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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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특권은 악인을 정죄하는 데 있다고 믿는 판사들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권한다.”

판사의 특권은 믿을 수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그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p6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고 살아가잖아요.

누가 잘못했다 하면 이유를 듣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려버리고,

그게 당연히 맞는 거라고 생각해버립니다.

그런데 『연민에 관하여』는 그 익숙한 태도를 조용히 멈추게 하는 책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게 만듭니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랭크 카프리오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오랜 시간 판사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법정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를 ‘가장 따뜻한 판사’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그가 특별했던 이유는 법을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사건이 하나 있어요.

아흔이 훌쩍 넘은 노인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속도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요.

자신은 빠르게 달리지 않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운전한다고요.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암에 걸린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주던 길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카프리오가 한 선택은 단순히 봐준 것이 아니에요.

그는 그 상황을 끝까지 듣고, 그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을 기각하죠.

이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남는 이유는,

법이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순간을

우리가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거예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어요.

판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주차 위반 벌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던 여성이 있었어요.

그녀는 다소 거칠게 말했고 카프리오는 법대로 판단을 내립니다.

그런데 그날, 방청석에 있던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은 무례한 게 아니라, 두렵고 지쳐 있었을 거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카프리오는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사람의 태도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요.

이 경험은 그에게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의 판결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됩니다.

이 책에는 이민자, 군인, 싱글맘처럼 각자의 사정을 안고,

법정에 서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때문에 벌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

가족을 돌보다가 규정을 어기게 된 사람, 삶의 벼랑 끝에서 선택을 잘못한 사람들.

카프리오는 그들에게서 잘못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끝까지 들어보려고 했죠.

그의 이런 태도는 그가 자라온 환경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가족이 법정에 서게 된 일을 겪습니다.

그때 한 판사가 그의 가족을 단순히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황을 이해하려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그의 기억에 오래 남았고,

결국 “나는 어떤 판사가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연민’은 단순히 착한 마음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멈추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는 분명하게 말해요.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배워가는 것이라고요.


요즘은 이런 이야기도 많죠.

차라리 AI가 판결하는 게 더 공정하지 않겠냐는 말 말이예요.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은 조금 다른 방향을 이야기합니다.

정의가 완벽하게 공정해지는 순간,

오히려 사람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니에요.

대신 아주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사정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고,

그 순간 우리는 조금 덜 차갑게, 조금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기울게 됩니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 싶은 건 거창한 정의가 아니라 아주 작고 단순한 태도 하나예요.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한 번 더 노력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나는 자신과 타인을 연민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일에서도 삶에서도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공감과 연민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고, 연민은 우리가 타인을 돕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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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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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 15권은 193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개인의 선택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1929년 원산총파업, 1931년 만주사변, 1932년 윤봉길 의거, 1937년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까지 이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이 사건들은 인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번 권에서는 1930년대 일제에 의한 억압과 혼란이 여러 인물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소식은 사람들에게 잠시 희망을 품게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모두가 같은 뜻을 품은 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생계와 현실이 앞에 놓인다.

장사를 해야 하고, 가족을 돌봐야 하고, 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일이 먼저가 된다.

그래서 처음의 뜨거움이 조금씩 식어가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람은 큰 뜻만으로만 살아갈 수 없고, 결국 오늘을 견뎌야 내일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권에서는 아주 담담하게 드러난다. 특히 대중의 마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가도 서서히 식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오래 남는다.


출소한 길상은 이번 권에서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립운동과 깊이 연결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윤국의 시선도 달라진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서희의 아들 환국 역시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송관수의 이야기는 시대의 불안이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군자금 사건 이후 만주로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모습과, 가족 문제를 정리해가는 과정에서 시대의 혼란이 곧 삶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의 아들 영광이 떠도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까지 함께 놓고 보면, 같은 시대를 살아도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인실은 이번 권에서 특히 복잡하게 다가오는 인물이다. 오가타와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보기 어렵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그 감정을 끝까지 붙들고 갈 수 없는 시대와 현실이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다.

