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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력 : 숏폼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라 - 숏폼 전도사가 알려주는 숏폼 커머스의 비밀
윤승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숏폼력: 숏폼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라』는 “요즘 숏폼 뜬다던데!” 수준의 가벼운 트렌드 책이 아니라, 이미 중국에서 한 차례 증명된 숏폼 커머스 생태계를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 어떻게 옮겨 심을 것인가에 대한, 꽤 본격적인 비즈니스 설계서에 가깝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중국 틱톡(도우인)의 사례를 가져온다. 2024년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부자 1위가 바로 틱톡을 만든 1983년생 장이밍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숏폼 커머스 시장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한 나라의 부(富)의 지형을 바꿀 정도의 힘을 가진 경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에서 틱톡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 또한, 틱톡이 만들어낸 숏폼 경제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의 반증으로 읽어낸다.
하지만 이 책이 계속해서 말하는 핵심은 “중요한 것은 틱톡이 아니라 숏폼”이라는 지점이다. 틱톡이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모바일 단일 시장에서 숏폼 커머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했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그 생태계를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누가,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이다. 중국에서는 숏폼이 이미 미디어와 마케팅 수단을 넘어 이커머스의 구조를 바꾸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며 오프라인 생태계까지 뒤흔들고 있다. 그 결과,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 숏폼은 기본이자 중심”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저자는 이 중국의 변화를 미래의 거대한 예고편으로 삼아, 앞으로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숏폼 커머스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고, 그 흐름을 먼저 잡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될 것을 독자에게 권한다.
이 책의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흐름이 명확하다.
왜(Why) 숏폼이 메가트렌드가 되었는지, 숏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보여 준 뒤, 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과 사례(What), 마지막으로 실제로 시장을 선점하고 실행하는 방법(How)로 이어진다. 저자는 예언컨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영역과 규모에 관계없이 무조건 숏폼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데, 이 문장이 이 책 전체의 기조를 잘 드러낸다.
숏폼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언어이며, 빨리 할 것인가 늦게 할 것인가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숏폼 커머스’라는 개념을 단순히 물건 파는 기능으로 축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숏폼 커머스를 “숏폼 콘텐츠와 연계되어 확장된 커머스 생태계”라고 정의한다. 여기에는 유형의 상품 판매뿐 아니라, 서비스 예약, B2B 리드 확보, 지식 콘텐츠 구독, 오프라인 매장 방문 유도까지, 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목표 달성이 포함된다. 즉, 숏폼 커머스란 숏폼을 통해 잠재 고객에게 노출되고, 그들이 각 비즈니스의 핵심 목표(온라인 구매, 상담 신청, 매장 방문 등)에 도달하게 만드는 모든 활동을 묶는 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조회 수만 높은 100만 뷰 영상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처음부터 “이 콘텐츠가 시청자를 어디까지 데려갈 것인가”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지 않으면, 그건 숏폼 커머스가 아니라 단순 소모성 콘텐츠일 뿐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숏폼을 춤·밈 중심의 ‘장르’로 오해하지만, 저자는 숏폼을 어떤 내용이든 담을 수 있는 형식이라고 규정한다. 문서 파일 안에 논문도, 계약서도, 일기장도 담을 수 있듯이, 숏폼이라는 형식 안에 B2C, B2B, 공공, 교육, 전문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비즈니스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네이버 클립, 심지어 당근과 카카오까지 숏폼 기능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릴스 도입 1년 만에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의 체류 시간을 1.5~2배 늘렸고, 이용자의 앱 사용 시간 절반이 릴스에 쓰일 정도가 되었다. 