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임성훈 지음 / 다른상상 / 2026년 7월
평점 :
예약주문



#도서협찬 #다른상상출판사


[짧은 소감문 먼저]

기대했던 내용보다 훨씬 좋아서 보관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냥저냥 비슷한 내용만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의 느낌이 아니라 심리학과 철학서의 느낌을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라고 해야할까?

이해되고 공감가는 일상적인 예시들에 파트 내용마다 "맞아, 나도 그랬었어!"하며 너무나 공감하며 읽었다.

내 삶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추~천~!!


[본문 리뷰]

“나는 언제 다 커요?”

“나도 아직 덜 컸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이 짧은 대화는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가 출발하는 지점을 잘 보여 준다.

어릴 때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단단해지고,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보면 누군가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고, 지나간 일을 오래 곱씹으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저자 역시 나이와 사회적 위치 때문에 어른으로 대우받지만, 스스로를 완전히 성숙한 사람이라 느끼지는 못한다고 고백한다.

수십 번의 계절을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어른스러움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처럼 시간이 흐른 만큼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할지 다시 결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완성된 어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성찰하는 사람만이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어른이 되는 정답을 알려 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어른 취급을 받지만 내면에서는 여전히 미숙하다고 느끼는 한 사람이 감정과 관계,

삶의 기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한 기록에 가깝다.

이 책은 자기 내면의 기준을 세우는 일, 자기 인생을 책임지는 태도, 현재를 살아가는 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관계를 맺는 법을 차례로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것은 ‘내 안의 나침반’을 찾으라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면 누군가가 대신 길을 정해 주기를 바란다.

부모, 전문가, 멘토, 유튜브, 심지어 MBTI 결과에까지 기대며 확실한 답을 찾는다.

그러나 남이 정해 준 길을 따르면 실패했을 때 책임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삶이 온전히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심리학자 줄리언 로터는 삶의 결과를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서 찾는 태도를 ‘내적 통제 위치’, 운이나 환경, 타인의 영향에서 찾는 태도를 ‘외적 통제 위치’라고 설명했다.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삶은 잠시 편할 수 있지만, 결국 자기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일이 된다.

영화 〈스펜서〉의 다이애나처럼 아무리 화려한 삶이라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역할이라면 감옥이 될 수 있다.

단테의 『신곡』에는 “네가 너의 별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너는 반드시 영광스러운 항구에 도달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별은 남이 가리킨 성공의 표지가 아니라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없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나만의 방향이다.

삶의 방향을 찾는 데 필요한 것은 완벽한 확신이 아니라 내 안에서 반복해서 울리는 작은 끌림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다.

선택에는 언제나 불안이 따르지만, 불안이 있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결정권을 넘기면 결국 실패보다 더 큰 후회를 남길 수 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한 ‘일치성’도 이와 연결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욕구,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크게 어긋나지 않을 때 사람은 단단해진다.

반대로 타인의 기대를 오래 내면화하면 어느 순간 그것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는 문장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다.

누군가의 말이 내 나침반을 대신하도록 두지 않는 것, 그것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이 책에는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성취를 보며 “타고났다”, “운이 좋았다”, “집안이 달랐다”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혜성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오랜 시간 자기 궤도를 돌고 있었듯, 사람의 성취 뒤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쌓여 있다.

영화 〈위플래쉬〉의 폭발적인 공연 장면 뒤에는 피가 나도록 드럼을 치고, 물집이 굳은살이 될 때까지 반복한 시간이 있었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기술이 되고, 기술에 다시 노력이 더해져 성취가 된다고 했다.

결과에는 노력이 두 번 들어가지만, 결과만 보는 사람은 그 시간을 한순간에 지워 버린다.

우리는 결과를 소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과정을 존중하는 데는 서툴다.

누군가의 성취를 쉽게 평가하는 말은 그 사람의 삶을 설명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상상하지 못하는 관찰자의 한계를 보여 줄 뿐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누구나 쉽게 떠든다’는 장도 인상 깊었다.

『논어』에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는 말이 있다.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함부로 논하지 말라는 뜻이다.

직접 책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이 글쓰기를 쉽게 말하고 그 직업을 가져 보지 않은 사람이 진로를 재단하며 자녀를 키워 보지 않은 사람이 육아를 평가한다.


저자는 이를 ‘미로와 드론’에 비유한다.

미로 밖에서 아무 경험 없이 “왜 그쪽으로 가느냐”고 외치는 사람과, 실제로 그 미로를 지나본 뒤 전체 그림을 보여 주는 사람은 다르다.

진짜 멘토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그 길을 먼저 걸어 본 사람이다.

모든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겸손은 아니다.

