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 긴 겨울을 지나온 당신에게 건네는 봄의 위로
온벼리 지음 / 더케이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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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해도

나는 결국, 네가 있는 오늘로 돌아올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었다.

처음 제목만 보았을 때는 아이를 향한 엄마의 사랑 이야기이거나,

다정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필요한 태도를 말하는 책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 제목은 훨씬 더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며 긴 시간을 견뎌온 엄마의 기록이자,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결혼 후의 흔들림, 부모가 된 뒤의 두려움, 아이의 아픔 앞에서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였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원망했던 시간, 후회했던 선택,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까지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끝에 삶을 다시 미워하기보다 끌어안는 쪽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다정함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후회와 원망, 무너졌던 시간들을 지나온 뒤에도 자신과 타인,

그리고 주어진 삶을 다시 품어보려는 태도에 가까웠다.

그 마음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아이가 아프게 된 뒤,

작가가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했던 장면이었다.

그때 그 말을 믿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늦게 아이를 낳았다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이 되지 않았을까?

누구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는 과거를 다시 고쳐보고 싶어진다.

나 역시 살아오며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날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작가는 결국 아주 뭉클한 결론에 도착한다.

만약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면, 지금의 아이도 자기 곁에 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보다 아이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끝내 이렇게 받아들인다.

“네가 오려고 그랬나 보다.”

그 문장을 읽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울컥했다.

삶에는 정말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아도, 되돌릴 수 없어도, 결국은 품게 되는 시간들 말이다.

왜 나였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끝내 답을 찾지 못해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유를 묻기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존재를 끌어안게 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문장이 왜 이렇게 깊게 스며드는지 알게 된다.

그녀는 단순히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며 자신 안에서 무엇이 무너지고 또 무엇이 다시 살아났는지를 아주 솔직하게 보여준다.

어린 시절, 섬마을에서 뱃일 나간 부모를 기다리며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시간,

칭찬 한마디 듣고 싶어서 마당까지 쓸어놓고도 결국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울던 아이기도 했다. 그 외로움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 남아 있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안아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사랑받지 못한 기억이 사람 안에 얼마나 깊은 공허함을 남기는지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좋았던 건, 이 책이 끝까지 누군가를 원망하는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지쳐서 안아줄 힘조차 없었던 엄마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리게 되는 과정은 읽는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결국 나를 풀어주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미워했던 시간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 가장 오래 갇혀 있는 사람도 결국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새봄’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였다.

작가는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화려한 이름 대신 희망이 담긴 이름을 지어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혹독한 겨울 끝에도 결국 봄은 돌아온다는 믿음과 아무리 추운 계절을 지나도 끝내 다시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새봄’은 단지 아이의 이름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엄마 자신의 다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모진 겨울 끝에서도 끝내 돌아오는 계절처럼

너는 우리 삶에 다시 찾아온 첫 번째 봄이다.”

이 문장을 읽는데 괜히 눈물이 났다.

삶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느껴질 때조차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다는 사실이 너무 따뜻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챕터가 계절의 순서를 일부러 바꾸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삶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긴 여름과 가을, 혹독한 겨울을 지나 마지막에야 봄으로 향한다.

아마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삶의 순서였던 것 같다.

누군가의 인생에는 봄이 가장 마지막에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

긴 겨울을 통과한 사람만이 작은 햇살 하나에도 감사하게 된다는 것.

작가는 아이의 병과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수없이 무너진다.

신생아 중환자실 유리창 앞에 붙어 아이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들,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던 순간들.

특히 “기다림에도 힘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은 오래 남았다.

엄마라는 존재는 결국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이가 살아나기를 기다리고, 괜찮아지기를 기다리고, 세상 속에서 자기 몫을 해내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사랑은 어쩌면 대단한 능력이 아니라 끝내 포기하지 않는 힘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이런 장면도 나온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가 작은 독창대회 무대에 올라 엄마만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 순간. 엄마는 눈빛과 고갯짓으로 박자를 맞춰주고, 아이는 그 시선을 따라 끝까지 노래를 불러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상에는 엄마와 딸 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는 문장에서는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결과보다 더 중요했던 건, 아이가 누군가 앞에서 자기 목소리를 끝까지 내보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엄마 역시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닫는다. 아이가 느리다는 이유로, 너무 아파서, 정작 아이가 빛났던 순간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을! 사람은 아픔만 기억하며 살아가지만, 돌아보면 그 사이에도 분명 작은 행복들이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책은 계속해서 말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넘어지면 잠시 주저앉아 있어도 된다고.

