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개정판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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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개정판)>은 단순히 여행 에세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야기가 끝이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런 책이다.

한 문장을 읽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는데, 자꾸 멈춰서게 된다.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게 하고,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리게도 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만났던 문장들이 내 안의 미안함과 외로움, 불안감 등 다양한 감정을 건드렸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내 옆에 앉아 “괜찮아, 여기까지 잘 왔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뭉클함도 느꼈다.

힘든 상황이라면 무너진 마음을 다시 걷게 만들어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김지영 작가가 가장 힘들었던 청춘의 중심에서 시작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신입 치료사로 일하며, 폭력과 무례를 감내하고,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시절이 있었다. 남의 아픔은 돌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상처는 외면했던 시간들이었다.

가난, 낮은 연봉, 적은 연차, 고단한 현실. “나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다”는 고백은 한 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러다 어느 겨울밤, 지하철 안에서 주저앉고 싶을 만큼 지쳐 울음을 삼키던 날.

결국 결심하게 된다.

뉴욕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매했다.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고 말하던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기 자신을 살리기 위한 선택의 순간이기도 했다.

포르투갈 포르투에서는 그날이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성 주앙의 밤’인 줄도 모르고,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연달아 뿅망치 세례를 맞는다. 키 작은 동양인을 놀리는 건가 싶어 순간 당황하지만, 곧 그 행동이 서로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행운을 빌어주는 축제의 인사라는 걸 알게 된다. 젖꼭지를 문 꼬마부터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까지, 모두가 웃으며 ‘무기’를 들고 있는 도시 한복판에서 저자는 마침내 사람들 사이로 한 걸음 들어가 낯선 이들과 웃음을 나누며 축제를 즐기게 된다.

이집트 다합에서는 여행이 만들어내는 낭만과 설렘 속에서,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진우’라는 사람과의 첫 만남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여행지의 풍경이 주는 설렘이 사랑의 감정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내가 이 풍경과 상황을 사랑하는 건지, 혹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지” 끝내 분명하게 가려낼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여행에서 피어난 마음이 때로는 양념을 잔뜩 쳐 숨겨버린 ‘상한 생선조림’ 같을 수도 있다는 표현까지 곁들이며, 감정이 얼마나 쉽게 낭만으로 둔갑하고 착각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다.

그리고 네팔 포카라에서 만난 여성 포터 이야기는 특히 오래 남는다.

맨발에 가까운 슬리퍼 차림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히말라야를 오르던 여성을 만난다.

한 달 내내 일해도 얼마 벌지 못하는 현실을 알게 되는데, 그 장면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졌다. 여행자의 낭만 뒤에 숨은 누군가의 삶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러 가는 이야기라기 보다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영국 런던에서 마지막 한국 라면을 먹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잊히지 않는다.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엄마와 라면 하나로 다퉜던 기억, 그날의 상처와 미안함.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 부모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았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 역시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말하지 못한 미안함들이 마음속에서 하나씩 떠올라 눈물이 나기도 했던 부분이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쓴 ‘이기적인 행복’에 대한 고백도 인상 깊었는데,

해야 할 일 때문에 꿈을 미루지 않고, 타인의 걱정보다 자신의 선택을 지켜냈기에 누릴 수 있었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때로 이기적일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페루 사막에서 쓴 ‘새벽 3시 57분’이라는 글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모두 불안한 여행자이고, 길을 잃은 것 같고, 외롭고, 확신이 없지만, 그래도 곧 해는 뜬다고 말해준다.

“당신, 수고했어요.”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 적이 있었던가 싶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울었던 부분은 ‘아르헨티나 살타’에서 쓴 엄마에게 보내는 글이었다.

“시간의 무게에 눌려 주름진 당신을 외면해서 미안해요.

나라는 열매를 틔우느라 정작 당신은 시들어버리게 했어요.

다 괜찮다는 당신의 거짓말에 기쁜 마음으로 속아서 미안해요.

백한 개를 받고도 더 주지 않는 반개를 탐해 미안해요.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커주었다 말하는 당신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해 미안해요.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못한 당신의 손을 잡아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드린 것이라곤 상처와 걱정밖에 없어요.

한 걸음 떨어져 당신을 보니 얼마나 작은 지요.

미안해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는 여전히, 영원히, 엄마가 필요해요.

