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음의 소리 - 나는 달리기보다 버티고 서는 법을 배웠다
조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마음의 소리>를 쓰면서 조석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예전에는 글로 장면을 쓰는 사람들이 쉬워 보였고, 솔직히 조금 얕잡아보기도 했지만,

막상 그림 없이, 말풍선 없이, 오직 글로만 마음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알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슈욱 쾅’ 이야기는 이러한 솔직한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은 그렇게 잘난 척 없는 솔직함으로 시작한다.


조석은 20년 동안 만화를 그려왔지만, 이 책을 쓰며 비로소 ‘글을 처음 써본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 에세이에서 자신을 다시 배우듯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고, 괜히 포장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적는다.

그래서 읽다 보면 작가와 마주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든다.


초반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열심히 하는 척’에 대한 고백이다.

데뷔 당시 그는 업계에서도, 플랫폼에서도 환영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그림은 부족했고, 웹툰이라는 장르 자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한국 만화계를 망친다는 말까지 들으며 시작한 커리어였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삐뚤어지지 않았다. 대신 열심히 하는 척을 했다.

누구보다 많이 그리는 척, 만화를 사랑하는 척, 독자에게 고마운 척.

그리고 그 ‘척’을 너무 진지하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진짜가 되어버렸다.

오래 하면 사람이 된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 나게 다가온 적은 드물었다.

조석은 벽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다. 온 힘을 다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그 벽 앞에서 주저앉기보다는, 내가 여기까지라는 걸 아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 번도 끝까지 부딪혀보지 않으면 삶에는 ‘만약’만 남는다.

다른 길, 다른 선택, 다른 가능성. 그 모든 ‘만약’이 결국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딱 하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끝까지 힘을 써보자고 말한다.

‘안 되면 말고’라는 말을 내 머릿속에서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긍정’에 대한 태도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긍정을 강조하지만, 조석은 그 말이 자신에게는 잘 맞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긍정적일수록 느슨하고 나태해졌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조금 괴롭히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되겠냐?”, “빨리 안 하고 뭐 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자신을 몰아붙였다.

건강한 방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게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피하는 편’이라는 장에서는 조석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튀고 싶으면서도 튀는 건 싫고, 인정받고 싶지만 유명해지는 건 또 부담스러운 마음.

나 역시 삶에서 비슷한 감정을 여러 번 겪어봐서 유난히 공감이 갔다.

알음알음 알아주면 좋겠는데, 정작 대놓고 시선을 받는 건 피하고 싶은—그런 마음 말이다.

조석은 까불거리는 만화를 그리지만, 실제로는 꽤 조용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이 모순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복잡한 감정이 자신의 만화를 만들었고, 독특한 결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대로 두는 용기, 지우지 않는 태도. 그게 결국 조석다운 개성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후에는 ‘버팀’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20대의 반짝이던 시간, 30대의 버티던 시간을 지나왔다.

조석은 후자의 시간을 더 대견하게 여긴다. 운이 빠지고, 실력만 남았던 시기였다.

돈, 건강, 사람 문제를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시간을 미워하지 않고, 내려가는 법을 배웠고 다치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잘나가던 시절보다 흔들리던 시절이 더 자신을 만들었다는 고백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요즘.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문장은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파트였다.

나쁜 일이 생기면,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을 고치려 든다.

전부 내 탓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는데,

조석은 나쁜 일은 그냥 생기는거라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마음을 위로하듯 말해준다.

이 문장은 이 책, 아니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위로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도 마음의 소리』는 지금 내가 잘 못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날,

스스로를 다그치며 여기까지 버텨온 사람,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곳곳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은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화려한 문장으로 감동을 만들어 내거나, 교훈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 앉아 툭툭 자기 이야기를 던지듯, 자연스럽게 위로하고 공감해준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고 버거운 날 다시 찾게되는 책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용히 버틸 힘을 한 번 더 건네는 책이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여전히 어려운 것]

누군가의 지적이 내 한계를 깨부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가 깨부서진다.
타인의 조인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눈앞의 장벽을 만드는 데 쓰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