특히 인실이 오가타의 아이를 임신한 뒤 아이를 버리려는 장면은 이 인물의 내면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찬하는 세상을 등지고 두 사람만의 삶을 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지만,

인실은 그런 길로 가지 않는다. 개인의 감정보다 민족과 조국을 더 앞세우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인실은 단순히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눌러야 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랑보다 더 큰 것을 택한 인물로 보이지만, 그 선택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기보다 더 외롭고 쓸쓸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 장면은 민족과 국가 같은 큰 가치가 과연 개인의 삶과 감정 위에 언제나 우선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남긴다.


개인적으로 이번 권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조용하의 죽음이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함 없이 살아온 사람인데, 결국 삶의 끝에 이르는 모습이 허무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 장면이 더 서늘하게 남는 이유는 그 죽음 이후의 분위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놀라고, 누군가는 반응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간다.

그 당연한 흐름이 오히려 더 냉정하게 느껴졌다.

한 사람에게는 끝이었지만, 세상은 그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삶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장면을 읽을 때는 유난히 허무했다.


작품 속에는 1929년 원산총파업, 1931년 만주사변, 1932년 윤봉길 의거, 1937년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 같은 사건들이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은 사건 자체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사건들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은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바꾸고 관계를 흔드는 현실로 다가온다. 또한 만보산 사건이나 식민지 조선의 불안한 분위기까지 함께 겹치면서, 개인의 삶과 역사적 상황이 점점 더 촘촘하게 맞물린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당시 사회의 모습이다. 농촌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도시로 떠돌며 살아가는 모습, 안정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누군가는 신념을 지키고, 누군가는 현실을 선택한다. 그 어느 쪽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 깊게 만든다.


이 책 속 인물들이 툭 던지는 말들도 오래 남는다.

청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재물은 생각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며,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잘못한 일들만 짐처럼 남는다는 말들은 소설 속 대사인데도 이상하게 더 기억에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또 삶이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될수록 이런 문장들은 더 깊게 와닿는다.

이 책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큰 목소리로 어떤 진리를 말하기보다

이런 생활의 언어로 사람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에 닿게 된다. 사람은 이상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더 큰 뜻을 말하고 먼 곳을 바라보지만, 결국은 눈앞의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먼저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이 초라하거나 잘못되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지』 15권은 희망만을 말하는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으로만 끝나는 소설도 아니다.

이 책은 무너지는 사람, 버티는 사람, 그리고 끝내 살아가는 사람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서로 다른 삶들이 모두 같은 시대 안에서 함께 흘러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오래 남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나 역사적 장면보다도 사람들의 삶이다.

누군가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누군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사라지지만,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삶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토지』 15권을 읽고 나면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것도 사람이고,

그 시대를 견뎌내는 것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 남는 사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자기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 평범한 사람들의 삶 역시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오히려 그런 평범한 버팀이 더 깊고 오래 마음에 남았다.


#채손독 을 통해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chae_seongmo

@dasanbooks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잔인성이란 용기 있는 자보다 용기 없는 자의 속성인데, 변혁이 없었고 가두어진 상태에서 칼로 길들여졌고
거역과 선택이 없는 용기란 오로지 복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런 틀 속에 있다가 틀이 빠져버리면 가둬 길렀던 새가 새장 밖에 나가도 날지 못하는 것처럼 갈팡질팡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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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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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 다시 길을 떠날까. 설렘 때문이 아니라 도저히 잊히지 않는 감정 때문일 때가 있다.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는 그런 감정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두 번째 순례’라는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여행 자체보다도,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 이를테면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끝내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다시 꺼내 들고 걷는 기록에 가깝다.

그래서 화려하거나 낭만적인 장면보다 버티고 견디는 순간들이 훨씬 길게 남는다.

프롤로그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상태는 솔직히 말해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나이 64세, 과거의 골절과 인대 파열, 아킬레스건염, 심한 위장 질환까지.

“혈변이 나오면 즉시 귀국해야 한다”는 경고를 듣고도 길을 나선다.

