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평생 독서법 - 잘 고르고, 읽고, 쓰는 즐거움
김선영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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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다시 시작하는 평생 독서법』은 책 읽기를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능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는 “마감에 쫓겨 대충 지은 집은 1년만 지나도 비가 새고 벽에 균열이 가듯, 실패하는 독서에도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평생 할 독서라면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서의 출발선을 다시 세우는 매뉴얼이자, 19년 차 글쟁이가 직접 체득한 독서 경험의 보고다.

책은 우선 독자에게 스스로의 독서 습관을 점검해보라고 권한다. 외출 시 항상 책을 챙기는지, 스마트폰에 독서 관련 앱이 몇 개나 있는지,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사거나 읽는지를 체크하며, 지금 나와 책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성찰하게 한다. 반대로 베스트셀러만 고르고, 30분 이상 집중이 힘들며, 영상을 주로 소비한다면 여전히 책과 서먹한 사이일 수 있다. 이 단순한 자기 진단은 독자에게 죄책감을 주는 대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동기 부여로 이어진다.

이 책의 초반부는 “왜 책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한다. 저자는 문해력을 단순한 해독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힘으로 정의한다. 문해력이 뛰어난 사람은 학업과 직장에서 성과를 내고, 관계에서도 소통 능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평생 책을 즐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책은 내가 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게 하며, 공감 능력과 여유를 키운다. 신체는 늙어도 정신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해력은 진정한 평생 자산이다.

실천적 조언 또한 풍성하다. 독서를 방해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저자는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으려는 태도다. 어렵고 낯선 어휘가 가득하면 독서는 곧 좌절로 이어진다. 둘째, 틈새 시간을 흘려보내는 습관이다. 독서는 한가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간을 경영하는 이들의 습관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 책을 꼭 챙기는 것이 좋은 예다. 셋째, 집중력을 방해하는 환경이다. 스마트폰을 시야에서 치워두는 단순한 조치가 책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임을 강조한다.

책 고르는 법에 대해서도 구체적 지침이 제시된다. 신간을 탐색할 때는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 기능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차례와 서문만 봐도 책의 방향성과 자신의 필요가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요약본만 소비하는 습관은 사고 과정을 단절시키므로 원문을 읽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독서는 저자의 사고 과정을 잠시 빌려보는 행위이기에, 그 과정을 직접 밟아보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온라인 서점 활용법도 흥미롭다. 빠른 배송이 필요한 책은 알라딘, 다양한 할인 혜택을 원한다면 예스24, 실시간 재고 확인이 필요할 땐 교보문고를 추천한다. 각각의 플랫폼은 굿즈, 퀴즈, 출석 체크 이벤트 등 나름의 방식으로 독자와 소통하며, 이 작은 장치들이 독서 루틴을 강화하는 실질적 동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출판사의 SNS는 신간 소식, 작가 이벤트, 독서 챌린지, 명문장 이미지 등 풍성한 독서 접점을 제공한다. 영리한 독자는 이를 생활 루틴 속에 편입시켜 ‘갓생’의 일부로 만든다.

또한 리뷰를 참고하되 맹신하지 말고, 리뷰의 신뢰도를 판별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조언도 실용적이다. 신간을 자주 접하는 독자라면 ‘알짜 리뷰’를 골라내는 눈이야말로 실패 없는 독서 생활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제한 시간별 자투리 독서법을 제시한다. 15분, 30분, 50분 어떤 시간이든 서문과 차례부터 읽으라는 공통 원칙은 ‘짧은 시간에도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을 길러준다.

