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 온그림책 26
윤민용 지음, 샤샤미우 그림 / 봄볕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는

조선 시대 제주 목사였던 이형상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1702년의 제주를 마치 여행하듯 따라가게 만드는 따뜻한 역사 그림책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옛 건물과 풍경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주 소년 개똥과 이형상이 영천에서 키우던 개 삽사리가 등장해

아이들 눈높이로 조선 시대 제주를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안내해 준다는 점이다.

이형상이 제주 목사로 임명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양에 들어 임금께 인사를 올리고,

강진항까지 말을 타고 내려가 다시 배를 타는 여정,

풍랑 때문에 보길도에 오래 머물렀다가 마침내 제주 조천항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1702년이라는 시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섬이라는 이유로 멀고 낯설었던 제주로 향하는 길이 어떤 의미였는지도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제주에 도착한 뒤, 이형상은 제주목 관아 곳곳을 살핀다.

관덕정, 망경루, 연희각, 홍화각, 영주협당 같은 건물들은 단순한 행정 건물이 아니라

당시 제주 사람들이 살아가던 풍경이 스며 있는 장소로 그려진다.

귤밭이 있는 관아의 분위기, 작은 정자 귤림당,

연못가에서 제주 목사들이 쉬고 연회를 열던 우련당의 모습까지 묘사되면서

옛 제주 관아의 일상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이야기 속 개똥과 삽사리의 짧은 대화는 딱딱할 수 있는 역사 내용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대신 질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삽사리가 묻는다.

“말이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군사 자원이라 보내는 건 알겠어.

그런데 검정소는 왜 보내는 거야?”

개똥이는 말한다.

“검정소는 제주에서만 키우거든.

서울에서 제사를 지낼 때 꼭 필요한 귀한 재료라서 그래.”

이 짧은 질문과 답만으로도 제주가 조선에서 어떤 일을 담당했는지,

제주의 자연과 자원이 어떻게 국가 제도와 연결되었는지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형상이 한라산에 올라 탐라 전체를 내려다보는 장면도 인상 깊다.

초여름에도 눈이 남아 있는 정상, 그 아래로 펼쳐진 들판과 바다, 오름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뱃길로 닿지 않는 나라가 없다.”

라는 말은 당시 제주가 생각보다 훨씬 열린 세계였음을 깨닫게 한다.

표류와 교류가 잦았던 섬, 외국과의 만남이 일상이었던 제주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그림과 지도들은,

실제 역사 기록물인 《탐라순력도》에서 비롯된 생생한 자료들이다.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은

제주에서 보고 들은 풍물과 행정, 백성들의 삶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화공 김남길에게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게 했다.

또한 명필 오시복이 서문과 그림 제목, 글씨를 맡아 완성한 화첩이 바로 《탐라순력도》다.

43면으로 이루어진 이 화첩에는

제주의 자연과 풍속, 관아의 모습, 순력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날짜순 배열이 아니라 이형상이 중요하게 여긴 업무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도 독특하다.

당시 제주에서 벌어진 여러 행사와 행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록화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매우 크다.

이 책은 바로 그 《탐라순력도》를

아이들도 쉽게 이해하도록 따뜻한 이야기와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300년 전 제주를 함께 걸어보고 듣는 것에 더 가깝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 형상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담겨 있고,

그가 제주에서 어떤 순서로 순력 활동을 했는지

진성(鎭城)과 현성(縣城)을 지도로 정리해 한눈에 보여준다.

이 순력 동선에는, 화북진성, 조천진성, 별방진성, 수산진성, 정의현성, 서귀진성, 대정현성, 모슬진성, 차귀진성, 명월진성, 애월진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각 진성과 현성은 당시 제주 해안 방어와 행정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으로,

이형상이 제주를 어떻게 관리하고 돌보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지도를 통해 독자는 ‘탐라를 어떻게 돌아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시각적으로 명확한 이해를 얻게 된다.

『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는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제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 주고,

역사를 처음 배우는 어린 독자에게는 재미와 배움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따뜻한 역사 그림책이다.

읽고 나면 300년 전의 제주뿐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하루의 장면들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다.