이쯤 되면 왜 가는지가 아니라, 왜 굳이 이 길이어야 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이 한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첫 번째 순례가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는 대목은 특히 오래 남는다. 엄마를 떠나보낸 뒤 죄스러움과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걷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다리가 부러질 만큼 걸으며 나를 벌주고 싶었다는 고백은 이 여행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막상 길 위에서 얻은 것은 고통 속 깨달음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진맥진한 상태로 열흘이 넘어서야 겨우 기도를 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가족, 친구, 스쳐 지나간 인연들까지 한 사람씩 떠올리며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전하지 못한 감정을 마음속으로 건네는 시간. 그 과정에서 비로소 마음 한가운데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한다. “잡동사니로 가득 찬 창고 한가운데 텅 빈 공간” 같았다는 표현은 이 책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결국 순례란 길을 걷는 일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비워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다시 떠난 두 번째 길. 몸은 더 약해졌고 상황은 더 나빠졌지만, 오히려 이번 여정은 더 담담하게 읽힌다.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문장은 묘하게 오래 남는다. 첫 번째 순례가 죄책감에서 시작된 길이었다면, 두 번째는 그리움에서 시작된 길이고, 그 끝에는 조금씩 받아들이는 마음이 놓여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순례길 6일차에 등장하는 ‘리나‘와의 만남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길에서는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스틱 고무 패킹이 닳아 바닥에 닿을 때마다 쇳소리가 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한동안 스틱을 짚지 않고 걷는 리나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안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장면을 읽으며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결국 좋은 관계란 거창한 조건보다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데서 오는 것 아닐까. 그렇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순례길에서의 인연이 스쳐 지나가는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삶의 끝까지 이어지는 관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감정만 남는 에세이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도 있다.

며칠 차에 어떤 코스를 걸었는지, 어디서 묵었는지, 숙소 비용은 얼마였는지, 식비와 교통비는 어느 정도 들었는지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어 실제로 순례길을 꿈꾸는 사람에게 꽤 유용하다. 하루하루의 동선과 이동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막연한 동경보다 훨씬 현실적인 감각으로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에 ‘쉬어가기’ 코너를 통해 길에서 마주한 건물이나 장소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주니, 단순히 걷는 기록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이 품고 있는 시간과 풍경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책 사이사이에 실린 여행지 사진들도 그래서 반갑다. 글로만 따라가던 길의 공기와 색감을 사진이 한 번 더 붙잡아 주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여행의 설렘이나 즐거움만을 앞세우는 책은 아니다.

대신 왜 우리는 어떤 길을 오래 잊지 못하는지, 그리고 그 길이 우리 안에서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읽다 보면 나에게도 그런 길이 있었는지, 혹은 지금이라도 다시 떠올려 보고 싶은 길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결국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지난 삶의 인연들을 다시 떠올리며 길 위에서 자기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본 기록이다. 힘겨운 몸으로도 끝내 걸어낸 그 시간이 오히려 삶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래 남는다. 감정의 깊이와 실제 순례 정보가 함께 담겨 있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언젠가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길의 안내서가 되어주는 책이다.

'푸른향기 서포터즈13기' 활동을 통해

‘푸른향기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엄마! 엄마!
잠이 깼다. 내가 우는 소리에 깬 것이다. 꿈이었다니.
조금 전까지 옆에 있던 엄마가 사라져 버렸다.
억울해서 일어나 앉아 또 울었다.
꿈에서 엄마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산티아고를 다시 가야겠다.
더 늙어서 못 걷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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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 - 단번에 매출을 200% 올리는 설득의 심리학 무조건 팔리는 마케팅 기술 시리즈 1
사카이 도시오 지음, 최지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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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은 물건을 파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할 때, 상대를 설득해야 할 때, 내 말과 글에 조금 더 힘을 싣고 싶을 때 무엇이 사람의 관심을 끌고 행동하게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단번에 매출을 200% 올리는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는 다소 강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과장된 성공담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관찰과

현장형 사례가 중심이라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으로 읽혀진다.


첫 시작글부터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롤로그에 담긴 ‘소개글 A’와 ‘소개글 B’의 대비였다.