견디는 것만으로 충분한 날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 말들이 더 크게 와닿았던 이유는 이 책이 억지로 희망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감사하며 살아라” 같은 쉬운 위로 대신, 실제로 무너져 본 사람이 건네는 문장들이라 더 진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말하는 ‘다정한 어른’이란 결국 이런 사람 아닐까 생각했다.

상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아픈 시간을 지나왔기에 타인의 아픔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

무너지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수없이 흔들렸어도 다시 살아내기로 선택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괜찮지 않은 날의 자기 자신까지도 미워하지 않을 줄 아는 사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말한다.

삶이 늘 봄일 수는 없다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낸다면 메마른 가지 끝에서도 결국 꽃은 피어난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고 나니 이 책 전체가 꼭 하나의 계절처럼 느껴졌다.

긴 겨울을 통과해 마침내 봄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로 말이다.

그래서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육아 에세이가 아니다.

삶이라는 거친 계절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아주 조용하고도 따뜻한 봄의 기록이다.

그리고 지금 긴 겨울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책은 분명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괜찮아요. 당신은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 살아왔어요.”

'이키다 서평단 '을 통해 '더케이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새봄‘, 그 이름은 아이만을 위한 이름이 아니었다. 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굴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설령 큰 어려움은 없더라도 독립하지 못하는 자식을 죽을 때까지 걱정해야 하고, 죽는 순간마저 편히 눈 감을 수 없다. 그런 나에게 ‘새봄’이라는 이름은 ‘죽는 날까지 잘 키워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이었고, ’잘 자라게 될 것이다’는 희망 어린 위로였다. "괜찮을 거야, 아무리 두려워도 결국 이겨낼 것이고, 모진 추위에도 기어이 봄은 오고야 말 거야. 그러니, 무너지지 말고 힘내."라는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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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단타 특공대 - 9시부터 10시까지 딱 1시간, 100만원으로 시작해 수익 내는 법
윤타(윤영준)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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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시작하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큰돈이 있어야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걸까?”

“하루 종일 차트를 보고 있어야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직장인도 단타를 할 수 있을까?”

『주식 단타 특공대』는 이런 질문에 꽤 현실적인 답을 주는 책이다.

부제처럼 이 책은 9시부터 10시까지 딱 1시간,

100만원으로 시작해 수익 내는 법을 중심으로 단타 매매의 구조를 알려준다.

단타라고 하면 위험하고 자극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무리한 투자를 경계한다. 처음부터 큰돈을 넣으라고 하지 않고, 최대 10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돈을 모두 잃는다면 멈추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단타가 나와 맞는지 확인하는 비용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점은 단타가 ‘투자’가 아니라 ‘매매’라는 사실이다.

투자가 시간과 함께 가는 일이라면, 단타는 시간과 싸우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는 단타를 인생 역전의 쉬운 방법처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업이 탄탄해야 하고, 무리하게 전업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주린이인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을 받았던 부분은 캔들 설명이었다.

차트를 볼 때 양봉과 음봉, 꼬리와 몸통을 단순한 모양으로만 봤는데,

책을 읽으며 캔들이 결국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와 힘의 방향을 보여주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타는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언어와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말이 더 와닿았다.

