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감각 - 손해보고 싶지 않은 회사원이라면 알아야 할 비즈니스 심리 100
사이토 이사무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하는 감각』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회사에서의 일이라는 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일은 늘 서류나 숫자, 일정표로만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감정도 있고,

말의 온도도 있고, 상대의 반응을 읽는 눈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말하는 ‘감각’이라는 단어가 꽤 오래 남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감각을 바깥의 자극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이 책에서의 일하는 감각도 비슷하다.

일을 둘러싼 상황을 알아차리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까지도 알아차리는 것~!

일을 잘한다는 건 결국 그런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좋은 실적을 내는 직장인 1,000명이 실제로 비즈니스에서

유용하다고 느낀 심리 기술 100가지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의 이론만 길게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니 훨씬 현실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일을 잘하는 감각을 아주 넓게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 효율적으로 일하는 감각,

-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감각

- 원활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감각,

- 팀을 강하게 만드는 감각,

- 문제를 예방하는 감각,

-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감각

까지 일을 잘한다는 게 단순히 성과를 많이 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보여준다.

결국 오래 가는 사람은 무조건 빠른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가장 먼저 마음에 남았던 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능력보다도

작은 습관과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해야 할 일을 메모하고, 그 메모를 잘 보이는 자리에 두고 끝낸 일에는 줄을 그어 표시하는 것.

사실 너무 사소해 보여서 오히려 지나치기 쉬운 행동들인데,

이 책은 이런 사소한 습관이 실제로 업무의 시작을 훨씬 가볍게 만든다고 말한다.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만 붙들고 있으면 괜히 더 피곤해지는데,

눈에 보이게 적어두는 순간 일은 막연한 부담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 된다.

하루에 5분만 절약해도 1년이면 20시간이 된다는 문장을 보면서,

결국 일은 이런 작은 차이에서 벌어지는 건가 싶었다.

유난히 할 일이 많은 날 괜히 더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는 이유를

‘의사결정 피로’로 설명하는 부분도 좋았다.

그냥 내가 게으르거나 정신이 없는 게 아니라,

작은 판단이 쌓이면서 뇌도 지칠 수 있다는 설명이 꽤 위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루틴이 필요하다는 말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출근하면 책상을 정리하고, 오늘 할 일 세 가지를 적고, 메일은 한 번에 처리하는 식의 작은 규칙들이 결국 판단 에너지를 아껴준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중요한 결정보다 사소한 선택들에 더 많이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덜 소모되는 구조를 만들라고 조용히 조언하는 책에 가까웠다.

목표를 작게 나누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사람은 ‘잘해야지’, ‘성과를 내야지’ 같은 큰 목표 앞에서 쉽게 막막해지는데, 이 책은 계속해서 그것을 행동 단위로 잘게 쪼개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막연하게 실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하는 대신,

오늘 고객 몇 명에게 연락할지처럼 당장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고 작은 성취감도 쌓이게 된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한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 한 걸음이 쌓이면 리듬이 생기고, 그 리듬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결국 성과가 되는 거니까.

해야 할 일을 색깔별로 구분하는 방법이나, 자주 쓰는 물건은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시야를 어지럽히는 것들은 치우라는 조언도 기억에 남았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익숙한 내용을 심리학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 준다.

그래서 단순한 정리 습관이 아니라 행동을 더 쉽게 만드는 구조로 보이게 한다.

정돈된 환경이 집중을 만들고, 번거로움을 줄인 배치가 미루는 습관을 줄인다는 이야기를 읽다 보니 왜 어떤 날은 같은 일을 두고도 더 매끄럽게 움직이고, 어떤 날은 시작부터 버거운지 조금 알 것 같았다.

환경이 행동을 만든다는 말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고 그 흐름을 타서 하기 싫은 일로 넘어가는 방식도 현실적이었다.

