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임성훈 지음 / 다른상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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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다른상상출판사


[짧은 소감문 먼저]

기대했던 내용보다 훨씬 좋아서 보관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냥저냥 비슷한 내용만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의 느낌이 아니라 심리학과 철학서의 느낌을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라고 해야할까?

이해되고 공감가는 일상적인 예시들에 파트 내용마다 "맞아, 나도 그랬었어!"하며 너무나 공감하며 읽었다.

내 삶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추~천~!!


[본문 리뷰]

“나는 언제 다 커요?”

“나도 아직 덜 컸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이 짧은 대화는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가 출발하는 지점을 잘 보여 준다.

어릴 때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단단해지고,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보면 누군가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고, 지나간 일을 오래 곱씹으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저자 역시 나이와 사회적 위치 때문에 어른으로 대우받지만, 스스로를 완전히 성숙한 사람이라 느끼지는 못한다고 고백한다.

수십 번의 계절을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어른스러움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처럼 시간이 흐른 만큼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할지 다시 결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완성된 어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성찰하는 사람만이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어른이 되는 정답을 알려 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어른 취급을 받지만 내면에서는 여전히 미숙하다고 느끼는 한 사람이 감정과 관계,

삶의 기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한 기록에 가깝다.

이 책은 자기 내면의 기준을 세우는 일, 자기 인생을 책임지는 태도, 현재를 살아가는 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관계를 맺는 법을 차례로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것은 ‘내 안의 나침반’을 찾으라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면 누군가가 대신 길을 정해 주기를 바란다.

부모, 전문가, 멘토, 유튜브, 심지어 MBTI 결과에까지 기대며 확실한 답을 찾는다.

그러나 남이 정해 준 길을 따르면 실패했을 때 책임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삶이 온전히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심리학자 줄리언 로터는 삶의 결과를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서 찾는 태도를 ‘내적 통제 위치’, 운이나 환경, 타인의 영향에서 찾는 태도를 ‘외적 통제 위치’라고 설명했다.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삶은 잠시 편할 수 있지만, 결국 자기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일이 된다.

영화 〈스펜서〉의 다이애나처럼 아무리 화려한 삶이라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역할이라면 감옥이 될 수 있다.

단테의 『신곡』에는 “네가 너의 별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너는 반드시 영광스러운 항구에 도달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별은 남이 가리킨 성공의 표지가 아니라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없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나만의 방향이다.

삶의 방향을 찾는 데 필요한 것은 완벽한 확신이 아니라 내 안에서 반복해서 울리는 작은 끌림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다.

선택에는 언제나 불안이 따르지만, 불안이 있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결정권을 넘기면 결국 실패보다 더 큰 후회를 남길 수 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한 ‘일치성’도 이와 연결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욕구,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크게 어긋나지 않을 때 사람은 단단해진다.

반대로 타인의 기대를 오래 내면화하면 어느 순간 그것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는 문장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다.

누군가의 말이 내 나침반을 대신하도록 두지 않는 것, 그것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이 책에는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성취를 보며 “타고났다”, “운이 좋았다”, “집안이 달랐다”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혜성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오랜 시간 자기 궤도를 돌고 있었듯, 사람의 성취 뒤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쌓여 있다.

영화 〈위플래쉬〉의 폭발적인 공연 장면 뒤에는 피가 나도록 드럼을 치고, 물집이 굳은살이 될 때까지 반복한 시간이 있었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기술이 되고, 기술에 다시 노력이 더해져 성취가 된다고 했다.

결과에는 노력이 두 번 들어가지만, 결과만 보는 사람은 그 시간을 한순간에 지워 버린다.

우리는 결과를 소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과정을 존중하는 데는 서툴다.

누군가의 성취를 쉽게 평가하는 말은 그 사람의 삶을 설명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상상하지 못하는 관찰자의 한계를 보여 줄 뿐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누구나 쉽게 떠든다’는 장도 인상 깊었다.

『논어』에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는 말이 있다.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함부로 논하지 말라는 뜻이다.

직접 책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이 글쓰기를 쉽게 말하고 그 직업을 가져 보지 않은 사람이 진로를 재단하며 자녀를 키워 보지 않은 사람이 육아를 평가한다.


저자는 이를 ‘미로와 드론’에 비유한다.

미로 밖에서 아무 경험 없이 “왜 그쪽으로 가느냐”고 외치는 사람과, 실제로 그 미로를 지나본 뒤 전체 그림을 보여 주는 사람은 다르다.

진짜 멘토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그 길을 먼저 걸어 본 사람이다.

모든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겸손은 아니다.

어떤 말은 나를 성장시키지만 어떤 말은 말한 사람의 불안과 편견을 내 안에 옮겨 놓을 뿐이다.