같은 사람을 소개하면서도 “오늘은 정말 대단한 강사님을 모셨습니다”, “1년에 100회 이상의 강연”, “아마존 마케팅 부문 1위”, “유명 잡지와 방송 소개” 같은 표현을 앞세운 A는 청중의 기대감을 먼저 끌어올리고, 건조한 정보 전달에 그치는 B보다 훨씬 더 강하게 기억에 남게 했다.

이 대목은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을 단번에 보여주고 있다. 상품이든 사람이든 설득은 설명보다 먼저 관심을 끄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 사람은 이성으로 구매 이유를 정리하기 전에, 먼저 마음으로 사고 싶다는 감정을 만든다. 그래서 초두 효과, 숫자 효과, 권위 효과, 유사성 같은 장치들이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의 출발점이 된다.


상품이든 서비스든 결국 상대는 사람이고, 사람은 마음으로 살지 말지를 먼저 결정한 뒤 그 이유를 나중에 정리한다는 설명은 너무나 익숙해서 자주 놓치게 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심리 마케팅을 설명한다.

강연 장소가 좁으면 “아담한 곳이라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겠네요”라고 말하고, 넓으면 “활기차게 소통할 수 있겠군요”라고 표현하는 화법, 참석자와 공통점을 찾고 강연 전 강단에 미리 올라가 보며 단순 노출 효과를 활용하는 방식, 웃는 아기 사진을 띄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까지 모두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소통 방식으로 이어진다. 읽다 보면 잘 파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먼저 읽는 사람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얻는 이득보다 잃게 되는 손해를 강조하라” 부분이었다.

“당신도 당첨자가 될 수 있다”보다 “당신은 이미 당첨자일 수도 있다”라는 문장이 더 큰 반응을 만든다는 사례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사람은 누구나 이익을 원하지만 실제 행동은 손해를 피하려는 마음에서 더 강하게 나온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매달 100만 원을 아끼게 됩니다”보다 “이 시스템을 쓰지 않으면 매달 평균 100만 원을 잃게 됩니다”가 더 큰 효과를 낸다는 예시는, 표현 하나가 행동을 바꾼다는 사실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케팅 문구뿐 아니라 일상적인 제안이나 대화에서도 어떤 식으로 말을 건네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음으로 사은품 전략도 흥미롭다. 홈쇼핑에서 상품 설명 뒤에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하며 혜택을 하나씩 더 붙이는 장면은 익숙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판매 멘트가 아니라 심리학적 설계라는 점을 쉽게 설명한다. 상품 자체의 특징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울 때 사은품이나 추가 혜택이 제품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 다만 사은품의 질이 너무 떨어지면 오히려 제품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점까지 함께 짚어주는 부분이 좋았다. 무조건 많이 얹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인상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혜택이어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무료 전략 역시 실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것들인데 이곳에도 심리 마케팅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은 유료에는 망설이면서도 무료에는 쉽게 반응한다. 그 이유는 “유료는 생각과 선택의 단계를 거치지만 무료는 일단 한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무료 샘플, 무료 체험, 무료 강의처럼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 폭넓은 잠재고객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메이크업 강습은 무료, 화장품은 유료 / 입장료는 무료, 놀이기구 사용은 유료처럼 무료와 유료를 한 세트로 묶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업종에 적용할 수 있어 특히 실용적으로 느껴졌다.


이어지는 풋 인 더 도어 전략도 무척 인상 깊었다. 처음부터 큰 부탁을 하면 거절당하기 쉽지만, 사소한 부탁부터 시작해 점점 더 큰 제안으로 나아가면 상대가 거절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은 방문 판매나 매장 운영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전반에도 적용하기 좋은 부분이다.