'봄볕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제주도에서는 뱃길로 닿지 않는 나라가 없다. 제주목 서북쪽으로 배를 타고 가면 청나라의 등주, 항주가 나오고 남서쪽으로 가면 안남국과 섬라국, 남동쪽으로 가면 여인국이, 정남쪽으로 가면 대유구, 동쪽으로 가면 일본에 닿는다. 거센 풍랑이 치면 제주도 사람들이 이들 나라에 표류하기도 하고, 외국의 뱃사람들이 제주도에 표류하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가능성에 대하여 - 인생의 위기와 기회를 바라보는 12가지 창조적 사고법
벤저민 잰더.로저먼드 잰더 지음, 강정선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우리는 하루를 보내는 내내 비교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밤사이 내 글에 ‘좋아요’가 몇 개 달렸는지 확인하고,

출근해서는 매출 그래프와 실적표를 보며 나를 평가한다.

점심시간에는 또래의 연봉이나 부동산 집값 이야기, 투자 수익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고,

퇴근 후에는 인스타그램 속 남들의 새 집·새 차·여행 사진을 보며 내 삶을 견줘 본다.

아이가 있으면 성적과 등수에, 없으면 결혼·출산·커리어 타임라인에 나를 대입하며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를 계산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숫자’와 ‘남들’에 비춰 자신을 재다 보면 삶은 어느 순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버티는 것이 되고, 내가 무엇을 느끼며 사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런 시대에 『당신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숨 가쁘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세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차분히 되묻는 책이다.

저자 벤저민 잰더와 로저먼드 잰더는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한다.

신경과학이 보여주듯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일부 정보 위에 뇌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도와 해석을 덧씌워 이게 현실이야라고 받아들인다. 개구리가 생존에 필요한 몇 가지 패턴만 보듯, 인간 역시 생존과 익숙한 범주에 유리한 정보만 또렷하게 본다. 리처드 그레고리, 도널드 헤브, 아인슈타인의 통찰을 인용하며 저자들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뇌가 만든 하나의 관점에 가깝다고 말하고, 이를 “모든 것은 만들어졌다(It’s all invented)”라는 문장으로 압축한다.

이 인식 위에서 우리가 사는 기본 모드를 “측정의 세계”라 부른다.

이 세계에서 삶은 부족함과 위험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일로 전제된다.

연봉, 성적, 성과, 순위가 삶의 기준이 되고, 자연스럽게 생존 지향 사고와 결핍 지향 사고가 자리 잡는다.

실제로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언제나 모자랄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남을 경쟁자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고정된 실체로 보고, 사람과 상황을 숫자로 재단하고 구획해야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 틀 안에서, 성공과 실패·안과 밖·소속과 배제가 삶의 거의 전부처럼 여겨진다.

이에 맞서 저자들이 제안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가능성의 우주(Universe of Possibility)”다.

여기서 세상은 한정된 파이를 나누는 곳이 아니라, 나누고 나눌수록 다시 커질 수 있는 장으로 상상된다. 언어와 이야기가 현실을 연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이름을 붙이기 시작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를 기쁨 그 자체라고 부르고, 작은 회사를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의 행동과 상상을 바꿀 수 있다. 이 우주에서 행동은 누군가와 경쟁해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기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그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기쁨·감사·경외·연민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현실 속에서 이 ‘가능성의 우주’에 발을 들이는 일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제안하는 첫 연습은, 지금 이 순간 내 생각과 행동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것이 얼마나 측정의 세계를 닮아 있는지 알아차려 보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며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 늘 부족하다고 느끼며 쫓기는 마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붙이는 마음을 없애려 하기보다, 먼저 “아, 지금도 또 성과로 나를 재고 있구나”, “또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네” 하고 눈치채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이어서 측정의 세계와 가능성의 우주의 차이를 무엇을 먼저 세우느냐의 문제로 풀어낸다.

측정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목표가 먼저다. 연봉, 집, 직급, 성과처럼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목표를 제일 앞에 세워 두고, 그 기준에 맞춰 계획을 짜고 하루를 움직인다. 반대로 가능성의 우주에서는 목표보다 ‘배경’이 먼저다. ‘나는 어떤 이야기 위에서 내 삶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큰 틀을 먼저 정해 두고, 그 위에 구체적인 목표와 선택을 하나씩 올려놓는 방식이다.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어떤 배경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 일이 중요해진다. “세상은 위험하고 모든 것이 부족해서 나는 간신히 버텨야 하는 존재다”라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는지, 아니면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존재이고, 다른 사람과 세상에 기여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라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목표를 바꾸기에 앞서, 먼저 내가 깔아 두고 있는 삶의 배경 이야기를 바꿔 보라는 것이다. 그 배경이 달라지는 순간, 똑같은 목표를 향해 걷더라도 그 길을 걸어가는 마음의 무게와 하루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당신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부르는 무대 자체가 사실은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온 이야기의 산물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의 조건이 당장 달라지지 않더라도, 그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알려준다. 결국, 가능성의 우주는 먼 미래의 이상향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조금씩 열릴 수 있는 세계임을 보여준다.