들을 말과 흘려보낼 말을 구분하는 능력은 고집이 아니라 분별이며 어른에게 필요한 중요한 지혜다.


책에서 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빌런은 상대할수록 커진다’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읽지도 않은 사람이 SNS에 근거 없는 비난을 남긴 경험을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 말에 해명하고 싸우며 시간을 쓰지 않았다.

악의적인 사람은 상대의 불안과 분노, 진지한 반응을 먹고 힘을 키우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는 악마와 일일이 맞서 싸우지 않는다. 그저 짧게 일축하거나 지나친다.

『해리 포터』의 보가트 역시 두려움 앞에서는 커지지만 웃음과 무관심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모든 갈등은 끝까지 싸워 이겨야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갈등은 그 대상에게 부여했던 의미와 관심을 거두는 순간 비로소 끝난다.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내 감정과 시간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감정 쓰레기통은 사양합니다’라는 장에서는 타인의 분노와 불안을 대신 받아내는 관계를 다룬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작은 실수로 선생님에게 뺨을 맞고 심한 욕설을 들었던 경험을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분노는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우연히 눈앞의 아이에게 쏟아진 것이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불안과 열등감, 분노를 타인에게 떠넘기는 현상을 ‘투사’라고 부른다.

“넌 왜 이렇게 일을 못하냐”는 말이 사실은 “나는 무능한 사람이 될까 두렵다”는 불안의 표현일 수도 있다.

“넌 왜 그렇게 예민하냐”는 말 또한 상대가 자신의 불안을 감당하지 못해 내뱉는 신호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누군가의 말이 언제나 나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 그 말은 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를 보여 준다.

공감과 경계는 함께 존재할 수 있다. “그럴 수 있겠네요”는 공감이지만, “제가 대신 감당할게요”는 자기희생이 될 수 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과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상대가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힘듦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경계는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관계가 서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지켜 주는 최소한의 질서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은 부분은 ‘인간 불가사리’와 다크 트라이어드에 관한 이야기였다.

불가사리는 먹이를 감싼 뒤 소화액으로 녹여 영양분을 흡수한다.

인간관계 속 불가사리도 비슷하다. “이번 한 번만”, “잠깐만 도와 달라”고 다가오지만,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고 내가 힘들 때는 사라진다.

관계가 상호작용이 아니라 일방적인 흡수로 변한다.

이들은 죄책감을 자극하고, 필요할 때만 친절하며, 비슷한 부탁과 갈등을 반복한다.


다크 트라이어드는 자기애,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성향이 결합된 성격 특성을 가리킨다.

과도하게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을 조종하려 하며 공감 능력이 낮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은 처음부터 악인의 얼굴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하고 다정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처럼 다가오기 때문에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나 역시 이 대목을 읽으며 가까운 주변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관계를 예전에는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다. 내가 조금 더 양보하고 참으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었고, 만날 때마다 감정이 소진되었으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계속 작아져야 했다.

결국 관계를 정리했지만 처음에는 죄책감과 비슷한 감정이 남았다.

내가 너무 냉정했던 것은 아닌지, 조금 더 이해했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선택이 나를 위한 건강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워한다는 뜻은 아니다. 더 이상 반복되는 상처 속에 나를 두지 않겠다는 선택일 수 있다.

그 사람을 바꾸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관계에 거리를 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계속 소모되어야 할 의무는 없다.

관계를 오래 유지했다는 사실보다 그 관계 안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와 멀어지는 선택이 죄책감을 남기더라도 그 거리가 비로소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한다면

그것은 관계의 실패가 아니라 자기 존중의 회복이다.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는 완벽한 어른이 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아직 흔들려도 괜찮고, 여전히 미숙하다고 느껴도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자기 삶의 방향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타인의 감정을 무분별하게 떠안지 않으며 자신을 소진시키는 관계에는 경계를 세우라고 권한다.

책을 읽고 나면 어른스러움이란 무조건 참고, 양보하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절할지 선택하는 능력, 타인의 삶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내 삶의 주도권도 넘겨주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세상에 완벽한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상처를 타인에게 넘기지 않고, 남의 목소리보다 자기 내면의 나침반을 믿으며,

필요할 때는 자신을 지키는 선택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매 순간 조금 더 책임 있게 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다른상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남의 일은 왠지 별것 아닌 것 같고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겪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 사람의 삶을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이, 그 삶을 쉽게 재단하면 안 되지 않을까.
<논어>에는 "부재기위 불모기정 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함부로 논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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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의 말하기 수업 - 말수가 적어도 인정받는 사람들의 말하기 전략
김해리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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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있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데 입은 떨어지지 않고 말 대신 당황스러움이나 억울함 같은 감정이 먼저 차오른다.