책의 구성도 실전적이다. MTS와 HTS 세팅법부터 장전 종목을 뽑는 기준, 하락장 종목 선정 매뉴얼까지 알려준다. 9시부터 10시까지 집중 매매 시간에 정규장이 시작되면 무엇을 체크해야 하는지, 지수와 지수 차트를 어떻게 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또 본업이 있거나 일을 하느라 차트를 계속 볼 수 없는 사람을 위한 대응법도 담겨 있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없는 개인투자자에게 “딱 1시간 집중하고 본업으로 돌아가라”는 방식은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매매법도 구체적이다. 대장주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뒤 2등 주를 빠르게 매수하는 ‘쌍쌍법 매매법’, 눌림목 매매인 ‘변비타점’, 돌파매매인 ‘저돌’, 디마크를 활용한 ‘막시무스’ 등이 소개된다. 실제 사례와 함께 설명되어 있어 단순한 이론보다 이해하기 쉬웠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매매 기법만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타 전용 계좌를 따로 만들고, 스윙·중장기 투자금과 단타 자금을 분리하라고 말한다.

100만원으로 시작했다면 200만원이라는 목표 금액을 달성하기 전까지 추가 입금을 하지 말라는 조언도 인상 깊었다. 100만원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람이 1,000만원으로 갑자기 수익을 낼 수는 없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후반부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메시지는 ‘리밸런싱’이었다.

수익이 나면 그 돈을 계속 계좌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일부를 덜어내야 한다.

저자는 복리는 이상이고, 인출은 현실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금을 덜어내고 현금흐름을 만드는 자산으로 옮기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단타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손놀림이나 운이 아니라,

결국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익이 났을 때 더 욕심내지 않고 덜어낼 줄 아는 태도,

손실이 났을 때 더 큰돈을 넣지 않고 멈출 줄 아는 태도,

본업을 지키면서 무리하지 않는 태도가 결국 오래 살아남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주식은 돈을 버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욕심을 다루는 훈련이기도 하다.

『주식 단타 특공대』는 단타를 쉽게 돈 버는 방법으로 포장하지 않고,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 필요한 기준과 태도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단타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뿐 아니라 수익을 내고도 다시 잃는 패턴을 반복했던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느껴졌다.

'동양북스 서포터즈 2기‘ 활동을 통해

‘동양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주식투자로 자신의 주식투자 그릇이 넘쳐나면 ‘리밸런싱Rebalancing’을 통해서 부동산, 채권, 금, 비트코인과 같은 우상향 자산으로 돈을 옮깁니다. 이때부터 ‘자본소득’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자본소득을 불로소득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산’을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임대인만 되더라도 임차인과 국가정책, 그리고 세금과의 전쟁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신노동’을 통해서 부를 쌓아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정신노동 소득과 자본소득으로 인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양극화와 빈부격차는 자본주의가 가지는 고유 특성입니다.
같은 종목이라도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있고, 누군가는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은 불평등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돈이 돈을 만드는 시기까지는 고물입의 정신노동을 연속성 있게 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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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7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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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7』은 해방을 앞둔 시기의 조선 사람들을 다룬다.  

하지만 이 책 속 인물들은 아직 해방이 올 줄 모른다.  

독자는 곧 일본이 패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작품 속 사람들은 여전히 전쟁과 공출, 징용, 감시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래서 이 권은 더 먹먹하게 다가온다.  

끝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고통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의 패망이 가까워질수록 세상은 더 거칠어지고, 사람들의 삶은 더 깊이 흔들린다.


이번 권에서는 친일에 기대어 세력을 얻으려는 사람들, 전쟁 속에서 무너져가는 사람들,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끝까지 마음속 불씨를 지키는 민초들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다.  


“말단 말직, 실속 없는 명예직이라도 하나 얻어 걸치고 보면 세력의 판도는 여지없이 뒤집히는 현실”이라는 문장은 당시 사회의 뒤틀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허울뿐인 자리 하나에도 사람의 태도가 바뀌고, 권력의 끄트머리에라도 매달리려는 모습은 씁쓸하게 다가왔다.  

친일은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때로는 욕심과 비겁함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환국과 순철의 대화도 오래 남았다.  

“바보처럼 웃고 살자. 광대가 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  

이 말에는 웃음조차 생존의 방법이 되어버린 시대의 슬픔이 담겨 있다.  

진심으로 웃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웃어야 하는 시대.  

그 뒤에는 공포와 허무, 무력감이 가득했다.