이 말이 한줄기 위로가 되어 당신에게 닿길 바랍니다.”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 당연하게 여겼던 희생, 뒤늦은 후회의 감정을 담은

작가의 솔직한 고백 아니었을까.

책의 후반부에 이런 글이 있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여행을 하며 다시 어린 시절의 감정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더러운 침대에서도, 물 한 모금에서도, 손을 잡은 골목길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이것이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회복의 기록이라는 점이었다.

상처 입은 청춘이 스스로를 데리고 세계를 여행하며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도망이 아닌 자신을 제대로 알아 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개정판)』는 아픈 하루, 가난의 무게, 불안과 외로움,

가족에게 쌓인 미안함, 사랑이 낭만으로 둔갑하는 순간들까지.

우리가 애써 숨겨온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시선이 달라진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도 언젠가는 ‘지나온 길’이 될 거라는 생각,

지금의 불안도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 거라는 믿음이 조용히 생긴다.

무엇보다 나 역시 ‘행복해지기로’ 선택해도 괜찮다는 용기를 준다.

마음이 너무 지쳐서 어디에도 기대고 싶을 때,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밤이 올 때 나는 이 책을 건네고 싶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13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시간의 무게에 눌려 주름진 당신을 외면해서 미안해요.
나라는 열매를 틔우느라 정작 당신은 시들어버리게 했어요.
다 괜찮다는 당신의 거짓말에 기쁜 마음으로 속아서 미안해요.
백한 개를 받고도 더 주지 않는 반개를 탐해 미안해요.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커주었다 말하는 당신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해 미안해요.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못한 당신의 손을 잡아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드린 것이라곤 상처와 걱정밖에 없어요.
한 걸음 떨어져 당신을 보니 얼마나 작은 지요.

미안해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는 여전히, 영원히, 엄마가 필요해요.
이 말이 한줄기 위로가 되어 당신에게 닿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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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 원 만들기 - 부업으로 시작해 퇴사까지, 돈 버는 실전 가이드
김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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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부업 시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다.”

요즘 직장인과 청년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일만으로는 불안하다는 인식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물가 상승과 고용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부업과 투잡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하나의 생존 전략처럼 여겨지고 있다.

해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3명 중 1명이 본업 외 수입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수익을 만들고 있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국내 역시 스마트스토어, 해외구매대행, 위탁판매를 부업으로 시작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초기 자본 부담이 적고, 재고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덕분에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뉴스에서는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세금, 정산, 광고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함께 전한다.

결국 지금의 부업 시장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환경’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만난 책이 바로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원 만들기』다.

성공담이 아닌, 운영의 구조를 알려주는 책

SNS에서 접하는 부업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많은 예비 셀러들이 고민하고, 궁금해하는 부분들, 잘 몰랐던 시스템까지 운영 구조를 세세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스마트스토어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한 운영 과정이다.

상품 선정, 키워드 설정, 노출 구조, 광고 운영, 고객 응대까지 하나라도 놓치면 매출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실제 운영자의 시선에서 차근차근 풀어낸다.

초보 셀러를 위한 실전 운영 매뉴얼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운영 이후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실무 내용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다.

  • 발주부터 구매확정까지 이어지는 주문 처리 흐름

  • 수수료 구조와 정산 시스템 이해

  • 스타트 제로 수수료 신청 및 활용법

  • 반품안심케어로 분쟁 관리하는 방법

  • 원쁠딜 도전 프로세스

  • 도착보장 프로그램 활용 전략

  • 부가세·종합소득세 신고 관리

이 부분은 막 시작한 셀러라면 반드시 한 번쯤 막히게 되는 영역이다.

저자는 이런 시행착오를 미리 겪은 사람처럼, 하나씩 짚어준다.

물건을 판매를 위한 세팅 방법부터 유지 방법까지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품보다 중요한 건, 구조다

이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잘 팔리는 상품 하나보다 잘 돌아가는 시스템 하나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색 노출 구조, 상세페이지 설계, 리뷰 관리, 재구매 유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매출은 오래 가지 못한다.

저자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생존을 목표로 스토어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마케팅 파트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블로그 체험단과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마케팅 파트였다.