회의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뒤에야 “그때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라며 뒤늦게 상황을 복기하기도 한다.

『내향인의 말하기 수업』은 이런 순간에 필요한 것은 타고난 말재주나 갑작스러운 용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먼저 몸과 마음을 차분히 정리한 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한 문장을 꺼내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내향적인 사람을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속도를 지키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자기 목소리를 완전히 숨기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김해리는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15년째 해 온 강사지만, 스스로를 극단적인 내향인이라고 말한다.

이웃의 말소리가 들리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향하고,

미용실에서는 대화를 피하려 눈을 감으며,

전화가 오면 바로 받지 못할 정도로 낯선 소통에 긴장한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오랫동안 강의를 할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자신도 외향적인 강사를 따라 하려고 했다.

억지로 목소리를 높이고 과장된 몸짓을 사용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이려 했다.

그러나 강의가 끝날 때마다 며칠씩 기운이 빠졌고, 강의를 하는 자신과 평소의 자신 사이가 점점 어긋났다.

결국 저자는 질문을 바꾸었다.

외향인처럼 말하는 법이 아니라, 내향인에게 맞는 말하기는 무엇일까?


그 뒤로 순발력이 부족한 만큼 대본을 더 탄탄하게 준비하고, 말을 많이 하기보다 한 문장에 힘을 실었다.

화려한 쇼맨십 대신 정확한 정보와 진심 어린 태도를 내세웠다.

그러자 사람들은 오히려 “말씀이 편안해서 내용이 잘 들어온다”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내향성을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기질로 받아들인 순간, 저자만의 말하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내향인의 말문을 막는 세 가지 벽에 대한 설명이었다.

바로 내향성, 불안, 예민함이다.

내향인은 말을 꺼내기 전에 그 말이 정확한지, 필요한지, 적절한지를 오래 생각한다.

불안이 큰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먼저 떠올린다.

예민한 사람은 표정, 한숨, 자세, 회의실의 분위기까지 모두 신호처럼 받아들인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생각은 깊어지지만 말은 점점 늦어진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내적 말하기 과포화’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열 번쯤 말해 본 상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절한지 판단하고, 상대의 반응과 분위기를 예측하고, 오해가 생길 가능성까지 생각한다.

그렇게 머릿속의 정류장을 모두 거치는 동안 대화는 이미 다음 주제로 넘어가 버린다.


저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의에서 밝히지 못해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던 일화는 이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팀장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하는 사이 다른 사람이 자신과 함께한 일이라고 말해 버렸다.

발표까지 그 사람이 맡게 되면서 저자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다.

말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었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는 고백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다.


내향인이 중요한 순간에 말해야 하는 이유는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내가 한 일과 생각, 감정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다

말을 삼키는 일이 반복되면 단순히 말할 기회를 놓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때로는 나의 성과와 존재감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내향성과 불안, 예민함을 무조건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만 보지 않는다.

내향성은 생각의 깊이를 만들고, 불안은 여러 가능성을 미리 살피게 하며, 예민함은 청중의 표정과 분위기를 빠르게 감지하는 능력이 될 수 있다.

저자 역시 이 성향을 활용해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강의의 흐름을 바꾸고, 교육 만족도가 높은 강사로 자리 잡았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핵심 연습은 ‘한 호흡 한 문장’이다.

완벽한 문장을 준비하려 애쓰기보다, 꼭 전하고 싶은 한 줄을 숨을 고른 뒤 끝까지 말해 보는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제가 처음 정리한 내용이라 제가 설명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립니다”처럼 짧더라도 나의 입장을 보여주는 문장을 준비한다.

이 연습이 좋은 이유는 말하기를 거창한 성과가 아닌 작은 실험으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다.

말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하기 전에,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을 실제 목소리로 꺼냈다는 경험을 몸에 남긴다.

내향인에게는 이런 작은 물리적 경험이 다음번에 다시 입을 열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연습 노트 역시 인상적이었다.

어떤 상황에서 말하기가 힘든지,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먼저 들었는지 기록하게 한다.

자신을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대신 “말하기 전에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해석하도록 돕는다.

책을 깨끗하게 보관하기보다 줄을 긋고 한 단어라도 적으며,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감정과 생각을 바깥으로 꺼내도록 만든다.


혼자 있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도 깊이 공감되었다.

저자는 모두가 퇴근한 뒤 사무실에 적막이 흐를 때야 비로소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말한다.

밥 먹듯 야근을 선택했던 이유는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며 몰입할 수 있는 차단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에서도 내향인은 고독 속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저자에게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는 무기였다.

나 역시 주변의 말과 소리, 움직임이 사라져야 비로소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이 있기에 이 부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저자는 내향인을 용량이 작은 배터리에 비유한다.

