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이 더 멀리 : 현미경과 망원경 이야기 - 2025 수학도서상, 2025 유레카 논픽션 실버상 별빛그림책방
메리 올드 지음, 아드리아 메서브 그림, 이계순 옮김 / 별빛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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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올드의 『더 가까이 더 멀리』는 과학사의 두 거장을 한 권에 담아낸 특별한 그림책이다.

망원경으로 우주의 경계를 확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리고 현미경으로 보이지 않던 생명의 세계를 처음 발견한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

한 사람은 ‘멀리’를 보았고, 한 사람은 ‘가까이’를 들여다보았지만,

두 사람 모두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책은 1609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다.

갈릴레오는 렌즈를 갈고, 조합하고, 다시 계산하며 더 멀리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의 노력은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인간의 시선을 우주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념이었다.

그는 달의 산과 골짜기, 금성의 위상 변화, 태양의 흑점, 목성의 네 개의 달을 발견한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신념을 뒤흔드는 관찰이었다.

1610년 그는 이 관찰을 『별의 전령』에 담아 발표했고, 이는 우주의 판도를 뒤집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하지만 갈릴레오의 발견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왔다.

“흑점은 렌즈의 얼룩일 뿐이다”,

“태양이 움직인다면 왜 매일 해가 뜨고 지는가?”,

“성경에는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라는 반박들이 쏟아졌다.

결국 그는 재판을 받고 가택 연금 상태에서 생을 마쳤지만, 연구만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좁은 방에서, 그는 여전히 계산하고 관찰하고 사유했다.

멀리 있는 세계를 향해 열어둔 그의 시선은 닫히지 않았다.

한편,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델프트에서는 이름 없는 상인이 렌즈 하나를 붙들고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었다.

판 레이우엔훅은 몇 시간이고 유리를 녹이고 갈고,

작은 렌즈의 모양을 조정하며 당시 세상 어디에도 없던 현미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물 한 방울 속에서 인간이 한 번도 본 적 없던 생물들을 발견한다.

수천 수만 개의 작은 점, 움직임, 형태들. 그는 그것들을 ‘아주 작은 동물들’,

즉 애니멀큘이라고 불렀고, 오늘날의 미생물과 세포학의 시작이 되었다.

그는 치아에서 긁어낸 찌꺼기, 고추 물, 빗물, 우유, 혈액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을 직접 들여다보고 기록했으며,

이러한 관찰을 왕립학회에 편지로 보내면서 학자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그가 과장한다고 의심했지만, 그가 보여준 작은 세계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판 레이우엔훅은 생을 마칠 때까지 수백 개의 현미경을 만들고, 새로운 생명체를 끝없이 발견해 나갔다.

책은 후반부에서 두 과학자의 발견이 현대과학에 어떤 문을 열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갈릴레오 이후 우리는 인공위성과 우주망원경으로 외계 행성을 관찰하고,

블랙홀과 은하의 구조까지 탐구하게 되었다. 판 레이우엔훅 이후

우리는 세포와 유전자, 바이러스의 존재를 이해하며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멀리 본 사람과 가까이 본 사람, 방향은 달랐지만 그들이 가르쳐 준 것은 동일하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보이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도구와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되고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다운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세요. 답을 찾기 위해 멀리 내다보거나 가까이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한 번 더 의심해 보세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용기를 가지세요.”

두 과학자의 삶은 바로 이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멀리 혹은 가까이, 질문하고 실험하는 태도 자체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갈릴레오는 멀리 바라봄으로써 인간이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했고,

판 레이우엔훅은 가까이 들여다보며 작은 세계 안에 또 하나의 우주가 존재함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아는 세계는 언제나 관찰 도구와 시선의 한계 안에 있다.

이 책을 읽으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정말 사실일까?

내가 보지 못한 세계, 아직 모르는 분야가 훨씬 더 넓고 복잡한데

이미 다 알고 있는 척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익숙함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용기가 나에게 있나?

이 책이 가르쳐 준 건, 정답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다시 묻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점이다.

눈을 조금만 달리 돌리면, 멀리서도·가까이서도 전혀 다른 세계가 모습을 드러난다.

나는 이 작고 끊임없는 질문들이 우리 삶을 더 깊게 바라보게 하고,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고 믿게 되었다.

'단단한맘 @gbb_mom' 서평단을 통해,

'별빛책방/카시오페아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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