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 - 투자의 초석을 쌓는 부자 수업
김치형 지음 / 포르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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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그림을 보면서 경제를 이야기한다고?

이 새로운 접근이 시선을 확 잡아끄는 책이다. 경제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따분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숫자보다 그림으로 먼저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도 나오고, 처음 보는 그림도 나오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장면이 먼저 머리에 박힌다는 것. 그래서 설명을 듣는 순간 “아, 이게 그 얘기였지!” 하고 연결이 된다.

시간이 지나 그림만 다시 봐도 그때 읽었던 관세, 세금, 금융, 노동 같은 경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처럼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한 번 본 그림은 쉽게 잊혀지지 않으니깐 말이다. 게다가 저자가 그림과 연결된 경제 이야기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느 날 뉴스를 통해 관세 폭탄, 금리 동결, 물가 상승 같은 단어를 봤다면, 이 책은 그 단어들을 차트가 아닌 장면으로 바꿔 보여준다. 해안 절벽에 덩그러니 남은 작은 오두막, 붉은 굽 하이힐을 신은 왕, 붉은 노을 아래 뒤집힌 노예선, 램프 불빛 아래 감자를 나눠 먹는 사람들 등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는 이렇게 그림을 ‘미끼’ 삼아 독자를 끌어들인 뒤, 그 장면 뒤에 숨은 돈과 권력, 선택의 결과를 차분히 따라가게 만든다. 읽다 보면 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몰래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의 출발점은 모네의 세관 오두막 연작으로 시작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해안 풍경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사실 나폴레옹 시대의 경제 봉쇄 정책이 남긴 흔적이다. 영국을 군사력으로 제압할 수 없자 나폴레옹은 대륙 봉쇄령이라는 경제적 무기를 꺼내 들었고, 그 결과 교역은 끊기고 밀무역이 늘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세관 오두막이 해안가에 촘촘히 세워졌다. 거대한 정책은 발표할 때는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은 물가와 소비, 일자리 같은 일상의 조건을 바꾸는 결과로 남는다.

저자는 이 장면을 오늘날의 관세 전쟁과 겹쳐 보여준다. 관세는 ‘국가를 지키는 선택’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이어지기 쉽다. 역사 속 보호무역 실패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면, 관세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세금 이야기는 루이 14세의 붉은 하이힐에서 시작된다. 붉은 굽은 왕의 은총을 받은 사람만 신을 수 있는 권력의 상징이었고, 그 위계는 베르사유 궁의 질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화려한 장면 뒤에는 프랑스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세금 구조가 숨어 있다. 특히 가혹했던 소금세 ‘가벨’은 평민들에게만 의무 구매와 과도한 세금을 강요했고, 귀족과 성직자는 면제했다. 세금의 액수보다 더 큰 문제는 불공정이었다. 이 불만은 결국 프랑스 대혁명의 불씨가 된다. 저자는 로마의 소변세, 영국의 창문세와 모자세, 러시아의 수염세 같은 사례를 통해 세금이 단순한 재정 수단이 아니라 사회 질서를 움직이는 힘임을 보여준다. 세금은 국가를 유지시키기도 하지만, 잘못 쓰이면 정부 자체를 무너뜨리는 양날의 검이될 수도 있다.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으로 넘어가면 분위기는 더 무거워진다. 붉은 노을 아래 아름답게 보이던 바다는, 쇠고랑 찬 손과 발을 발견하는 순간 지옥으로 변한다. 보험금을 노리고 병든 노예들을 바다에 던진 ‘종 호’ 사건은, 인간이 이윤 앞에서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노예를 화물처럼 취급하던 시대의 논리는 삼각무역과 플랜테이션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 자본은 산업혁명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과거에만 가두지 않는다. 노예 → 저임금 노동 → 자동화 → 로봇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효율과 생산성을 향한 집착이 오늘날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도 함께 묻는다. 로봇세 논쟁과 완전자동화 공장은 기술의 발전이 누구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누구를 밀어내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가장 현실적이면서 인간적인 장면을 담고 있다.