어떤 말은 나를 성장시키지만 어떤 말은 말한 사람의 불안과 편견을 내 안에 옮겨 놓을 뿐이다.

들을 말과 흘려보낼 말을 구분하는 능력은 고집이 아니라 분별이며 어른에게 필요한 중요한 지혜다.


책에서 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빌런은 상대할수록 커진다’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읽지도 않은 사람이 SNS에 근거 없는 비난을 남긴 경험을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 말에 해명하고 싸우며 시간을 쓰지 않았다.

악의적인 사람은 상대의 불안과 분노, 진지한 반응을 먹고 힘을 키우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는 악마와 일일이 맞서 싸우지 않는다. 그저 짧게 일축하거나 지나친다.

『해리 포터』의 보가트 역시 두려움 앞에서는 커지지만 웃음과 무관심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모든 갈등은 끝까지 싸워 이겨야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갈등은 그 대상에게 부여했던 의미와 관심을 거두는 순간 비로소 끝난다.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내 감정과 시간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감정 쓰레기통은 사양합니다’라는 장에서는 타인의 분노와 불안을 대신 받아내는 관계를 다룬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작은 실수로 선생님에게 뺨을 맞고 심한 욕설을 들었던 경험을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분노는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우연히 눈앞의 아이에게 쏟아진 것이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불안과 열등감, 분노를 타인에게 떠넘기는 현상을 ‘투사’라고 부른다.

“넌 왜 이렇게 일을 못하냐”는 말이 사실은 “나는 무능한 사람이 될까 두렵다”는 불안의 표현일 수도 있다.

“넌 왜 그렇게 예민하냐”는 말 또한 상대가 자신의 불안을 감당하지 못해 내뱉는 신호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누군가의 말이 언제나 나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 그 말은 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를 보여 준다.

공감과 경계는 함께 존재할 수 있다. “그럴 수 있겠네요”는 공감이지만, “제가 대신 감당할게요”는 자기희생이 될 수 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과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상대가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힘듦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경계는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관계가 서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지켜 주는 최소한의 질서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은 부분은 ‘인간 불가사리’와 다크 트라이어드에 관한 이야기였다.

불가사리는 먹이를 감싼 뒤 소화액으로 녹여 영양분을 흡수한다.

인간관계 속 불가사리도 비슷하다. “이번 한 번만”, “잠깐만 도와 달라”고 다가오지만,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고 내가 힘들 때는 사라진다.

관계가 상호작용이 아니라 일방적인 흡수로 변한다.

이들은 죄책감을 자극하고, 필요할 때만 친절하며, 비슷한 부탁과 갈등을 반복한다.


다크 트라이어드는 자기애,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성향이 결합된 성격 특성을 가리킨다.

과도하게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을 조종하려 하며 공감 능력이 낮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은 처음부터 악인의 얼굴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하고 다정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처럼 다가오기 때문에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나 역시 이 대목을 읽으며 가까운 주변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관계를 예전에는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다. 내가 조금 더 양보하고 참으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었고, 만날 때마다 감정이 소진되었으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계속 작아져야 했다.

결국 관계를 정리했지만 처음에는 죄책감과 비슷한 감정이 남았다.

내가 너무 냉정했던 것은 아닌지, 조금 더 이해했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선택이 나를 위한 건강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워한다는 뜻은 아니다. 더 이상 반복되는 상처 속에 나를 두지 않겠다는 선택일 수 있다.

그 사람을 바꾸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관계에 거리를 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계속 소모되어야 할 의무는 없다.

관계를 오래 유지했다는 사실보다 그 관계 안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와 멀어지는 선택이 죄책감을 남기더라도 그 거리가 비로소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한다면

그것은 관계의 실패가 아니라 자기 존중의 회복이다.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는 완벽한 어른이 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아직 흔들려도 괜찮고, 여전히 미숙하다고 느껴도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자기 삶의 방향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타인의 감정을 무분별하게 떠안지 않으며 자신을 소진시키는 관계에는 경계를 세우라고 권한다.

책을 읽고 나면 어른스러움이란 무조건 참고, 양보하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절할지 선택하는 능력, 타인의 삶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내 삶의 주도권도 넘겨주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세상에 완벽한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상처를 타인에게 넘기지 않고, 남의 목소리보다 자기 내면의 나침반을 믿으며,

필요할 때는 자신을 지키는 선택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매 순간 조금 더 책임 있게 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다른상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남의 일은 왠지 별것 아닌 것 같고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겪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 사람의 삶을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이, 그 삶을 쉽게 재단하면 안 되지 않을까.
<논어>에는 "부재기위 불모기정 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함부로 논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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