정독법 10가지는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다. 밑줄과 메모, 필사, 맥락 파악, 장마다 핵심 요약하기, 시간 정해 읽기, 다른 책과 연결해 읽기, 비판적으로 읽기, 관련서를 병행하기, 소리 내어 읽기, 그리고 최신 방식으로 AI와 대화하며 읽기까지 제시된다. 단순한 속독·다독이 아니라 깊이 있는 독서, ‘책 읽는 순간을 즐기는 독서’를 강조한다. 숫자로 완독 권수를 자랑하는 풍토와 결별하고, 읽는 과정 자체를 행복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책은 번역서 고르는 법, 역자와 편역의 차이, 인문 고전 입문서와 원전 구별법 같은 실질적 팁도 아낌없이 담고 있다. 이는 독자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독서 주체’로 서도록 돕는다. 오프라인의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는다. 전북 완주의 삼례책마을 같은 공간 경험을 통해 책 읽기의 지평을 넓히도록 권한다.

각 장 말미에는 ‘도끼 같은 책’ 코너가 실린다. 카프카의 말처럼, 영혼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책으로서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조지 오웰의 『1984』, 최인철의 『굿 라이프』, 칩 히스·댄 히스의 『후회 없음』 등을 추천한다. 이는 저자가 실제로 고정관념을 깨고 삶을 확장하게 만든 책들이기도 하다.

『다시 시작하는 평생 독서법』은 단순히 독서법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 독서라는 행위를 ‘생활로 돌려놓는’ 책이다. 꽃길보다는 ‘책 읽는 길’을 걸으라는 저자의 당부처럼, 책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한 번 제대로 습관으로 들이면 평생을 함께할 든든한 친구가 된다. 독서를 미루어온 사람에게는 첫 계기가, 꾸준히 읽어온 독자에게는 보강 훈련표가 되어주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 차례와 서문만 읽어보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독서의 즐거움을 평생의 습관으로 바꿔줄지도 모른다.

'더퀘스트 출판사의 오퀘스트라 2기' 활동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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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책은 맛보기용으로 적절하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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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한 불행 -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평온
김설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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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의 에세이 『다행한 불행』은 제목처럼 모순을 끌어안은 책이다. 불행을 미화하지도, 장황하게 늘어놓지도 않는다.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들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버티고 무엇으로 다시 일어서는지 차분히 보여준다.

작가 프로필의 문장 “사는 대로 쓰고, 쓰는 대로 살고 싶다”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 글을 쓰려 들면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순간과 감정에 자연스레 초점이 맞춰진다. 그냥 흘려보냈을 말이나 장면도 기록하려 마음을 기울이다 보면 새 이야기가 된다. 『다행한 불행』의 글들은 그런 과정에서 태어난 기록에 가깝다. 힘든 경험도 글 속에서는 담담한 고백이 되고, 때로는 유머와 통찰로 바뀌어 독자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넨다. 그래서 “사는 대로 쓰고, 쓰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은 삶을 더 세밀히 바라보고 그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용기로 다가온다.

책의 시작은 엄마의 결혼 이야기다. “끝내 이혼을 선택하지 않은 엄마는 마흔 살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연애 때는 서로에게 매혹되었으나 결혼의 시간은 집요한 불행으로 기울었다. “부부 사이에 증오나 미움이 끼어들면 가정은 회의감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된다”는 문장은 저자의 유년을 관통한 진실이자, 이후 자신이 맺는 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이 된다. 결혼은 길을 걷다 맨홀에 빠지거나 다이아몬드를 줍는 확률의 게임 같고, 타인과 함께 살겠다는 뜻 자체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생존이 먼저였다. 돈은 늘 모자라고 미래는 불투명했다. 그래서 그는 온갖 일을 해본다. 청소, 판매, 대리운전… 이게 아니면 저거라도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일을 하게 된다. 시작은 늘 두려웠지만, 끝내고 나면 두려움 대신 오기가 남았다. 가난과 결핍은 무거운 족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추진력이 되었다. 한 번 크게 곤궁을 겪고 나니 웬만한 불행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생겼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오늘을 버티는 힘을 갖는다.