자주 충전해야 한다고 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성이나 대인관계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날 필요도 없고, 항상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줄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쓸 수 있으면 된다.


말하기는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눈빛과 자세,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과 손동작처럼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비언어적 표현도 중요하다.

저자는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비언어 표현을 연습하면 불안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눈빛과 몸 전체로 전달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수 있다.

완벽한 대사를 한 줄도 틀리지 않고 말하려는 태도보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방향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현실적이었다.

내향인은 준비에 강한 사람이다. 따라서 외운 문장을 완벽하게 재현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방식대로 충분히 준비하고 맡겨진 메시지만 끝까지 전달하겠다는 기준을 세우는 편이 낫다.


말의 양이 아니라 이미지와 방향으로 기억되게 하라는 전략도 유용하다.

내향인은 말수가 적다는 이유로 차갑거나 자신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하지만 편안한 눈빛, 안정된 자세, 분명한 한 문장을 갖춘다면 적은 말로도 신뢰를 줄 수 있다.

실제로 배우 엄태구처럼 수줍음과 어색함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솔직함과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어쩌면 유려하고 화려한 말보다, 서툴지만 꾸밈없는 한마디에 더 마음을 열기도 한다.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수영을 통해 자신의 속도로 반복하는 법을 배운 경험을 들려준다.

두려움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지만, 안전한 조건에서 같은 경험을 반복하면 낯섦의 모서리가 조금씩 닳아 간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대답하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려다 보면 오히려 자신의 흐름을 잃기 쉽다.

내향인에게 필요한 것은 뛰어난 입담이나 빠른 순발력이 아니라 ‘침묵을 견디는 마음의 근육’이라는 문장이 특히 좋았다.

질문을 받자마자 답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잠깐 숨을 고르고 2~3초 생각한 뒤 자신의 속도로 말해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짧은 정적을 견디는 힘이 결국 자신의 말이 된다.


『내향인의 말하기 수업』은 조용한 사람에게 더 큰 목소리를 내라고 다그치는 않는다.

자신이 왜 말 앞에서 작아지는지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호흡과 속도로 한 문장을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내향성과 불안, 예민함은 말하기의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말을 신중하게 고르고 한 번 내놓은 말을 오래 책임지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말이 적어도 괜찮다고 믿는 순간부터 말하기는 조금 덜 무서운 일이 된다.

회의에서 한 번은 손을 들고 싶은 사람, 중요한 자리에서 내 생각 한 줄만큼은 끝까지 말하고 싶은 사람,

조용히 있는 것이 편하지만 평생 숨어 있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연습 상대가 되어 줄 것이다.

말수가 적어도 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크게 떠들지 않아도 된다.

나의 호흡을 놓치지 않고 꼭 필요한 순간에 책임질 수 있는 한 문장을 꺼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단단한 말하기일 것이다.


’검은고양이 @thaod1088’ 님에게

'비전코리아 출판사' 도서를 선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회로 자체는 빠르지만 정류장이 너무 많다. 말은 항상 늦게 도착한다. 때로는 도착하기도 전에 방향을 바꿔 버린다.
사고만 바쁘게 돌아가고, 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내 말문을 막는 구조를 이렇게 정리해 보자.

내향성은 생각의 깊이를,
불안은 반응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예민함은 분위기에 대한 감각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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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로 서기 - 어떤 순간에도 나를 책임지는 '1인분의 삶'을 위하여
임홍택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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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로 서기』를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문장은 “세상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선 인생 1회차 당신에게”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인생을 처음 살아간다. 누군가는 사회생활도, 돈 관리도, 인간관계도 능숙해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자리에서 서툴게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려운 일은 여전히 어렵고 처음 겪는 상황 앞에서는 또다시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1로 서기’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혼자 잘난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내 삶의 한 사람 몫은 내가 감당할 수 있도록 배워가자는 말처럼 느껴졌다.