'페이지2북스(포레스트)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인생에서 모든 것은 서사의 형태로 다가온다. 즉 인생은 우리가 만들어 낸 하나의 이야기인 셈이다.
이 상황의 핵심은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를 넘어 더 깊은 곳에 있다. 여러 신경과학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대략 다음 순서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우선 인간의 감각은 바깥세상에 관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 내가 자체적으로 감각 모형을 구성하고, 그러고 나서야 인간은 최초로 환경을 의식적으로 경험한다. 즉 우리는 이미 그려져 있는 지도, 이미 전해진 이야기, 가설, 또는 자신만의 해석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 P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가까이 더 멀리 : 현미경과 망원경 이야기 - 2025 수학도서상, 2025 유레카 논픽션 실버상, 2026년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별빛그림책방
메리 올드 지음, 아드리아 메서브 그림, 이계순 옮김 / 별빛책방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리 올드의 『더 가까이 더 멀리』는 과학사의 두 거장을 한 권에 담아낸 특별한 그림책이다.

망원경으로 우주의 경계를 확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리고 현미경으로 보이지 않던 생명의 세계를 처음 발견한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

한 사람은 ‘멀리’를 보았고, 한 사람은 ‘가까이’를 들여다보았지만,

두 사람 모두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책은 1609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다.

갈릴레오는 렌즈를 갈고, 조합하고, 다시 계산하며 더 멀리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의 노력은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인간의 시선을 우주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념이었다.

그는 달의 산과 골짜기, 금성의 위상 변화, 태양의 흑점, 목성의 네 개의 달을 발견한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신념을 뒤흔드는 관찰이었다.

1610년 그는 이 관찰을 『별의 전령』에 담아 발표했고, 이는 우주의 판도를 뒤집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하지만 갈릴레오의 발견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왔다.

“흑점은 렌즈의 얼룩일 뿐이다”,

“태양이 움직인다면 왜 매일 해가 뜨고 지는가?”,

“성경에는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라는 반박들이 쏟아졌다.

결국 그는 재판을 받고 가택 연금 상태에서 생을 마쳤지만, 연구만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좁은 방에서, 그는 여전히 계산하고 관찰하고 사유했다.

멀리 있는 세계를 향해 열어둔 그의 시선은 닫히지 않았다.

한편,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델프트에서는 이름 없는 상인이 렌즈 하나를 붙들고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었다.

판 레이우엔훅은 몇 시간이고 유리를 녹이고 갈고,

작은 렌즈의 모양을 조정하며 당시 세상 어디에도 없던 현미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물 한 방울 속에서 인간이 한 번도 본 적 없던 생물들을 발견한다.

수천 수만 개의 작은 점, 움직임, 형태들. 그는 그것들을 ‘아주 작은 동물들’,

즉 애니멀큘이라고 불렀고, 오늘날의 미생물과 세포학의 시작이 되었다.

그는 치아에서 긁어낸 찌꺼기, 고추 물, 빗물, 우유, 혈액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을 직접 들여다보고 기록했으며,

이러한 관찰을 왕립학회에 편지로 보내면서 학자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그가 과장한다고 의심했지만, 그가 보여준 작은 세계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판 레이우엔훅은 생을 마칠 때까지 수백 개의 현미경을 만들고, 새로운 생명체를 끝없이 발견해 나갔다.

책은 후반부에서 두 과학자의 발견이 현대과학에 어떤 문을 열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갈릴레오 이후 우리는 인공위성과 우주망원경으로 외계 행성을 관찰하고,

블랙홀과 은하의 구조까지 탐구하게 되었다. 판 레이우엔훅 이후

우리는 세포와 유전자, 바이러스의 존재를 이해하며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멀리 본 사람과 가까이 본 사람, 방향은 달랐지만 그들이 가르쳐 준 것은 동일하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보이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도구와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되고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다운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세요. 답을 찾기 위해 멀리 내다보거나 가까이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한 번 더 의심해 보세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용기를 가지세요.”