관계의 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상처가 다뤄진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해서 상처가 생기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더 깊어지는 상처도 있다. 배우자의 무기력과 무관심은 그 자체로 칼이 될 수 있다. 한동안 저자와 남편은 서로를 탓하고 비판했다. 시간이 지나 보니 둘 다 비슷했다.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를 통제하려 들었던 것이다. 이 깨달음 이후 그녀는 오히려 바꾸려는 노력을 멈춘다. 대신 무너지지 않게 옆에 있기로 방향을 바꾼다. 누군가가 믿고 기다려주는 행동만으로도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자 그 관계는 조금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포기에 대한 태도도 인상 깊다. 저자는 체념과 초월을 번듯한 말로 포장하지 않는다. 결국은 내려놓기라고, 한 번은 “모르겠다” 하고 발을 빼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포기가 도망이 아니다. 나를 갉아먹는 기대와 타인을 옥죄는 집착을 잘라내는 선택에 가깝다. 이 태도는 생활 방식으로도 이어진다. 각자의 방을 쓰기로 한 결정이 그렇다. 이는 사랑의 약화가 아니라 존중의 확장이다.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자기 리듬대로 숨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함께 사는 두 사람이 서로의 공간과 내면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은, 오히려 관계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시킨다. 부부라고 해서 삶 전체를 항상 같이 공유하거나 겹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행운과 불운을 다루는 방식도 명쾌하다. 한동안 그는 운이 없다고 자주 말했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말이 현실을 마술처럼 바꾸지는 않지만,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꾼다. 병은 재발하지 않았고, 오래 바라던 자신의 방이 생겼고, 각방을 쓰면서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위태로운 줄 위에서 간신히 버티던 삶이 어느 순간 줄 위에서 노는 법을 배워간다. 비결은 거창하지 않다. 적당히의 힘, 중간지대의 지혜다. 과하게 달리지지도, 완전히 주저앉지도 않으면서 오늘의 신호에 속도를 맞춘다. 오늘은 빨간불에 자주 걸렸지만 내일은 다를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일수록 불행을 내일로 끌고 가지 않게 된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유머다. “어떻게 그 힘든 세월을 살았냐”는 질문에 작가는 주저 없이 유머라고 답한다. 유머는 현실을 희석시키는 얄팍한 웃음이 아니라, 정면으로 버티게 해주는 완충 장치다. 힘든 날이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나는 여기에 살러 온 게 아니라 관광하러 온 거야.” 소매치기를 당해도, 직업 체험이 엉망이어도, 다음 행선지는 또 있다고 믿는다. 이 가벼운 농담이 몸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저자는 폭로에 가까운 기록을 책으로 엮어내는 동안, 그녀는 “전쟁의 처참함에 대해 쓸 때는 처참함을 고발하려는 게 아니라, 그것을 털어내려고 쓰는 것”이라고 말한 로맹 가리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고 한다. 그 말에 기대어 그는 진실과 비밀 사이를 오가며 자신을 조각냈고, 조각난 채로도 전진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된다. 예기치 못한 불행이 오히려 내 안의 어떤 부분을 단단하게 만든 사실 말이다.

그렇다면 그 불행은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역설이 책의 제목을 납득하게 만든다.


읽고 나면 몇 가지 태도가 오래 남는다. 누군가를 이상하다고 쉽게 규정하지 않으려는 주의, 완벽한 소통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인정, 행복이란 어떤 사건의 주인공이 아니라 덤처럼 따라오는 성질이라는 이해. 그래서 그녀는 이제 인생을 굳이 찬란하게 만들려 들지 않는다. 반짝임을 애써 만들기보다, 매일의 생활에서 작게 기쁜 것을 찾는다. 남편이 술을 간절히 원하는 날이면 “독을 사는 기분”으로 카트에 맥주를 담으면서도, 그 선택이 오늘의 평온을 지킨다는 걸 안다. 과함과 결핍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그녀의 문장은, 우리에게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보자고 권한다.


