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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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1906년에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며 일본 근대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급격히 서구 문물이 들어오고 전통 가치가 흔들리던 시대에 소세키는 인간 내면의 고독과 갈등, 그리고 사회적 위선의 문제를 독특한 유머와 풍자 속에서 풀어냈다. 『도련님』은 그가 본격적으로 작가로 자리매김하던 시기의 작품이자, 이후 문학 세계의 방향을 제시한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이름 없이 ‘도련님’으로만 불리며,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 형, 심지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까지 누구 하나 인정해주지 않는 문제아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하녀 기요만큼은 끝까지 그를 믿고 지지하며, 늘 따뜻하게 챙겨주었다. 편애란 무섭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기요의 믿음은 주인공에게 실제로 자신이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착각 아닌 확신을 심어주었다. 기요는 단순히 가정부가 아니라 도련님에게 있어 삶을 버틸 수 있게 한 정신적 지지자이자 유일한 안식처였다.

지방 시골 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뒤 도련님은 교사들 간의 권력 다툼과 위선, 비열한 인간관계 속으로 내던져진다. 처음엔 외모나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실제로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며 상대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외모나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단정하는 오류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학교라는 조직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직하고 단순한 도련님은 늘 불편한 존재가 된다.

그의 성격은 장난을 치더라도 떳떳해야 한다는 원칙, 잘못을 하면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는 도덕적 기준, 사냥이나 낚시처럼 생명을 죽이며 즐기는 행위를 혐오하는 태도 등에서 드러난다. 이는 단순히 고집이나 철없음이 아니라, 그가 지닌 올곧음과 인간적인 순수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그는 늘 세상과 부딪히며, 끝내는 ‘정직함과 단순함이 비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에 좌절한다. 그는 세상이 온통 사기꾼 천지라고 탄식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타협하지 않고 살아가는 길을 고민한다.

온천탕에서 수영을 금지하는 팻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 같아 불편해하거나, 학생들의 비열한 장난과 거짓말에 분노하는 장면에서는 도련님의 단호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장난에는 벌이 따라야 재미가 있다”라고 말하며, 비겁하게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경멸한다.

또한, 그는 교육이 학문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기개를 북돋우고 악습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발언 속에는 소세키 자신의 교육관과 사회비판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학교라는 사회는 도련님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빨간 셔츠로 상징되는 권력자들은 도련님의 단순함과 정직함을 비웃었고, 그는 결국 스스로 외톨이가 되면서도 타협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요의 존재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타지에서 겪는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그는 비로소 기요의 따뜻함에 감사함을 느끼며, 진심 어린 인간 관계가 삶을 어떻게 지탱해주는지 깨닫는다.

『도련님』은 웃음과 풍자가 곁들여진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정직과 진실이 조롱당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 작품이다. 도련님은 결국 사회적 성공이나 인정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의 걸음 하나하나는 성장의 흔적이었다. 웃음과 고통, 분노와 환멸, 성장과 수용이 한 인물 안에서 어우러지며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

오늘날에도 『도련님』은 여전히 생생하다. 권력과 위선, 타협이 일상이 된 조직 사회에서 도련님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자화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끝내 어른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지키려 했던 단순함과 정직함은 지금도 빛나는 가치로 남는다. 작품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손해를 보더라도, 당신은 정직을 선택할 것인가?” 바로 이 질문이야말로 『도련님』이 세대를 넘어 읽히는 이유다.

'책나물 1인 출판사'의 봄동이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잘못한 일을 스스로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기 잘못은 자신이 잘 알 것이다. 원래는 자면서도 후회하고, 아침에라도 사과하러 오는 게 도리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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