고흐는 이 그림에 노동의 무게를 담고 싶어 했다. 거친 손, 어두운 방, 김이 오르는 감자 한 접시는 삶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감자는 단순한 식량을 넘어 경제사의 주인공이 된다. 콜럼버스의 교환으로 유럽에 전해진 감자는 아일랜드 대기근을 거치며 식민 지배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냈고, 결국 수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한 작물의 이동이 인구 이동을 만들고, 그 인구가 한 나라의 토대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경제가 곧 생존의 문제임을 실감하게 한다. 더 나아가 감자는 콜드체인과 가공 기술, 바이오·우주 연구까지 이어지며 오늘날에도 중요한 경제 자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무역과 금융, 세금과 노동, 산업과 기술, 기업의 생존 전략까지를 한 줄로 꿰어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시장, 기술 패권을 쥔 기업들, 증권거래소의 상징 같은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이 선택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그 비용은 누가 치르는가?”

결국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경제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반복되는 구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구조는 언제나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바꾸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돈이 움직일 때마다 무엇이 함께 움직이는지를 보는 눈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경제 뉴스를 볼 때 차트보다 먼저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관세와 세금, 기술과 정책은 결국 사람들의 일상 풍경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된 순간, 경제는 더 이상 어렵지 않다.


'포르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아일랜드인들의 대탈주
18세기 초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인들은 대부분 종교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 이주했다. 그러다 집단 탈출이 벌어진 건 대기근 시기이다. 먹을 게 없어 죽느니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사람들이 미국행을 택한 것이다.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넘어갔다. 대기근으로 100만 명이 죽었고 100만 명은 미국으로 넘어갔으니, 당시 아일랜드 인구 1/4 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어쨌든 이들은 신대륙으로 건너가 미국 건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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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패턴 : 모든 성공에는 패턴이 존재한다
성공패턴 (홍인기)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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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서른한 살의 어느 날, 네 번째 창업 실패로 삶의 의지를 통째로 잃었다고 고백한다. 무엇을 해도 되지 않는다는 무력감과 우울감 속에서 취업은 번번이 거절당했고,

스타벅스 바리스타 지원조차 네 번이나 떨어진 끝에 통장에는 11,000원만 남아 있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라는 질문은 절박했고, 그 질문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된다.

그는 답을 찾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책과 영상 속으로 들어가 수십 권의 책과 수백 개의 콘텐츠를 파고들며 공통점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 끝에 도달한 결론은 분명했다.

성공은 우연이나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와 방식, 즉 패턴의 결과라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채널 <성공 패턴>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이 집요한 관찰과 정리의 시간에 있었다.

『성공 패턴』은 이 통찰을 입증하기 위해 총 33명의 인물 스토리를 소개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실패했고, 거절당했고, 결핍과 두려움 속에서 출발했다.

네이비씰이 된 데이비드 고긴스는 한때 135kg의 거구로 바퀴벌레를 잡으며 삶이 무너져 있던 사람이었고, 미스터 비스트는 4년 동안 구독자 2,000명에 머물렀다.

에드 시런은 노숙하며 거리에서 공연했고, 마이클 펠프스는 ADHD가 계기였으며, 레이디 가가는 왕따와 폭력의 기억을 견뎌야 했다. 월트 디즈니는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당했고, 해리포터를 쓴 J.K. 롤링은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아이를 홀로 키우던 이혼모였다.

이들이 대단한 이유는 처음부터 강해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성공하는 방식을 발견한 뒤 그것을 삶에 반복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메시지는 단 하나로 수렴한다.

“모든 성공에는 패턴이 있다.”

고긴스의 사례는 『성공 패턴』이 말하는 “성공에는 패턴이 있다”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네이비씰 지옥주 기간, 다친 무릎에 무거운 부츠를 신은 채 해안에서 약 900m 떨어진 바다로 뛰어들어 보트를 찾으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를 받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바다로 들어간다. 수 리터의 바닷물을 마시며 버티고, 폭풍우 속에서 미친 듯이 외친 끝에 팀원들이 그를 끌어올리자 그는 웃으며 “이게 적극적인 리더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고긴스는 통증·두려움·피로가 “여기까지”라고 속삭이는 ‘한계 조절기’가 있지만, 진짜 한계는 그 목소리에 굴복하는 순간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잠재력의 40%만 쓰고 포기한다고 단언하며, 한계를 느끼는 순간에도 아직 60%의 힘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 이야기가 전하는 핵심은, 성공은 무조건 참고 버티는 근성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이제 여기까지다라고 말하는 마음속 신호를 그대로 믿지 않고, 스스로 그어 놓은 한계를 한 번 더 넘어서 보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책 중반부에서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메시지를 빌려 시선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문장 아래,