전쟁을 바라보는 환국의 시선은 특히 날카롭다.  

그는 일본 군국주의가 만들어낸 집단의 광기를 비판한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단결이라 부르지만, 그 방향이 파괴를 향할 때 그것은 가장 무서운 폭력이 된다.  

“창조 없는 곳에선 파괴뿐이고 사람이 짐승으로 전락하지.”  

이 문장을 읽으며 전쟁이 왜 인간을 망가뜨리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음이 빠진 질서는 결국 모두를 무너뜨릴 뿐이다.


이번 권에서 가장 마음이 쓰였던 인물은 홍이였다.  

송관수의 죽음 이후 홍이는 깊은 외로움과 의욕 상실을 느낀다.  

주변 사람들은 흩어지고, 생사조차 알 수 없다.  

만주도 조선도 온전히 그의 자리가 되어주지 못한다.  


그런 홍이가 보연의 금 문제에 얽혀 조선으로 압송되는 과정은 더욱 안타깝다.  

전시하에서는 개인이 금을 소유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국가가 금을 회수하고, 모든 것이 전쟁을 위해 동원되는 시대였다.  

한 사람의 작은 판단도 전쟁이라는 거대한 압박 속에서는 큰 사건이 되어버린다.  

보연의 물정 모름은 결국 홍이의 삶까지 흔들어놓는다.


홍이, 영광, 영호, 휘가 함께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용이의 아들 홍이, 관수의 아들 영광, 한복의 아들 영호, 강쇠의 아들 휘.  

이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부모 세대의 상처와 시대의 비극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토지』를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삶은 가족의 역사와 이어지고, 가족의 역사는 다시 시대의 역사와 맞물린다.


유인실과 오가타 지로의 만남은 이번 권에서 가장 아프게 남은 장면이었다.  

인실은 일본인 오가타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마음껏 선택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  

그녀에게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조선인이라는 정체성, 독립운동가로서의 책임, 일본인을 사랑했다는 죄의식이 모두 뒤엉켜 있었다.


“인실 씨는 사람을 사랑한 것뿐입니다.”  

이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인실은 사람을 사랑했을 뿐인데, 그 사랑은 시대 속에서 배신과 죄책감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사랑조차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대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오가타 역시 단순히 일본인이라는 이름으로만 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인실을 사랑했지만 조선인에게도, 일본인에게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의 절망은 식민지 현실 속에서 개인의 진심이 얼마나 쉽게 짓밟힐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의라는 이름으로도 사람이 비인간화될 수 있는가.  

작품은 쉽게 답을 주지 않고, 그 질문을 독자에게 남긴다.


환국의 내면도 눈에 들어왔다.  

그는 시대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창조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망설이고 두려워한다.  

해숙을 향한 연민, 소림과의 엇갈림을 보며 환국 역시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사랑의 시작일 수 있지만, 그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결국 또 다른 외로움이 된다.


『토지 17』은 거대한 역사만 보여주지 않는다.  

병든 귀남을 다독이는 말, 김두만을 향한 영팔노인의 분노, 해도사와 연학의 대화처럼 작은 장면들 속에서도 삶의 결이 살아 있다.  

“사람이란 살다 보면 병도 나고 험한 꼴도 보고, 그기이 사는 거 아니겠나.”  

이 투박한 말 한마디가 오히려 큰 위로처럼 다가왔다.  

사는 일은 늘 반듯하지 않고, 때로는 아프고 험하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는 뜻처럼 들렸다.


범석의 말은 『토지』라는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민중의 마음속에는 꺼지지 않은 불씨가 있다.  

복종하는 듯 보여도 결코 섬기지 않고, 두려워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모멸하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조선의 대지이며 생명이라는 말이 깊게 남았다.


『토지』에서 땅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고, 빼앗겨도 마음속에서 끝내 놓지 않은 조국이며, 이름 없는 사람들이 지켜낸 생명이다.  

이동진이 떠올린 고향도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척박한 땅이었다.  

그 땅 위에 사람들이 있었기에 산천은 조국이 되고, 조국은 다시 민족의 삶이 된다.