저자 임홍택은 자신의 10대와 20대를 솔직하게 돌아본다.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성인이 되어 마주한 세상은 학교와 전혀 달랐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시험 보는 법은 알려주었지만, 조별 과제에서 무임승차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회사에서 반복되는 실수와 상처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계약이나 사기 앞에서 어떻게 나를 지켜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성적은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정작 사회에 나왔을 때 꼭 필요한 생활의 기술은 대부분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초생’과 ‘경생’이라는 표현이었다. 첫아이를 키울 때는 모든 것이 무섭고 서툴지만, 둘째 아이를 키울 때는 한 번의 경험 덕분에 훨씬 차분해진다는 이야기다. 인생도 그렇다. 한 번 더 살아볼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덜 당황하고, 덜 다치고, 덜 무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에는 두 번째 예행연습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제 막 사회에 던져진 누군가가 조금이나마 경험자의 삶처럼 살아가길 바란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한 사람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조언하는 느낌이 아니라, 여러 번 넘어져 본 사람이 “나도 그랬다. 그러니 너는 조금 덜 다쳤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1로 서기』는 단순히 “열심히 살아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노력, 성공, 경쟁, 뒤처짐에 대한 불안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짚는다. 물론 노력은 중요하지만,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말은 때로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든다.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사람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공에는 운의 비중도 크다고 말한다. 이 말은 노력이 소용없다는 뜻이 아니라, 결과를 전부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는 의미에 가깝다. 운은 내가 원하는 순간에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결과가 늦게 오더라도 내 자리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삶’보다 ‘버티고 서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빠르게 성공하는 것도 멋지지만,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도 자기 일을 놓지 않는 태도는 더 깊은 울림을 준다. ‘1로 서기’를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역량도 현실적이다. 직업 전문성, 돈 관리 역량, 관계 관리 역량, 위기 대처 능력, 실전 생활 기술. 일을 잘한다고 삶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잘 번다고 관계와 생활이 저절로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의 몫을 해낸다는 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성공하는 일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균형을 갖추는 일에 가깝다.


커리어에 대한 조언도 공감됐다. 우리는 자주 “좋아하는 일을 해라”는 말을 듣지만, 정작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억지로 찾기보다 먼저 싫어하는 일을 하나씩 지워 나가라고 말한다. 나를 지치게 하는 일, 마음이 불편한 관계, 아무리 해도 맞지 않는 환경을 줄여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은 조금씩 선명해질 수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도 오래 남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붙잡고, 그것을 통해 다음 가능성을 열어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로 서기』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책처럼 보이지만, 이미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내용이 많다. 커리어 설계, 경제적 자립, 인간관계, 위기 대처, 자취와 생활 관리까지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기를 폭넓게 다룬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지만, 사회에 나와 꼭 필요했던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생은 처음이라 서툴 수밖에 없지만, 계속 서툴게만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1인분의 삶은 대단한 성공이나 완벽한 독립을 뜻하지 않는다. 내 돈을 조금 더 잘 관리하고, 내 관계의 선을 지키고, 맡은 일을 책임 있게 해내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너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에 가깝다. 완벽하게 서 있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려는 마음, 모르면 배우려는 태도, 실수했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1로 서기』는 조금 덜 다치고,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현실적인 안내서다.


'디자인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두 분야에서 고민이 계속되는 와중에 《작가란 무엇인가》에 수록된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 내용을 읽게 되었다. 해당 인터뷰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이 어떤 일이나 공부를 시작하려고 할 때는 ‘완강한 무관심(stubborn incuriosity)’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완강한 무관심이란 ‘잘하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의식적으로 관심을 줄여 가는 행동’을 의미한다. 그의 자기 고백을 보면서, 내 고민이 실제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의 고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고민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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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예술, 가짜 예술 - 우리를 조종하는 것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들
장 프랑수아 마르텔 지음, 김기상 옮김 / 서스테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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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미지를 본다. SNS 피드에는 광고, 짧은 영상, 밈, AI가 만든 그림과 문장이 끝없이 흘러간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것을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취향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설계된 욕망일 수도 있고, 감동이라고 느꼈던 것이 사실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계산된 자극일 수도 있다.

『진짜 예술, 가짜 예술』은 바로 그 지점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무엇이 좋은 예술인가”를 묻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예술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 중 얼마나 많은 것이 우리를 조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를 묻는다.

저자 J. F. 마르텔은 광고, 정치 선전, 상업적 이미지, SNS 콘텐츠처럼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을 ‘인공물’이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그것이 인간을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기보다 무언가를 사게 하고, 따르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열망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예술의 얼굴을 한 조작에 가깝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우리가 예술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예술을 감각하는 능력’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이미지와 콘텐츠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지만, 정작 하나의 장면 앞에 오래 머물고, 하나의 문장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하나의 음악 안에서 내 삶의 어떤 부분을 발견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많이 보는 시대가 되었지만, 깊이 느끼는 시대는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의 추천 글들은 이 작품을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영혼을 위한 지침서’라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노리는 것이 우리의 정신이며, 상상력을 기계의 부품처럼 만들려 한다는 지적도 인상 깊다.

이 말은 지금 시대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콘텐츠를 보고 있지만,

정작 더 깊이 느끼는 능력은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이 보는 것과 깊이 감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도나 타트의 추천 서문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더 넓게 펼쳐 보인다.

그는 예술이 정치권력에 이용되고, 이론으로 해체되고, 상업광고로 팔려가며 디지털 자극에 밀려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난 현실을 짚는다.