저자는 ‘룰렛을 돌려 다른 나라에서 다시 태어날 기회가 있다면 과연 돌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도 심라에서 하루 1,100원가량을 벌기 위해 50kg이 넘는 짐을 지고 언덕길을 오르는 사람들, 하루 10시간 중노동에 700원을 버는 나라, 전기와 물 없이 살아가는 삶,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며 말한다. 우리는 이미 선택의 자유와 최소한의 안전을 가진 삶 위에 서 있으면서도, 가지지 못한 것을 세느라 현재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되, 감사하는 마음이 무너지면 삶 전체가 공허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깊이 남는다.

이후 책은 다시 방법으로 돌아온다. <배를 불태워라> 이야기는 단순한 결의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늘 돌아갈 길을 남겨두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지 못한다는 심리를 정확히 짚는 말이다.

퇴로가 남아 있는 한 마음은 분산되고, 안 되면 돌아가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집중을 갉아먹는다.

배를 태워버린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변명과 안전지대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행위다.

이어지는 <몽크 모드>는 이 결단을 실제 생활로 옮기는 방식이다.

SNS, 숏폼 영상, 의미 없는 약속과 자극을 차단하고 일정 기간 오직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는 고립의 시간. 명상 10분, 운동 30분, 술·담배 금지처럼 단순한 규칙을 통해 책은 분명히 말한다.

성공은 의지의 강도가 아니라,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하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드래곤볼>을 그린 그는 처음부터 전설적인 작가가 아니었다. 초기 작품들은 큰 반향을 얻지 못했고, 연재 과정에서는 매주 마감을 맞추며 수많은 수정과 편집자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천재적인 한 방이 아니라, 계속 완성해 나가는 힘이었다.

그는 이야기를 단순하게 만들고, 캐릭터를 명확히 하고, 독자가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구조를 반복해서 만들었다. 그렇게 쌓인 선택과 수정이 하나의 세계관이 되었고, 그 세계관은 결국 전 세계가 공유하는 이야기로 확장됐다. 이 만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꾸준한 작업과 반복된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이다.

후반부에서는 10배 목표와 억만장자들의 사고 프레임이 이어진다.

2배 목표는 지금 하던 방식을 강화하지만, 10배 목표는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다른 길을 찾게 만든다. 저널링을 통해 어떻게라는 질문을 크게 던질 때, 뇌의 필터 시스템(RAS)은 그 해답이 될 정보들을 포착하기 시작한다. 목표는 숫자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장치가 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워런 버핏의 철학은 이 모든 이야기를 현실로 끌어당긴다.

시장은 흔들리고 자산은 오르내리지만,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은 지식과 능력이며 최고의 투자처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다.

돈을 벌고 싶다면 먼저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은, 이 책이 33명의 이야기를 통해 끝까지 밀어붙인 결론이기도 하다. 성공을 단발성 성취가 아니라 능력과 사고, 학습의 누적으로 재정의하는 순간, 성공은 훨씬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그래서 『성공 패턴』이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결국 갈 길은 하나뿐이고, 한계를 느끼는 순간에도 아직 남아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퇴로를 남기지 않는 선택, 방해 요소를 걷어낸 환경, 그리고 나 자신에게 꾸준히 투자하는 습관이라고 말한다.

부록에 실린 ‘성공한 사람들이 추천한 22인의 책’과 ‘성공패턴의 인생 책 33권’은 그 메시지를 한 번 더 밀어준다. 여기서 끝내지 말고, 읽고 배우고 적용하는 흐름을 계속 이어가라는 말처럼 느껴진다.

결국 이 책은 성공을 멀리 있는 목표로 두지 않고, 오늘 내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과정으로 끌어온다.