『토지 17』은 아프지만 단단한 권이었다.  

전쟁은 사람의 삶을 동강내고, 권력은 진실을 허구로 덮으려 하며, 시대는 개인의 사랑과 선택마저 짓밟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무너지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살아가고, 기억하고, 사랑하고, 분노하고, 버틴다.


이 권을 읽고 나니 결국 삶이란 무엇을 지키며 버티는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국은 진실과 창조를 말했고, 송관수는 배고프고 핍박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으며, 인실은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자신을 찢어야 했다.  

홍이는 돌아갈 곳 없는 외로움 속에서도 다시 길을 걸어야 했고, 민초들은 복종하는 듯 보이면서도 마음속 등불을 꺼뜨리지 않았다.


그래서 『토지』는 오래전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묻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나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가.  

내가 딛고 선 땅은 무엇인가.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도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인간다운 마음은 무엇인가.


#채손독 을 통해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chae_seongmo

@dasanbooks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하야간에 두만이 그놈 멀잖을 기구마. 자식 놈이 그 꼬라진데 무신 장로(장래)가 있을 기고. 말짱 헛공부 시킨 기라. 그 불쌍한 어미를 떠다밀고 논문서를 강탈해가질 않나 삼촌을 들고 패질 않나 하는 짓이란 주색잡기, 살림이 빠질라 카믄 하루아침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캐도 물이 높은 곳으로 흐르는 법은 없인께. 지은 죄가 어디로 가노? 조존구 그놈을 봐라. 최참판댁에서 뺏은 그 많은 재산, 동전 한 푼 건사하지 못하고 알거지가 돼서 버린 자식 집에 기어들어왔다 안 카나? 하기사 그놈이 벌을 받을라 카믄, 어림없제. 멀었다, 멀었고 말고. 개과천선을 해도 그 죄를 못다 갚을 긴데 머라? 자식한테 호통을 치믄서 수발을 받는다꼬? 불로초를 구해오라 하면서 지랄발광을 한다고?"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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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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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나는 왜 이렇게 미숙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에게 괜히 짜증을 냈던 날,

헤어진 사람의 사진을 지우지 못하던 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집에 돌아왔는데도 이상하게 공허했던 순간들.

『인간 실격 도감』은 바로 그런 마음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아주 날것 그대로, 그러나 이상할 만큼 따뜻하게 꺼내 보인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제목과 달리 누군가를 부족한 사람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괜찮은 척 살아가느라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당신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담과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나 만화가 아니다.

사람들의 실제 사연을 받아 작가가 그림과 글로 다시 풀어낸 생활 만화 형식이라 점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누군가 실제로 겪었던 상처와 후회, 외로움이 작가의 상상력과 그림을 통해 한 장면으로 시각화되는데 그 과정에서 독자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감정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짧은 컷만화인데도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다.

처음 이 책의 목차를 훑어봤을 때부터 유독 마음이 가는 제목들이 많았다.

그 안에는 실제로 내가 겪어봤거나, 지나고 나서 후회했고,

한동안 마음을 힘들게 했던 순간들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엄마에게 난리 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아빠를 미워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헤어지고 사진 정리 못 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자기연민이 과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불투명한 미래가 두려운 당신이 봐야 할 만화”

마치 누군가 내 검색 기록이나 마음속 생각들을 몰래 훔쳐본 뒤 제목으로 붙여놓은 것처럼 현실적인 제목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스스로를 개미라고 생각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파트였다.

볼펜으로 그어진 선 하나를 넘지 못하는 개미를 보며

사람 역시 스스로 만든 생각의 감옥 안에 갇혀 살아간다는 이야기.

“우리는 물리적인 장벽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낸 ‘생각’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아간다.”

라는 문장이 특히 오래 남았다.

실제로 선은 지워질 수도 있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 선을 절대적인 벽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작게 만든다.

짧은 만화였지만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부정적인 당신이 봐야 할 만화’였다.