예술이 돈과 성공, 대중의 입맛, 특정 이념을 위해 쓰이는 순간 그 안에 있던 신비로운 생명력은 사라진다.

퀸시 존스의 표현처럼, 그때 ‘신은 그 방을 떠나버린다.’는 말은,

진짜 예술은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할 때 가장 큰 힘을 가진다.

예술은 상품을 팔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정치적 구호가 되기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누군가를 교훈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모든 예술은 쓸모없다”라는 문장도 이 책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여기서 쓸모없다는 말은 가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이 인간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술이 광고, 선전, 교훈, 도덕적 명령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존재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앞에서 자유로워진다.

진짜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안의 감각을 흔들고, 익숙한 세계에 균열을 내며 다시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게 만든다.

어쩌면 예술의 가장 큰 힘은 ‘쓸모없음’에 있다. 쓸모 있는 것들은 대개 우리를 어떤 목적지로 데려간다.

더 많이 벌게 하고, 더 빨리 처리하게 하고, 더 효율적으로 살게 만든다. 그러나 예술은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가기보다 잠시 멈춰 세운다.

그리고 그 멈춤 속에서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진짜로 사랑했는지, 어떤 감각을 너무 오래 외면하고 살았는지를 조용히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예술은 당장 쓸모없어 보여도,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쓸모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쇼베 동굴벽화에 대한 이야기다.

3만 년 전 인류가 깊은 동굴 속에 남긴 동물 그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생존에 급급했을 구석기 인류가 왜 햇빛도 들지 않는 곳에 들어가 그런 이미지를 남겼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알 수 없음 때문에 예술은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예술이 서서히 진화한 문화의 부산물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하나의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예술은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라기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결정적인 순간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책은 예술과 인간의 상상력을 연결한다.

인간은 단순히 현실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이미지로 그려내며,

‘있는 그대로의 세상’ 너머에 ‘마땅히 그래야 할 세상’을 꿈꾸는 존재다. 저자는 이 상상력의 세계를 ‘상상계’라고 부른다.

예술은 바로 이 상상계의 이미지를 현실의 형태로 불러오는 일이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 꿈과 신화와 기억과 무의식이 뒤섞인 장소와 연결된다.

인간은 현실에 적응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현실이 아무리 단단해 보여도 인간은 그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상상한다.

그래서 예술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가장 깊은 방식일 수 있다.

지금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감각, 내 삶이 지금의 조건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 그 작은 틈을 열어주는 것이 예술의 힘이다.

반대로 인공물은 인간의 상상력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좁힌다.

광고와 포르노처럼 욕망을 자극하는 ‘말초적 인공물’, 정치 선전물처럼 감정을 선동하는 ‘교훈적 인공물’은 모두 우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인공물은 속삭인다. 나를 사랑해라, 나를 구매해라, 나에게 투표해라.

진짜 예술이 우리를 멈춰 세우고 내면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면, 인공물은 욕망과 혐오를 부추겨 우리를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AI 시대에 이 구분은 더욱 중요해진다. 생성형 AI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음악도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AI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다기보다, 인간이 오랜 시간 쌓아온 데이터 조각을 그럴듯하게 조합해 ‘예술처럼 보이는 제품’을 만든다고 본다. 문제는 그 결과물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진짜 예술의 자리를 밀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매끄럽고 빠르지만, 살아 있는 인간이 세상과 부딪치며 얻은 상처, 실패, 시간, 육체의 감각까지 품고 있지는 않다.

아무리 정교한 AI 그림이라도 인간이 남긴 서툰 낙서 한 장에 담긴 날것의 생명력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AI가 두려운 이유는 단순히 인간보다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두려움은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그럴듯한 것’에 너무 쉽게 만족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완벽하게 매끄러운 이미지, 즉각적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문장, 공식처럼 잘 짜인 음악이 넘쳐날수록 우리는 서툴지만 진짜인 것,

거칠지만 살아 있는 것, 완성되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삶이 통과한 흔적을 알아보는 눈을 잃어버릴 수 있다.

예술을 지키는 일은 결국 인간의 불완전함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AI를 거부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분별력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하는가, 아니면 더 쉽게 조종당하게 만드는가. 나를 더 깊은 감각과 사유로 이끄는가, 아니면 즉각적인 소비와 반응으로 몰아가는가. 이것을 구분하는 힘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예술적 감각일지도 모른다.

『진짜 예술, 가짜 예술』은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너무 많은 콘텐츠 속에서 피로를 느끼는 사람, 내가 보는 것과 믿는 것이 정말 내 선택인지 의심해본 사람, AI와 알고리즘의 시대에 인간만의 고유한 힘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예술을 보는 기준이 달라진다. 유명한가, 비싼가, 화려한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이것은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이것은 나를 자유롭게 하는가. 이것은 내가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깨우는가.