많은 책들이 체험단을 활용하라고 말하고 끝내는 경우도 많지만, 이 책은 실제 실행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 체험단 유형별 차이

  • 블로그 지수 판단 기준

  • 의뢰 메일 작성 방식

  • 키워드 중심 리뷰 설계

  • 공동구매 확장 구조

  • 인스타그램 참여율 분석법

등을 사례 중심으로 설명한다.

특히 ‘팔로워 수보다 반응률이 중요하다’는 관점,

무리한 할인 전략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실제 운영자에게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다.

마케팅을 감이 아니라 구조로 접근하게 만들어주는 파트였다.

현실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태도

이 책이 신뢰를 주는 이유는, 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 실패, 마진 계산 오류, 잘못된 상품 선정 같은 시행착오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 사람은 실제로 장사를 해본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든다.

성공만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실패까지 포함한 성장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이 점이 이 책을 단순한 자기계발서와 구분 짓는다.

꾸준히 살아남는 사람의 공통점

저자는 반복해서 ‘지속성’을 강조한다.

하루 이틀 반짝 매출에 집착하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하고,

구조를 만들고 데이터를 쌓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 기록하는 사람

  • 분석하는 사람

  • 개선하는 사람

  • 포기하지 않는 사람

이 네 가지가 결국 성패를 가른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부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에게

지금은 누구나 온라인 판매에 도전할 수 있는 시대다.

뉴스는 이를 트렌드로 소개하고, 통계는 참여자의 증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원 만들기』는 그 차이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운이 아니라 구조로. 감이 아니라 전략으로. 열정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부업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

스마트스토어를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

성공담보다 현실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믿고 참고할 만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13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사입 혹은 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면, 많은 재고를 가지고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재고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계시죠. 그래서 더욱 초반에는 마진보다는 판매량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도 역시 신상품을 업로드하면 거의 손해 보지 않는 마지노선까지 1+1 할인이벤트나 쿠폰이벤트, 혹은 리뷰를 쌓기 위한 리뷰 이벤트 등에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그 이유는 스마트스토어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구매 건수와 리뷰가 누적되면 될수록 더 잘 팔리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팔리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초반에는 마진보다는 꾸준히 판매되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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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4 : 말의 무게 책 읽는 샤미 60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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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4 - 말의 무게>는 소문과 말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말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균열과 회복,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장의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이야기는 학교 수업 시간,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를 배우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사실 확인의 중요성에 대해 배운다.

겉으로 볼 때 교실 안에서는 모두 이해하는 듯 보였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다.

주인공 민지를 둘러싼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배운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믿어버리고, 가장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마저 민지의 말을 들어보려 하지 않은 채 등을 돌렸다.

사실 여부보다 흥미와 자극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 속에서 민지는 점점 혼자가 되어 간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길 바라던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 간다.

처음에는 작은 오해에 불과했던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통제할 수 없는 크기로 불어났다.

민지는 “설마 더 커지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상황을 바로잡기보다 기다리는 쪽을 택하게 되는데,

그 기다림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소문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선택이 가장 안전해 보일 때가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문제를 더 키우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민지를 통해 보여준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사실 확인과 증거의 중요성을 배웠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누가 처음 말을 꺼냈는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캡처 하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이 장면은 그저 아이들의 문제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어른들 역시 자극적인 이야기에는 빠르게 반응하고, 확인은 뒤로 미루기 쉽상이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그럴듯한 이야기’에 쉽게 끌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지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믿어주는 몇 사람의 존재 덕분이었다.

지은이와 은하의 말, 그리고 결국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하는 순간은,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책은 혼자서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 역시 용기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한 부분임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민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선다.

선생님이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움직인다.

‘이건 내 일이야!’라는 깨달음은 민지를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바꿔 놓는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부당한 상황 앞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신을 지켜왔는지,

혹은 누군가의 편에 서기를 주저한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속 <가디언>의 신곡 가사 중 “진짜보다 선명한 거짓말”이라는 문장도 오래 남는다.

거짓은 종종 진실보다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르게 퍼진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피해자에겐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소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어떤 아이들은 여전히 재미를 찾고,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피해자는 오래 아파하지만 가해자는 쉽게 잊어 버리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그저 절망으로 끝나지 않아서 다행스럽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민지는 다시 친구들과 웃게 되고, 친구 사이라도 무조건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이재문 작가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은 연기가 없어도 연기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기술과 소문은 거짓을 얼마든지 사실처럼 꾸미게 한다. 작가는 AI 이미지 조작 사례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소문이 어떻게 왜곡되고 확대되는지를 설명한다.