썩은 과일 상자 앞에서 “이번에도 썩었네?” “그래.. 애써도 다 의미 없다 이거지?” 라며

점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이 모습이 단순히 게으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

“안 될 이유만 찾느라 시작조차 못 하는 겁쟁이.”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괜히 마음이 뜨끔했다.

결과가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안 될 이유를 하나둘 가져다 붙이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자꾸만 주춤거리며 스스로를 가로막는 내 모습이 괜히 한심하게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이 파트의 그림과 글들이 유독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 책은 가족 이야기를 다룰 때 특히 더 묵직해진다.

모래로 두꺼비집을 짓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지만

결국 파도처럼 사라지는 삶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젊을 때는 결과만 바라보느라 그 과정을 견디던 부모님의 손마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문장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단순히 부모님께 잘하자는 식의 뻔한 감성이 아니라, 왜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지를 여운이 남는 그림과 함께 담담하게 보여준다.

반대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의외로 다정하다.

‘카메라 필터 없이는 세상과 마주하기 힘든 위축됨’ 파트에서는 정형화된 아름다움보다 사람의 작은 흔적과 개성을 사랑하게 되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쌍꺼풀이 없는 눈, 덧니, 눈가의 촉촉함 같은 것들을 결점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분위기로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했다.

“예쁜 렌즈는 어떤 피사체든 예쁘게 찍는데. 너의 시선이 그만큼 예쁜 거야.”

라는 대사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결국 이 책은 세상을 예쁘게 포장하는 책이 아니라 상처와 미숙함까지 포함해서 인간을 바라보려는 책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에필로그 제목은 ‘실격된 당신들을 위한 에필로그’다.

그 문장을 읽고 있으면 작가는 완벽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오히려 인간은 원래 미숙한 존재이고, 중요한 건 그 미숙함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인간 실격 도감』은 힘내라고 등을 떠미는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다르다.

대신 지친 사람 옆에 조용히 앉아서 “나도 그랬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읽고 나니 이 책은 누군가의 인생을 평가하는 도감이 아니라,

상처받고 흔들리고 후회하면서도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둔 기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 실격되어 있고, 그래서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서 자주 흔들리고, 미숙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부족함을 마주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실격된 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조용한 고백처럼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 리뷰는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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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은 어른의 시간 - 시니어 IN 그림책 IN 그림책
최혜정 지음 / 생애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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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인 리뷰를 남기기 전에, 이 책에 대한 소감을 먼저 간략하게 이야기해보고 싶다.

처음 이 책을 넘겼을 때는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왜 정작 그림은 빠져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약간의 의아함을 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작가님의 시선을 따라 그림책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니 오히려 그림이 없어서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림이 눈앞에 주어지지 않으니 글만으로 장면을 상상하게 되었고, 그 풍경을 스스로 그려보는 시간이 생겼다. 그림이 아닌 글에 집중하다 보니, 삶에 빛이 되어줄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도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소중하게 느껴졌다.

읽을수록 소개된 그림책의 그림을 직접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그래서 본문 발췌 부분에서는 두 작품 정도만 실제 그림을 찾아 함께 실었고, 나머지 발췌 부분에는 일부러 그림을 넣지 않았다.

이 책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궁금증을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은 어른의 시간』은 그림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더 깊은 교훈과 메시지를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그림책 한 권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나이 듦과 어른의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이 책은 직접 읽어봐야 그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이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리뷰]

『오히려 좋은 어른의 시간』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제목 그대로였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고,

오래 살았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단단해져야 할 마음이 있고, 더 부드러워져야 할 태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시니어 IN 그림책’이라는 부제처럼, 그림책을 통해 나이 듦과 어른의 시간을 바라보는 책이다. 초고령 사회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모두 언젠가 늙어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이 듦은 자주 두려움이나 상실의 언어로만 이야기된다.

젊음은 가능성이고, 나이 듦은 끝이라는 식의 시선도 여전히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생각을 조용히 뒤집는다.