두 과학자의 삶은 바로 이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멀리 혹은 가까이, 질문하고 실험하는 태도 자체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갈릴레오는 멀리 바라봄으로써 인간이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했고,

판 레이우엔훅은 가까이 들여다보며 작은 세계 안에 또 하나의 우주가 존재함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아는 세계는 언제나 관찰 도구와 시선의 한계 안에 있다.

이 책을 읽으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정말 사실일까?

내가 보지 못한 세계, 아직 모르는 분야가 훨씬 더 넓고 복잡한데

이미 다 알고 있는 척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익숙함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용기가 나에게 있나?

이 책이 가르쳐 준 건, 정답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다시 묻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점이다.

눈을 조금만 달리 돌리면, 멀리서도·가까이서도 전혀 다른 세계가 모습을 드러난다.

나는 이 작고 끊임없는 질문들이 우리 삶을 더 깊게 바라보게 하고,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고 믿게 되었다.

'단단한맘 @gbb_mom' 서평단을 통해,

'별빛책방/카시오페아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 - 우리 몸의 관제탑, 호르몬 관리로 10년 젊어지는 루틴
안철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

“예전 같으면 안 힘들었는데 이제는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

“운동은 꿈도 못 꾸지, 바쁘니까 그냥 배달 시켜 먹는 게 편하잖아.”

요즘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들이다. 밤늦게까지 휴대폰을 보다가 뒤척이며 겨우 잠들고,

아침은 대충 거르거나 달달한 음료로 대신하고, 점심·저녁은 인스턴트 음식과 배달 음식으로 채우는 게 일상이 됐다. 바쁘다는 이유로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면서도,

우리는 그저 나이 먹으면 다 그런 거지!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하지만 이 익숙한 말들과 습관들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진실이 숨어 있다.

단순히 살이 조금 찌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고 노화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는 과정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면 부족은 멜라토닌 분비를 떨어뜨려 만성 불면을 만들고,

엉망인 식습관은 인슐린을 교란해 혈당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끊이지 않는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을 과도하게 끌어올려 면역을 무너뜨리고,

운동 부족은 성장호르몬을 줄여 에너지 대사와 회복력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우리는 “요즘 유난히 피곤하다, 나이 들어서 그렇겠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가속노화’ 구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호르몬을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몸과 마음의 모든 기능을 조율하는 생명의 지휘자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세로토닌·도파민·코르티솔·멜라토닌·성장호르몬·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 외에도 100가지가 넘는 호르몬이 24시간 내내 움직이며 삶의 질을 결정한다. 문제는 이 호르몬들이 20대 후반~30대 초반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고,

여기에 앞서 말한 ‘늦게 자기·대충 먹기·계속 앉아 있기’ 같은 현대인의 습관이 겹치면서,

우리 몸의 노화 시계가 정상 속도를 훌쩍 넘어가 버린다는 데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무너진 호르몬 밸런스를 어떻게 되돌리고,

노화의 속도를 어떻게 늦출 수 있는지를 하루 15분이라는 현실적인 시간 안에 풀어낸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연구가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는 흔히 노화를 서서히, 골고루 진행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스탠퍼드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노화는 40대 중반·60대 초반·70대 후반,

세 번에 걸쳐 계단식으로 급격히 가속된다.

이 시기에 심혈관 질환이 늘고, 면역이 떨어지고, 근육과 뼈, 인지 기능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

저자는 이 가속노화기의 뒤편에 성호르몬,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등 핵심 호르몬의 급격한 감소가 겹쳐 있다는 사실을 짚어낸다. 폐경을 전후해 에스트로겐이 뚝 떨어지면서 여성들은 피부 변화, 심혈관 질환 위험, 우울감과 기억력 저하, 안면 홍조·불면 같은 갱년기 증상에 한꺼번에 노출되고,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줄어들며 성욕 저하, 근육 감소, 체지방 증가, 만성 피로와 무기력을 경험한다.

저자는 여기서 노화는 절반만 숙명이라고 말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결국 ‘적극적인 관리’의 결과라는 것이다.

피부보다 먼저 늙는 곳이 혈관이라는 설명도 마음에 남는다.

