은 존재하지만,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작은 발견이 삶을 지탱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는 말에 깊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책은 완벽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문장이 책 전체를 꿰뚫는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더 이상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보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결국 우리가 지켜내고 싶은 것은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쌓아온 시간이며 그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울타리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제야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미뤄둔 채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특히 어울린다. 늘 남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했던 이들, 그리고 삶의 전환점 앞에 서 있거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와 소설을 비롯한 문학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하고 싶지만 아직 그 매력을 깊이 느끼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저자의 경험담과 문학에 대한 고찰은 독서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고 싶은 모든 이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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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뭐가 되긴, 그냥 크는 거지." 시간이 흐르고 성장하면서 우리는 깨닫는다. 이 질문이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삶이 반드시 가치 있고 대단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삶은 도화지 위에 매일 새로운 색을 덧입히는 일에 가깝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색이 더해지기도 하고, 원치 않는 무늬가 생기기도 한다. 도화지를 처음 꺼냈을 때 생각했던 그림과는 달라졌을지라도 그것이 우리 삶을 더욱 독특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뭐가 되긴, 그냥 그는거지." 이 말은 인생이 특정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는 깨달음에서 나온다. 무엇이 되는가보다,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성장하면서 점점 알게 된다. 삶의 의미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타이틀이 아니라, 내면에서 발견되는 가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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