다행한 불행』은 한 사람이 버티고 살아내기 위해 써 내려간 실험 노트 같다. 불행은 언제든 불쑥 찾아오고 우리는 종종 무력해지지만,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상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되, 그 상처가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를 둔다. 바로 그 태도가 이 책이 전하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다. 현재 삶이 불안정해 흔들리는 이들, 사랑과 결혼의 무게에 지친 이들, 스스로를 늘 운이 없다고 탓하며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특히 유효하다.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더 단단하게 살아내고 싶다면, 이 책이 든든한 연습장이 되어줄 것이다.


'책과이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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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리 부부라도 타인이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남편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오류였다. 변화를 간섭하는 건 오히려 변화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때부터는 그저 이 사람이 무너지는 것만 막아주자는 마음으로 옆에 있었다.
남편은 어설픈 협박이 먹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은 관심받고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내가 자기를 믿고 기다려준다고 느낄 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게 보였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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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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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1906년에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며 일본 근대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급격히 서구 문물이 들어오고 전통 가치가 흔들리던 시대에 소세키는 인간 내면의 고독과 갈등, 그리고 사회적 위선의 문제를 독특한 유머와 풍자 속에서 풀어냈다. 『도련님』은 그가 본격적으로 작가로 자리매김하던 시기의 작품이자, 이후 문학 세계의 방향을 제시한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이름 없이 ‘도련님’으로만 불리며,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 형, 심지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까지 누구 하나 인정해주지 않는 문제아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하녀 기요만큼은 끝까지 그를 믿고 지지하며, 늘 따뜻하게 챙겨주었다. 편애란 무섭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기요의 믿음은 주인공에게 실제로 자신이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착각 아닌 확신을 심어주었다. 기요는 단순히 가정부가 아니라 도련님에게 있어 삶을 버틸 수 있게 한 정신적 지지자이자 유일한 안식처였다.

지방 시골 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뒤 도련님은 교사들 간의 권력 다툼과 위선, 비열한 인간관계 속으로 내던져진다. 처음엔 외모나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실제로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며 상대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외모나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단정하는 오류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학교라는 조직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직하고 단순한 도련님은 늘 불편한 존재가 된다.

그의 성격은 장난을 치더라도 떳떳해야 한다는 원칙, 잘못을 하면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는 도덕적 기준, 사냥이나 낚시처럼 생명을 죽이며 즐기는 행위를 혐오하는 태도 등에서 드러난다. 이는 단순히 고집이나 철없음이 아니라, 그가 지닌 올곧음과 인간적인 순수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그는 늘 세상과 부딪히며, 끝내는 ‘정직함과 단순함이 비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에 좌절한다. 그는 세상이 온통 사기꾼 천지라고 탄식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타협하지 않고 살아가는 길을 고민한다.

온천탕에서 수영을 금지하는 팻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 같아 불편해하거나, 학생들의 비열한 장난과 거짓말에 분노하는 장면에서는 도련님의 단호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장난에는 벌이 따라야 재미가 있다”라고 말하며, 비겁하게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경멸한다.

또한, 그는 교육이 학문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기개를 북돋우고 악습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발언 속에는 소세키 자신의 교육관과 사회비판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학교라는 사회는 도련님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빨간 셔츠로 상징되는 권력자들은 도련님의 단순함과 정직함을 비웃었고, 그는 결국 스스로 외톨이가 되면서도 타협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요의 존재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타지에서 겪는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그는 비로소 기요의 따뜻함에 감사함을 느끼며, 진심 어린 인간 관계가 삶을 어떻게 지탱해주는지 깨닫는다.

『도련님』은 웃음과 풍자가 곁들여진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정직과 진실이 조롱당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 작품이다. 도련님은 결국 사회적 성공이나 인정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의 걸음 하나하나는 성장의 흔적이었다. 웃음과 고통, 분노와 환멸, 성장과 수용이 한 인물 안에서 어우러지며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

오늘날에도 『도련님』은 여전히 생생하다. 권력과 위선, 타협이 일상이 된 조직 사회에서 도련님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자화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끝내 어른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지키려 했던 단순함과 정직함은 지금도 빛나는 가치로 남는다. 작품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손해를 보더라도, 당신은 정직을 선택할 것인가?” 바로 이 질문이야말로 『도련님』이 세대를 넘어 읽히는 이유다.