혈관은 증상이 거의 없다가 70% 이상 막혀서야 문제를 드러내는 침묵의 장기지만, 동시에 온몸의 노화 정도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인슐린·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코르티솔·갑상선호르몬의 불균형이 콜레스테롤을 끌어올리고 혈관 벽을 손상시키면서, 어느 날 갑자기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사건으로 터진다. 그래서 저자는 당뇨, 갑상선 질환, 고지혈증을 단순히 약으로 조절하면 되는 병 정도로 여기지 말고, 가속노화를 부추기는 3대 질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내놓는 키워드는 “하루 15분”이다.

아침에는 짧은 스트레칭과 산책으로 생체리듬을 깨우고 멜라토닌과 코르티솔의 흐름을 바로잡고,

점심 식사 후에는 계단 오르기 같은 가벼운 근력·유산소 운동으로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다.

저녁에는 호흡과 명상,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신경계를 내려놓고 숙면을 준비한다.

실제로 책 속에는 이런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불면에서 벗어나고, 혈당과 체중을 안정시키고,

갱년기 우울감이 완화된 환자들의 사례가 여럿 나온다.

대단한 수술이나 복잡한 식이요법, 강도 높은 운동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가능한 작은 루틴이 호르몬 밸런스를 서서히 되돌려 놓는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몸의 호르몬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호르몬 이야기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저자는 불안과 우울을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편도체와 전전두엽, 세로토닌·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뇌와 호르몬의 문제로 설명한다.

그래서 ‘마음 스트레칭’으로서의 글쓰기와 필사를 제안한다.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걱정과 불안을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가다 보면 감정이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정리되고,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여기에 손으로 쓰는 것이 지닌 힘을 강조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눈으로 글을 읽고, 손으로 글자를 따라 쓰는 행위는 뇌의 운동 영역과 인지 영역을 동시에 자극하는 작은 뇌 운동이며, 이 과정에서 도파민·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이 자연스럽게 분비되면서 불안과 우울이 한 발짝 물러난다. 좋아하는 문장, 짧은 시, 노래 가사를 15분 동안 필사하는 것만으로도 기억력과 집중력이 살아나고, 머릿속을 떠다니던 부정적인 생각이 글자와 함께 정리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화책 읽기와 외국어 공부를 뇌의 시냅스를 새로 잇는 15분으로 보여준다. 동화는 단순한 유아용 책이 아니라, 어른이 된 뒤에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내면의 아이를 다독이는 이야기이자, 시니어 복지 현장에서 인지·정서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만큼 효과적인 콘텐츠로 소개된다.

외국어 공부 역시 단어 몇 개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도파민과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 = 뇌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새로 만들고 연결을 강화하는 데 꼭 필요한 뇌의 영양제 같은 단백질이다)가 증가해 새 시냅스가 만들어지고, 뇌의 노화 속도가 늦춰지는 활동으로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발음이나 유창함이 아니라, 오늘 조금 더 배웠다는 작은 성취를 통해 뇌의 보상 회로를 깨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얼마나 빠르게 늙을지, 어떤 상태로 늙어갈지는 우리가 매일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밤마다 “어쩔 수 없지”라고 중얼거리며 배달 앱을 켜는 대신,

오늘 단 15분만이라도 몸과 마음을 위해 애써 보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작은 15분이 어떻게 혈관과 호르몬, 뇌와 감정까지 연쇄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의학적 근거와 실제 사례로 보여준다.

나이 듦을 막을 수는 없지만, “나이 먹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 뒤에 숨고 싶지 않은 사람,

앞으로의 시간을 조금 더 또렷하고 단단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펼쳐 볼 만한 책이다.

읽고 나면, 적어도 오늘 하루를 예전처럼 대충 넘기기는 조금 어려워진다.

지금 이 15분을 어떻게 쓰느냐가 내 노화의 속도와 삶의 방향을 함께 바꾸는 시작일 수 있다는 생각을 선명하게 남기는 책이었다.


