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장미 에디션) - 시인의 그림에 색을 입히다, 나태주 그림 컬러링북
나태주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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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그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컬러링북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예쁜 꽃 그림에 색을 입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색칠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마음이 지친 날 조용히 펼쳐 두고 오래 바라보는 책에 더 가까웠다.

나태주 시인은 이 책에서 자신을 화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시를 쓰는 사람이고, 그림은 그저 삽화 정도의 단순한 그림이라고 고백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이 책의 매력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 준다.

완벽하게 그린 그림이 아니라서 더 다정하고,

꾸미지 않은 선이라서 더 오래 시선이 머문다.

꽃잎 하나, 잎사귀 하나, 줄기 하나가 정교한 작품이라기보다

시인의 마음에서 막 건져 올린 작은 숨처럼 느껴진다.

책에는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린 식물과 꽃 그림들이 담겨 있다.

어떤 페이지는 이미 색이 입혀져 있고,

어떤 페이지는 독자가 직접 색을 채울 수 있도록 비워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단순히 눈으로 문장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시를 읽고, 그림을 보고, 색을 고르고, 손으로 천천히 칠하는 과정까지 모두 독서가 된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갑니다”라는 고백이었다.

좋아한다는 것, 몰아의 경지를 맛본다는 것,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것.

우리는 자주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잃어버린다.

예쁘게 칠해야 할 것 같고, 틀리면 안 될 것 같고, 남들이 보기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쉽게 손을 멈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살짝 내려놓게 한다.

색이 조금 삐져나가도 괜찮고, 원래 꽃과 다른 색을 입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한 번 한 말 여러 번 되풀이해도 괜찮아 / 걱정하지 마 / 그래서 네가 더 예뻐.”라는 시구도 오래 남았다.

이 문장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지치지 않은 척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꽃은 바람에 한 번만 흔들리지 않는다. 여러 번 흔들리고도 여전히 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시와 그림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조용히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그림을 설명하지 않고, 그림은 시를 장식하지 않는다.

둘은 함께 한 페이지에 머물며 독자가 자기만의 감정을 천천히 발견하도록 기다린다.

그래서 이 책은 빨리 읽는 책이 아니다.

한 번에 끝까지 읽기보다, 하루에 한 장씩 펼쳐 놓고 싶은 책이다.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색연필을 꺼내 들거나,

마음이 복잡한 밤에 아무 말 없이 꽃잎 하나를 칠해 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위로와 휴식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시와 함께하는 컬러링북이기에,

부모님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실제로 책을 넘겨 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글씨가 크고 그림이 복잡하지 않아 어른들에게도 부담이 적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컬러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오래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닮았다.

제목처럼 꽃에게 오래 그렇게 있어 달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사랑에게,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힘든 날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운 날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지친 날 조용히 색을 입힐 꽃 한 송이가 있다는 것.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는 그런 작고 부드러운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시를 읊조리고, 꽃을 바라보고, 내 손으로 색을 채우는 동안 마음도 조금씩 편안해진다.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 누군가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네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진다.

오늘도 흔들렸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너는 아직 꽃으로 서 있다고.

오래 그렇게 있어도 된다고.

'드림셀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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