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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개정판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평점 :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개정판)>은 단순히 여행 에세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야기가 끝이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런 책이다.
한 문장을 읽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는데, 자꾸 멈춰서게 된다.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게 하고,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리게도 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만났던 문장들이 내 안의 미안함과 외로움, 불안감 등 다양한 감정을 건드렸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내 옆에 앉아 “괜찮아, 여기까지 잘 왔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뭉클함도 느꼈다.
힘든 상황이라면 무너진 마음을 다시 걷게 만들어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김지영 작가가 가장 힘들었던 청춘의 중심에서 시작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신입 치료사로 일하며, 폭력과 무례를 감내하고,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시절이 있었다. 남의 아픔은 돌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상처는 외면했던 시간들이었다.
가난, 낮은 연봉, 적은 연차, 고단한 현실. “나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다”는 고백은 한 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러다 어느 겨울밤, 지하철 안에서 주저앉고 싶을 만큼 지쳐 울음을 삼키던 날.
결국 결심하게 된다.
뉴욕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매했다.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고 말하던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기 자신을 살리기 위한 선택의 순간이기도 했다.
포르투갈 포르투에서는 그날이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성 주앙의 밤’인 줄도 모르고,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연달아 뿅망치 세례를 맞는다. 키 작은 동양인을 놀리는 건가 싶어 순간 당황하지만, 곧 그 행동이 서로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행운을 빌어주는 축제의 인사라는 걸 알게 된다. 젖꼭지를 문 꼬마부터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까지, 모두가 웃으며 ‘무기’를 들고 있는 도시 한복판에서 저자는 마침내 사람들 사이로 한 걸음 들어가 낯선 이들과 웃음을 나누며 축제를 즐기게 된다.
이집트 다합에서는 여행이 만들어내는 낭만과 설렘 속에서,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진우’라는 사람과의 첫 만남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여행지의 풍경이 주는 설렘이 사랑의 감정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내가 이 풍경과 상황을 사랑하는 건지, 혹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지” 끝내 분명하게 가려낼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여행에서 피어난 마음이 때로는 양념을 잔뜩 쳐 숨겨버린 ‘상한 생선조림’ 같을 수도 있다는 표현까지 곁들이며, 감정이 얼마나 쉽게 낭만으로 둔갑하고 착각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다.
그리고 네팔 포카라에서 만난 여성 포터 이야기는 특히 오래 남는다.
맨발에 가까운 슬리퍼 차림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히말라야를 오르던 여성을 만난다.
한 달 내내 일해도 얼마 벌지 못하는 현실을 알게 되는데, 그 장면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졌다. 여행자의 낭만 뒤에 숨은 누군가의 삶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러 가는 이야기라기 보다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영국 런던에서 마지막 한국 라면을 먹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잊히지 않는다.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엄마와 라면 하나로 다퉜던 기억, 그날의 상처와 미안함.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 부모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았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 역시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말하지 못한 미안함들이 마음속에서 하나씩 떠올라 눈물이 나기도 했던 부분이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쓴 ‘이기적인 행복’에 대한 고백도 인상 깊었는데,
해야 할 일 때문에 꿈을 미루지 않고, 타인의 걱정보다 자신의 선택을 지켜냈기에 누릴 수 있었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때로 이기적일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페루 사막에서 쓴 ‘새벽 3시 57분’이라는 글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모두 불안한 여행자이고, 길을 잃은 것 같고, 외롭고, 확신이 없지만, 그래도 곧 해는 뜬다고 말해준다.
“당신, 수고했어요.”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 적이 있었던가 싶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울었던 부분은 ‘아르헨티나 살타’에서 쓴 엄마에게 보내는 글이었다.
“시간의 무게에 눌려 주름진 당신을 외면해서 미안해요.
나라는 열매를 틔우느라 정작 당신은 시들어버리게 했어요.
다 괜찮다는 당신의 거짓말에 기쁜 마음으로 속아서 미안해요.
백한 개를 받고도 더 주지 않는 반개를 탐해 미안해요.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커주었다 말하는 당신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해 미안해요.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못한 당신의 손을 잡아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드린 것이라곤 상처와 걱정밖에 없어요.
한 걸음 떨어져 당신을 보니 얼마나 작은 지요.
미안해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는 여전히, 영원히, 엄마가 필요해요.
이 말이 한줄기 위로가 되어 당신에게 닿길 바랍니다.”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 당연하게 여겼던 희생, 뒤늦은 후회의 감정을 담은
작가의 솔직한 고백 아니었을까.
책의 후반부에 이런 글이 있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여행을 하며 다시 어린 시절의 감정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더러운 침대에서도, 물 한 모금에서도, 손을 잡은 골목길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이것이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회복의 기록이라는 점이었다.
상처 입은 청춘이 스스로를 데리고 세계를 여행하며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도망이 아닌 자신을 제대로 알아 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개정판)』는 아픈 하루, 가난의 무게, 불안과 외로움,
가족에게 쌓인 미안함, 사랑이 낭만으로 둔갑하는 순간들까지.
우리가 애써 숨겨온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시선이 달라진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도 언젠가는 ‘지나온 길’이 될 거라는 생각,
지금의 불안도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 거라는 믿음이 조용히 생긴다.
무엇보다 나 역시 ‘행복해지기로’ 선택해도 괜찮다는 용기를 준다.
마음이 너무 지쳐서 어디에도 기대고 싶을 때,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밤이 올 때 나는 이 책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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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서포터즈 13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시간의 무게에 눌려 주름진 당신을 외면해서 미안해요. 나라는 열매를 틔우느라 정작 당신은 시들어버리게 했어요. 다 괜찮다는 당신의 거짓말에 기쁜 마음으로 속아서 미안해요. 백한 개를 받고도 더 주지 않는 반개를 탐해 미안해요.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커주었다 말하는 당신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해 미안해요.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못한 당신의 손을 잡아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드린 것이라곤 상처와 걱정밖에 없어요. 한 걸음 떨어져 당신을 보니 얼마나 작은 지요.
미안해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는 여전히, 영원히, 엄마가 필요해요. 이 말이 한줄기 위로가 되어 당신에게 닿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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