그 역시 근거 없는 헛소문의 피해자였고, 그 파괴력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또한, 『마이 가디언』 시리즈가 실제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음을 밝힌다.

앞선 권들이 현실에서 만난 아이들의 단면을 담고 있다면, 4권의 민지는 작가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통해 생명을 얻은 인물이다. 특히 다미라는 인물은 오래전부터 작가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었고, 이번 이야기는 민지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다미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동화 속 아이들도 현실 속 아이들처럼 쉽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이 이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다.

『마이 가디언 4 - 말의 무게』는 가짜 뉴스, 소문, 왕따, 침묵,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말과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믿고, 얼마나 무심하게 퍼뜨리며, 얼마나 늦게 후회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러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누군가의 말을 쉽게 옮긴 적은 없었나?

확인하지 않은 이야기를 믿어버린 적은 없었나?

누군가를 상처 주는 말에 무심히 웃어넘긴 적은 없었나?

누군가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곁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려 할 때, 우리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헤매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곳에 단 한명이라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힘든 시기와 고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이 가디언 4 - 말의 무게』는 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말의 가능성을 믿게 해주는 책이다.

상처를 주는 말이 있는 만큼 사람을 살리는 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고 난 뒤 자연스럽게 자신의 말과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조금은 더 신중하게, 조금은 더 따뜻하게 말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이지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가디언스 신곡>
너는 알고 있을까. 네 가벼운 말이 나에겐 폭풍과도 같다는 걸.
진짜보다 선명한 거짓말. 모두가 믿는다면 어느새 거짓은 진실이 되고 말아.
네 말의 무게를 너는 아는지. 견딜 수 없이 나를 짓누르는 너의 거짓말.
너무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다시 모든 것을 돌려놔.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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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음의 소리 - 나는 달리기보다 버티고 서는 법을 배웠다
조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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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음의 소리>를 쓰면서 조석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예전에는 글로 장면을 쓰는 사람들이 쉬워 보였고, 솔직히 조금 얕잡아보기도 했지만,

막상 그림 없이, 말풍선 없이, 오직 글로만 마음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알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슈욱 쾅’ 이야기는 이러한 솔직한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은 그렇게 잘난 척 없는 솔직함으로 시작한다.


조석은 20년 동안 만화를 그려왔지만, 이 책을 쓰며 비로소 ‘글을 처음 써본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 에세이에서 자신을 다시 배우듯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고, 괜히 포장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적는다.

그래서 읽다 보면 작가와 마주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든다.


초반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열심히 하는 척’에 대한 고백이다.

데뷔 당시 그는 업계에서도, 플랫폼에서도 환영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그림은 부족했고, 웹툰이라는 장르 자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한국 만화계를 망친다는 말까지 들으며 시작한 커리어였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삐뚤어지지 않았다. 대신 열심히 하는 척을 했다.

누구보다 많이 그리는 척, 만화를 사랑하는 척, 독자에게 고마운 척.

그리고 그 ‘척’을 너무 진지하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진짜가 되어버렸다.

오래 하면 사람이 된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 나게 다가온 적은 드물었다.

조석은 벽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다. 온 힘을 다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그 벽 앞에서 주저앉기보다는, 내가 여기까지라는 걸 아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 번도 끝까지 부딪혀보지 않으면 삶에는 ‘만약’만 남는다.

다른 길, 다른 선택, 다른 가능성. 그 모든 ‘만약’이 결국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딱 하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끝까지 힘을 써보자고 말한다.

‘안 되면 말고’라는 말을 내 머릿속에서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긍정’에 대한 태도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긍정을 강조하지만, 조석은 그 말이 자신에게는 잘 맞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긍정적일수록 느슨하고 나태해졌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조금 괴롭히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되겠냐?”, “빨리 안 하고 뭐 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자신을 몰아붙였다.

건강한 방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게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피하는 편’이라는 장에서는 조석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튀고 싶으면서도 튀는 건 싫고, 인정받고 싶지만 유명해지는 건 또 부담스러운 마음.

나 역시 삶에서 비슷한 감정을 여러 번 겪어봐서 유난히 공감이 갔다.