'한스미디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현대인들의 잘못된 생활 습관은 호르몬 불균형을 불러오는 가장 큰 요인이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사, 만성적인 스트레스, 운동 부족은 현대인이 일상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 습관은 노화의 속도를 한층 빠르게 만든다.
일례로 밤에 깊은 잠을 못 자면 멜라토닌이 줄어 만성 불면증이 생기고, 영양소가 풍부한 식사를 하지 못하면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기며, 일상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지 못하면 코르티솔이 증가해 면역 체계까지 위협받는다. 적당한 운동을 지속하지 않으면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에너지 대사에도 문제가 생긴다. 나아가 만성적인 호르몬 불균형은 불면증과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그리고 만성적 염증으로 이어져 질병까지 불러온다. 더빨리 늙어 가는 가속노화뿐만 아니라 우리를 괴롭히는 질병의 문도 활짝 열리고 만다.
"호르몬 관리가 곧 인생 관리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좋은 습관들 들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숏폼력 : 숏폼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라 - 숏폼 전도사가 알려주는 숏폼 커머스의 비밀
윤승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숏폼력: 숏폼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라』는 “요즘 숏폼 뜬다던데!” 수준의 가벼운 트렌드 책이 아니라, 이미 중국에서 한 차례 증명된 숏폼 커머스 생태계를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 어떻게 옮겨 심을 것인가에 대한, 꽤 본격적인 비즈니스 설계서에 가깝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중국 틱톡(도우인)의 사례를 가져온다. 2024년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부자 1위가 바로 틱톡을 만든 1983년생 장이밍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숏폼 커머스 시장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한 나라의 부(富)의 지형을 바꿀 정도의 힘을 가진 경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에서 틱톡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 또한, 틱톡이 만들어낸 숏폼 경제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의 반증으로 읽어낸다.

하지만 이 책이 계속해서 말하는 핵심은 “중요한 것은 틱톡이 아니라 숏폼”이라는 지점이다. 틱톡이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모바일 단일 시장에서 숏폼 커머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했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그 생태계를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누가,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이다. 중국에서는 숏폼이 이미 미디어와 마케팅 수단을 넘어 이커머스의 구조를 바꾸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며 오프라인 생태계까지 뒤흔들고 있다. 그 결과,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 숏폼은 기본이자 중심”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저자는 이 중국의 변화를 미래의 거대한 예고편으로 삼아, 앞으로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숏폼 커머스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고, 그 흐름을 먼저 잡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될 것을 독자에게 권한다.

이 책의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흐름이 명확하다.

왜(Why) 숏폼이 메가트렌드가 되었는지, 숏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보여 준 뒤, 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과 사례(What), 마지막으로 실제로 시장을 선점하고 실행하는 방법(How)로 이어진다. 저자는 예언컨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영역과 규모에 관계없이 무조건 숏폼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데, 이 문장이 이 책 전체의 기조를 잘 드러낸다.