아침에 스스로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무엇이지?”, “오늘 무엇을 줄이고 무엇에 집중할까?”처럼 하루의 방향을 정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바탕으로 루틴과 선택을 쌓아가게 만든다.

그렇게 작은 결정들이 매일 반복될수록,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이 아니라 내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지속적인 흐름(패턴)이 된다.


'딥앤와이드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천장이 없는 그래프를 생각해 보자. 그래프에 천장을 설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다. 여러분이 성공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여러분이 스스로 설정한 한계 그래프를 부숴 버려야 한다. 기억하라. 한계라고 느껴지는 순간, 당신은 잠재력의 40%밖에 쓰지 않은 상태다.
고긴스의 성공 패턴은 고통이나 근성이 아니다. 그는 자신 안에서 멈추라고 말하는 내부 조절기를 먼저 무력화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사고는 모두 이 지점에서 갈린다. 평범한 사람은 통증,두려움,피로가 켜진 순간 멈추고, 성공하는 사람은 그 신호를 ‘후퇴 명령’이 아니라 ‘진입 신호‘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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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문법
박민혁 지음 / 에피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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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리뷰 먼저]
책을 읽고 나니 저자 부부의 실제 삶이 더욱 궁금해졌다.
부부가 출연했던 KBS 인간극장 ‘나는 선생님과 결혼했다’ 편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영상 속에서 민혁 씨와 혜민 씨의 일상은 책에 담긴 문장처럼 꾸밈없이 진심으로 채워져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하루를 살피며 살아가는 모습은 책의 온기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더라.

[본문 리뷰]
『기억의 문법』은 한 사람이 성장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따라가며,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실제로 겪은 장면들을 따뜻하고 솔직하게 기록한 책이다.
아버지와의 여행에서 배운 마음, 어머니와 함께한 밤의 온기,
저자의 미술 치료를 통해 마주한 불안과 감정을 기록해 두었던 엄마의 깊은 마음,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남긴 애도, 자연 속에서 길러진 태도, 그리고 혜민을 만나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간이 차례로 이어진다.

이 책 이야기의 시작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와 함께한 여행 중, 하산길에서 갑자기 힘을 잃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저자는 처음으로 깨닫는다. 늘 강해 보이던 사람도 시간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포카라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연초를 태우는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말없이 뒤집힌 재킷 후드를 바로 잡아 주던 장면도 오래 남는다. 그 행동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는 따뜻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집 안을 가득 채운 책장과 매일 밤 책을 읽어주던 엄마의 목소리, 불을 끈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던 긴 대화들이 그 온도를 만든다. 질문이 많던 아이를 귀찮아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던 태도는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저자는 그 시간 속에서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다’는 감각을 배웠고,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자연스럽게 얻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추억 속 인물이 아니라 저자가 삶을 살아가는 기준이 되어 준 사람이었다.

잦은 전학과 학교 생활의 불안정 속에서 민혁에게 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심각성을 느낀 엄마는 미술치료 상담을 받게 하고, 치료사는 민혁이 “영민하지만 예민해 스트레스를 쉽고 깊게 받는 아이”라며 이런 유형의 아이에게는 우울감이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중 ‘우울’이라는 단어가 엄마 마음에 깊이 박히고, 혹시 아이가 자신을 닮아 더 힘든 건 아닌지, 자신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해진 건 아닌지 자책이 이어진다. 저자는 그 기록을 통해 자신의 불안과 슬럼프까지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고, 슬픔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지나고 나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일 수 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 믿음은 민혁이 눈 덮인 놀이터 한가운데 누워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회복해 가는 장면에서 확신으로 굳어진다.

