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능성에 대하여 - 인생의 위기와 기회를 바라보는 12가지 창조적 사고법
벤저민 잰더.로저먼드 잰더 지음, 강정선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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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하루를 보내는 내내 비교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밤사이 내 글에 ‘좋아요’가 몇 개 달렸는지 확인하고,

출근해서는 매출 그래프와 실적표를 보며 나를 평가한다.

점심시간에는 또래의 연봉이나 부동산 집값 이야기, 투자 수익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고,

퇴근 후에는 인스타그램 속 남들의 새 집·새 차·여행 사진을 보며 내 삶을 견줘 본다.

아이가 있으면 성적과 등수에, 없으면 결혼·출산·커리어 타임라인에 나를 대입하며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를 계산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숫자’와 ‘남들’에 비춰 자신을 재다 보면 삶은 어느 순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버티는 것이 되고, 내가 무엇을 느끼며 사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런 시대에 『당신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숨 가쁘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세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차분히 되묻는 책이다.

저자 벤저민 잰더와 로저먼드 잰더는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한다.

신경과학이 보여주듯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일부 정보 위에 뇌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도와 해석을 덧씌워 이게 현실이야라고 받아들인다. 개구리가 생존에 필요한 몇 가지 패턴만 보듯, 인간 역시 생존과 익숙한 범주에 유리한 정보만 또렷하게 본다. 리처드 그레고리, 도널드 헤브, 아인슈타인의 통찰을 인용하며 저자들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뇌가 만든 하나의 관점에 가깝다고 말하고, 이를 “모든 것은 만들어졌다(It’s all invented)”라는 문장으로 압축한다.

이 인식 위에서 우리가 사는 기본 모드를 “측정의 세계”라 부른다.

이 세계에서 삶은 부족함과 위험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일로 전제된다.

연봉, 성적, 성과, 순위가 삶의 기준이 되고, 자연스럽게 생존 지향 사고와 결핍 지향 사고가 자리 잡는다.

실제로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언제나 모자랄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남을 경쟁자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고정된 실체로 보고, 사람과 상황을 숫자로 재단하고 구획해야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 틀 안에서, 성공과 실패·안과 밖·소속과 배제가 삶의 거의 전부처럼 여겨진다.

이에 맞서 저자들이 제안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가능성의 우주(Universe of Possibility)”다.

여기서 세상은 한정된 파이를 나누는 곳이 아니라, 나누고 나눌수록 다시 커질 수 있는 장으로 상상된다. 언어와 이야기가 현실을 연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이름을 붙이기 시작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를 기쁨 그 자체라고 부르고, 작은 회사를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의 행동과 상상을 바꿀 수 있다. 이 우주에서 행동은 누군가와 경쟁해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기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그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기쁨·감사·경외·연민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현실 속에서 이 ‘가능성의 우주’에 발을 들이는 일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제안하는 첫 연습은, 지금 이 순간 내 생각과 행동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것이 얼마나 측정의 세계를 닮아 있는지 알아차려 보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며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 늘 부족하다고 느끼며 쫓기는 마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붙이는 마음을 없애려 하기보다, 먼저 “아, 지금도 또 성과로 나를 재고 있구나”, “또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네” 하고 눈치채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이어서 측정의 세계와 가능성의 우주의 차이를 무엇을 먼저 세우느냐의 문제로 풀어낸다.

측정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목표가 먼저다. 연봉, 집, 직급, 성과처럼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목표를 제일 앞에 세워 두고, 그 기준에 맞춰 계획을 짜고 하루를 움직인다. 반대로 가능성의 우주에서는 목표보다 ‘배경’이 먼저다. ‘나는 어떤 이야기 위에서 내 삶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큰 틀을 먼저 정해 두고, 그 위에 구체적인 목표와 선택을 하나씩 올려놓는 방식이다.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어떤 배경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 일이 중요해진다. “세상은 위험하고 모든 것이 부족해서 나는 간신히 버텨야 하는 존재다”라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는지, 아니면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존재이고, 다른 사람과 세상에 기여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라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목표를 바꾸기에 앞서, 먼저 내가 깔아 두고 있는 삶의 배경 이야기를 바꿔 보라는 것이다. 그 배경이 달라지는 순간, 똑같은 목표를 향해 걷더라도 그 길을 걸어가는 마음의 무게와 하루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당신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부르는 무대 자체가 사실은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온 이야기의 산물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의 조건이 당장 달라지지 않더라도, 그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알려준다. 결국, 가능성의 우주는 먼 미래의 이상향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조금씩 열릴 수 있는 세계임을 보여준다.


'페이지2북스(포레스트)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인생에서 모든 것은 서사의 형태로 다가온다. 즉 인생은 우리가 만들어 낸 하나의 이야기인 셈이다.
이 상황의 핵심은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를 넘어 더 깊은 곳에 있다. 여러 신경과학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대략 다음 순서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우선 인간의 감각은 바깥세상에 관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 내가 자체적으로 감각 모형을 구성하고, 그러고 나서야 인간은 최초로 환경을 의식적으로 경험한다. 즉 우리는 이미 그려져 있는 지도, 이미 전해진 이야기, 가설, 또는 자신만의 해석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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