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세계사 - 고대 이집트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상하게 빠져드는 역사 속 23가지 명장면
지식지상주의 지음, 염명훈 감수 / 북라이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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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세계사』는 제목 그대로 “이게 정말 역사라고?” 싶은 장면들로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결국 사람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일본의 전국시대 전투 체험 행사에서 이름 없는 잡병 ‘아시가루’ 역할을 맡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책의 방향을 열어 간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짧게 달렸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짚신은 찢어지고, 발바닥은 진흙과 물집으로 엉망이 되었다는 고백이 인상 깊었다. 그 경험을 통해 저자는 역사가 위대한 영웅과 장군의 기록만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맞고 버티고 살아남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현실과 생생한 삶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 책이 단순한 세계사 상식책과 다른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대 이집트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역사 속 23가지 장면을 다루지만, 연표식으로 사건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몸, 욕망, 취향, 중독, 스펙처럼 지금 우리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로 과거를 다시 들여다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고대 그리스의 몸 관리 문화였다.

저자는 오늘날 헬스장에서 자주 들리는 “3대 몇 치세요?”라는 농담에서 출발해,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는 단련된 신체가 시민의 자격처럼 여겨졌다고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의 ‘칼로카가티아’는 아름다운 육체와 훌륭한 정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인간관을 담고 있었고, 짐나시온과 팔레스트라는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라 시민 교육과 철학 토론, 전쟁 훈련이 함께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오늘날 우리가 SNS에 보디 프로필을 올리며 자기관리를 증명하듯, 고대 그리스인들도 몸을 통해 교양과 절제, 시민성을 보여주려 했던 셈이다.

19세기 유럽의 결투 문화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 상류층 사회에서는 얼굴의 결투 흉터가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용기와 명예를 증명하는 ‘스펙’처럼 여겨졌다. 독일 대학가의 ‘멘주어’는 승패보다 공포와 고통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증명하는 통과의례에 가까웠고, 일부러 흉터를 크게 남기거나 가짜 흉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칼자국이 이력서가 되던 시대와, 스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지금의 사회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십자군 전쟁과 향수의 역사도 이 책다운 시선이 돋보이는 장이다.

중세 사람들은 나쁜 냄새와 오염된 공기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었고,

박하와 허브, 향낭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방어 수단이었다.

십자군 병사들이 중동에 도착해 오히려 자신들이 ‘냄새나는 이교도’로 여겨졌다는 이야기는,

문명과 야만의 기준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보여준다.

커피의 역사 역시 단순한 음료 이야기가 아니었다.

예멘의 수피교도들이 수행을 위해 마시던 각성의 음료, 오스만제국의 커피하우스 문화,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커피를 이교도들만 마시기엔 아깝다고 했다는 전설, 남북전쟁에서 커피가 군인들의 사기와 멘탈을 지탱하는 물품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시험 전, 야근 전, 피곤한 아침마다 커피를 찾는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말도 안 돼 세계사』는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다.

웃기고 이상한 장면으로 독자를 끌어들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인정 욕구, 생존 본능, 자기관리 욕망, 취향과 중독의 역사가 촘촘히 들어 있다.

책을 읽고 나면 거대한 연표보다 이름 없는 누군가의 숨소리가 남는다.

역사 속 사람들도 우리처럼 인정받고 싶었고, 멋있어 보이고 싶었고, 냄새를 두려워했고, 잠을 쫓기 위해 무언가에 기대었다. 그래서 이 책은 과거를 멀리 있는 지식으로 두지 않고, 지금 내 삶 가까이로 끌어온다. 세계사가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교과서 밖의 인간적인 장면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북라이프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고대 그리스 남성들은 어디에서 몸을 단련했을까요? 대표적인 전용 훈련 시설로 ‘짐나시온(gymnasion)’과 ‘팔레스트라(palaestra)’가 있었습니다.
짐나시온은 오늘날 헬스장을 의미하는 ‘짐gym’의 어원이기도 하죠.
이 공간은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운동 시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민 교육이 이루어졌고 철학자들이 토론을 벌였으며, 젊은이들은 전쟁에 대비한 훈련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의 특징은 완전히 벗은 상태로 운동을 했다는 점이빈다. ‘짐나시온’이라는 명칭 자체가 ‘벌거벗은’을 뜻하는 그리스어 ‘짐노스gymnos’에서 유래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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