저렴한 체험 쿠폰, 매장 앞 할인 상품, 공개 강연처럼 가볍게 발을 들이게 하는 장치들이 결국 더 큰 구매나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례는 심리 마케팅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비싼 상품의 매출을 높이고 싶다면 선택지를 3개로 구성하라는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다.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판매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심리 마케팅 방식을 한 번쯤은 활용해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선택지가 2개일 때는 더 저렴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쉽지만, 3개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운데 옵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8,000원, 1만 원, 1만 5,000원으로 구성된 세트 예시는 일상에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이 설명을 통해 왜 그런 구성이 자주 쓰이는지 다시 한번 이해하게 됐다. 결국 가격을 정하는 일 역시 단순한 숫자 결정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세심하게 반영한 설계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한 번 내 것이 되면 애착이 생긴다”는 보유 효과 역시 기억에 남는다.

TV를 일정 기간 무료로 대여해준 뒤 높은 구매율로 이어졌다는 사례나, 재봉틀을 먼저 집에서 사용하게 한 뒤 구매로 연결했다는 예시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심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번 써보고, 입어보고, 내 공간 안에 들여놓는 순간 물건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내 것 같은 것’이 되며, 그때부터 가치는 달라진다. 그래서 체험 마케팅이 지금도 계속 유효하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개인적으로는 각 마케팅 기술 마지막에 POINT를 통해 ‘심리기술’과 ‘꼭 기억하기’를 따로 정리해주는 구성이 특히 좋았다. 한 장을 읽고 나서 핵심을 짧게 다시 확인할 수 있어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고,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다시 찾아보기에도 좋았다. 읽는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실무 포인트를 분명히 남겨주는 방식이라 실용서로서의 장점이 잘 살아 있었다. 무엇보다 책에서 다루는 심리 마케팅이실생활과 업무에서 직접 활용하기 좋은 내용들이라 더 유익하게 느껴졌다.


결국 『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은 단순히 물건을 잘 파는 법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사람은 무엇에 끌리고, 무엇을 망설이며, 어떤 표현과 어떤 순서 앞에서 마음을 열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판매와 마케팅 분야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 제안을 해야 하는 사람,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읽고 나면 광고 문구, 메뉴판, 이벤트 구성, 서비스 안내 문장까지 전보다 다르게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기술보다도 표현 하나, 순서 하나, 구성 하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쉽고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동양북스 서포터즈2기' 활동을 통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면, 상품이 주는 이득보다는 해당 상품이 없을 때의 단점,
즉 ‘잃게 되는 것’을 어필해야 훨씬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매달 100만 원을 아끼게 됩니다"보다 "이 시스템을 쓰지 않을 경우, 귀사는 매달 평균 100만 원을 잃게 될 것입니다"라는 표현이 더 큰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준다.
아니면, 손해와 이득을 모두 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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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 - 20년 차 문학동네 마케터의 영업비밀 本(본)
정민호 지음 / sbi(한국출판인회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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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책은 넘치고, 콘텐츠는 쏟아지고, 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이제는 좋은 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좋은 글만으로도 부족하다.

무엇을 팔든, 결국 선택받게 만드는 한 줄이 필요하다.

바로 그 현실 한가운데서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왜 어떤 글은 읽히고, 공유되고, 끝내 구매까지 이어지는지 묻는다. 이 책은 글을 더 예쁘게 쓰는 법을 말하는 대신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문장으로 연결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글쓰기 책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왜 ‘팔리는 글’이 필요해졌는지를 가장 현실적으로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기준이 바뀌는 순간은 ‘좋은 글’에 대한 정의다.

우리는 흔히 정보를 많이 담거나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으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기준을 뒤집는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글은 아무리 공을 들였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줄줄이 나열하는 글이 대표적인 예다. 이름만 나열된 글은 정보에 그치지만, 그 작가의 작품과 맥락, 그리고 짧은 코멘트가 더해지는 순간 비로소 콘텐츠가 된다. 결국 글의 가치는 정보량이 아니라, 해석과 맥락에서 만들어진다. 이 지점에서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관점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시의성’이다.

같은 글이라도 언제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첫눈, 장마, 크리스마스 같은 시기와 연결되는 순간, 평범한 글도 힘을 갖는다. 실제로 판매가 저조했던 소설도 “적어도 11월에는 고백할 용기를 얻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라는 콘셉트를 입히는 순간 다시 살아난다. 저자가 말하듯 시의성은 멈춰 있던 책도 춤추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과 연결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또한, 이 책은 마케터의 태도에 대해서도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마케터는 보수적이어서는 안 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숫자에 민감해야 한다.