결국 좋은 예술은 우리를 더 똑똑한 사람으로 만들기보다 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많은 지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어떤 작품 앞에서 이유 없이 마음이 오래 머물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고,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세계의 표정이 갑자기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야말로 예술이 우리 안에서 조용히 일을 시작하는 때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예술은 인간의 마지막 피난처에 가깝다.

자본과 권력, 알고리즘과 AI가 우리의 욕망과 감각을 대신 설계하려는 시대에 예술은 우리 안에 아직 조종되지 않은 영역이 남아 있음을 알려준다. 예술은 우리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설득하려 들지 않으며, 특정한 답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다만 낡은 현실에 작은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새로운 빛이 들어오게 한다.

진짜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무엇을 믿으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조용히 흔들어 깨우며, 다시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자리로 데려다준다.

그래서 예술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바로 그 쓸모없음 때문에 인간을 가장 깊이 자유롭게 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예술을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예술 앞에 더 오래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남는다.

빠르게 소비하고 판단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이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을 깨우는지 조용히 기다리는 일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시대에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감상법일지도 모른다.

진짜 예술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오래 사라지지 않는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인간이 아직 완전히 조종되지 않았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다.


'서스테인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제 사람들은 작가를 보고 작품을 신뢰할지를 결정한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작가에게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면 작품의 흠결로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공물이 지배하는 사회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작가만을 요구하기에 진정한 예술은 더욱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책에서 예술은 언제나 작가라는 틀을 넘어서서 스스로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예술이 지나가는 통로일 뿐이다. 그래서 진정한 예술 작품은 작가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 배경, 심지어 그 시대가 가진 한계마저도 뛰어넘어 자신만의 생명력을 갖는다. 따라서 예술이 작가로부터 독립된 고유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작가의 개인적인 흠결이 작품의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예술은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될 수 없는 ‘상상계’가 보내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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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유어 마인드 - 반복되는 루틴에 가려진 내 안의 잠재력과 마주하는 법
마리오 알론소 푸이그 지음, 성소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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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늘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할 때가 많다.

불안할 때마다 같은 생각에 빠지고, 외로울 때마다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며, 상처받았던 관계와 비슷한 관계를 다시 선택하기도 한다.

분명히 변하고 싶은데도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셋 유어 마인드』는 그 답을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우리 안에 이미 작동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찾는다.

이 책의 문장처럼, “프로그램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프로그램에서 깨어날 수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프로그램을 알아차리고 그 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면 탐험의 안내서다.


저자 마리오 알론소 푸이그는 인간의 마음을 막연한 감정이나 긍정적인 태도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뇌과학, 심리학, 의식과 무의식, 신체 감각과 정서적 기억을 함께 설명하며 우리가 왜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 보여준다. 책에서는 인간의 정신에도 컴퓨터처럼 여러 운영체제가 있다고 말한다.

생존과 본능을 담당하는 시상 하부, 감정과 애착을 기억하는 대뇌변연계, 언어와 분석을 맡는 좌뇌, 직관과 연결감을 느끼는 우뇌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 안에는 “지금 당장 안전해야 한다”는 마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마음, “더 깊은 의미를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은 단순하지 않다. 어떤 행동 하나에도 여러 층의 이유가 있다.

시상 하부는 배고픔, 목마름, 성적 욕구, 스트레스 반응처럼 생존에 꼭 필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이 영역은 “지금 당장 필요해”라고 외친다.

반면 대뇌변연계는 위험과 기회를 감지하고, 즐거움은 가까이하고 고통은 피하려 하며, 무엇보다 정서적 유대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왜 낯선 변화보다 익숙한 안전지대에 머무르려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변화가 무서운 것은 우리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익숙한 것을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깊게 남은 부분은 신체 접촉과 정서적 유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아기에게 안기고 쓰다듬어지는 경험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뇌 발달과 관계 형성의 중요한 토대라고 말한다.

편도체는 대뇌변연계의 중심이며 감정적인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다.

어린 시절 충분한 접촉과 애착을 경험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 관계에서 불안정함을 느끼거나 외로움과 거절에 지나치게 민감해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외로울 때 음식을 찾고, 어떤 사람은 불안을 느낄 때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며, 어떤 사람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관계임을 알면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 대목은 단순히 뇌과학 지식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행동을 보며 “왜 나는 또 이러지?”라고 자책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행동을 곧바로 비난하기 전에 그 안에 숨은 결핍을 보라고 말한다.

음식을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위로가 필요했을 수 있고, 물건을 사고 싶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허전함을 달래고 싶었을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모를 때, 가장 가까이 있는 대체물로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려 한다.