알음알음 알아주면 좋겠는데, 정작 대놓고 시선을 받는 건 피하고 싶은—그런 마음 말이다.

조석은 까불거리는 만화를 그리지만, 실제로는 꽤 조용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이 모순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복잡한 감정이 자신의 만화를 만들었고, 독특한 결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대로 두는 용기, 지우지 않는 태도. 그게 결국 조석다운 개성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후에는 ‘버팀’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20대의 반짝이던 시간, 30대의 버티던 시간을 지나왔다.

조석은 후자의 시간을 더 대견하게 여긴다. 운이 빠지고, 실력만 남았던 시기였다.

돈, 건강, 사람 문제를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시간을 미워하지 않고, 내려가는 법을 배웠고 다치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잘나가던 시절보다 흔들리던 시절이 더 자신을 만들었다는 고백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요즘.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문장은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파트였다.

나쁜 일이 생기면,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을 고치려 든다.

전부 내 탓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는데,

조석은 나쁜 일은 그냥 생기는거라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마음을 위로하듯 말해준다.

이 문장은 이 책, 아니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위로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도 마음의 소리』는 지금 내가 잘 못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날,

스스로를 다그치며 여기까지 버텨온 사람,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곳곳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은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화려한 문장으로 감동을 만들어 내거나, 교훈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 앉아 툭툭 자기 이야기를 던지듯, 자연스럽게 위로하고 공감해준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고 버거운 날 다시 찾게되는 책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용히 버틸 힘을 한 번 더 건네는 책이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여전히 어려운 것]

누군가의 지적이 내 한계를 깨부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가 깨부서진다.
타인의 조인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눈앞의 장벽을 만드는 데 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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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 2025.겨울 - 128호
시와산문사 편집부 지음 / 시와산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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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읽을수록 깊어지는 겨울의 문장들

한 권의 문예지가 품을 수 있는 감정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시와산문』 통권 128호 겨울호는 이 질문에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답한다.

이번 호는 신작시, 시인 특집, 에세이, 평론, 단편소설까지 균형 있게 구성되며,

지금 한국 문학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먼저 ‘신작시’ 코너에는 공광규, 김명원, 김명은, 김은지, 김정성, 김준현, 마선숙, 문영숙, 박민서, 박이정, 방혜선, 송승훈, 안영선, 안이숲, 임영석, 정미, 정상조, 조광자, 주영란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 시들은 일상과 노동, 관계와 고독, 기술과 인간, 상실과 회복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내며 동시대의 감정을 기록한다. 특히 삶의 균열과 흔들림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태도는, 이번 호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진실한 언어들이 독자의 시간을 천천히 흔든다.

ㅡ 먼저 이 가운데 특히, 공광규 시인은 1986년 월간 <동서문학> 등단 이후 오랜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현대 시인으로, 삶의 소소한 순간과 자연을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해온 작가다.

시집 『대학일기』, 『담장을 허물다』 등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해왔으며, 생명과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특징이다. 이번 호에는 「인심 장부」와 「담장 허물다」가 실려 있는데, 「인심 장부」는 사람 사이의 정과 관계의 빚을 ‘장부’에 비유하며 인간적인 온기를 되짚는 작품이고, 「담장을 허물다」는 담장을 없애며 자연과 세계를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경계를 넘어 더 넓게 살아가는 태도를 그린 시다. 소유보다 공존을, 닫힘보다 열림을 선택하는 화자의 시선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작품들은 공광규 특유의 따뜻하고 절제된 언어를 잘 보여주며, 신작시 코너 전체의 깊이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중우문학상 수상자인 심강우 시인의 작품도 눈에 띈다.

「사랑의 습관」, 「단추」, 「파본」 등은 사랑과 상실, 기억의 반복과 관계의 균열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시들이다. 특히 ‘습관’과 ‘단추’ 같은 사물 이미지는 감정의 지속과 관계의 연결·단절을 형상화하며, 평범한 언어 속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심강우의 시는 화려함 대신 삶의 미세한 결과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힘을 보여준다.

시인 특집에는 정승화를 비롯한 다양한 세대의 시인들이 참여해 현대 시의 폭을 넓힌다.