효과가 없으면 전략을 바꾸는 것이 맞고, 독자가 반응하지 않는 것을 탓하며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는 단 한 줄의 카피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오프라인처럼 긴 설명을 붙일 수 없기 때문에, 짧은 문장 안에 책의 가치와 의미를 압축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스킬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

이 지점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다. 결국 이런 시도와 전략은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마케터가 책을 대중에게 알리고, 특히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책들까지도 판매로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좋은 아이디어조차 실행되지 못한 채 멈춰버릴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 타 부서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부에서 의견이 쉽게 반려되는 상황은 결국 가능성을 스스로 줄이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각자의 업무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듯, 마케팅은 결국 결과로 증명되는 영역이고,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현실이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조율과 이해가 결국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마케팅은 글쓰기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좋아요’보다 ‘공유’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 버튼을 누르는 글보다,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글이 더 큰 힘을 갖는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궁금증’이 있다. 단순히 “좋다”고 말하는 글이 아니라, 읽는 순간 더 알고 싶어지는 글이 좋은 글이다. 질문을 유도하는 글이 결국 퍼지고, 그 퍼짐이 판매로 이어진다.

실제로 독자가 “이럴 때 읽을 책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그 글은 이미 신뢰를 얻은 글이 된다.

저자는 그 지점을 글쓰기의 중요한 목표로 제시한다.


중반부에서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전적인 전략이 이어진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콘텐츠의 축적’이다. 좋은 글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에 문장을 수집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글감을 쌓아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특정 이슈가 떠오르는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페스트』가 다시 주목받았을 때, 단순 소개가 아닌 책 속 문장을 앞세운 글이 더 큰 반응을 얻었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광고에는 경계심을 갖지만, 콘텐츠에는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북큐레이션에 대한 부분도 현실적이다. 뻔한 주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문장, 결국 “이 책을 사라”는 메시지로 끝나는 글은 실패한 콘텐츠다. 반면 명확한 주제와 맥락 속에서 책을 묶어 보여주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실제로 특정 콘셉트로 큐레이션한 콘텐츠가 도서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린 사례는, 콘텐츠가 곧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설득이 아니라, 선택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글쓰기의 본질적인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깊어진다.

마케터는 비평가가 아니라, 장점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누구나 단점은 말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달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다.

또한 트렌드를 외면하지 말고, 모르면 배우고, 따라 쓰고, 직접 시도해야 한다.

특히 최소 100일 동안 꾸준히 글을 써보라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글은 재능보다 축적과 반복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글은 더 이상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읽히는 글, 공유되는 글, 그리고 끝내 행동으로 이어지는 글은 모두 설계된 결과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글은 과연 선택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 할 기준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마케터 / 기획자 / 브랜딩 담당자

→ 글로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

스마트스토어·쇼핑몰 운영자

→ 상품명, 상세페이지, 공지문 등 “글이 곧 매출”인 사람

콘텐츠 제작자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 조회수·좋아요를 넘어 ‘공유·반응·전환’까지 고민하는 사람

출판·브랜딩에 관심 있는 사람

→ 콘텐츠가 어떻게 판매로 이어지는지 알고 싶은 사람

프리랜서 / 1인 사업자

→ 자신의 글이 곧 상품이 되는 사람

이런 고민이 있는 사람

→ 글은 쓰는데 반응이 없는 경우

→ 노출은 되는데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 “잘 쓴 글”과 “팔리는 글”의 차이가 궁금한 경우


'정민호 작가'님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콘텐츠란 무엇인가? 책을 잘 말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할까?
세상에 나오는 책이 이토록 많은데 그중 우리 책을 돋보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그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이 콘텐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책들마다 그것을 갖춘다면,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긴다. 그럼 그것을 서로 간의 맥락에 따라 붙이거나 섞거나 대비해서 보여준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북큐레이션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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