사람은 늘 의지로만 움직이지 않는데, 이 책은 그 점을 꽤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대신, 조금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순서를 만들고,

반복되는 일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처리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만의 신호 같은 루틴을 두는 식으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대단한 사람이 되는 법이라기보다 ‘덜 지치고 더 오래 가는 법’을 배우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일을 잘하는 사람을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처럼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신 작은 습관을 잘 설계하고, 불필요한 단계를 줄이고, 상대의 심리를 이해해서 말을 조정하고, 관계를 헛되이 소모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여준다.

말하기나 인간관계, 팀워크, 문제 예방, 감정 조절에 대한 이야기들도 결국 다 같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비즈니스는 사람이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감정과 논리를 함께 읽을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덜 다치고 더 멀리 간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여러 방식으로 차분히 보여준다.

읽고 나니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전에는 빠르고 정확하고 빈틈없는 사람이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말은 정확히 하는 사람.

문제가 커지기 전에 먼저 알아차리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기 감정을 대충 넘기지 않는 사람.

아마 이 책이 말하는 감각이라는 것도 그런 힘일 것이다.

그래서 『일하는 감각』은 단순히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조금 덜 소모되고 조금 더 단단하게 일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무작정 버티는 쪽보다,

불필요한 단계를 줄이고 내 리듬을 만들면서 해내는 쪽이 훨씬 낫다는 걸 알려준다.

읽고 나서 갑자기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은 아니지만,

내일은 책상부터 한번 정리해 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마음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변화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동양북스 서포터즈 2기' 활동을 통해

‘동양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07 같은 종류의 일은 몰아서 한 번에 처리하자

업무에 집중하려고 해도 자잘한 일에 계속 주의가 분산될 때가 있다. 개별적으로 보면 금세 끝날 일도 그때그때 대응하다 보면 집중이 끊기고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심리학과 시간 관리 기법을 결합한 ‘타임 블로킹Time Blocking’이다.
타임 블로킹은 하루 일정을 여러 개로 구분해 무엇을, 언제 할지 미리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시간 관리법이다. 단순히 할 일을 나열하는 것과 달리, 할 시간까지 정해두기 때문에 업무를 시작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이 줄고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3
정재환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사는 오래 배운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막상 돌아보면 머릿속에 조각조각만 남아 있는 것 같다.

누구는 어느 시대 왕 이름이 먼저 떠오르고, 누구는 시험기간에 외웠던 연도만 희미하게 기억난다.

나 역시도 한국사를 그렇게 배웠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는 익숙한 역사책이랑 결이 좀 달랐다.

예전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을 늘어놓으며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중요한 장면들을 골라 그 안에 남아 있는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읽다 보면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보다, 지금 우리가 왜 이런 사회를 살고 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 기분이 든다.

이 책에서 계속 붙들고 가는 말이 바로 ‘역사 속 유전자’다.

처음에는 표현이 조금 낯설었는데 읽을수록 무슨 뜻인지 점점 선명해진다.

과거의 어떤 장면은 그냥 지나간 일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 우리 안에 성격처럼, 습관처럼, 가치처럼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한국사 특강과 집필을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한국사 속을 헤매듯 탐색한 끝에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역사 속 유전자’를 찾기로 한다.

이 문제의식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단순히 옛일을 설명하려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책의 앞부분에서 만나는 전곡리 주먹도끼 이야기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구석기 시대 유물 이야기라고 하면 솔직히 조금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전혀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전곡리 주먹도끼는 단순한 석기가 아니라, 한때 동아시아를 뒤처진 지역처럼 보았던 서구 중심의 시선을 뒤집은 상징으로 나온다. 동아시아에는 주먹도끼가 없다고 단정하며 문화적으로 정체된 지역이라고 보던 시선이, 1978년 전곡리 발견 이후 더는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괜히 통쾌한 마음도 들었다. 더 좋았던 건 저자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먹도끼를 만든 사람들의 능력을 머릿속으로 먼저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 내는 힘으로 본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주먹도끼는 그냥 돌이 아니라 상상과 기술이 만난 결과물인 셈이다.