나이 듦은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 다르게 피어나는 시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저자가 그림책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림책 속 인물과 장면을 통해 삶의 태도를 길어 올리고, 그 안에서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차분히 묻는다. 특히 흰머리, 주름, 굽어진 몸 같은 것들을 결핍이나 초라함으로만 보지 않고, 그 시간 속에 쌓인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려는 시선이 인상 깊었다.

좋은 어른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젊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을 결핍으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어른에 가까운 것 같다.

책 속에서 김동성 작가의 그림책 『꽃에 미친 김 군』을 다룬 부분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조선 시대 꽃에 평생 몰입했던 김덕형의 삶을 통해,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보여준다.

남들이 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이고, 미련해 보이고, 때로는 이상해 보이는 일이라도 한 사람의 마음을 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실제로 『꽃에 미친 김 군』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

책에서 표현한 대로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꽃에 저절로 취하는 느낌이었다.

텍스트만으로 그림을 설명한 책이었는데도, 그 그림이 너무 궁금해져 결국 찾아보고 결제까지 하게 되었다. 그 순간 이 책이 가진 힘을 실감했다.

좋은 책은 다른 좋은 책으로 이어지고, 한 권의 책은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어쩌면 ‘취향’은 삶을 지탱하는 작은 뿌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대단하다고 인정해주는 일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고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건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오히려 좋은 어른의 시간』은 나이 듦을 말하지만, 단지 나이 든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 언젠가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

나이 드는 일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더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어른이란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을 계속 배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은 짧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의 깊은 질문이 숨어 있다.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책이 어른에게 더 깊이 다가올 때가 있다.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장면이 나이가 들어 다시 보면 다르게 보이고,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문장이 어느 순간 마음을 오래 붙든다.

결국 그림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을 바라보는 내가 변한 것이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을 다 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잃지 않는 일이다.

익숙한 것을 다시 보고, 사소한 것에서 마음을 회복하고,

다른 사람의 시간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태도. 그게 어른의 품격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에 들어간 ‘오히려’라는 말도 오래 남는다. 나이가 들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좋아질 수 있는 시간. 예전처럼 빠르게 달릴 수 없어서 오히려 천천히 볼 수 있는 시간.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져서 오히려 할 수 있는 것을 더 소중히 붙드는 시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이 듦을 위로하면서도, 동시에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니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어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잠시 쉬어갈 그늘이 되어주는 어른. 내 취향과 몰입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어른. 나이 듦을 숨기지 않고, 그 시간 안에서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어른. 그런 어른의 시간을 나도 천천히 만들어가고 싶다.

『오히려 좋은 어른의 시간』은 그림책을 통해 나이 듦을 다시 배우게 하는 책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꼭 쓸쓸한 일만은 아니라고, 오히려 더 깊고 넓어지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조용히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이 되어가는 모든 사람에게 다정한 질문을 건넨다.


당신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그리고 지금 당신의 시간은 어떤 아름다움으로 익어가고 있는가?


'검은고양이 서평단 @thaod1088‘을 통해

‘도서출판 생애’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 인생 IN 그림책 >

빨) 김진향 @book_cart_ssam

주) 조은주 @chakanbyeol_j

노) 김볕 @written.byemma

초) 최혜정 @pianokey68

파) 김혜경 @hyekyoung__arcabooks 

남) 김태은 @8.green.picture


18세기 조선에, 이러한 해체와 전복을 시도한 지식인 그룹이 있었다.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이다. 기존의 공리공론을 거부하는 실학자였던 그들은 늘 새로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의 덕에서 벗어나 ‘벽과 치’를 즐겼다. 벽癖은 무언가를 지나치게 즐기는 병이며, 치癡는 너무 어리석어 미친듯하다는 뜻이다. 이덕무는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가 호였으며, 정철조는 돌에 비친 바보라는 뜻의 ‘석치’를 호로 사용했다. 박제가는 화가 김덕형이 만든 식물도감 『백화보』의 서문인 「백화보서」를 써서 ‘벽’을 예찬한다.
그는 글을 시작하며 먼저, 편벽된 병을 앓는다는 의미의 ‘벽’이 실은 병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독하게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전문 기예를 익히는 것은 벽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그는 김덕형의 ‘벽’을 극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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