그래서 변화의 시작은 행동을 억지로 끊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대신 채우고 있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저자는 누군가의 행동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과거에 겪은 일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모두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어떤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 상처, 결핍, 두려움 속에서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반응할 때 우리는 쉽게 판단한다.

그러나 판단은 대상을 좁게 보고, 이해는 대상을 넓게 본다.

“저 사람은 왜 저래?”라고 묻는 대신 “저 사람에게는 내가 모르는 어떤 맥락이 있었을까?”라고 묻는 순간, 관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물론 과거의 상처가 모든 행동을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일과 원인을 이해하는 일은 함께 갈 수 있다. 원인을 보지 못하면 같은 행동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진짜 성숙은 상처를 핑계로 삼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나를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알아차리고 더 이상 그 방식으로만 살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일이다.


좌뇌와 우뇌에 대한 설명도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좌뇌는 언어, 분석, 분류, 판단을 담당한다.

우리는 좌뇌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야기가 현실과 다를 때도 우리가 그것을 진실처럼 믿는다는 점이다.

“나는 원래 안 돼”, “나는 사랑받기 어려운 사람이다”, “나는 늘 실패한다” 같은 생각도 반복되면 하나의 자기 서사가 된다.

반면 우뇌는 존재의 느낌, 직관, 연결감, 더 깊은 현실을 받아들인다.

좌뇌가 소유와 성과와 통제를 중시한다면, 우뇌는 존재와 공감과 연결을 중시한다.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좌뇌가 나쁘고 우뇌가 좋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좌뇌만 강하면 삶을 성과와 인정, 소유로만 바라보기 쉽고, 우뇌만 강하면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통합이다. 이성과 감정, 논리와 직관, 현실과 내면이 함께 움직여야 우리는 더 온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삶은 논리만으로도 부족하고 감정만으로도 불안하다.

좋은 선택은 차가운 분석과 따뜻한 감각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자리에 앉을 때 가능해진다.


책에서 말하는 ‘리셋’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내 안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던 반응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우리는 상처받았던 과거가 괴로우면서도 그것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반복한다.

익숙한 고통은 이상하게도 안전처럼 느껴진다. 불편하지만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선 행복보다 익숙한 불행을 선택할 때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조용히 건드린다.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내가 무엇을 반복하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반복이 정말 나를 지키고 있는지, 아니면 나를 가두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후반부에서 말하는 명상과 호흡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명상은 특별한 수행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바라보는 시간이다.

집중해야 하는 활동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호흡에 집중할 때, 뇌는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그때 창조적 무의식이 움직이고, 새로운 해석과 새로운 선택의 가능성이 열린다.

기억 자체를 지울 수는 없지만, 그 기억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면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제한하지 못한다.


『리셋 유어 마인드』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뇌의 구조와 의식, 무의식, 좌뇌와 우뇌, 운영체제 같은 개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고장 난 존재가 아니라 아직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존재다.

나를 힘들게 했던 반복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감정도, 자꾸만 돌아가던 익숙한 선택도 모두 나를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자기 이해는 자기 합리화가 아니라 자기 회복의 출발점이다. 나를 알아야 나를 바꿀 수 있고, 나를 바꿀 수 있어야 비로소 내 삶의 방향도 달라진다.


책을 읽고 나서 오래 남았떤 생각은, 괜찮은 정도의 삶에 머물기엔 우리 안의 잠재력이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그 자원이 잠들어 있거나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을 뿐이다.

물이 액체, 얼음, 수증기로 형태를 바꾸듯 인간도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힘을 발휘한다.

지금 무기력하다고 해서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 불안하다고 해서 삶 전체가 불안으로 결정된 것도 아니다.

결국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더 세게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다.

내가 어떤 프로그램 안에서 살아왔는지, 어떤 감정에 묶여 있었는지, 어떤 생각을 사실처럼 믿어 왔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반응하는 삶에서 선택하는 삶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진짜 리셋은 과거의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를 이해한 뒤 더 이상 그 방식만으로 살지 않겠다고 조용히 선언하는 일이다.


'오픈도어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어떤 대상이든 겉모습만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해서는 협력을 이끄는 감정적 유대를 쌓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시상 하부는 개체의 생존에 초점을 맞추지만, 정서적 유대를 일으키는 데 아주 중요한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도 생성한다. 그런데 이 기능은 포유류에만 존재할 뿐 파충류에는 없다. 아울러 진화 과정에서 더 나중에 발달하는 편도체 핵이야말로 진정한 정서적 유대감 형성 및 모성 행동의 핵심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몇 년 동안 부모와의 신체적 접촉이 거의 없다면, 편도체 핵이 발달하지 못한다. 그러면 아이는 성장한 후 스트레스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서 회복하는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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