구석기인에게 석기가 스마트폰 같은 필수 도구였다면, 주먹도끼는 그 시대의 가장 발전된 도구였다는 설명도 쉽고 재밌게 읽혔다. 아주 오래전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이미 필요한 것을 구상하고 만들어 내는 감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기술 강국 대한민국과 연결해 보는 시선도 꽤 설득력 있다.

단군신화를 다룬 부분도 좋았다. 보통 단군 이야기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가볍게 넘기기 쉬운데, 이 책은 그 안에 담긴 역사적 흔적을 꽤 차분하게 짚어 준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곰이 사람이 되어 웅녀가 되고,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만 보는 대신, 그 속에 담긴 집단의 이동과 결합, 정치 세력의 형성, 그리고 한반도 첫 국가의 기원을 읽어 내는 식이다.

곰과 호랑이를 토템 집단으로 해석하는 부분이나,

환웅 집단과 선주민 집단의 결합 속에서 고조선이 세워졌다는 설명은 단군신화를 훨씬 입체적으로 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홍익인간을 그냥 외워야 하는 건국이념이 아니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려는 생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단군신화가 단지 신비로운 전설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시작을 설명하는 뿌리 같은 이야기로 다가왔다.

중간 이후에 나오는 여러 장면들도 하나하나 따로 노는 느낌이 아니라 한 줄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삼국통일은 승패의 역사로만 읽히지 않고, 오랜 분열 끝에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 해방 이후 다시 남북으로 갈라진 현실까지 저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팔만대장경은 단순히 대단한 문화재가 아니라, 국난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의 정신과 지식의 힘을 보여준다.

고려청자는 아름다운 유물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숱한 실패 끝에 결국 자기들만의 빛을 만들어 낸 도전의 결과처럼 느껴졌다.

훈민정음을 다룬 부분은 특히 오래 남았는데, 문자를 가진 사람만 권력과 지식에 접근할 수 있던 시대에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놀라웠다. 한글을 문화유산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소통과 평등의 사건으로 인식하게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수원 화성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냥 예쁜 성곽 정도로만 알았는데, 이 책에서는 더 나은 도시와 더 나은 삶을 실제 공간으로 만들려 했던 상상력과 기술의 결과로 풀어낸다.

갑신정변은 실패한 사건으로만 외워 왔는데, 여기서는 그 안에 담긴 개혁의 절실함과 근대 국가를 향한 조급하고도 뜨거운 마음이 보인다.

만민공동회에서는 신분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함께 나랏일을 걱정하고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살아난다. 지금의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는 걸 이런 대목에서 다시 느끼게 된다.

마지막의 조선어학회는 말과 글을 지키는 일이 결국 사람과 나라를 지키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묵직하게 전한다. 총을 들고 싸우는 일만이 독립운동이 아니라, 우리말을 연구하고 사전을 만들며 끝까지 버틴 일도 똑같이 치열한 저항이었다는 점이 마음에 남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국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한 번 배웠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전혀 다르게 보였고,

지금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은근히 연결되는 지점이 많았다.

지혜, 기술, 통합, 호국, 예술, 소통, 민주, 독립 같은 말들이 역사책 속 표어처럼 뜬금없이 놓여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장면 안에서 실제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사를 어렵게만 느꼈던 사람도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반대로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새로운 시선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느꼈다.

과거를 다시 읽는 일이 결국 지금을 더 잘 이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꽤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알에이치코리아 RHK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결국 후지무라 사건은 일본 고고학계가 역사 날조를 묵인했거나 동조했다는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비록 일본에서 일어난 웃지 못할 촌극이었습니다만, 오래된 역사가 우월하다는 비이성적이며 근거 없는 인식이 빚은 사건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20 극우가 온다
정민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10대와 20대의 정치 감각을 바라볼 때면 예전처럼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한때는 젊은 세대를 대체로 진보적일 것이라 짐작하곤 했지만,

지금은 그런 단순한 구도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생각의 결은 크게 갈리고,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혐오와 조롱, 극단적인 언어가 너무 빠르게 번진다.