반려묘 하루와 하비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이 안타까웠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존재는 삶의 한 부분이 되고, 그만큼 책임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루를 떠나보낸 뒤 저자는 <겨울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 한 곡 앞에서 끝내 무너진다.
참아보려 해도 눈물이 먼저 쏟아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했던 기억의 색이 서서히 옅어지는 현실이 더 서글프게 다가온다. 그래도 기일이 다가오면, 잊고 지냈던 하루가 다시 선명해진다고 말한다.
하루가 죽고 찾아온 하비는 이별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존재로 나타난다.
하비는 낯선 환경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그 스트레스가 몸의 상처로 나타난다.
상처를 낫게 하려고 계속 핥지만, 그 행동이 지나쳐 오히려 덧나고 만다.
모습을 지켜보며 저자는 깨닫는다. 하비는 상처를 치유하려고 핥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또다시 덧나게 된다. 공자가 말한 ‘과유불급’처럼, 치유의 마음이 오히려 상처를 반복시키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하비를 통해 배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낫지 않던 상처가, 저자가 집에 머물며 곁을 지켜주는 동안 조금씩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또 하나를 알게 된다. 특별히 무얼 하지 않아도, 누군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주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하비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함께 있음’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말한다.

태안 기름 유출 당시, 가족과 함께 방호복을 입고 해안가로 달려가 바위와 자갈에 들러붙은 기름을 닦고 덩어리진 모래를 걷어냈던 경험은 저자에게 오래 남았다. 그때 깨달은 건 단순했다. 환경을 지킨다는 건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일이라는 것을.
캠핑장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했던 생각도 함께 남아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빛나지 않는 건 아니다.”
별이 보이지 않는 서울의 하늘에도 별은 존재하듯, 사람도 지금 보이지 않을 뿐 누구나 빛나는 존재라고 저자는 믿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친 뒤 마드리드 공항에 갇혀 돈 없이 3일을 버텨야 했던 기억은 더 직접적이다. 굶주림 속에서 그는 가장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 평범함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은,
지금의 와이프인 혜민을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으로 이어지게 되는 과정이다.
저자가 공황 증상이 심해졌던 가족여행 중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갑작스럽게 불안이 몰려와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 저자가 본능적으로 찾은 사람은 혜민이었다.
통화로 안정을 찾은 뒤에도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화를 끊자마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잘 때 연락하고 자. 내 이름의 뜻은 은혜 혜, 하늘 민이야.
하늘의 은혜.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따뜻함은 다 주고 싶어.”
저자는 웃으며 답한다.
“선생님은 저의 혜민이에요. 그 따뜻함 다 받을게요.
제 이름은 하늘 민에 빛날 혁, 하늘에 빛나는 별이에요.”
그녀는 “넌 정말로 빛나는 별”이라고 말하고 잠든다.
이미 알고 있던 이름을 다시 소개받은 그날 밤, 저자는 마음속으로 확신한다.
“이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와 결혼을 하겠느냐고.”
그날 밤, 그는 깊고 평온한 잠에 들 수 있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개인의 사랑에서 사회로 확장된다.
2023년 여름, 연이어 발생한 묻지마 범죄 소식들은 저자에게 큰 충격으로 남는다.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던 영상은 특히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인지 말이다.
그 질문에서, 조금은 따뜻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시작되었다.
세상이 그렇게 차갑기만 한 곳은 아니라는 것과 우리가 서로를 믿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저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혜민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들을 나누기 시작한다. 예상보다 빠르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었다.
환경을 지키는 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미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경청클럽’이 그 중심에 있었다.
저자는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주었다면, 어쩌면 많은 비극은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전한다.

이 믿음의 중심에는 ‘대화’가 있다. 저자에게 대화는 곧 사랑이다.
혜민과의 관계 역시 대화를 통해 자라났다. 고마운 일과 속상한 일, 사소한 하루의 조각들까지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다. 담임선생님과 학생이었던 시절에도, 9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서운함의 이면에 사랑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서투른 말이라도 괜찮다고.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말하고 상대의 말을 마음으로 들어보자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기억의 문법』은 한 사람이 사랑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관계를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된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사람을 다시 믿고 싶어지게 만드는 따뜻한 책이다.