특히 정승화의 「두 발로 걷지 않는다」는 상처 입은 존재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삶을 견뎌내는 모습을 그려내며, 연대와 위로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이번 호가 지향하는 ‘흔들리면서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세이 특집에는 안규철과 김가영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안규철의 「일곱 개의 단상」은 미술과 철학을 넘나들며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김가영의 「타인을 위한 의자」는 한 낡은 의자와 휠체어를 중심으로 돌봄과 가족, 존엄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누군가를 위해 남겨진 자리는 곧 사랑과 인내의 기록이며, 이 글은 문학이 지닐 수 있는 윤리적 깊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단편소설 코너에는 박규숙의 「눈의 두께」가 실려 있다.

차분한 문체로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시와 산문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

서사 속 인물들은 조용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겨울호 특유의 정서를 더욱 깊게 만든다.

‘에세이 한 편’에는 라문숙, 손유미, 이계섭, 조재선, 최동영, 허봉조의 글이 실려 있다. 신발장 앞에서의 깨달음, 극장에서 떠오른 기억, 나무 서랍과 침대에 담긴 추억, 자라보며 느끼는 인생의 무게 등, 이 글들은 거창하지 않은 일상의 순간을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간다. 담담한 문장은 오히려 마음에 오래 머물게 한다.

‘이 계절, 이 시집’과 ‘사회와 문화’ 코너는 동시대 문학과 사회를 연결하며, 문학이 현실과 어떻게 호흡하는지를 보여준다. 문학은 여기서 고립된 예술이 아니라, 삶의 한복판에서 질문을 던지는 언어로 기능한다.

이번 호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지난 호, 좋은 시 다시 읽기’ 부분이었다.

이전 호를 못 읽은 사람이거나 이전 내용 중에 좋았던 시 부분을 다시 복기할 수 있는 시간을 될 수 있는 파트였다고 생각한다. 이번호에 소개 된 지난호의 좋은 시는 이현호의 「끝을 마주하는 세 가지 방식」이었다. 이 글은 세 편의 시를 따라가며 ‘끝’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끝은 늘 하나의 결론처럼 보이지만, 시 안에서 끝은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먼저 반려견의 죽음을 다룬 시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그저 상실로만 두지 않는다.

떠나보낸 존재를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나고, “안녕”을 작별이면서도 재회의 인사로 바꾸며 끝을 초월의 언어로 바라본다.

「혼자서도 멀리」는 보이저호를 매개로 관계의 단절과 고독을 비춘다.

신호를 보내도 닿지 않는 거리, ‘발신만 있고 수신이 닿지 않는’ 상태를 통해 끝에 붙잡힌 마음, 끝에서 떠나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를 보여준다.

「늦어도 괜찮은 말」에서는 끝을 삶의 흐름 속으로 가져온다.

끝을 비극으로 단정하기보다, 순환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성숙한 긍정을 제시한다.

이현호가 강조하는 핵심은, 끝은 단순한 종결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건이 우리를 끝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끝의 의미를 바꾼다.

끝을 부정하거나 피하려 하기보다, 끝에 말을 걸고 해석하고, 자기만의 의미를 붙여보려는 순간 끝은 조금씩 다른 형태가 된다. 그래서 이 평론은 좋은 시가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순간마다 새로 읽히며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문학을 ‘소비’가 아닌 ‘반복의 경험’으로 되돌려 놓는 지점이다. 바로 그 지점이 이 글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부록에는 2026년 제11회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공모 안내도 수록되어 있어,

등단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읽는 즐거움과 쓰는 꿈을 동시에 품은 구성이다.

『시와산문』 128호 겨울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 밀도 높은 문학의 기록쯤이 되겠다. 이 책은 자극적이지도 유행을 너무 좇지도 않는다. 대신 삶을 오래 바라본 사람들의 문장을 차곡차곡 모았다. 사랑의 흔들림, 상실의 아픔, 나이 듦, 관계의 균열, 노동과 일상, 기억의 무게가 시와 산문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솔직히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천천히 음미하고 사색하며 읽을수록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쌓이는 책이다. AI와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 속에서, 이번 호는 시가 여전히 인간의 가장 깊은 층위를 지켜내는 언어임을 증명한다. 느리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한 언어들이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시와산문』 128호는 문학이 여전히 삶을 지탱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계절을 넘어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치고 싶은, 겨울의 기록이다.


'북클립1 @bookclip1'님을 통해

'시와산문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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