예전에는 정치가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 신문 기사 같은 비교적 정돈된 통로를 통해 다가왔다면,

이제는 짧은 영상과 밈,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훨씬 먼저 감각을 건드린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의 정치적 태도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왜 저럴까”라고 묻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1020 극우가 온다』는 꽤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제목만 보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특정 세대를 몰아세우기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결을 추적하는 현장 기록이다.

저자는 한때 여의도에서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지만,

어느 순간 진짜 전장은 국회가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같은 플랫폼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군가는 정책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동안, 10대와 20대는 이미 릴스와 쇼츠 속에서 정치인을 밈으로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의도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멈춰 선 공간처럼 보였다는 저자의 고백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정치가 더 이상 ‘의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지금의 1020에게 정치는 토론이나 정책보다 더 짧고 강하고 재밌는 방식으로 먼저 스며든다.

몇 초짜리 숏폼 영상, 누군가를 희화화한 밈, 자극적인 자막 하나가 긴 설명보다 더 빠르게 인식을 만든다.

그렇게 반복해서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보다 먼저 감각이 물들고, 입장보다 먼저 분위기에 익숙해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짚는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논리보다 비웃는 말투가 더 강력하게 소비되고,

진지한 문제 제기보다 조롱이 더 힙한 태도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라는 것이다.

책 속 교실 장면은 특히 서늘하다. 학생들이 고인을 조롱하는 노래를 아무렇지 않게 틀고,

교사가 문제를 지적하자 “왜 이렇게 진지하냐”고 받아치는 모습은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혐오가 어떻게 놀이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역사적 맥락은 지워지고, 누군가의 죽음과 모욕은 웃긴 캐릭터처럼 소비된다.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는 순간 잔인함은 유희가 된다.

이 책은 혐오가 어떻게 문화가 되고, 문화가 다시 세대의 공기처럼 퍼지는지를 아주 불편하게 보여준다.

디스코드를 다룬 부분도 인상 깊다. 부모는 카카오톡을 확인하며 아이들의 세계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폐쇄적인 서버와 음성 채팅 중심의 공간으로 이동해 있다.

그곳에서는 폭력과 조롱이 기록 없이 휘발되고, 어른들의 감시가 닿지 않는 곳에서 더 쉽게 놀이가 된다.

학교에서는 조용한 아이가 그 안에서는 전혀 다른 권력의 얼굴을 가질 수도 있다는 지적은 꽤 충격적이었다.

결국 이 책은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감각과 윤리, 관계 맺는 방식 자체가 다른 코드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한다.

후반부의 K라는 인물도 현실감을 더한다.

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문제적 인물이 아니라 성수동 카페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는 ‘설거지론’, ‘레드필’ 같은 혐오의 언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장면이 무서운 이유는 혐오가 더 이상 숨겨야 할 부끄러운 말이 아니라,

‘팩트’와 ‘현실 감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느 한쪽 정치 성향에 기대어 내용을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특정 정당이나 진영의 논리로 이 책을 읽기보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무엇이 실제로 위험 신호인지, 무엇을 경계하고 고쳐 나가야 하는지를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보고 싶었다. 나는 어떤 정치적 성향을 앞세워 이 책을 본 것이 아니라,

혐오와 조롱이 어떻게 일상적인 언어가 되는지, 알고리즘이 어떻게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지,

그리고 어른들이 놓치고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현실적으로 짚어보려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가 옳고 그르다는 진영의 문제로 읽기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조심해야 할 감정의 흐름과 문화적 징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으로 다가왔다.

『1020 극우가 온다』는 단순히 1020을 비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왜 일부 젊은 세대가 그런 말에 끌리고, 그런 콘텐츠에 익숙해졌는지 그 배경을 묻는다.