'에피케(Epikhe)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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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타지 않는 삶 - 서른, 제네바에서 배운 흔들리지 않는 삶의 태도
안상아 지음 / 자크드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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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결혼을 계기로 스위스 제네바에 살게 되면서, 낯선 도시 안으로 직접 들어가 부딪히며 살아낸 시간을 일기처럼 풀어낸 기록이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스쳐 가는 풍경이 아니라,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일상 속에서 관계를 다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삶의 기록에 가깝다. 언어를 익히기까지의 막막함, 친구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움직이고 시도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 경험 속에서 저자가 새롭게 정리해 나간 생각들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유행을 타지 않는 삶(유타삶)은 ‘잘 산다’는 말을 다시 정의해 보려는 한 사람의 생활 실험이자 솔직한 고백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서른 초입까지의 삶에 큰 불만이 없었다고 말한다. 재능과 노력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계획, 결혼을 약속한 연인, 사회적으로 무난히 굴러갈 수 있는 기술과 태도를 갖췄다고 믿었다. 하루는 안정적으로 반복되었고, 삶은 매끈한 동그라미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안정이 안주가 되어 권태로 변해 있음을 깨닫는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동그라미는 익숙함이 만들어 낸 착각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그는 다른 모양의 삶을 직접 살아보고 싶어진다. 사각형이나 세모가 아닌,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낯선 모양으로.

그 실험의 무대가 된 제네바에서 저자는 말 그대로 배수진을 친다. 불어를 알아듣지 못해 대화를 눈빛과 손짓으로 짐작해야 했고, 한국에서 자연스럽게 따라붙던 역할과 설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는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감각이 들어섰지만, 동시에 ‘나는 여기서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든다. 특히 남편의 출장으로 혼자 남아 2박 3일 동안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날,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고백은 저자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한 계기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기에 자유롭지만, 동시에 나라는 존재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신은 언제든 쉽게 지워질 수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글로 풀어낸다.

이때 저자가 선택한 방식은 ‘증명하지 않는 삶’이었다. 과거와 미래를 내세워 자신을 설명하는 대신, 순간을 먼저 살아보고 그 안에서 답을 찾는 귀납적 방법. Here and now. 그래서 SNS 사용을 줄이고, 한국어를 쓰는 순간 시공간이 다시 한국으로 이동하는 느낌이 들어 한국 친구들과의 연락도 의도적으로 줄여 나간다. 백지 인생을 살아볼 기회라 여겼지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는 달콤한 동시에 차가웠다. 곧 그는 지금 여기에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붙잡아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출발점은 아주 가까운 일상이었다. 집안일과 생활의 루틴, 매일 반복되는 식탁과 공간 정리. 저자는 제네바에 도착해 가장 먼저 공을 들인 일이 집안일이었다고 말한다. 헌신이나 봉사로 여겨지기 쉬운 이 일이, 오히려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자립적인 일이 되었다는 고백은 인상적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하루를 스스로 붙잡아 세우는 감각, 그 안에서 그는 ‘쓸모 있음’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한다.

이후 삶의 과제는 관계로 확장된다. 언어를 배우고, 돈을 벌고, 친구를 만드는 일. 특히 친구를 만들기 위해 언어 교환 앱을 설치하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금 당장 내세울 수 있는 가치로 삼아 실제 만남을 이어가는 과정은 현실적이고 솔직하다. 낯선 도시에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막연한 용기가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이는 태도라는 점을 저자는 스스로의 경험으로 보여준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그 사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통로였기 때문이다.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태도는 ‘손해 보기 싫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상처받기 싫어 다가가지 못하거나, 먼저 손을 내밀면 약해질 것 같아 멈추는 태도들이 결국은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시간과 에너지,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돈까지도 투자한다. 그 결과는 즉각적인 숫자로 환산되지 않지만, 낯선 공간에서 쌓인 신뢰와 분위기를 통해 ‘나도 이 도시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으로 남는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불필요한 감정 낭비를 줄이는 연습이다. 애초부터 내 존재를 가볍게 여긴 사람에게 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기, 통제할 수 없는 일은 흘려보내기. “이 고민이 정말 내 시간을 들일 만큼 가치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은 인간관계를 넘어 삶 전체를 한결 가볍게 만든다. 집착과 조급함, FOMO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간절할수록 어긋나는 마음, 남들이 정해 둔 타이밍에 휘둘리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는 의식적으로 힘을 빼는 태도를 배워 나간다.