'책나물 1인 출판사'의 봄동이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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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일을 스스로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기 잘못은 자신이 잘 알 것이다. 원래는 자면서도 후회하고, 아침에라도 사과하러 오는 게 도리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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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 해제 - 개정판
신진오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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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투자자의 채권·대체 축도 제안한다. 채권형 ETF, 물가연동채(TIPS), 우량 회사채, 미국 국채처럼 투명한 채권성 자산을 활용해 금리·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주식 쪽에서는 중소형주 가운데 재무구조(예: 부채비율 150% 이하)가 견실하고, 10년 평균을 반영한 ‘정상 PER’ 기준에서 상대적 저평가가 분명한 종목, 그리고 내재가치를 목표로 했을 때 기대수익률이 충분히 높은 우량주를 찾도록 이끈다. 반대로 신규 상장주식(IPO)이나 최근 실적 급등으로 단기간 과열된 종목은 원칙적으로 거리를 두라고 못 박는다. ‘모두가 산다’는 이유는 언제나 빈약한 논거다.

해제는 실전 팁을 몇 가지 더 붙인다. 첫째, 포트폴리오의 성패는 ‘선택’보다 ‘비중’에서 갈린다. 싸다고 과도하게 늘리고 비싸다고 너무 빨리 비우는 감정적 거래를 경계하고, 미리 정한 밴드에서 자동적으로 리밸런싱하는 체계를 갖추라는 조언이 반복된다. 둘째, 연 1회 또는 반기 1회 정도의 점검 주기만으로도 충분히 시장을 이길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와 논리로 설득한다. 셋째, 주식/채권 상대가치를 볼 때 금리와 이익수익률의 균형(이른바 ‘FED 모델’ 류의 프레임)을 참고하되, 어디까지나 참고지표일 뿐 매크로 예언을 자의적으로 확신하지 말라고 선을 긋는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붙잡은 문장은 “투자란 예측의 게임이 아니라 대응의 게임”이라는 대목이었다. 가격이 요동칠수록 사람은 미래를 맞히려 든다. 하지만 그레이엄—그리고 해제—는 다른 길을 가리킨다. 합리적으로 산정한 가치와 안전마진, 미리 정한 자산배분, 리밸런싱 규칙. 이 네 가지를 흔들림 없이 지키는 것, 그 자체가 시장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신기한 비법서가 아니라,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정리하면, 『현명한 투자자: 해제(개정판)』는 고전의 정신—안전마진, 미스터 마켓,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그리고 “하지 않을 것의 목록”—을 한국 시장에 맞춘 언어와 사례로 다시 세운 책이다. 방어적 투자자에게는 견고한 기준과 간결한 체크리스트를, 적극적 투자자에게는 분석의 포인트와 금기 리스트를 건넨다.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다비드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을 먼저 깎아내려 보자. 그러고 나면 남는 것—견고한 기업, 합리적 가격, 규율 있는 비중, 느리지만 단단한 수익—이 진짜 우리의 작품이 된다. 이 해제는 그 첫 번째 끌과 줄자가 되어 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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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어적 투자자에게 추천할 만한 채권
1. 현금, 고객예탁금, 수시입출금예금
2. 수시입출금RP, CMA, MMF, 단기채권ETF
3. CD, 금융채, 국채3년물
포트폴리오에 채권이 왜 필요한지, 그래서 포트폴리오라는 관점에서 어떤 채권이 바람직한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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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슬며시 - 살짝 망하고 조금 귀엽게
시미씨 지음 / 느린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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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시미씨의 만화책 『행복은 슬며시』는 이 말과 꼭 닮아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순간들을 행복으로 그려낸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까만 털복숭이 반려견 ‘단’이 있다. 시댁에 화재가 나면서 갈 곳을 잃게 된 강아지, 연탄처럼 까맣다고 해서 ‘탄’이라 불리던 녀석이 어느 날 저자의 집에 들어왔다. 이름을 바꾸자니 혼란스러울까 걱정도 되었지만, 결국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의미를 담아 ‘단’이라 부르게 된다. 그 순간부터 단은 단순히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가족이자 삶의 중심이 된다.