그래서 이 책은 정치 비평서이면서 동시에 알고리즘 시대의 감정 구조를 들여다보는 사회 관찰기처럼 느껴진다

읽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책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어떤 변화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지 더 또렷하게 느끼게 만든다.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정확히 보려는 사람, 혐오와 냉소가 어떻게 세대 감각이 되는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키다 서평단‘을 통해,

'포레스트북스 출판사' 도서와 제작비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일베는 하수구에 있었기에 피할 수 있었다. 펨코는 접속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릴스는 내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매일 밤 나의 뇌를 해킹한다. 이것이 K가 일베보다 더 강력하고, 펨코보다 더 교화하기 힘든 괴물이 된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사랑은 늘 시험에 들 테지만
한시원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이 시집을 읽을 때는 그저 사랑에 대한 시집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몇 편을 지나고 나니 이 책은 사랑을 노래하는 책이라기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사람의 마음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시처럼 느껴졌다.

설렘이나 약속보다도 그 이후의 계절과 침묵, 그리움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바람은 불고, 꽃은 피고, 계절은 또 흘러가는데,

정작 사람의 마음만은 그 자리에 조금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가을 단상」을 읽을 때는 특히 그런 마음이 컸다.

“당신이 가고픈 그 어디라도 / 바람은 먼저 불어 가 닿고”라는 구절에서는

한 사람이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이 남긴 기척은 세상 어딘가에 계속 닿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머물다 간 자리마다 꽃이 자란다는 말도 좋았다.

사랑은 끝났어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주 오래 작은 흔적이 남고, 그 흔적은 때로 아픔으로,

때로는 삶을 버티게 하는 기억으로 남는다.

막다른 길 끝에서 다시 더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난다는 구절에서는,

이 시집이 슬픔을 말하면서도 끝내 절망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는 걸 느꼈다.

상실도 결국 삶의 일부이고 그 끝에서 또 다른 길이 열린다고 믿는 마음이 있었다.

「그립다는 말 대신」은 더 직접적으로 아팠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사람 앞에 서 있었다는 고백은,

사랑이 끝나는 순간의 무력감을 아주 담담하게 보여준다.

꽃이 지고 나뭇잎이 흩날리는 계절 어디에도 눈물에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는 표현을 읽을 때는,

세상의 풍경 전체가 한 사람의 상실로 물든 것 같았다.

사랑이 끝나면 그 사람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가 걷던 계절의 결도 달라진다는 걸 이 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가 더 좋았던 이유는

“외롭고 쓸쓸한 모든 것에는 / 각자만의 별이 있습니다”라는 구절에 이르면,

이 시집은 상실을 견디는 사람을 끝내 혼자 두지 않는다.

떠난 사랑은 비에 젖어 천천히 지워져도,

그 뒤에 남은 사람 안에는 아직 조용히 운행하는 별빛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이연」에서는 다 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마음이 더 절제된 방식으로 전해졌다.

이 삶에서 다 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표현은 짧지만 오래 남는다.

사랑은 늘 충분히 했다고 말하기 어렵고,

지나고 나면 늘 덜 건넨 마음이 남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영영 못 오실 그대를 맞기 위해 등불 하나 밝혀 둔다는 마음도 참 서러웠다.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끝내 완전히 접지 않는다는 것.

이 시집은 그런 인간적인 미련과 그리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봄비를 맞으며 그대를 그릴 때」를 읽으면서는

이 책이 왜 단순한 연애시집으로만 읽히지 않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아픈 사랑을 우리는 왜 하나요”라는 물음은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으로 해봤을 질문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이 시는 거기서 사랑을 후회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아프기만 한 사랑은 누구도 다치지 않고 더 깊은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남녀의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구절에서는,

한 사람을 향해 시작된 마음이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넓혀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 본 사람만이 더 큰 배려와 더 넓은 하늘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말처럼.

그래서 이 시집을 읽고 나면 사랑이 꼭 행복했느냐, 이루어졌느냐보다도

그 사랑이 한 사람을 어떤 존재로 만들었느냐가 더 중요하게 남는다.