『유행을 타지 않는 삶』이 말하는 ‘유행을 타지 않음’은 세상과 등을 지는 일이 아니다.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을 구분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리듬을 지켜내는 일이다. 하늘을 바라보되 두 발은 땅에 단단히 붙이고, 균형을 잃지 않는 삶. 이 책은 더 멋진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내 삶의 모양을 하나로 고정해 두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의 자리에서 다시 설계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유행처럼 소비되기보다, 삶이 흔들릴 때마다 조용히 다시 펼쳐 보게 되는 기록으로 남는다.

'자크드앙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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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is-moi, je te suis.
Suis-moi, je te fuis.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곱씹을수록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 돋았다.

당신이 나를 피하면 내가 당신을 쫓고,
당신이 나를 쫓으면 내가 당신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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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밤 - 그림과 문장과 삶을 엮은 내 영혼의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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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한꺼번에 몰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난 날이었다.
빼곡한 글을 더 읽기엔 마음이 먼저 지치는 것 같아, 조금 가볍게 숨을 고를 수 있는 책을 찾다가 『그림 읽는 밤』을 골랐다.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손이 갔다. 예쁜데, 그 예쁨이 과하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이었다.

책을 펼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그림은 칼 라르손의 〈부엌, 집으로부터〉였다.
부엌 한가운데 서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시선을 붙잡는다. 언니가 동생을 챙기는 듯한 아주 짧은 순간을 담은 그림인데, 그 찰나 안에 집이라는 공간의 공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냄비가 놓인 가스레인지, 창문으로 스며드는 바람, 슬쩍 밖으로 나가려는 고양이까지. 그림 속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마도 우리가 기억하는 삶의 대부분이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 등장하는 시네이 메르세 팔의 열기구 그림은 분위기를 바꾼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열기구 위의 인물. 목적지에 닿지 않은 채 떠 있는 모습은 불안함을 품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행해 보이지도 않는다. 열기구 밖으로 몸을 내밀어 주변을 바라보는 모습 때문일까.
이 그림은 목적지를 보여 주기보다, 흘러가는 시간에 머무르게 한다. 앞날이 분명하지 않아도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는 걸, 말없이 전해 주는 그림처럼 느껴졌다.

에바 곤잘레스의 〈침실에서〉는 아주 고요하다.
매일 같은 침실, 같은 커튼. 하지만 오늘의 빛은 어제와 다르다. 우리는 늘 비슷한 하루를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를 지나고 있다는 걸 이 그림은 부드럽게 알려 준다.
그리고 ‘시작’은 거창한 결심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순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데서도 충분히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언덕을 달려 내려오는 베렌스키올드의 그림을 보며 문득 웃음이 났다.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왜 달리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미래로 준비된 존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언젠가 우리도 저런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멈춰 서게 된 이유는 그림뿐만 아니라, 그 옆에 적힌 짧은 문장들 때문이기도 하다.
아포리즘처럼 놓인 문장들은 그림의 여운을 길게 끌고 간다. 어떤 문장은 밑줄을 긋게 만들고, 어떤 문장은 그대로 옮겨 적고 싶어진다.
페이지 아래 남겨진 빈 줄을 보며, 이 책이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사람의 생각도 이 책 안에 남겨도 괜찮다고, 조용히 허락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책이 익숙한 이름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란츠 폰 슈투크, 니콜라에 토니차, 요제프 리플 로나이, 레옹 스필리에르트, 스탠리 스펜서, 장 조프루아, 앙리 루소, 피에르 보나르,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오딜롱 르동, 니콜라 드 스탈, 파울 클레, 맥스필드 패리시 등.
각기 다른 나라와 삶을 살아온 화가들의 그림이 이 한 권 안에 담겨 있다.
자주 접하지 못했던 그림과 여운을 남기는 글들은 자연스럽게 생각이 머무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화가들의 삶과 그림을 함께 읽다 보면, 막연하게 느껴지던 그림이 어느 순간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다가온다. 어렵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림 읽는 밤』을 읽고 나니 이미 지나온 하루를 조금 더 잘 바라보고 싶어졌다.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일보다, 있었던 것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도, 내용도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오래 두고, 밤마다 조금씩 꺼내 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청림라이프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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