숏폼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언어이며, 빨리 할 것인가 늦게 할 것인가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숏폼 커머스’라는 개념을 단순히 물건 파는 기능으로 축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숏폼 커머스를 “숏폼 콘텐츠와 연계되어 확장된 커머스 생태계”라고 정의한다. 여기에는 유형의 상품 판매뿐 아니라, 서비스 예약, B2B 리드 확보, 지식 콘텐츠 구독, 오프라인 매장 방문 유도까지, 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목표 달성이 포함된다. 즉, 숏폼 커머스란 숏폼을 통해 잠재 고객에게 노출되고, 그들이 각 비즈니스의 핵심 목표(온라인 구매, 상담 신청, 매장 방문 등)에 도달하게 만드는 모든 활동을 묶는 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조회 수만 높은 100만 뷰 영상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처음부터 “이 콘텐츠가 시청자를 어디까지 데려갈 것인가”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지 않으면, 그건 숏폼 커머스가 아니라 단순 소모성 콘텐츠일 뿐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숏폼을 춤·밈 중심의 ‘장르’로 오해하지만, 저자는 숏폼을 어떤 내용이든 담을 수 있는 형식이라고 규정한다. 문서 파일 안에 논문도, 계약서도, 일기장도 담을 수 있듯이, 숏폼이라는 형식 안에 B2C, B2B, 공공, 교육, 전문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비즈니스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네이버 클립, 심지어 당근과 카카오까지 숏폼 기능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릴스 도입 1년 만에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의 체류 시간을 1.5~2배 늘렸고, 이용자의 앱 사용 시간 절반이 릴스에 쓰일 정도가 되었다. 유튜브는 쇼츠 도입 이후 MAU가 10억에서 20억으로 뛰어올라 국내 모바일 시장 체류 시간 1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숏폼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붙이고 있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두고 숏폼은 중독 비즈니스이며, 숏폼이 만드는 유저 체류 시간의 효과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이 숏폼 생태계에 뛰어드는 것은 필연이라고 분석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중독’이라는 단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숏폼에 깊이 빠져 있고,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숏폼화’되고 있다. 중국에서 하루 평균 숏폼 시청 시간이 2시간 28분에 달한다는 사실은, 아직 하루 44분 수준인 한국의 미래를 보여 주는 지표로 제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비즈니스는 B2B인데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한다. 장르가 아니라 미디어 형식이기 때문에, 모든 비즈니스는 숏폼 콘텐츠화될 수 있고, 앞으로 10년간 비즈니스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숏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즉 ‘숏폼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책은 기존 SNS와 숏폼 생태계의 차이도 흥미롭게 비교한다. 틱톡을 시작으로 한 숏폼 플랫폼들은 ‘소셜 그래프’가 아니라 ‘인터레스트 그래프’를 엔진으로 삼는다. 관계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구조다. 사용자의 짧은 체류, 스크롤 속도, 반복 재생 같은 사소한 손가락 움직임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먼저 찾아와준다. 이 결정적인 차이는 팔로워가 거의 없는 초보 크리에이터의 영상도 하루아침에 100만 조회수를 찍게 만드는 ‘기회의 평등’을 만든다. 과거 SNS에서는 수십만 팔로워, 막대한 광고비, 기존 명성 없이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얼마나 재미있고 반응 나오는 숏폼을 만들 줄 아는가”가 승부를 가른다. 저자는 이것을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에 비유하며, 숏폼 알고리즘이 기존 영향력의 규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운동장에서 이기는 힘, ‘숏폼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책의 후반부에서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부분은 밈과 트렌드를 캐치하고 콘텐츠에 적용하는 노하우를 다루는 장이었다. 저자는 먼저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소셜 지표와 웹 분석으로 타깃의 관심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라고 말한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데이터 플랫폼(녹스인플루언서, 피처링 등)을 통해 어떤 유형의 콘텐츠가 뜨고 있는지 유료로라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다음에는 각 플랫폼이 직접 제공하는 트렌드 리포트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틱톡의 ‘틱톡 트렌드 레터’, 유튜브의 ‘컬처 & 트렌드 리포트’, 인스타그램의 ‘언제나 그램 트렌드 리포트’ 같은 공식 채널을 통해 최신 챌린지, 해시태그 흐름, 성공 캠페인 사례를 파악하면, 막연한 감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밈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Z세대의 가치관·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오픈애즈 같은 리포트를 통해 밈을 소비하고 재가공하는 세대의 맥락을 이해하라고 덧붙인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메가 크리에이터 계정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중국 도우인의 트렌드를 확인하는 것도 유용한 팁으로 제시한다.

트렌드를 실제 콘텐츠에 녹여내는 방법도 꽤 구체적이다. 저자는 “첫 3초에 트렌드를 활용하라”는 말을 반복한다. 첫 3초가 시청자의 이탈을 막고, 알고리즘이 노출을 확장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인기 음원, 유행하는 멘트, 시선을 확 끄는 시각 효과 중 하나라도 첫 장면에 배치해 즉각적인 흥미를 유도하고, 트렌드를 이용해 참여를 유도하되, 브랜드의 메시지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재해석할 것을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얼마나 빨리 따라 했느냐’가 아니라 ‘트렌드를 얼마나 내 브랜드의 언어로 번역했느냐’라는 점을 끝까지 상기시킨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숏폼이 중요하다고만 하지 않고, 왜 중요한지(중국과 글로벌의 흐름), 무엇을 숏폼 커머스라 부를 수 있는지(목표 중심의 정의), 어떻게 실제로 만들고 성장시킬지(트렌드 분석, 알고리즘 이해, 실행 노하우)까지 한 권 안에서 연결해 주는 점이 강점이다. 현업 마케터, 브랜드 담당자, 1인 셀러, 크리에이터 지망생까지, “나도 숏폼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라는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꽤 실용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은 문장은 “모든 비즈니스는 숏폼 커머스가 된다”는 말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결국 숏폼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미 사람들의 눈과 손가락은 숏폼에 길들여져 있고, 플랫폼들은 체류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 숏폼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질문은 단 하나로 좁혀진다.

“언제 시작할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숏폼력을 키울 것인가.”

『숏폼력』은 그 질문 앞에서 미루고만 있던 사람에게,

지금 당장 카메라를 켜고 첫 3초를 고민해 보라고 등을 떠미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