흔들리고, 엇갈리고, 지워져 가는 과정 속에서도 마음은 조금씩 더 깊어진다.

이 책에 실린 사랑은 늘 시험에 들지만,

그 시험은 사랑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를 보여 주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아픈 줄 알면서도 사랑하고, 떠난 줄 알면서도 오래 그리워하고,

끝내는 그 그리움마저 품은 채 살아가는 마음.

아마 이 시집이 담고 있는 감성은 바로 그런 것일 것이 아닐까?

사랑 때문에 무너지는 사람의 이야기이면서도, 결국 사랑 덕분에 조금 더 넓어지는 사람의 이야기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유난히 조용히 오래 남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위로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위로가 되고,

사랑을 붙잡으라고 말하지 않는데도 사랑을 함부로 잊지 못하게 만든다.

어떤 날은 “당신이 그립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같은 문장이 오래 남고,

어떤 날은 “각자만의 별” 같은 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아마 이 시집은 읽는 사람의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얼굴로 남을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이 책은 사랑을 아름답게 꾸미기보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마음의 결을 끝까지 바라봐 주는 책이라는 것!

그래서 더 진실하게 읽히는 시다.

'좋은땅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이연

하물며 눈 내리거나
문득 가슴 저리거든
내 서러운 마음을 추슬러
하늘 한번 올려다보리
이 삶에서
다 하지 못한 사랑

떠나서 오지 않는 것은
온통 다 내 것인
이 삶의 낱낱 슬픔
마디마다 눈물 맺힌
그 세월들을
내 먼저 마중해 품었으니

하물며 세찬 바람 일어
갈꽃잎 흩날리거나
이 사무침이 더 깊어지면
노을을 심지 삼은
등불 하나 밝혀
영영 못 오실 그대를 맞으리 -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
하승완 지음 / 부크럼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승완의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를 읽으면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큰 소리로 위로하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조용한 밤에 혼자 있을 때 문득 누군가의 안부 한마디가 생각나듯,

이 책도 그렇게 차분하게 마음에 남았다.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춰서 내 이야기를 같이 떠올리게 됐다.

왜 나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왜 조금만 어긋나도 하루 전체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는지…

왜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괜히 오래 마음이 쓰였는지, 그런 것들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하지 않는다.

무조건 괜찮다고도 하지 않고, 힘든 시간을 금방 예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마음속에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아픔 하나쯤은 있다는 걸 이야기한다.

섣불리 다 아는 척 위로하기보다, 마음의 무게를 조용히 헤아리며 곁에서 건네는 말처럼 느껴진다.

들어가는 글부터 기억에 남는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나의 안부를 다정하게 물어봐 주는 그 말이. 아주 짧은 말인데도 그 안부가 생각보다 깊게 다가왔다.

그냥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오늘도 버티고 있냐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냐고,

그래도 잘 살아 내고 싶다는 마음을 놓지 않고 있냐고 묻는 말처럼 느껴졌다.

살다 보면 정말 그런 날이 있다. 겉으로는 별일 없는 하루처럼 지나가는데 마음 한쪽은 자꾸 무겁고,

이유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는데 이상하게 버거운 날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그 또한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조용히 다독여 준다.

초반에 나오는 “아주 작은 빛이 되어서라도”를 읽으면서는 특히 많이 공감했다.

예전의 나는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어 했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애를 썼다는 부분이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계속 맞추고,

빛나 보이기 위해 억지로 웃으며 참고 버텼다는 문장도 그렇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 역시도 비슷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 괜히 부족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내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더 먼저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사람은 더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애쓰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그런 과거를 무조건 미숙했다고 잘라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였던 날들을 안타까워한다.

이 시선이 참 좋았는데, 예전의 나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그때도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다만 조금 외로웠을 뿐이라고 바라봐 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사람이 성숙해지는 시간은 늘 반짝이는 모습으로만 남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잘해 낸 순간들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참고 버텨 온 시간들까지 함께 지나오며 비로소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보다 오래 남는 울림”도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 부분이 더 마음에 들어왔다.