유튜브는 쇼츠 도입 이후 MAU가 10억에서 20억으로 뛰어올라 국내 모바일 시장 체류 시간 1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숏폼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붙이고 있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두고 숏폼은 중독 비즈니스이며, 숏폼이 만드는 유저 체류 시간의 효과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이 숏폼 생태계에 뛰어드는 것은 필연이라고 분석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중독’이라는 단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숏폼에 깊이 빠져 있고,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숏폼화’되고 있다. 중국에서 하루 평균 숏폼 시청 시간이 2시간 28분에 달한다는 사실은, 아직 하루 44분 수준인 한국의 미래를 보여 주는 지표로 제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비즈니스는 B2B인데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한다. 장르가 아니라 미디어 형식이기 때문에, 모든 비즈니스는 숏폼 콘텐츠화될 수 있고, 앞으로 10년간 비즈니스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숏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즉 ‘숏폼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책은 기존 SNS와 숏폼 생태계의 차이도 흥미롭게 비교한다. 틱톡을 시작으로 한 숏폼 플랫폼들은 ‘소셜 그래프’가 아니라 ‘인터레스트 그래프’를 엔진으로 삼는다. 관계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구조다. 사용자의 짧은 체류, 스크롤 속도, 반복 재생 같은 사소한 손가락 움직임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먼저 찾아와준다. 이 결정적인 차이는 팔로워가 거의 없는 초보 크리에이터의 영상도 하루아침에 100만 조회수를 찍게 만드는 ‘기회의 평등’을 만든다. 과거 SNS에서는 수십만 팔로워, 막대한 광고비, 기존 명성 없이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얼마나 재미있고 반응 나오는 숏폼을 만들 줄 아는가”가 승부를 가른다. 저자는 이것을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에 비유하며, 숏폼 알고리즘이 기존 영향력의 규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운동장에서 이기는 힘, ‘숏폼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책의 후반부에서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부분은 밈과 트렌드를 캐치하고 콘텐츠에 적용하는 노하우를 다루는 장이었다. 저자는 먼저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소셜 지표와 웹 분석으로 타깃의 관심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라고 말한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데이터 플랫폼(녹스인플루언서, 피처링 등)을 통해 어떤 유형의 콘텐츠가 뜨고 있는지 유료로라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다음에는 각 플랫폼이 직접 제공하는 트렌드 리포트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틱톡의 ‘틱톡 트렌드 레터’, 유튜브의 ‘컬처 & 트렌드 리포트’, 인스타그램의 ‘언제나 그램 트렌드 리포트’ 같은 공식 채널을 통해 최신 챌린지, 해시태그 흐름, 성공 캠페인 사례를 파악하면, 막연한 감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밈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Z세대의 가치관·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오픈애즈 같은 리포트를 통해 밈을 소비하고 재가공하는 세대의 맥락을 이해하라고 덧붙인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메가 크리에이터 계정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중국 도우인의 트렌드를 확인하는 것도 유용한 팁으로 제시한다.
트렌드를 실제 콘텐츠에 녹여내는 방법도 꽤 구체적이다. 저자는 “첫 3초에 트렌드를 활용하라”는 말을 반복한다. 첫 3초가 시청자의 이탈을 막고, 알고리즘이 노출을 확장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인기 음원, 유행하는 멘트, 시선을 확 끄는 시각 효과 중 하나라도 첫 장면에 배치해 즉각적인 흥미를 유도하고, 트렌드를 이용해 참여를 유도하되, 브랜드의 메시지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재해석할 것을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얼마나 빨리 따라 했느냐’가 아니라 ‘트렌드를 얼마나 내 브랜드의 언어로 번역했느냐’라는 점을 끝까지 상기시킨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숏폼이 중요하다고만 하지 않고, 왜 중요한지(중국과 글로벌의 흐름), 무엇을 숏폼 커머스라 부를 수 있는지(목표 중심의 정의), 어떻게 실제로 만들고 성장시킬지(트렌드 분석, 알고리즘 이해, 실행 노하우)까지 한 권 안에서 연결해 주는 점이 강점이다. 현업 마케터, 브랜드 담당자, 1인 셀러, 크리에이터 지망생까지, “나도 숏폼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라는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꽤 실용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은 문장은 “모든 비즈니스는 숏폼 커머스가 된다”는 말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결국 숏폼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미 사람들의 눈과 손가락은 숏폼에 길들여져 있고, 플랫폼들은 체류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 숏폼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질문은 단 하나로 좁혀진다.
“언제 시작할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숏폼력을 키울 것인가.”
『숏폼력』은 그 질문 앞에서 미루고만 있던 사람에게,
지금 당장 카메라를 켜고 첫 3초를 고민해 보라고 등을 떠미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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