저자는 처음에는 누군가를 돌볼 여력이 있을지 두려웠지만, 시간이 흐르며 오히려 자신이 돌봄을 받고 있음을 깨닫는다. 산책길에서 신나게 폴짝거리며 웃는 모습,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깜빡 잠이 드는 순간, 밤에 나란히 누워 고르게 이어지는 숨소리까지, 단과 함께하는 매 순간은 사랑스럽다. 새벽까지 이어진 작업으로 생활 패턴이 흐트러지고,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이 겹쳐 하루가 망했다고 느껴질 때조차 단의 발바닥에서 은근히 풍기는 꼬순내는 세상을 다시 다정하게 물들이곤 한다.

이 책은 2019년 단이와 함께한 시간들을 그림일기처럼 기록한 것이다. 반려인 ‘진’, 귀여운 ‘단’, 그리고 분량은 적지만 잠깐씩 얼굴을 비추는 도마뱀 ‘도마’까지. 이 작은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담겨 있다. 산책길에서 낯선 강아지를 만나면 크게 짖어버려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뜻밖에 얌전히 어울리며 “앞으로는 괜찮아질지도 몰라” 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 예전처럼 폴짝폴짝 뛰어오르던 단이 어느 날은 힘겹게 침대에 오르거나 다리를 절뚝거릴 때면 걱정으로 마음이 무겁고, 분리불안 때문에 상담실을 찾았던 날의 긴장감마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미씨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화려한 기교 대신 여백과 선, 표정에 집중해 등장 인물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담아낸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단의 눈빛과 표정에서 마음이 읽혀지고, 독자 역시 함께 “귀여워! 귀여워!”를 연발하게 된다. 말티즈와 푸들의 교배종을 ‘말티푸’라 부른다는 소소한 정보조차 단의 그림과 어우러져 귀여움의 한 장면이 된다. 페이지 사이사이에는 단의 사진도 함께 실려 있어 단의 까만 털과 반짝이는 눈, 산책하는 뒷모습, 신나해하는 순간들을 볼 수 있다.

『행복은 슬며시』는 그림책이라 단숨에 읽어버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장면 앞에서 오래 머물게 된다. 한번씩 찾아오는 공허함과 불안감을 붙잡아 주는 건 진과 단의 존재였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곁에 있던 장면을 알아차리는 순간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과 함께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저자의 삶도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에는 낯선 개를 마주칠까 괜히 돌아가던 길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하루는 한층 더 단단해졌다. 독자는 그 과정을 따라가며 저절로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깊은 공감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단’ 같은 귀여운 강아지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품게 되기도 한다.

『행복은 슬며시』는 단순한 반려견 만화를 넘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시댁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화재가 계기가 되어 맺어진 인연이었지만, 함께 살아가며 집안의 공기와 일상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 변화가 삶을 얼마나 부드럽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책 속 장면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일상조차 새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이 책은 거창한 이론이나 정의를 내놓지 않는다. 대신 작은 하루의 조각들을 보여준다. 이 책은 연탄처럼 까맣던 털복숭이 강아지 ‘단(단 하나뿐인 존재)’과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지쳐 쓰러진 하루에도 단을 바라보며 피어나는 웃음 속에서 깨닫게 되는 마음과 행복은 요란하게 다가오지 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서 ‘슬며시’ 스며든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일깨워주는 책이다.




그리워하는 시간
잠들기 전이면 그런 시간이 많았다.
특히나 아무 걱정없이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현재를 그리워하는 시간
빛이 밝을수록 짙어지는 어둠처럼
막연한 불안이 커질수록 더없이 애틋해지던 평범한 날들이 있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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