말수가 적은 사람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무심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가운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꼭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침묵을 함께 견뎌 주는 사람, 다 듣고 난 뒤에 짧게 건네는 위로, 끝까지 들어 주는 태도 같은 것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고.

그 말이 참 맞게 느껴졌다. 살아 보니 오래 기억나는 사람은 말을 화려하게 하던 사람이 아니라, 내가 힘들 때 함부로 결론 내리지 않고 가만히 곁에 있어 준 사람이었다.

관계는 얼마나 많은 말을 주고받았는지보다,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헤아렸는지에 따라 더 오래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좋았던 건 이 책이 행복을 멀리서 찾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친구들이 익숙한 농담을 건넬 때, 기다리던 택배 상자를 열어 볼 때, 우연히 반가운 얼굴을 마주할 때, 누군가 내 취향을 기억해 줄 때 같은 장면들을 읽으면서 괜히 마음이 말랑해졌다.

행복은 특별한 날에만 오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런 소소한 순간들 사이에 이미 많이 들어와 있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런 것들은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리게 된다. 늘 더 큰 결과, 더 분명한 성취만 바라보느라 지금 내 하루 안에 들어와 있는 좋은 순간들을 잘 못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오래 붙들고 읽은 건 <추억으로 채우는 삶>이었다.

삶을 오래도록 숙제처럼 살아왔다는 고백이 참 남 일 같지 않았다.

몇 살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이 나이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하고,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더 빠르고 더 확실하고 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사실 누가 정해 준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나 스스로 그런 기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나를 계속 다그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 준다. 그리고 이제는 삶을 숙제가 아니라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 문장이 참 좋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만 붙잡기보다 “지금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나고 있지”를 더 자주 돌아보고 싶어졌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해야 할 일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기준으로 자신을 쉬지 않고 검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놓쳤기에 만날 수 있었던”도 참 좋았다.

버스를 놓친 날, 하루가 처음부터 틀어진 것 같았는데 그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나도 그런 날들이 떠올랐다. 계획대로 안 돼서 속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어긋남 때문에 오히려 다른 좋은 일이 생겼던 날들 말이다.

우리는 자꾸 놓친 것만 크게 보는데, 어쩌면 그 덕분에 만나게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이 글이 잘 보여 준다.

조금 늦어도, 조금 돌아가도, 꼭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 괜히 오래 남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하나였다.

나는 너무 오래 내 삶을 평가하면서 살아왔구나 하는 것!

잘했는지, 부족한지, 늦은 건 아닌지, 남들보다 뒤처진 건 아닌지 그런 생각들로 내 하루를 자꾸 재단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준다.

버텨 낸 날들이 이미 의미가 있고, 놓쳐 버린 순간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내 삶은 생각보다 쉽게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는 읽고 나면 갑자기 모든 게 괜찮아지는 책이라기보다,

지나온 시간을 조금 덜 아프게 바라보게 하고 오늘의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게 만든다.

지나온 시간을 실패처럼만 보지 않게 하고, 오늘의 나를 조금 덜 미워하게 하고,

사소한 하루 속에서도 작게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조용한데 힘이 있고, 잔잔한데 오래 남는 책이다.

무리해서 잘 살려고 애쓰느라 지친 사람에게,

자꾸만 자신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 앞에서 마음이 자주 조급해지는 사람에게 참 잘 가닿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나니 제목이 왜 이렇게 붙었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지나온 날들이 마냥 나를 힘들게만 한 것이 아니라,

결국 여기까지 오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당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렇게 자라고 있고, 지금도 잘하고 있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는 시간이 있더라도 괜찮아요. 당신의 하루 안에 작은 행복이 자주 스며들기를.
숨결처럼, 꽃잎처럼 살며시 닿기를. 당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슬이 흔들리는 물결 위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것처럼, 삶이 흔들려도 당신은 분명 반짝이고 있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