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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피 누가 쓴 거예요?
이태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평점 :

“카피는 공감을 겨냥해 쏘는 전략형 메시지다.”
『이 카피 누가 쓴 거예요?』는 광고 문구에 대한 책이지만, 단순히 멋진 문장을 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은 어떤 말을 왜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사람 마음에 제대로 닿을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풀어낸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의 구조를 하나하나 분해하고, 다시 효과적으로 조립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태호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하나의 가상 기업, ‘편하게사자’를 설정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 기업은 햇반, 생수, 라면 같은 생활 필수품을 “진짜 편하게” 배송해주는 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업계 3위에서 1위를 노리는 중이다. 소비자는 이 회사를 ‘편사’라 부르고, 기업 캐릭터는 이름처럼 사자다.
책의 모든 카피 실습과 전략은 이 편하게사자를 둘러싼 마케터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 설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독자가 이 기업의 마케터가 된 것처럼 카피를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What to Say)’,
두 번째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How to Say)’다.
저자는 이를 ‘왓투세이’와 ‘하우투세이’라는 가상의 사투리처럼 소개하며, 실제 광고 현장에서 쓰이는 전략 언어로 풀어낸다.
왓투세이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즉, 카피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여기엔 다섯 가지 전략이 있다.
1. 팩트 – 숫자나 사실로 말하기
2. 선 긋기 – 우리와 저들의 차이 만들기
3. 선도성 – 최초, 원조의 자부심
4. 대세감 – 요즘 다들 하고 있어, 지금 이게 유행이야
5. 위협 도구 – 놓치면 손해라는 심리 자극
예를 들어 “1분에 1대씩 팔리는 스마트 모니터(삼성)”는 팩트를, “요즘 음악 만져봤어?(현대카드)”는 대세감을,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 피로한 거예요(아로나민골드)”는 위협 도구를 활용한 예시다. 이런 카피들은 결국 ‘무엇을’ 말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좋은 소재만 있다고 좋은 카피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하우투세이, 즉 ‘어떻게’ 말하느냐다. 이 역시 다섯 가지 기술로 나뉜다.
1. 반복 – 세 번 말하면 기억된다
2. 말장난 – 언어 유희로 재미와 기억력을 높인다
3. 격차 –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놀라움을 만든다
4. 반전 –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꺾기
5. 베네핏 – 소비자에게 직접 이득을 주는 말
“쏘리 질러, 포리 질러(피자헛)”는 반복, “꽃게 싸게 줄게”는 말장난, “돈 보낼 일은 늘 톡에서 시작되니까(카카오페이)”는 베네핏 전략을 활용한 사례다.
책이 특히 흥미로운 점은, 카피라이팅을 T형과 F형 사고로 나누어 설명한다는 것이다. T(Thinking)는 논리와 구조를 중시하고, F(Feeling)는 감정과 감각을 우선한다. 숫자, 근거, 명확한 설명이 강점인 T형은 ‘배달비 0원’, ‘1+1 행사’ 같은 팩트 중심의 카피를 잘 쓴다. 반면, 감정을 자극하는 말에 능한 F형은 ‘혼자라도 괜찮아, 삼각김밥 있으니까’처럼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다. 중요한 건 두 가지 성향을 모두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론 T인 척, 때론 F인 척.
이 책의 또 하나의 관통하는 개념은 ‘명분’이다. 흔히 카피를 쓸 때는 ‘의도’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의도는 쓰는 사람 중심의 기준이다. 반면 명분은 ‘보는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다. “왜 이 말을 해야 하는가?”, “이 카피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물으며, 제작자의 감상에 갇히지 않도록 자기 검열하는 것. 결국 좋은 카피는 라이터의 창의성보다 소비자의 고개 끄덕임에서 완성된다.
책은 끝까지 현실적인 사례로 꽉 차 있다. “이번에 내실 배달비는 빵원입니다”처럼 상황(TPO)을 고려한 문장 설계, “모양이 땡그래서, 육즙이 땡땡해서, 맛까지 땡큐라서 배민이지 동그랑땡” 같은 말맛 가득한 카피는 반복이 얼마나 강력한 도구인지 보여준다. 단순히 웃기거나 예쁜 문장이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한 줄. 그걸 만드는 게 카피의 본질이라는 걸 저자는 매 장마다 되짚는다.
이 책은 “좋은 카피는 기발해서가 아니라, 명확해서 살아남는다.” 숫자처럼 눈에 띄는 팩트를 기반으로, 브랜드만의 어조를 입히고, 소비자 입장에서 왜 이 말을 듣고 싶을지를 설득해야 한다.
멋진 한 줄을 만들기 전에 우리는 늘 물어야 한다. 지금 이 말이 왜 필요할까?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좋은 카피는 감에 의존해 쓰는 문장이 아니다. 아무 말이나 센스 있게 던진다고 통하지 않는다. 카피에는 말해야 하는 이유(목적),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생각(전략),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명분)가 꼭 필요하다.
결국 말은 감각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문장은 멋있게 보이기보다 듣는 사람의 마음에 정확히 닿아야 한다. 좋은 카피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왜 이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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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카피의 목적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갑을 움직여야 하는 것. 멋진 말로 사람을 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카피를 읽은 사람에게 ‘이 광고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구나!‘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왓투세이입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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